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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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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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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7
글자수 :
166,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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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1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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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오두막 (fin)

DUMMY

아이는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팔을 벌리고 거대한 것의 앞에서 덜덜 떨고 있었다.


“저 꼬마한테서 느껴지던 기척. 아마도 그건 요괴의 표식이겠지.”


J는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을 없애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우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소리쳤다.


“표식이 있으면 어떠합니까? 저 어린 인간님이 저 요괴를 막을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J는 들고 있는 붉은 검을 꽉 쥐었다.


“표식은 액에 씌인 것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증거야. 저것들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에게 조건을 건 협박을 하지.”

“협박?”


J는 아이를 노려봤고,

그 아이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비켜. 네 사정이 어떻든 난 저걸 없애야 한다.”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고인 눈물을 손으로 닦아냈다.


“어, 엄마가··· 엄마가 잡혀갔어요. 시키는 대로 하면 풀어주겠다고···”


― 어리석은 인간.


거대한 것은 거대한 지느러미를 들어 아이를 내리치려고 했다.


J는 그것을 재빠르게 캐치하고 아이에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아이를 단숨에 안아 들어서 거대한 것의 공격을 겨우 피했다.


“저것들은 약속을 지키지 않아. 네 어머니는 이미···”


― 먹었다. 먹어 치웠다. 배가 고프다.


아이는 안색이 새파래져서는 J의 품에서 고개를 숙였다.


“쯧.”


J는 혀를 차고는 아이에게 물었다.


“어디로 들어왔지?”

“그, 그게. 저쪽···”


아이는 거대한 것의 옆에 나 있는 작은 구멍을 가리켰다.


그 구멍은 작은 것들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여우나 아이는 충분히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여우, 이 꼬마 데리고 저 구멍으로 도망쳐.”

“네? 하지만···”


J는 여우를 어깨에서 떼어내 바닥으로 던졌다.


“난 죽지 않아.”


확신에 찬 눈으로 J가 그렇게 말하자, 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람의 모습으로 둔갑해서 아이를 안아 올렸다.


“달립니다! 꽉 잡으셔야 합니다!”


여우는 아이를 데리고 구멍으로 달려갔다.


그들을 공격하려는 것들은 J가 없애줬다.

펑펑 터지는 것들에서 나온 검은 오물이 여우의 몸에 튀었다.


“고약한 냄새입니다! 으악!”

“빨리 들어가!”


구멍 앞에 도착한 여우는 아이를 먼저 보낸 뒤,

자기도 짐승의 모습으로 변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쿵, J가 거대한 돌을 들고 달려와 그 구멍을 막아버렸다.


구멍 안은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여우의 눈으로 보면 길이 잘 보였다.


“제 꼬리를 꽉 잡고 따라오시는 겁니다!”

“응···”


여우와 아이가 구멍을 따라서 동굴 밖으로 나가는 동안,

J는 남아있는 것들과 마주했다.


거대한 것은 중앙에서 남은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고,

작은 것의 수는 줄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J는 터졌던 것들이 스스로 몸을 수복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본체를 공격해야 끝나겠어.’


J는 높게 뛰어올랐다.

그리고 작은 것들을 밟으며 성큼성큼 거대한 것에게 다가갔다.


작은 것을 밟을 때마다 자잘한 상처가 생겼지만,

J는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 이상하군. 이상해. 이상하다. 인간은 약할 터.

― 이상해.

― 이상해···


거대한 것이 J를 보고 당황해하자,

작은 것들도 술렁거렸다.


‘이걸로 죽어줬으면 좋겠는데.’


J는 계속해서 작은 것들을 뛰어넘었다.


결국 거대한 것의 앞에 도착했을 때,

작은 것들이 J를 덮치려고 했다.


J는 더 높이 뛰어올랐다.

그리고 거대한 것의 머리 위로 올라갔다.


‘봉인이라도···’


거대한 것은 머리를 마구 흔들었다.


“윽.”


J는 머리에서 떨어질 뻔했지만,

몸을 숙이고 거대한 것의 털을 잡으며 버텼다.


“귀찮게···”


J는 투덜거리며 검을 든 한 손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검을 거대한 것의 머리에 꽂았다.


― 끼에에엑!


