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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령2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설호(雪虎)
작품등록일 :
2012.01.10 16:57
최근연재일 :
2012.01.10 16:57
연재수 :
81 회
조회수 :
40,497
추천수 :
730
글자수 :
257,382

작성
11.09.26 11:55
조회
778
추천
11
글자
7쪽

미령(美靈)2-(7)

DUMMY

“전 이제 안 보이는 건가요?”

“그건 의사한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형사가 도희에게 질문하는 동안 도희 엄마는 옆에서 소리 없이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그날 이후 끈질긴 수사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어떤 단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심지어 도희가 처음 발견된 장소를 중심으로 재개발 구역을 한 달 넘게 샅샅이 뒤졌지만 단서는커녕 털끝하나 없었다.

단서라고는 도희 얼굴에 난 상처의 대부분이 고양잇과에 속한 동물의 발톱자국 같다는 의사의 소견뿐이었다.

“이거 하다못해 티끌이라도 나와야 수사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아무 단서도 없으니 말야.”

결국 도희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폭주하는 사건으로 눈코 뜰 새 없는 마당에 도희같은 문제아에게 투자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로부터 한 달 뒤 도희는 퇴원은 했지만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수는 없었다.

며칠 후 도희는 엄마에 의해 맹학교로 전학했지만 1학년부터 시작해야 했다.

그 후 도희는 아이들 기억에서 빠르게 사라져 갔고 교아와 패거리들 기억에서도 점점 사라져갔다.

교아는 도희를 대신할 만한 멤버를 찾으려고 했으나 교내엔 그만한 아이가 없었다.

그래서인지 교아와 그 패거리들의 만행은 전보다 훨씬 뜸해지고 있었다.

교아와 패거리들이 이렇게 조용한 것은 도희가 빠지면서 멤버 중에 주먹을 휘두를 아이가 없어서였다.

한편으로는 그런 도희를 그렇게 만들었다면 언젠가는 자신들도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막연한 두려움도 있었다.

영선을 손보던 그 날 전화로 자신의 전과를 자랑스럽게 떠들어댔던 도희가 저렇게 된 것을 보면 상대는 훨씬 강할 것이라고 생각이 이들을 지배한 것이다.

“도희를 그렇게 만들 정도면 우리 중 누구도 당할 수 없을 만큼 강한 상대임에 틀림없어.”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자기 대신 문병을 다녀온 나미로부터 익히 들어 도희가 어떤 상태라는 것을 아는 교아는 도희의 빈자리 때문에 여간 고민이 아니었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

자금관리를 맡고 있는 마정의 걱정을 교아는 단호하게 일축했다.

“뭘 어떻게 해? 당분간 잠잠해질 때까지 복지부동하는 거야. 당장 쓸 돈은 있잖아?”

“그렇긴 하지만.”

“오늘 회의는 이것으로 끝내. 다시 연락할 때까지 다들 잠자코 있어. 알았지?”

교아와 그 패거리들이 잠잠해지자 학교는 평온하기 짝이 없었고 교장은 아이들이 이제 정신을 차린 것 아니겠느냐고 싱글거렸다.

하지만 대다수 교사들 생각은 정반대였다.

지금까지 한 소행들을 볼 때 절대 그럴 아이들이 아니었다.

한편 지금까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고 있던 영선의 기억은 어느 한 시점에서 멈춰 있었다.

그것은 그날 도희에게 당하고 가게로 왔을 때 슬기의 입가에서 피를 발견했을 때였다.

생각해보니 잠시 정신을 잃은 사이 슬기는 어딘가에 숨어있었거나 다른 곳에 다녀온 것이 틀림없었다.

그런데 더욱 이상한 것은 누구도 풀어주지 않았을 텐데 목줄이 풀려있었다는 것이다.

도대체 누가 목줄을 풀어주었을까?

도희가 아니면 풀어줄 사람이 없는데 그렇다면 혹시 슬기가?

