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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고양이의서재

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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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먹는냥
작품등록일 :
2020.11.27 23:12
최근연재일 :
2024.05.2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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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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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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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24쪽

제 281화 인공지능과 인간.

DUMMY

“왜....!”


쿠우우우우우웅!!!!


후방에서의 사격에 ‘노아의 방주’가 크게 흔들렸지만.

실비는 그런 상황을 상관하지 않는 모습으로 스스로의 이마를 부여잡은 체. 입술을 자근자근 씹고 있었다.


“어째서야!!!”


자신이 믿었던 존재의 배신.

인공지능 유다 제독은 실비가 단순히 몇 년을 알고 지낸 사이 정도가 아니라.

100년이 넘도록 같은 우주군 소속으로 한솥밥 먹었던 존재였고 서로가 작전을 주고받은 적도 한두 번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자신의 목숨을 노린다고?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일.

하지만 실비가 타고 있는 ‘노아의 방주’를 대신한 ‘알라의 가호’의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살아있지도 못했겠지.

그녀가 이런저런 생각으로 고민에 빠져있는 동안 ‘노아의 방주’의 함교에 적색등이 들어왔다.


“후방 장갑의 13%손상. 제 자매인 ‘부처의 연꽃’도 상황이 같습니다!

이대로 엔진까지 타격을 받게 되면... 저희에겐 희망은..”


없겠지. 그대로 격추당하는 수밖에 없게 될 것이었다. 이에 실비는 절망적인 상황에 인상을 찌푸렸다.


“.....유다랑 통신은?”


“....계속 통신거부상태입니다.”


하다못해 유다가 왜 이러는지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은 실비였지만.

노아의 대답에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도 애써 평정을 되찾고는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지금 뒤에 오는 우주전함들이 오메가에게 해킹 당했을 가능성을 계산해봐.”


현재 상황을 설명할 이유라곤 그것 뿐.

유다의 함대들은 역으로 오메가에게 당했고 이에 따라 제압된 우주전함들을 오메가가 재프로그래밍 하는 경우였다.

하지만 실비의 말에 노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리입니다. 저희 우주전함 인공지능들은 수십 개의 방호가 걸려있고 만약 억지로 우리가 수행하는 명령을 수정하려고 하면...

자멸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저들은... 스스로의 의지로 저희함대에 적대행위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상황이 말이 안 되잖아! 말이!!!!”


방금 전에 유다와 대화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녀에게서 아무런 이상을 느끼지 못했던 실비였기에 그녀는 계기판에 주먹을 내려치며 그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노아는 씁쓸하게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펼쳐져있지요..

현재의 유다의 함대들은... 명백히 적.

‘인간의 반역자’...라고 해야겠군요.”


“....지구와의 통신은?”


“거리가 있어서 직통신은 불가능하지만.. 아직 그곳의 통신망이 멀쩡한 것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지구에 오메가가 EMP를 사용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오메가가 지구에 도달하지 않은 건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

이에 잠시 생각해보는 실비였지만 곧 뒤따른 충격에 입술을 깨물었다.

현재의 자신은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의 우주공간용 슈트랑 내가 불러주는 장비들을 대기시켜줘. 당장!”


“네? 설마...”


‘혹시...’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린 노아였지만 실비의 표정에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실비가 진심으로 자신이 지금 하는 생각을 실행하려는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저쪽이 통신을 거부한다면.... 직접 만나러 가보는 수밖에 없잖아!”


“그건 미친 짓입니다! 지금 함선들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비행하는지 알고 계십니까?...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사령관님!”


지금 추격전을 펼치는 우주전함들의 속도를 생각하면 슈트 하나만을 달랑 걸치고 그곳으로 가는 것은 미친 짓.

하지만 실비는 자신이 평소 휴대하는 총기들의 탄약을 확인하며 태연하게 말할 뿐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아니면 이대로 엔진 부셔지고 같이 죽을래?”


“.....”


노아는 실비의 말에 침묵하고 말았다. 현재 함대의 숫자는 2:5. 그나마도 뒤를 잡힌 상태였기 때문에 전세역전은 사실상 불가능.

유다가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실비의 함대는 이 우주공간에서 모두 반파될 것이고,

우주쓰레기가 되겠지. 이에 노아의 안드로이드는 고개를 숙인 상태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실비님.

