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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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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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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9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6.0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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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어린 여우와 가족 (2)

DUMMY

여우는 한동안 그 집에 사는 인간을 관찰했다.

아이는 여우를 너무 좋아해서 학교에 갔거나 숙제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은 여우의 앞에 있었다.

남자도 여우를 좋아했지만, 집에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여자는 여우의 밥을 챙겨주고 아침에 나갔다가 밤에 들어오고는 했다.


‘인간은 먹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합니다. 절 밖에 내보내 준다면 닭이든 생선이든 잡아 와 줄 수 있는데 말입니다.’


여우는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더 그들과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들의 생활을 더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 어둡고 쓸쓸한 창고에서는 그들의 삶을 제대로 엿볼 수 없었다.


“에이! 고민만 하면 뭐합니까!”


어느 날 여우는 울타리를 가볍게 뛰어넘어 갔다.

그리고 문 앞에서 아이가 이 창고의 문을 여닫을 때를 생각했다.


‘분명 이걸 잡고 아래로 내렸습니다.’


여우는 폴짝 뛰어서 앞발로 문손잡이를 눌렀다.

그러자 문은 손쉽게 열렸다.


“역시 전 천재입니다! 인간이 만든 물건은 이리도 연약한 겁니다!”


여우는 자화자찬하며 집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평일 낮이라서 그런지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여우는 새로운 세상을 탐험했다.

여우가 누워있던 쿠션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폭신한 침대부터

길쭉한 리모컨을 건드니 제멋대로 켜지는 TV까지.


“이게 다 뭡니까? 숲이랑은 너무 다릅니다!”


여우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이것저것을 관찰하고 구경하고 끄집어냈다.

인형을 뜯고, 화분을 뒤집고, 휴지를 뽑았다.

결국 집은 쓰레기가 넘치고, 난장판이 되었다.


그리고 이 처참한 광경은 학교가 마치자마자 집에 돌아온 아이의 눈에 비쳤다.


“이게 뭐야!”


아이는 여우에게 달려가서 여우의 엉덩이를 팡팡하고 쳤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여우는 기분이 나빠졌다.


“왜 그러십니까!”


아이는 구석구석을 살펴보다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발견했다.

여우가 뜯어버려서 천이 찢기고 솜이 튀어나온 인형.

그것은 이미 걸레짝이 되었다.


“생일 선물로 받은 인형인데!”


아이는 화가 단단히 나서 여우에게 소리쳤다.


“나가! 나가버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여우는 당황해서 귀를 젖히고 꼬리를 내렸다.


“왜 그러십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한 겁니까?”


아이는 엉엉 울었다.

여우는 아이가 우는 모습에 몹시 놀라며 조심조심 현관으로 걸어갔다.


“아, 알겠습니다!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현관 앞에 도착한 여우는 뒤를 몇번 돌아보다가 계단을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뭐야, 여우잖아. 왜 나왔어? 아니 어떻게 나왔어?”


남자가 몸을 숙여서 여우를 반겼다.

그러자 여우는 남자에게 달려가서 꼬리를 흔들었다.


“아니, 글쎄 당신네 딸이 나가라는 거지 않습니까. 전 집을 조사했던 것뿐입니다!”


남자는 캥캥거리는 여우의 울음소리를 듣다가 여우를 데리고 집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엉엉 울고 있는 아이와 집의 상태를 발견했다.


“흐아앙! 아빠!”


아이는 남자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남자의 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여우가, 여우가 집이랑 인형을···”


여우는 남자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내 잘못입니까? 내가 뭘 잘못한 겁니까?”


남자는 여우와 아이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한숨을 내쉬고 작게 웃었다.


“아빠가 더 좋은 인형 사줄게. 여우는 저게 뭔지도 몰랐을 거야.”

“그렇지만···”


남자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마법같이 아이의 눈물이 쏙 들어갔다.


“그래, 우리 딸이 가지고 싶었던 그 고양이 인형으로 사줄까? 아빠가 일하는 곳에서 나오는 그 인형.”

“진짜? 그 커다란 인형?”


아이는 울던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바라봤다.

그러자 남자는 활짝 웃으며 아이를 달래줬다.


“그래, 그 커다란 인형. 사실은 우리 딸 주려고 예약해뒀었지.”

“정말? 와! 아빠 최고야!”


아이는 남자에게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목에 팔을 감고 방긋 웃었다.

남자도 아이를 안아주며 허허 웃었다.


‘인간은 정말 이해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울다가 갑자기 웃습니다.’


여우는 그들의 앞에 앉았다.

둘은 잠시 서로를 안고 있다가 집안을 다시 바라봤다.


“그 전에 청소부터 해야겠다.”

“여우도 하라고 해! 여우가 그랬는걸!”


여우는 움찔거렸다.

아이가 여우를 노려보고 있었지만, 여우는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그래. 엄마 오기 전에 빨리 치워버리자.”

“응!”


남자와 아이는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이리저리 움직였다.

깨진 건 버리고 떨어진 건 주워서 올려뒀다.


‘인간의 마음은 아직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들이 움직이는 원인은 아마도 저일 테니, 도와줘야겠습니다.’


여우도 물어서 옮길 수 있는 것은 옮겨주기로 했다.

장난감이나 휴지 각 같은 것을 옮겨서 중앙에 모으고, 숨어있는 먼지랑 흙을 앞발로 긁어모아 줬다.


“어떱니까! 저도 이런 건 자신 있습니다!”


