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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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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93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6.05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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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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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얼굴 (fin)

DUMMY

백월은 여우가 가져온 약초로 차를 내어줬다.

김배지가 그걸 마시고 한숨을 내쉬었고, 백월이 그녀의 앞에서 접시를 닦고 있었다.


“여기서 말한 건 다 비밀로 보장해주시겠죠?”

“네. 저는 확실히 보장해드립니다.”


백월은 그렇다고 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김배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최근에 시끄러웠던 제 이야기를 들었나요?”

“네, 마약 사건이죠? 기자가 조작했다던 그 사건.”


김배지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자기가 겪었던 일을 술술 말했다.


“사실, 그건 조작된 사건이 아니에요. 제 아들이 일으킨 사건이죠. 전··· 몰랐다고도 할 수가 없네요. 알고 있었는데도 돈을 줬던 제 잘못이에요.”


김배지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울상을 지었다.


“아들이 구속되는 건 보고 싶지 않고, 또 제 일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거금을 들여서 입막음했어요. 하지만 보세요. 아직 사람들은 저와 제 아들을 마약범으로 취급하고 있잖아요.”


김배지는 스마트폰으로 기사나 인터넷 게시판의 댓글을 보여줬다.

백월이 눈을 감고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지옥에 떨어질 것들이 뭘 멋대로 이런 말만 하는지! 하아···”


백월은 그녀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듣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배지는 다시 한 번 차를 마시고는 말했다.


“우리 아들과 날 범죄자로 보는 것들을 전부 없애주세요. 그런 기사가 나지 않았던 걸로 해도 좋아요. 원래 명성 그대로 돌려주세요.”


백월은 새하얀 눈을 뜨고 김배지를 바라봤다.

백월의 눈에는 김배지가 까만 그림자처럼 보였다.


“그게 소원인가요?”

“네.”


백월은 상냥하게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좋지 않은 소식이 두 개 있군요.”


여우가 카운터 뒤에서 꼼지락거리다가 조심조심 김배지의 뒤로 걸어갔다.


“첫 번째, 저는 그 소원을 이루어드릴 수 없습니다. 있었던 일을 없는 것으로 만드는 건 신이라도 못할 겁니다.”


여우는 검은 상자 같은 것을 물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하나둘 천천히 발을 움직였다.


“두 번째. 제가 아닌 타인이··· 다른 손님께서 들어버렸다면, 비밀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 짤랑,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여우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김배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문을 바라봤다.


“손님이 있었어요? 왜 그걸 안 말해준 건가요?”


백월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김배지는 이를 갈며 문을 뛰쳐나갔다.

여우는 풀숲에 쏙 들어가 숨어버려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방금 나간 손님이 녹음이라도 했으면 어쩌나, 싶으신가요?”


김배지의 뒤에는 어느샌가 백월이 서 있었다.

그리고 차갑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사람의 운명은 다 그렇습니다. 조금만 건드리면 알아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김배지는 들고 있던 가방으로 백월을 치며 멀리 떨어졌다.

하지만 백월은 아프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김배지는 마치 벽을 친 기분이 들었다.


“당신은 제게 거짓을 말했습니다. 당신의 가방에도 들어있지 않나요? 그 약.”


김배지의 손에 있던 가방은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백월의 손에 나타났다.

백월은 김배지의 가방의 지퍼를 열어서 뒤집었다.

가방에서 떨어지는 수많은 약 봉투가 바닥에 나뒹굴었다.


“아들에게 모든 죄를 넘길 생각이었나요?”


백월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소름 끼치게 아름다웠다.

아름다운 백월에 비해서 김배지는 너무나 추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이건 내가 담은 게 아니야! 혹시나 이게 기자나 경찰에게 넘겨지기만 해봐! 당신 가게는 이제 끝이야!”


김배지는 땅에 떨어진 봉투를 쓸어 담았다.


“귀한 약초를 먹였는데 모든 것을 실토하지 않으시다니. 놀랍군요.”

“무슨 소리야! 나한테 뭘 먹인 거야?”


백월은 손거울 하나를 꺼내서 김배지에게 보여줬다.

거울에는 김배지가 아닌 하얀 약초 하나가 비치고 있었다.


“이 약초는 마신 자의 마음을 열어주고 생각하던 것을 전부 말하게 해주는 효능이 있습니다. 처음 보시나요? 그러시겠죠. 이 세계의 것이 아니니.”


백월은 손목에 있던 시계를 잠시 바라봤다.

백월의 눈에 그 시계가 무슨 시간을 가리키는지 보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백월은 그 시계를 읽은 것처럼 말을 꺼냈다.


“아, 제가 착각했군요. 앞으로 5분 뒤에 모든 것을 실토하게 될 겁니다. 하루가 지날 때까지 말이죠.”


김배지는 겁에 질린 얼굴을 하고 가방을 그대로 놓고 달려갔다.

백월은 그녀를 잡지 않았다.


김배지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백월의 앞에 여우가 다가왔다.

검은 녹음기를 물고, 말이다.