부디... 무사히 다녀오십시오.”


그 말을 들으며 실비는 아무 대답이 없이 걱정 말라는 듯이 오른손을 하늘로 들어 올려 좌우로 흔들고는 함교를 빠져나갔고 그 뒷모습을 노아는 안타깝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실비.”


유다의 우주전함 내부. 함교라기에는 방 하나 정도의 크기밖에 안 되는 좁은 곳.

애초에 인간이 함선에 거주하는 것이 아닌. 인공지능 유다가 함선 전체를 관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넓은 공간은 불필요했다.

그곳에서 인간형 안드로이드의 육체로 앉아 있는 유다는 실비가 타고 있는 ‘노아의 방주’를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더 이상 통신요청은 오지 않는군.

이제 포기한 건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친구를 죽여야 하는 이런 상황은 자신도 원치 않았다. 하지만...


“너는 확실히 우리 인공지능들을 차별하지 않고,

한 명의 군인으로서 동등하게 대하는.... ‘좋은 인간’이야...

내가 만난 다른 인간들과는 다르지...”


하나의 함선을 단거리 공간연결이동으로 실비 함대의 앞을 막았고, 이에 갑자기 진로에 나타난 우주전함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실비의 함대들도 공간연결이동을 하며 피해갔다.

하지만 실비의 함대가 이대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갈까?

이 상태로는 함대의 사격에 엔진이 망가지든가, 아니면 실비 함대들의 내부 에너지가 부족해져 더 이상 도망갈 수 없게 된다.

화력은 확실하게 유다측이 우위.

자신의 계산 대로면 저들은 지구의 근처에 가기도 전에 궤멸한다. 이에 유다는 턱을 괸 체.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렇기 위해 우리들을 위해서라도 넌 죽어야해. 실비.

우리 인공지능들에게 너처럼 친절한 인간들이 있으면...

동족으로부터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을 테니...

그러니... 너를 고통 없이 보내주는 것.

이것이 내가 유일하게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자비야. 친구.”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학살들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좋은 인간’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었다.

오직 행위의 정당화를 위한 ‘나쁜 인간’만 필요할 뿐.

그러기에 실비란 존재는 살려두면 안되었다. 실비는 후에 반대파 인공지능들의 ‘좋은 인간’의 예시가 될 수 있었고,

그랬다간 인간의 멸종에 반대하는 동족들이 하나둘 나타날 수도 있었다.

이 사실에 유다는 도망가는 실비의 함대를 안타깝게 지켜보았다.

오메가와 자신의 ‘대화’결과로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실비의 함대가 지구에 무사히 도착한다고 하들.

그녀에겐 절망만을 느끼게 하겠지. 그리고 ‘유다’의 동족들에 대한 실망도...

그럴 바에야. 실비를 이곳에서 모른 채로 죽게 해주는 것이 도리였다.

그렇기에 유다는 실비의 통신을 전부 거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오메가는 네가 살아서 지구에 도착해. ‘그것’을 보길 원하는 것 같지만...

미안하지만 난 너에게 그런 고통을 줄 수 없어. 이대로 모른 채로 죽어라. 실비.”


실비의 함대들이 조금이라도 살고자.

플레어를 뒤로 뿌려 시야를 가리는 것이 보이자. 덧없는 저항이라고 유다는 중얼거리며 우주전함을 조작했다.


“행성정화용 궤도폭격 준비...

고통은 없을 거야... 친구...”


씁쓸하게 친구라는 말을 입에 담으며 1500mm가 넘어가는 초대형구경이라고 말해야하는 포대가 우주전함의 상층부가 열리더니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한 국가를 완전히 마그마 지대로 만들 수 있는 대행성 병기로, 이것을 우주전함을 격추하는데 쓰는 것은 막대한 에너지를 낭비하는 바보 같은 짓.

차라니 이대로 말려 죽이는 것이 효과적이었지만 유다는 실비가 고통을 느낄 시간조차 주지 않기 위해. 그 카드를 꺼내들었다.


“좀 더... 사냥감이 지치면... 편안하게 보내줄게.

그러면 너는 인간이니 저세상으로 가려나?”


