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5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6.11 00:31
조회
17
추천
0
글자
11쪽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fin)

DUMMY

서진하는 느린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멍하게 화면을 바라봤다.


「 어촌생활 팁 」

큼지막하게 적힌 문구 아래로 채소를 키우는 법, 낚시용품 추천 등이 적혀있었다.


‘모아둔 돈 바닥나기 전에 뭐라도 키워서 팔든가 해봐야지.’


서진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골에 오기 전에는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무심결에 창문을 바라봤다.

어느덧 노을이 지고 있었다.


‘은하수는 포기해?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 아니, 끝은 봐야지.’


서진하는 컴퓨터를 끄고 방의 불을 껐다.

그리고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웠다.


‘여기까지 온 이상 은하수 사진은 꼭 찍고 만다.’


그리고 서진하는 눈을 감았다.


서진하는 어린 날의 꿈을 꾸었다.

그는 아득히 먼 곳에서 빛나던 별똥별을 따라서 해변으로 달려갔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커다란 은하수와 마주한 것이다.

은빛으로 빛나는 별들의 무리를 따라 강처럼 흐르던 별들···

새까만 밤하늘을 밝게 비춰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것은 해가 떠오르는 동시에 서진하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또 이 꿈이야. 또.’


서진하는 손을 뻗었다.

꿈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그 은하수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은하수는 항상 도망치고 사라졌다.

그리고 그 꿈의 끝에는···


서진하는 눈을 떴다.

분명 잠에서 깨어났는데, 서진하는 방파제에 누워있었다.

차가운 바람이 피부로 느껴졌다.


‘언제 여기로 왔지? 몽유병이라도 생겼나?’


서진하는 몸을 일으키다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장비를 발견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하늘을 올려봤다.

언제나 같은 어둡고 흐린 하늘이 보였다.


“거참···”


서진하는 누워있던 그 자리에 누워서 계속해서 하늘을 바라봤다.


― 쏴아아, 촤아···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고양이의 울음소리도 들려온다.


“야옹!”


서진하는 눈을 돌려 고양이를 바라봤다.

고양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뭐야. 어떻게 왔어?”


고양이는 앞발로 서진하의 이마를 눌렀다.

말랑한 발바닥이 느껴짐과 동시에 얼음 같은 차가움도 느껴졌다.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서진하는 몸을 일으켜서 고양이를 잡았다.

그러나 고양이는 잡히지 않았다.

그의 손이 고양이의 몸을 통과했다.


서진하는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양이를 바라봤다.


“먀아!”


고양이는 방파제를 이리저리 걸어 다니다가 바다로 뛰어들었다.

서진하가 뛰어내리는 고양이를 잡으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고양이가 떨어진 곳을 멍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야? 어떻게 돌아가는··· 아, 손전등.”


서진하는 옆에 있던 손전등 하나를 들어서 바다를 비췄다.

고양이는 역시나 보이지 않았다.


“···”


고양이를 애탄 눈으로 찾던 서진하의 귀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의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그 목소리를 따라 서진하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빛나는 별이 가득한 은하수가···


‘아니, 이건 은하수가 아니라···”


은하수처럼 보이는 그것은 커다란 눈을 뜨고 서진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몸에 우주를 담은 듯한 커다란 은빛 용이었다.

서진하는 급하게 옆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찍으려고 했지만, 그것은 찍히지 않았다.


― 저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찍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커다란 날개를 퍼덕였다.

그리고 그 머리가 순식간에 서진하의 앞에 다가왔다.

그 머리는 커다란 건물만 했다.


― 그러나, 당신의 소원은 저를 찍는 것. 특별히 사진을 찍는 법을 알려드리지요.


그것은 커다란 눈으로 서진하를 주시했다.

서진하는 공포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 백월. 제 이름입니다.


백월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카메라에 그 모습이 비쳤다.

카메라에 담아도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서진하가 카메라를 들고 덜덜 떨고 있으니, 그것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 제가 두려우시죠?


서진하는 카메라를 내렸다.


“다, 당연히 무섭지···요.”


그것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빛이 모여서 한 남자가 되었다.


“그때 느꼈던 것도 공포였을 겁니다. 고양이의 모습을 한 저를 봤을 때도 느끼지 않았나요?”