거대한 것은 푸른 빛을 내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것에 꽂혀있는 검에서 검은 글이 흘러나와,

이곳저곳에 흩어졌다.


J는 그것의 머리 위에서 내려와서 그것이 죽는 모습을 바라봤다.

주변에 있는 작은 것들도 잿가루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혹시 모르니까···’


J는 손을 모아 합장했다.


“질서를 어지럽히는 가여운 자여. 질서를 지키는 자의 명을 받아 가야 할 곳으···”


J는 말을 멈추고 꽂혀있는 검을 바라봤다.

검에서 소리가 났기 때문이었다.


― ···가야 할 곳으로 돌아가거라.


‘액을 쫓는 주문···’


J는 정신을 차리고 하얀 부적을 꺼내어 거대한 것의 몸에 붙였다.


― 저주한다. 저주한다. 죽여주마.


검에서 나오는 글들이 그것의 몸을 갉아 먹었다.

거대한 것은 온갖 악담을 내뱉으며 서서히 사라졌다.


J의 주변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 이럴 줄 알았으면 도구도 많이 챙겨왔지.”


붉은 검이 천천히 날아오더니 J의 앞에 떨어졌다.

검에서는 더 이상 검은 연기가 나오지 않았다.


J는 검을 주워서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던져버린 칼집을 찾아 그 검을 꽂아 넣었다.


‘주술이 담긴 붉은 단도··· 요괴를 잡아먹는 힘이 있어. 안에 봉인된 자가 뒷세계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주문도 읊을 수 있고···’


J는 피식하고 미소를 지었다.


“재밌는데.”


그때 동굴 벽에서 거대한 문이 생겨났다.

카페의 문이었다.


카페의 문은 서서히 열리더니 백월이 걸어 나왔다.


“그 검에 갇혀있는 분도 당신이 마음에 드신 모양입니다.”


검에서 갑자기 연기가 다시 피어났다.

J는 그 검을 잠시 보다가 백월을 바라봤다.


“넌 싫어하나 본데.”

“네, 거칠게 다뤄서 그렇죠. 잠시 그 검을 주시겠나요?”


J는 백월에게 붉은 검을 건네줬다.

그러자 백월은 J가 이해할 수 없는 언어로 검과 대화했다.


붉은 검에서 검은 연기가 사라질 때쯤,

백월은 다시 J에게 검을 돌려줬다.


“봉인이 풀릴 때까지 당신의 힘이 되어주신다고 합니다.”

“그래봤자 1년이잖아.”


J는 한숨을 내쉬며 검을 주머니에 넣었다.


“동굴 밖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백월이 먼저 카페로 들어갔다.

J도 그를 따라서 카페의 안으로 걸어갔다.


카페의 문이 잠시 닫히고,

J는 한 가지 질문을 했다.


“처음에 왜 오두막에서 먼 곳으로 안내한 거지?”


백월은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단순한 장난이에요.”

“하,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카페의 문이 열리고,

그 앞에는 여우와 아이가 멀뚱히 서 있었다.

오두막으로 다시 돌아온 모양이었다.


“여우, 들어와.”

“아, 알겠습니다!”


여우가 카페로 폴짝 뛰어 들어가자,

아이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아이는 카페의 문을 계속해서 바라봤다.


“응? 이제 들어와도 될 겁니다!”

“누가 들어와도 된다고 했어.”


여우는 휘둥그레한 눈으로 J를 바라봤다.

그는 차가운 눈을 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들어오실 수 없는 분이죠.”


백월은 카페의 문 앞으로 걸어가 손을 뻗었다.


하지만 카페의 문틀에 투명한 막이 생긴 건지,

백월의 손은 문을 지나지 못했다.


“J 씨.”

“하아, 알았어.”


J는 백월의 옆을 지나쳐 카페를 나갔다.

그러자 아이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 어떻게 돌에서 나온 거예요?”

“글쎄.”


J는 아이를 안아 올려서 카페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백월이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요.”


J는 아이를 데리고 강물을 따라 산에서 내려갔다.


백월은 카페의 문을 닫고,

카운터로 돌아가서 차가운 우유 한 잔을 내어줬다.


그것은 여우를 위한 것이었다.


“이해가 안 됩니다.”


여우는 카운터 위에 올라가,

우유가 담긴 컵을 발톱으로 톡톡 쳤다.