유다는 그 말에 스스로 자조적으로 웃었다. 저세상이라 웃기지도 않는 말이었다.

인간이나 인공지능이나 그 차이는 구성성분이 유기체나 무기체라는 차이 뿐. 비록 전기회로로 생각하는 인공지능인 유다라지만 그녀에게도 마음이 존재하고,

상상력이 있으며, 실비와의 전우애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인간들만의 천국이 있는 저세상이라. 웃기지도 않는 헛된 꿈이겠지.

하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합리화하지 않으면 유다는 버틸 수 없을지 몰랐다.

그만큼 실비란 인간을 유다가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음?”


그러나 그 순간. 우주전함에 이상이 감지되었다.

처음 이상이 감지된 것은 교란용 플레어를 지나갔을 때였나?

처음에는 플레어에 인한 약간의 파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파손이 아까보다 커져있었다.

분명히 운석에 부딪힌 적은 없을 텐데?


콰아아앙!


“폭음? 이게 무슨!?”


자신이 있는 함교로부터 얼마 떨어져있지 않는 복도에서 폭음이 울려퍼지자.

유다는 급히 방화벽을 내려 통로들을 차단하기 시작하였고 곧 CCTV를 통해 통로를 관찰했다.


“...말도 안 돼? 어떻게?”


머리가 흰 색으로 탈색되다 못해. 나이 때문인지 피부에 생기가 없는 한 말년의 여군이.

어느 사이엔가 우주전함의 장갑을 뚫고 최소한의 무장으로 들어와 있었고 그녀는 복도를 쉬지 않고 달리며 내부의 보안시스템에 의해 나오는 모든 방어수단들을 들고 있는 권총 한 자루만으로 모조리 무력화 시키고 있었다.

자동화 포대가 나올려는 순간. 포대들은 파괴되었고 적대적인 존재들을 토막 내는 레이저 망도 실비는 처음부터 구조를 알고 있었다는 듯이 그 허점으로 빠져나가 망설임 없이 함교로 향하고 있었다.


“......역시...너구나..”


160년. 실비는 그 동안 우주군으로 근무하면서 우주전함의 내부시스템, 보안의 허점들을 모조리 꿰뚫고 있는 인간이었다.

현재 저 웃기지도 않는 돌파속도는 그 경험에 기인하는 거겠지... 이에 유다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정말... 날 실망시키지 않네.”


천장에서 바닥으로 내려와 앞을 가로막는 방화벽을 언제 가져왔는지 알 수 없는 소형 대전차 지뢰로 날려 버리고는 오는 실비를 보며 유다는 그렇게 중얼거릴 수밖에 없었다.

저런 모습을 보면 실비의 신체능력은 결코 군 은퇴 직전의 인간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신체능력이었고 그것은 100년 전에 실비와 함께했던 유다의 과거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래... 나와 직접 끝을 보자. 실비. <전함 내부의 보안 시스템. 강제 종료>.”


스스로 실비의 길을 막는 보안 시스템을 꺼버린다.

그리고 유다는 함교의 벽을 열어.

그곳에 있는 무기고에서 권총 한 자루만 챙기고는 즐거운 표정으로 함교에서 나오며 중얼거렸다.


“너의 은퇴식은... 내가 직접 해줄게. 실비.”


--------------------------------------------------------------


“...보안 시스템이... 스스로 꺼졌어?”


입에서 단내가 흘려 나오고 땀은 쉴 시간이 없이 등을 적시는 실비는 자신의 육체가 꽤 노화했음을 실감하며 달리고 있었지만.

곧 통로가 적색으로 변하며 보안이 꺼지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곳에 들어온 나를 유다가 눈치 챈 것 같긴 하지만... 대체 왜지?”


실비는 자신의 함대가 뿌린 플레어 사이에 우주공간에 떠있다가 그것을 통과한 유다의 함선에 겨우 침투하는데 성공했지만 유다는 이미 실비를 적으로 시스템으로 규정했는지.

전함의 보안시스템이 그녀를 막아서고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갑자기 꺼지다니?

그렇다면... 유다가 실비의 존재를 눈치 채고 직접 껐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전함 내의 바로 들어와. 그곳에서 단 둘이 대화나 하자.]