공포.

서진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귀여운 고양이를 보고도 두려움을 느꼈던 자신을 생각했다.


‘저건··· 사람이 다가가면 안 되는 거야. 이런 괴물일 줄 알았으면 안 찾아다녔어.’


서진하는 시선을 아래로 두고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저도 모르게 백월이 드높은 존재라는 걸 알아챘다.


“당신은 저의 본 모습을 본 이상, 평범한 삶을 이어가지는 못하겠죠. 한 가지 제안하겠습니다.”


백월은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 카메라를 빌려주시면 당신의 기억을 지워드리겠습니다. 어쩌면 기억뿐만이 아니라 체질까지도 바뀌겠군요.”


백월은 서진하의 카메라를 가리켰다.


“왜 이 카메라가 필요한··· 건가요?”

“소원은 한 사람당 한 번. 그 이상을 하려고 하면 저도 무언가를 받아야 합니다.”


백월은 서진하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꾹 눌렀다.

그러나 서진하는 기분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당신이 잊고 싶다고 생각했으니, 당신이 선택하시면 됩니다.”


서진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메라를 바닥에 내려놨다.


‘카메라야 언제든지 다시 살 수 있고···’


서진하는 눈을 감았다.


― 짤랑,

방울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 물결이 퍼지는 느낌이 들었다.

서진하는 천천히 의식이 사라지고, 잠에 빠졌다.


― 짝짝짝.


누군가의 손뼉 소리가 들려왔다.

백월은 손가락을 튕겨서 서진하와 그의 물건들을 사라지게 했다.

그리고 손뼉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백월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가 그를 보고 있었다.

붉은 머리에 째진 눈을 한 사람이었다.


“도깨비들이 말하던 독특한 용이지?”


백월은 저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좋지 않은 기운을 풍긴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어떤 소원이든 이뤄주는 독특한 용. 들어보니 사람이었던 시절이 있다는 모양인데.”


그는 키득키득 웃다가 붉은 검을 꺼냈다.

붉은 검에는 어떠한 힘이 담겨있어서, 백월의 눈에도 보였다.


“그 힘을 넘겨.”


백월은 차분하게 미소를 지었다.


“거절하겠습니다.”

“그럼 어쩔 수 없이 뺏어야겠군.”


그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지만, 백월은 여유롭게 웃었다.


“뒷세계의 주민을 갈고 엮어서 만들어낸 검이군요. 원통하다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는 갑자기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백월은 순식간에 검을 피해 근처에 있던 트럭 위로 올라갔다.


“이런, 저를 만나고 싶었던 사람은 하나가 아닌 모양이군요.”


백월은 트럭 위에서 한숨을 내쉬며 붉은 검을 바라봤다.


“아쉽게도 저는 사람을 해치는 일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뭘 중얼중얼하는 거야?”


백월은 계속해서 검을 바라봤다.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이 트럭에 가까이 다가갈 때쯤에, 백월은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백월은 트럭에서 뛰어내려 바닥에 착지했다.

검을 들고 있는 사람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백월에게 달려들었다.

백월은 그 공격을 피하지 않았다.


그 검은 백월의 복부에 정확하게 꽂혔다.

검에서 검은 글자가 이리저리 튀어나왔다.


“하, 하하!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그는 웃으며 백월에서 조금 떨어졌다.

검이 꽂힌 백월은 바닥에 주저앉고는 눈을 감았다.

그러나 잠든 것도 숨이 끊어진 것도 아니었다.


백월은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가여운 것들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은 급하게 백월에게 다가갔다.


“잠깐, 뭐 하는 짓이야?”

“나와 함께 가자. 그것에서 벗어나 나의 것이 되거라.”


그가 백월의 근처에 다가가자마자 백월의 주위에는 노란 보호막이 쳐졌다.

검에서 빠져나오던 검은 글자는 점점 사라졌다.


“말은 족쇄요, 말은 열쇠니.”


백월은 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는 급하게 그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저기 너희들을 가둔 자가 지켜보고 있구나.”


그 순간, 보호막 안에 토끼 형태의 도깨비들이 여러 마리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그를 빤히 바라봤다.