영선은 고개를 저었다.

사람이 아니면 절대 풀 수 없는 목줄을 슬기가 그랬을 리는 만무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조그만 것이 도희같은 애를 그렇게 만들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영선은 또 다른 궁금증이 생겼다.

그렇다면 슬기의 입에 묻어있던 피는 어떻게 된 것일까?

자신의 코피가 아니었을까 했지만 슬기의 입에 튈만큼 출혈이 심하지 않았던 것이다.

궁금증이 늘어가던 영선은 문득 슬기의 사료그릇을 보는 순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예전 같으면 지금쯤 비어있어야 할 사료그릇이 먼지가 수북이 덮인 사료로 가득했던 것이다.

이토록 먼지가 쌓인 것을 보면 한동안 사료에 입도 대지 않은 것이 틀림없었다.

영선은 책상위에 데스크 캘린더를 집어 들었다.

거기엔 최근 슬기가 살이 쪄서 사료량을 조절하기 위해 사료를 주는 날이 기록돼 있었다.

손가락으로 짚어보니 마지막으로 사료를 준 날이 도희에게 당한 그 다음날이었다.

그러면 슬기는 그날 이후 한 번도 사료를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디 아픈가?’

다음날 영선은 슬기를 데리고 동물병원을 찾았다.

“특별히 이상한 데는 없습니다. 집안에서 키우는 개들은 운동량이 많지 않아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안심이 된 영선은 슬기와 가게로 향했다.

마침 가게엔 엄마 지은과 손님이 물건을 가운데 놓고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영선과 슬기가 들어서는 것을 본 손님이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다.

“조금만 더 깎아주지 않고. 여기 있어요.”

“죄송해요. 요즘 털실 값이 올라서요.”

돈을 받은 지은은 물건을 포장해 손님에게 건넸다.

손님이 나가자 지은은 영선이 오는 것을 알았나보다며 농담을 건넸다.

요즘에 날이 쌀쌀해지면서 털실로 짠 모자와 목도리는 내놓기가 무섭게 팔리고 있었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있는데.”

“슬기는 괜찮대니?”

“응. 별 이상 없대. 집에서 키우는 개들은 운동량이 많지 않아 그럴 수 있대.”

같은 시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도희는 담임과 상담 중이었다.

“우리학교에 다니는 중도실명자들도 처음엔 도희처럼 그랬어, 지금 힘들더라도 이겨내야 돼.”

“알아요. 하지만 도저히 더는 못하겠어요.”

자존심이 강했던 도희는 자기보다 어린 아이들이 고학년 노릇 하는 것이 싫었고 제대로 배운 것이라곤 운동뿐인 자신이 병신이라는 사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맹학교를 자퇴한 도희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고 있었다.

“내가 재혼만 하지 않았어도.”

엄마는 딸이 이렇게 된 것이 한때 남자에게 미쳤던 자신의 탓이라고 질책했다.

하지만 아직 어린 딸을 평생 저렇게 살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도희의 엄마는 여기저기 수소문하던 중 집안에 마가 끼어서 그렇다는 얘기를 듣고 유명하다는 역술원을 찾아갔다.

역술원은 제법 규모가 있는 것이 먼저 온 사람들이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만에야 순번이 돌아 온 도희의 엄마는 안내하는 직원을 따라 점쟁이가 있는 방에 들어섰다.

그런데 방안이 어찌나 어두운지 적응하기까지 한참을 기다려야했다.

잠시 후 시야가 조금 밝아지면서 눈에 들어 온 것은 몸집이 작은 여자였다.

그러나 방안이 너무 어두워 얼굴은 볼 수가 없었다.

“왔으면 어서 앉지 않고 뭘 그리 쳐다보고 섰어.”

“아. 네.”

도희의 엄마는 점쟁이 앞에 다가가 앉았다.

하지만 얼굴은 여전히 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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