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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9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10.05 18:23
조회
504
추천
7
글자
7쪽

미령(美靈)2-(18)

DUMMY

마정이 가슴을 졸이는 사이 도희는 무희에게 된 통 혼이 나고 있었다.

“왜 쓸데없는 짓을 하고 그래?”

“죄송합니다. 저도 그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교아가 죽던 날 도희는 모처럼 외출 허락을 받고 오랜 만에 친구를 찾아갔다.

그런데 눈도 보이지 않는 도희가 어떻게 아무도 모르는 교아의 집을 찾아갔을까?

여기엔 도희 몸속에 있는 요령의 장난이 숨어 있었다.

“친구를 만나러 갔으면 좋게 만나고 올 일이지.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교아가 집근처 카페에서 도희를 만났을 때만 해도 분위기는 보통 사춘기 소녀들의 만남과 다르지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도희의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교아는 반갑게 맞아 주었고 도희 역시 잠시 얘기만 하고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도희의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린 것이다.

교아는 듣지 못했지만 도희는 마치 계시처럼 들리는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여기 좀 답답하지 않니? 잠시 바람도 쏘일 겸 우리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울까?”

아직 사춘기 티가 가시지 않은 교아는 인근 공원의 후미진 곳으로 도희를 데리고 갔다.

교아와 담배를 피우는 동안 도희는 요령이 가르쳐 준 대로 주술을 행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모르고 담배를 피우던 교아는 어느 순간, 가슴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졌다.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죽어있었습니다.”

“장차 큰일을 할 년이 그깟 일에 신기를 낭비해? 당분간 외출은 꿈도 꾸지 마라.”

이 모든 것이 요령의 장난이었지만 도희는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그날 밤, 자기 방에서 바깥이 조용해지길 기다리던 도희는 냉장고에서 검은 비닐봉지 하나를 꺼냈다.

겉에 성애가 잔뜩 끼어있는 비닐봉지를 손으로 몇 번 더듬던 도희는 봉지를 벌려 냄새를 맡았다.

그러나 안에 든 무엇인지 비릿한 내가 코를 진동했다.

도희는 헛구역질을 하며 비닐봉지를 냉장고 안에 도로 집어넣고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밖에선 박양이 대기실 정리를 하는지 청소기 돌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한참 뒤, 밖이 조용해지면서 박양이 이층으로 올라가는 소리를 들은 도희는 냉장고 있던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살며시 주방으로 갔다.

그동안 무희의 시중을 들며 주방일도 했기 때문에 몇 번 더듬지 않고도 냄비를 찾아낸 도희는 냄비에 물을 붓고 가스레인지 위에 얹었다.

잠시 후 보글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도희는 누가 나오지 않는지 귀를 기울이며 봉지 속에 있던 것을 끓는 냄비 속에 쏟아 넣었다.

“덜그럭 덜그럭.”

잔뜩 얼어있던 것 두 개가 냄비에 떨어지면서 내는 소리에 도희는 혹시 누가 나오지 않나하고 귀를 쫑긋 거렷다.

다행히 물이 끓는 동안 아무도 나오는 사람은 없었다.

한참 뒤 가스 불을 끈 도희는 수건으로 뜨거운 냄비를 싸들고 방으로 돌아 왔다.

냄비를 내려놓고 신당을 향해 절을 올린 도희는 냄비뚜껑을 열었다.

아까보다 심한 비린내에 헛구역질이 났지만 도희는 냄비가 식을 때까지 신당 앞에 서서 두 손을 빌었다.

잠시 후 냄비의 열기가 식은 것을 확인한 도희는 숨을 참고 뚜껑을 열어 안에 있던 것을 꺼내 입에 넣었다.

여전히 지독한 냄새가 났지만 도희는 코를 막고 우걱우걱 씹기 시작했다.

도희는 구역질이 계속 났지만 남은 하나까지 코를 막고 씹어 삼켰다.

그러나 입안에 남아있는 냄새 때문에 구역질은 좀처럼 멈추지 않았다.

한참 뒤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도희는 몸을 추스르고 자신의 신당에 치성을 드리고 잠자리에 들었다.

같은 시각, 무휘의 방에선 무희와 요령이 심상치 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년 짓이지?”

“그렇게 하면 보이지 않을까 해서 그랬어요.”

“내가 조신하게 있으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그런데 눈이 먼 건 저 아인데 왜 저까지 안보는 거죠?”

“저 아이 몸하고 너하고 동화가 돼서 그런 거야. 아무튼. 이번은 내가 그냥 넘어간다만 또 다시 그랬다간 그날로 끝이야.”

다음날 잠에서 깨어난 도희는 빨간 속살뿐인 눈꺼풀을 연신 찔끔거렸다.

‘이상하다. 그렇게 하면 보인다고 했는데. 역시 안 되는 걸까?’

아직도 입안에 비린대가 진동하고 있었지만 도희의 얼굴엔 절망의 그늘이 드리우기 시작했다.

며칠 후 요령의 장난에 놀아났다가 절망감에 빠진 도희는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로 신기가 흐트러져있었다.

“당분간 손님은 받지 않도록 해라. 쯧쯧.”

그러는 사이 요령은 도희의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희가 요령에게 서서히 점령당하는 사이 영선은 백일도 채 남지 않은 수능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반면 출세에 눈이 먼 강렬의 수행평가 조작은 극에 달하고 있었다.

마정의 실력으로는 대학진학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아는 강렬이 택한 것은 수시모집이었다.

그러기 위해선 수행평가 조작은 필수였고 여기에 이사장의 입김을 가미하면 합격시키기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교장도 이런 행각을 눈치 챘지만 이사장 눈치 때문에 모든 것을 강렬에게 일임한 상태였다.

“그거야 담임선생 권한 아니겠소?”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강렬의 의도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무리하게 조작을 하다 보니 지원한 모든 대학마다 심사과정에서 들통이 난 것이다.

그것 때문에 강렬은 요즘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

그런데다가 전에 영선에게 들킨 일 때문에 늘 개운치 않은 시간을 보내야 했으니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더구나 수시모집에 합격한 아이가 영선뿐이었던 강렬의 진학지도 성적은 교내 꼴찌였던 것이다.

여기에 혹시 영선이 졸업하면서 자신의 일을 고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까지 겹쳐 있었다.

이렇게 사면초가에 몰린 강렬이 혼자 모든 짐을 지고 있었지만 마정은 도움은커녕 위로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마정은 나미로부터 도희 소식을 듣게 되었다.

“걔네 집에 전화해봤더니 맹학교를 자퇴하고 점쟁이한테 갔대.”

“점쟁이?”

“응. 차라리 낫지 뭐. 만날 싸움만 하던 년이 뭘 해먹고 살겠어?”

순간, 마정의 뉴런 속에 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그래. 바로 그거야. 있지. 도희가 어디 있는지 알아봐.”

“알아내서 뭐하게?”

“어허!”

“알았어.”

나미의 말투에 신경질이 섞여 있었지만 마정은 애써 모른 척 했다.

비록 자신이 부려먹기는 했지만 그만큼 나미가 아쉬웠던 것이다.

그날 오후, 영선은 담임 강렬로부터 수시모집 합격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데 마냥 기뻐해도 모자랄 텐데 영선은 표정이 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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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오르네우
    작성일
    11.10.05 21:41
    No. 1

    헛, 오랜만에 만나는 설송 님이시다! 변함없이 좋은 글… 인데, 예전에 비해 문장이 짧아진 느낌이네요. 으허허;;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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