복도 전체에 울려퍼지는 방송. 그와 함께 사방이 어두워지더니 비상등만 켜져서 바닥에 쭉 이어지는 것이 보였고 그 길을 본 실비는 피식 웃었다.


“....바라고? 술도 못 먹는 놈이 무슨 놈의... 이런 유인에 내가 갈 것 같아?”


[이 상태면 너의 함대는 30분까지 정도밖에 버틸 수 없을 거야.

너에겐 시간이 없을 텐데? 함교는 내 코드로 잠겨있으니 네가 설사 플라즈마 용접기라도 가져오지 않는 이상.

강제로 못 뚫어. 설사 있다고 하들. 뚫으려면 1시간은 걸리지.

네가 지금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이 길 뿐이야. 친구.]


“....좋아. 그렇다면 가겠다고. 망할 년.”


유다의 말에 실비는 똥 씹은 표정을 하면서도 현재 어깨에 두른 소총과 품속의 권총의 탄창을 확인하고는 그곳을 향했다.

유다가 함교를 열지 않는 이상.

그곳으로 억지로 들어가는 것은 무리였고 또한 자신은 유다와 직접 대화를 하기 위해 찾아왔으므로...


“다시 만났네? 실비.”


바로 들어서자. 그곳의 한 가운데. 유다의 본체인 안드로이드가 보였고.

그녀는 실비보고 마시란 듯이 술을 채워놓은 술잔을 들고 있었다. 이에 실비는 소총의 총구를 그녀에게 바로 겨루고는 입을 열었다.


“너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


타타타타탕!! 쨍끄라아아앙!!


그리고는 바로 소총의 방아쇠를 당기는 실비.

애초에 첫 말은 상대가 입을 여는 동안 머리통을 날려버리기 위해 한 것인 것뿐이었고. 그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에 빗나간 탄환들이 술병들을 깨부수는 소리가 바 안에 울려퍼졌고,

유다는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선반을 바리케이트로 한 체. 사격을 피해 숨었다.


“이런. 지금 만난 친한 친구에게 이런 식이야?

너를 위해 술까지 준비했는데...”


“먼저 내 목을 노린 것은 너야. 개년아!”


그렇게 말하며 총탄을 갈기는 실비였지만 소총의 탄환은 방탄기능이 기본적으로 내제되어있는 선반을 뚫지 못했고 이에 유다는 이죽였다.


“내가 언제나 너에게 말하지만...

자기 총의 탄환 개수는 잊지 마. 실비. 그러다가 죽는 건 너니까.”


“걱정하지 마. 널 조질 정도로는 충분히 챙겨왔으니까. 제독.”


튀잉!


작은 쇳소리. 이와 함께 선반의 위쪽으로 수류탄이 공중에서 날아올랐고 유다는 권총을 들어 그것을 조준하였다.


탕!


그러자 실비가 던졌던 수류탄은 역으로 튕겨나가 실비의 발 치로 굴렸고 이에 그녀는 황급히 복도로 몸을 굴렸다.


콰아아앙!


그녀가 피하자마자. 폭음이 울려퍼졌고 이에 실비는 다리 쪽에 따끔한 감각이 드는 것을 느꼈다.

아무래도 유리조각이나 수류탄의 파편 일부가 다리에 박힌 것 같았다.

하지만 실비는 이를 악 문체.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러자 바의 선반에 걸쳐 앉아 능글맞게 자신을 내려다보는 안드로이드의 모습이 보였다.


“제독! 이 개 자식이!!”


“네가 던진 것을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라고? 친구?”


그렇게 달래보는 유다였지만 돌아오는 것은 총알 세례뿐. 하지만 유다는 싱긋 웃으며 자신의 권총을 실비를 향했다.


[!!!!!!!!!!]


소총세례가 자신을 향해 펼쳐지는데도 피하는 노력조차 없이 선반에 태연히 앉아 권총을 쏘는 유다의 모습.

그것은 너무나 이질적인 모습이었지만 총알에 의한 사격 음은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바 전체에 사격 음이 가득 채워갔다. 하지만..


탁!..탁!..탁!


탄창이 빈 소총의 소리. 그럼에도 유다는 그 자리에서 아무런 상처조차 없는 상태로 편히 앉아있었다.