여우가 캥캥거리자, 아이는 여우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휙 돌렸다.


“흥!”


아이는 여우를 용서할 마음이 없어 보였다.

아이의 알 수 없는 행동에 여우는 왜인지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아이의 주변을 콩콩 뛰며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보십쇼! 저도 했습니다! 무시하지 마십쇼!”


아이는 여우를 피해서 도망을 다니다가 남자에게 달려갔다.

남자의 뒤에 숨어버린 아이가 여우에게 혀를 내밀었다.


“하하, 화해하려면 한참은 기다려야겠어.”


아이의 행동에 단단히 화가 난 여우는 아이를 따라서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자 아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도 흥입니다. 당신 같은 인간은 싫습니다!”


남자는 아이와 여우를 보고 크게 웃었다.

여우도 아이도 남자가 웃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래도 아이는 그를 따라서 크게 웃었다.

여우도 그들을 따라서 웃어보았다.


여우는 조금씩 그들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 드디어 왔다!”


남자는 약속했던 커다란 고양이 인형을 아이에게 줬다.

검은 고양이가 검은 중절모를 쓰고 있는 독특한 인형이었다.


“여보, 자기 것도 있어.”

“뭐야··· 이 나이에 인형이라니.”


여자에게는 아이에게 줬던 것보다 훨씬 작은 인형을 줬다.

가방에나 달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액세서리용 인형이었다.


“워낙 인기가 많아서 이것밖에 못 구하겠더라고.”

“뭐 어때. 고마워.”


여우는 그들이 행복하게 웃는 것을 지켜봤다.

꼬리를 흔들며 그들의 행복을 나눠 받았다.


“그나저나··· 저 여우는 언제 산으로 보낼 생각이야?”


여자의 말을 들은 여우는 꼬리를 세우고 긴장했다.

그러자 남자는 부드럽게 웃었다.


“무슨 소리야. 여우도 우리 가족이지. 그렇지?”

“응!”


아이는 품에도 다 들어오지 않는 크기의 고양이 인형을 꼭 안았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듯이 웃었다.


“계속 키우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게? 생닭 값도 많이 나가고.”

“괜찮아. 안 들키면 되지. 그리고 돈은 내가 많이 벌잖아.”


나긋하게 웃는 남자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는 여자.

저렇게 보여도 둘은 분명히 서로를 사랑하고 있었다.

여우는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여우는 어느 한 날에 멍하게 현관을 바라봤다.

비가 오는 날이었다.


“여보세요? 어, 딸. 그래? 알았어~”


남자는 차 키를 챙기고 겉옷을 입었다.

그러자 여우는 급하게 남자의 바지를 물었다.


“지금 나가면 안 됩니다! 좋지 않은 기운이 느껴집니다!”

“얘가 왜 이래? 다녀와서 놀아줄게.”


남자는 여우를 떼어내고 현관문을 열어 손을 흔들었다.

여우는 현관문이 닫히는 것을 지켜봤다.


아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여우는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에 재빠르게 집을 나갔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러 밖으로 나가려는 남자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엘리베이터는 문이 닫혀버렸다.


‘아래로 내려갔을겁니다.’


여우는 달리고 또 달렸다.

계단을 통해서 엘리베이터를 쫓았다.

1층에 도착하고 나서는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아갔다.


하지만 여우의 다리보다 엘리베이터가 더 빨랐다.

남자는 이미 차를 타고 저 멀리 떠나버렸다.


“···끼잉”


여우는 비를 맞으며 그 차를 바라봤다.

여우는 더 이상 그 남자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여우는 더 이상 그들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여우는 도망쳤다.

숲으로, 산으로··· 그들의 기억 너머로 도망쳤다.

카페에서 빌렸던 존재를 지워주는 스카프를 사용한 것이다.

여우는 그들의 기억에서 여우의 존재를 지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라면 여우는 그들에게 미움받는 존재가 될 테니까 말이다.


···


“그런데 왜 갑자기 인간이 되고 싶은 거죠?”


여우는 고개를 추욱 내리고 꼬리로 몸을 감쌌다.


“키가 훨씬 커버린 그 남자의 아이와 만났기 때문입니다! 그 아이는··· 무척이나 슬픈 냄새가 났습니다.”


백월이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그렇다면 당신의 소원은 다른 방식으로 이뤄줄 수 있겠군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하나의 조건이 필요합니다.”

“조건?”


백월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가게의 문이 열리고 황금색 벼가 가득 피어있는 밭의 모습이 보였다.


“새하얀 벼를 찾으세요. 그것을 삼키면 하루 동안은 원하는 모습으로 둔갑할 수 있을 겁니다. 당신이 벼를 찾는 동안, 저는 당신이 소원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여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열린 문으로 뛰어갔다.

백월은 여우를 보다가 J를 바라봤다.


“안 도와줄 거다.”


J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러자 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당신은 뒷세계의 주민을 싫어하시니까요.”


J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벼가 가득 자라나 있는 그 밭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뒷세계의 주민을 사랑하시죠. 그렇죠?”


J는 아무 말 없이 카페의 문을 닫았다.

백월은 웃으며 테이블을 닦았다.


“그럼 다음 손님은 정해졌군요.”


백월은 미소를 지으며 메뉴판에 적힌 메뉴를 조금 고쳤다.


작가의말

6월이 찾아왔습니다.

이번 달도 힘내봅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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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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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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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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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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