“뭐야! 어떻게···”

“원래는 더 거대하신 분이었나 보군요.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며, 갈라지고 쪼개져서 이런 작고 귀여운 모습이 된 모양입니다.”


백월의 주위에 있던 보호막이 점차 사라졌다.


“그래도 복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보호막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 토끼들은 분주히 움직였다.

백월이 자기 배에서 뽑아낸 검을 받아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마구 때려가며 움직이려고 하는 그에게 다가갔다.


“제발, 제발···”


그는 그날···


···


“어떻게 됐습니까?”


여우가 눈을 반짝이며 물어봤다.

옆에 있던 토끼들이 쿡쿡 웃었다.


“똑같이 검에 봉인해줬어요!”

“우리랑 같은 시간을 보낸 뒤에 풀어줄 생각이에요!”


백월이 손가락을 튕겨서 붉은 검을 꺼냈다.

붉은 검은 새까만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오오! 인간을 봉인한 건 처음 봅니다!”


여우는 신기하다는 듯이 검을 바라봤다.


“이제 더 이상 사람이라고 부를 수도 없겠네요. 화와 액에 눈이 뒤집혀서 결국 재난을 불러오는 요괴와 다를 것이 없어졌어요.”


백월이 들고 있던 검을 뺏어간 것은 다름이 아닌 J였다.


“그럼 이건 내 소유로 하겠어. 불만은 없지?”


백월은 고개를 끄덕이고 칼집을 내어줬다.

J는 그 검을 칼집에 넣었다.


“언제 봉인이 풀리는 거지?”

“1년 정도 남았군요.”


J는 칼집에 담긴 검을 바라봤다.

칼집에 넣었는데도 검은 기운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럼 저 토끼들은 원래 한 도깨비였단 말입니까?”

“네, 짐승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그런 존재였겠죠.”


백월의 말을 들은 토끼들이 카페를 통통 뛰어다녔다.


“칭찬받았어!”

“칭찬받았어!”


백월은 그들이 귀엽다는 듯이 후후 웃었다.


“그럼 그 용 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버린 인간은 어떻게 됐습니까?”

“그분은 절 잊어버리시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 모양이에요. 하지만···”


백월은 말하기를 꺼리다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생의 목적을 잃어버린 거나 마찬가지여서, 폐인처럼 살다가 가셨답니다.”

“엑! 그렇게 끝나는 이야기라니, 해피엔딩이 아니었습니까?!”


여우는 깜짝 놀라서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던 J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여우는 테이블에서 폴짝 뛰어내려 J의 어깨에 올라갔다.


“어디로 가시나요?”

“내가 가야 할 곳으로.”


백월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카페의 문은 차가운 바람과 함께 열렸다.


“J 씨가 필요한 사람이 한 명 있어요. 근처에 있는 강을 따라서 북쪽으로 걸어가세요. 작은 오두막이 있을 겁니다.”


J는 고개를 끄덕이고 여우와 함께 카페를 나갔다.

문이 닫히기 전에 백월은 말을 꺼냈다.


“돌아오시면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해요.”

“아이?”


J가 고개를 돌려 카페 안을 보려고 하자마자 카페의 문은 닫혔고, 점차 사라져갔다.

J는 한숨을 내쉬었다.



카페에 남은 백월은 미소를 지으며 사진 하나를 바라봤다.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백월을 찍어준 단 한 장의 사진이었다.


“세상에는 머리로는 잊어도 마음은 잊지 못하는 분도 많더군요.”




「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

fin.


작가의말

표지를 바꿔봤습니다!

여우(인간으로 둔갑한 모습)가 메인으로 있는 표지입니다!

매번 많은 관심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좀 더 공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2.06.15 20 0 -
공지 22화, 오래된 추억 (4)부터 글 쓰는 방식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습니다. 22.05.30 32 0 -
36 오두막 (fin) 22.06.12 22 0 11쪽
35 오두막 (1) 22.06.11 16 0 11쪽
»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fin) 22.06.11 18 0 11쪽
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32 산불 22.06.08 22 1 10쪽
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29 새로운 얼굴 (fin) 22.06.05 19 0 11쪽
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8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3 2 11쪽
23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6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19 오래된 추억 (1) 22.05.27 26 0 10쪽
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17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6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6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29 1 12쪽
11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2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