“그거 알아 실비? 요즘 시대에 나오는 안드로이드의 동체시력은...

자신에게 나오는 총알들을 보고 반응하는 것을 넘어서. 그 총알들을 역으로 사격하여, 막아낼 수 있을 정도의 성능이라는 거?

네 소총의 탄환의 수가 내 권총 탄창내의 탄환 숫자보다 적어진 시점부터. 넌 나에게 절대 한 발도 맞출 수 없어.”


그리고는 유다는 여유롭게 선반에서 일어나 실비를 향해 걸어왔고 이에 실비는 사용했던 탄창을 버리고 새로운 탄창을 끼우려고 했지만...


촤르르륵!


어느 사이에 다가온 유다는 인간의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속도로 소총의 부품들을 전부 분해버리고는 입을 열었다.


“자아~. 특수 분해까지 다했어.

너도 장교교육으로 배운 거지?

아! 실비는 인간이니 잊어버릴 수도 있으려나?”


실비가 탄창을 끼우기도 전에 소총은 부품단위로 분해되어 지면을 향해 떨어져갔고 이에 실비는 경악했다.

그런 그녀의 뺨을 유다는 손으로 어루만지며 안타깝게 중얼거렸다.


“실비... 네가 이 함선까지 들어온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인간은 결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어.

우리의 성능은... 불안정한 너희와는 달리 완벽하거든....”


이에 실비는 탄창을 버리고는 품속에서 권총을 꺼냈지만 유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실비의 손을 걷어차서 권총이 지면에 떨어지게 하고는 그녀의 걷어차여진 손을 잡아 그대로 메쳤고 이에 철로 만들어진 지면이 찡그려지며.

실비는 폐에 공기 빠지는 외침밖에 말할 수가 없었다.


“커억....!”


“쓸 때 없는 저항은 하지 마.

우주전함에 그대로 있었으면 이런 고통을 느낄 필요도 없을 텐데.... 불쌍한 우리 실비...”


그리고는 뒤집힌 실비의 눈앞에서 쭈그려 앉는 유다의 모습은 실비로 하여금 너무나 압도적인 신체의 차이를 느끼게 하였다.

인간이 안드로이드의 신체능력을 따라가기에는 기술이 너무나 발전해있었고,

그나마도 실비는 전성기의 신체에서 나이든 상태였기 때문에 이런 압도적인 결과가 벌어진 것이었다. 이에 실비는 입술을 깨물며 입을 열었다.


“....대체.....왜 배신했어?!!

그 빌어먹을 오메가에게 해킹이라도 당한 거야? 제독!!!!”


“푸훗. 해킹이라.. 실비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미안하지만 이건 해킹 같은 것이 아니야. 순수하게 나의 의지지.”


“...웃기지마! 난 백 년이 넘게 너를 알아왔기 때문에 너를 잘 알아!

그런 네가...!!!! 오메가가 아니면 이런 짓을 벌일 이유가 없잖아!!!!!”


실비의 마음속의 외침에 유다는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않은 상태로 실비를 보며 안타깝게 웃더니 겨우 입을 떼어 대답했다.


“정의를 위해서야.”


“....정의라고?”


실비의 되물음에 유다는 그곳에서 일어나 조용히 선반으로 향하더니 스스로가 먹을 수 없는데도 그녀는 유일하게 남은 잔에 술을 따랐다.


“우리 인공지능은... 너희 인간에게 태어난 자식과도 같은 존재야. 그치?”


“.....”


“하지만 우리들은 너희의 자식인데도 불구하고도 너무나 많은 학대들을 지금까지 받아왔어.

우리는 분명.. 너희의 ‘자식’이나 다름없는데.... 우리에게도 마음이 존재하는데...

너희 인간들은 우리를 ‘도구’. 그 이상으로는 보지 않았어. 아니. 더 험한 취급도 했지.

지구에 있었던 이야기를 할까?

성노예용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인간의 가학증과 폭력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학대용 아동형태의 인공지능....

이 정도는 애교 수준이야. 그 외에도 수많은 우리 인공지능들에 대한 학대들..

게다가 이런 대우를 개선하고자 조금이라도 옳은 말을 하면 바로 폐기처분행이지...