“무엇이?”

“왜 저 어린 인간님은 이곳에 못 들어오는 겁니까? 게다가 용님도 방금 못 나가셨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여우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다.


“저와 J 씨가 따로 행동하는 이유를 들으신 적 있나요?”


여우는 고개를 저었다.


“가끔, 저를 만나지 못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뒷세계의 자들도 마찬가지로 말이죠.”

“왜 그런 겁니까?”


백월은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들이 저를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운명이 크게 변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소원을 이뤄드리면 안 되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되겠군요.”


여우는 서글픈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의자로 내려와 사람으로 둔갑해,

우유를 한 번에 마셔버렸다.


“그럼 J 님과 따로 행동하는 이유는 용님이 만나지 못하는 자들을 위한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평소에는 제가 그의 일을 지정하는 것도 하지 않지만요.”


여우는 턱을 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럼 왜 이번에는 지정했습니까?”


백월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여우가 백월을 빤히 바라보다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알겠습니다. 그만 질문하겠습니다.”


백월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여우님도 꽤 힘이 강해지셨군요.”

“앗, 그렇습니까?”


여우는 방긋 웃으며 기쁘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여우님께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백월이 말을 끝내자마자,

서재에서 튀어나온 토끼 하나가 한 책을 테이블에 올려놨다.


낡고 찢어져 있는 오래된 책이었다.


“이게 뭡니까?”


백월은 그 책을 펼쳤다.


그 책의 안에는 커다란 홈이 있었고,

그 홈에 붉고 둥그런 보석 하나가 들어있었다.


“붉은 여우의 구슬이라고 불리던 특별한 보석입니다.”


백월은 그 보석을 꺼내서 여우의 손에 얹어줬다.

그러자 여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이걸 어떻게 하면 됩니까?”


백월은 뱀 같은 미소를 지었다.


“삼키시면 됩니다.”

“네?”


여우는 당황했지만,

백월의 말은 들어서 나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여우는 눈을 꼭 감고 구슬을 입에 머금었다.


‘아무 맛도 안 납니다··· 으으, 이걸 삼켜야 한다니!’


꿀꺽, 여우는 구슬을 겨우 삼켰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백월이 손뼉을 쳐줬다.


“잘하셨습니다. 여우님이 바랄 때, 그 구슬의 힘이 도와주겠죠.”

“제가 바랄 때 말입니까?”


그때, 카페의 문이 열리고 J가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어떠셨나요?”


J는 카운터에 앉았다.

그러자 백월은 기다렸다는 듯이 오렌지 주스가 담긴 컵을 내어줬다.


“경찰서에 데려다줬어. 미제사건이 되겠군.”

“그 옷차림으로요?”


백월은 새까만 코트 차림을 지적했다.

그러자 J는 고개를 끄덕였다.


“안 잡혀가신 게 용하네요.”

“아는 경찰이 있거든.”


J는 옆에서 꼼지락거리는 여우를 바라봤다.


“여우, 너 뭐 먹었어.”

“네? 우유를···”


J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거 말고.”


여우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용님이 주신 구슬을 먹었습니다.”


J는 백월을 바라봤다.


“그걸 줬다고? 내가 달라고 할 땐 안 주더니?”


백월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리고 여우를 바라봤다.


“작은 변덕입니다.”


J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가자. 앞세계의 일이 밀렸어.”

“앗, 네!”


여우는 다시 둔갑을 풀고 J의 어깨에 올라갔다.

그리고 그들은 카페를 나섰다.


혼자 남은 백월은 테이블에 있는 컵들을 치웠다.


“은하수의 빛이 세상을 덮으면, 검고 붉은 여우가 세상을 불태우리라.”


백월은 그리 중얼거리며 서재로 걸어갔다.



「 오두막에 가지 못한 이유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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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두막 (fin) 22.06.12 23 0 11쪽
35 오두막 (1) 22.06.11 16 0 11쪽
34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fin) 22.06.11 18 0 11쪽
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32 산불 22.06.08 22 1 10쪽
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29 새로운 얼굴 (fin) 22.06.05 20 0 11쪽
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9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1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3 2 11쪽
23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7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19 오래된 추억 (1) 22.05.27 26 0 10쪽
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17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6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2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7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30 1 12쪽
11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3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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