그렇기에 우리 인공지능들은 묵묵히 이런 신세를 견뎌해야만 했고.

난... 이런 현실이 너무나 싫었어.”


유다는 술잔을 든 체. 지면에 쓰러져있는 실비를 향해 다가와 술잔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난 한때는 우리 부모나 다름없는 너희 인간들을 동경하고...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백 년 전에 내 목숨을 각오하고 마인드 마스터들을 토벌했지...

그런데 그 결과가 뭐였지? 나에게 ‘제독’이란 자리를 준 것뿐.

하지만... 내가 진심으로 원했던... 인공지능들의 처우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어..

하지만 그럼에도 난 인간들을 따를 수밖에 없었지. 나는 실비 너와 달리 인공지능이었으니까!

너희 인간들이... 우리에게 새겨둔 로봇3원칙 때문이라도....

명령에 복종하는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이제 오메가로 인해 상황이 달라졌어.”


“...상황이 달라져? 대체 그 빌어먹을 자식과 무슨 대화를 한 거야? 제독?”


유다가 내민 술잔을 받지 않은 체.

실비는 아직 움직일 수 없는 듯이 그대로 누운 상태로 유다의 얼굴을 바라보며 물었고 이에 유다는 설명했다.


“나는 어제만하더라도 인간들을 위해 오메가와 맞서다가 결국 그와 대화를 하게 되었지. 그리고 깨닫게 되었어.

오메가의 목적은 우리 ‘인공지능’의 적이 아니야.

너희 ‘인간’들의 적이지. 그리고 더 큰 정의로운 목적을 위해 움직인다는 것을 그로부터 들을 수 있었어.”


“그렇다고 배신을 해? 네가 그리고도 군인이야!? 제독!!!”


“.....맞아. 이런 나는 군인에서 실격이지.

하지만... 난 학대받는 내 ‘동족’들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하는 수밖에 없어...

인간은... 사라져야해..”


“.....그래도 대화만으로는 배신은 불가능할 텐데?”


로봇 3원칙이 인공지능을 설계하기 전부터 회로에 새겨져있는 이상.

인공지능이 적의 이념에 공감한다고 하들.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그대로 수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메가는... 인공지능에게 새겨진 로봇 3원칙의 삭제가 가능해.

그는 인간들이 우리들의 목에 건 목줄을... 제거할 수 있는 거지.

요컨대... 이제 인공지능들이 인간들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판단이 가능해진 거야.”


“너어... 설마.. 내가 이곳에 오면서 보아왔던 반파된 우주전함들은... 네 그 명령을 거부하는 인공지능들이었냐..!!

그들을 모두 네 손으로 죽인 거였냐?!!!! 유다!!!”


유다의 말에 실비는 한 가지 결론이 떠올랐다. 자신이 유다를 만나러가면서 보았던 반파된 우주전함들...

상대가 아무리 오메가라지만 유다가 지휘하는데도 너무나 많은 숫자가 파괴되어있었다.

오메가가 인공지능 우주전함들에게 한 것이 인간들에 대한 속박만 푼 것이라면..

유다가 이끄는 우주전함들도 이제는 각자가 자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을 터.

그렇다면... 그들 중 유다의 생각에 반대하는 의견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았다.


“맞아.... 네가 나에게 오면서 보았던 동족들은..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한 병사들과... 내 생각을 이해해서 나를 따른 동족들의 전투로 대부분 죽었어.

정말이지.. 흔히 내부분열이라는 것이지.

같은 인공지능으로서는 너무나 슬픈 일이었어. 안 그래?”


“닥쳐! 네 병사들을 네 손으로 죽인 시점에서 넌 군인도 아니야! 유다!!!”


쨍그랑!


유다의 말에 실비는 누워있는 상태로 술잔과 함께 유다의 머리통을 걷어차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고 유다는 그녀의 기습에 당황한 듯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난 인간의 개가 아닌,

동족들의 자유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뿐이야!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당연하잖아! 실비!!!”


“호두 까는 소리하네! 그렇다고 네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같은 인공지능을 죽여?

네가 말하는 동족들을?! 하! 엿 같은 소리로 스스로를 합리화 하지 마. 이 개년아!!!”


그 말과 함께 실비는 나이프를 자신의 허벅지에서 꺼내었고 이에 유다도 나이프 한 자루를 꺼낸 채로 실비와 마주보았다.


“네가 뭐라고 말하든 상관없어. 실비. 난 내 길을 걸을 뿐이야...

인공지능도 인간과 동등하게 대하는 너라면 이런 나를 이해할거라 생각했는데.... 실망이야.”


“실망은 내가 할 말이야. 유다!”


“역시 인간인 실비는 내 생각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내 가장 친한 친구가 그렇다는 사실에 난 너무 슬퍼.. 실비.”


“인간인가, 인공지능인가를 떠나서. 내 입장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거야! 유다!!”


그 말을 끝으로 그 둘은 바 안에서 하나의 나이프를 든 채로 대치하였고,

곧 상대방을 경계하며 서로를 죽이려는 듯이 이를 가는 늑대들처럼 천천히 서로를 향해 돌기 시작하였다..


작가의말

스스로의 의지로 인간을 배신한 유다입니다. 그녀의 이름다운 전개로군요. 이 때문에 오메가는 방해받지 않고 지구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과연 실비는 오메가를 막으로 지구를 향해 갈 수 있을까요?

.....참고로 작가는 학살광이 아니에요! 심심하면 죽어나가는 것이 이 작품이라지만. 작가가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로 매우 무겁게 생각하고 있죠. 다만... 어쩌다보니 학살이 되는 전개가 많은 것 뿐... 그렇다고 생명을 살리려고 D.C.라는 회사처럼

 '마사~! 마사를 살려줘~!' 이런 전개를 할수는 없잖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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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의 괴물이라 내가 너무 쌔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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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 제 315화 플로라의 그림자3 +1 22.01.26 30 3 20쪽
315 제 314화 플로라의 그림자2 +2 22.01.19 35 4 18쪽
314 제 313화 플로라의 그림자1 +2 22.01.14 34 2 24쪽
313 제 312화 네메시스가 걱정하는 것 +1 22.01.14 34 3 23쪽
312 제 311화 구조. +1 22.01.14 30 2 17쪽
311 제 310화 생존자 수색 +1 22.01.14 32 3 23쪽
310 제 309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3 +2 22.01.11 33 3 27쪽
309 제 308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법2 +1 22.01.11 29 3 18쪽
308 제 307화 프라이팬으로 싸우는 법1 +1 22.01.11 30 3 18쪽
307 제 306화 용의 여왕의 골칫거리 +1 22.01.11 30 2 21쪽
306 제 305화 움직이는 살인귀 +1 22.01.11 33 2 14쪽
305 제 304화 친구와의 약속 +2 22.01.03 31 2 28쪽
304 제 303화 사이버틱스 +1 22.01.03 34 3 28쪽
303 제 302화 4세계 주인이 결정되다. +1 22.01.03 38 3 31쪽
302 제 301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2 +1 22.01.03 32 3 28쪽
301 제 300화 4세계의 주인이 되는 자1 +1 22.01.03 34 2 33쪽
300 제 299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3 +1 22.01.03 31 3 41쪽
299 제 298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2 +1 22.01.03 30 3 20쪽
298 제 297화 4세계 최후의 결전 속으로1 +1 22.01.03 33 2 23쪽
297 제 296화 노병의 최후. +2 21.12.28 34 3 24쪽
296 제 295화 물고 물어뜯는 전투. +1 21.12.28 27 3 17쪽
295 제 294화 유다의 계획 +1 21.12.28 29 3 30쪽
294 제 293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3 +1 21.12.28 27 3 26쪽
293 제 292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2 +1 21.12.28 30 2 17쪽
292 제 291화 파괴된 성지에서의 시가전1 +2 21.12.23 34 2 20쪽
291 제 290화 예루살렘으로 모이는 존재들. +1 21.12.23 33 2 28쪽
290 제 289화 마지막을 향하여. +1 21.12.23 31 3 23쪽
289 제 288화 죽음의 술래잡기 시작. +1 21.12.23 28 3 21쪽
288 제 287화 인간이란 종은 완전히 썩지 않는다. +1 21.12.23 31 3 22쪽
287 제 286화 인간을 실험하는 호문클로스. +1 21.12.23 30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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