“잘하셨습니다. 그건 J 씨에게 돌려주세요.”

“알겠습니다!”


여우는 후다닥 길을 달려갔다.

그리고 풀숲 하나에 폴짝 뛰어 들어갔다.

백월은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다시 카페의 문으로 들어갔다.


카페의 문은 점점 투명해지더니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도망쳤던 김배지는 입을 틀어막고 자길 기다리는 차에 올라탔다.


“괜찮으십니까?”

“자, 잔말 말고 집으로 가!”


김배지는 자기가 잘못했다는 사실보다 그 잘못을 덮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컸다.

겁에 질린 것처럼 보이는 김배지를 달래주기 위해, 운전사는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서는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 노래가 들려왔다.


신나고 밝은 노래에 비해 김배지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강마리는 메이크업을 받았다.

순박한 감독의 제안이 들어와 드라마의 조연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좋아. 새로운 인생 시작이야, 강마리. 아니 이제 최미래지.’


강마리는 예쁘게 된 메이크업을 다시 한번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대기실에 있던 라디오에서 뉴스 소리가 들려왔다.


“국회의원 김배지의 마약 의혹이 사실로 밝혀져···”


강마리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야. 그 기자가 쓴 두 번째 기사잖아··· 내 이야기도 다시 나오겠네.’


“최미래 씨, 촬영 들어갑니다.”

“네!”


강마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급하게 대기실을 나왔다.

그러자 그녀의 메이크업을 해주던 아티스트들이 서로 속삭였다.


“저 사람 뭐야? 낙하산?”

“감독님이랑 친한 사이라더라.”


그 이야기는 문 너머에 있는 강마리에게도 들렸다.


‘속닥거릴 수 있는 것도 오늘까지일걸?’


강마리는 킥킥 웃으면서 촬영장으로 가볍게 걸어갔다.


“대본은 외우셨죠? 짧은 촬영이에요. 끝나면 다시 대기해주세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강마리는 익숙하게 연기를 했다.

하지만 강마리의 마음대로 연기가 이어지지 않았다.

몸에 배겨있던 연기가 이미 몸에서 빠져나온 듯했다.

연기를 하는 강마리가 느끼기에도 엉터리의 연기가 나오고 있었다.


“잠깐, NG! 잠시만요.”


감독인 최수현이 촬영장으로 뛰어와 강마리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왜 그래. 너 프로잖아.”


강마리는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었다.


“나, 나도 모르겠어. 왜 이러지?”


최수현은 고민하다가 강마리의 어깨를 잡고 힘을 불어넣었다.


“할 수 있어. 겁 먹지 마. 하던 대로만 해.”


최수현이 다시 돌아가고 나서 강마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카메라에 대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다시 촬영 들어갑니다! 3, 2, 1···”


하지만 이번에도 그다음에도 계속해서 강마리는 실수를 이어갔다.

최수현이 아무리 감독이라고 해도 그걸 계속해서 눈감아줄 수는 없었다.


“잠시 쉬었다가 배우 교체할게요.”


강마리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상황이었다.

분명 프로일 터인 자기가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 건지,

강마리는 이해할 수 없었다.


강마리는 근처에 앉아서 머리를 식혔다.

그녀에게 다가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


강마리는 최수현에게 문자를 남겨두고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진짜 0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거야?’


강마리는 다시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에 치가 떨려왔다.

아역 때부터 쌓았던 그 실력을 21살, 실제 나이는 더 많은 강마리가 지금 당장 익힐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강마리···”


누군가가 뒤에서 강마리를 불렀다.

강마리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바뀌고 나서는 자기를 아는 사람은 소수밖에 없었다.


“네가 먼저 꼬리 쳤잖아.”


강마리는 천천히 눈을 돌려서 뒤를 바라봤다.

그곳에는 칼을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처음 보는 남자였다.


“너 하나 때문에!”


그 남자는 칼을 휘두르며 강마리에게 뛰어왔다.

강마리는 급하게 도망쳤지만, 촬영을 위해서 신었던 하이힐이 방해됐다.

결국 하이힐이 벗겨져 넘어져서···


― 푸욱,


···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는 자가 있었다.

백월은 어느 건물의 옥상에 서 있었다.

무슨 상황인지는 눈이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유명한 기자의 철저한 조사로 보복조차 못 하게 됐을 김배지. 스캔들이 터지고 나서 죽을 운명이었던 강마리. 그리고 그녀를 죽이는 것은···’


남자는 칼을 떨어뜨리고 크게 웃었다.


‘그녀와 사귀는 사이였던 이창원.’


백월에게 소원을 빌어서 얼굴을 바꾼 이창원.

그는 강마리 때문에 자기 인생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얼굴을 바꾸고 이것저것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이혼하고 나서 들어오는 돈조차 없었기에 전부 실패했다.


‘그걸 복수하기 위해서 칼을 갈았다. 원래 운명과는 조금 달라졌지만, 운명을 찾긴 했군요.’


이창원은 건물 위에 있는 백월을 바라봤다.


“이렇게 되는 것도 알고 있었나? 그래서 나에게 그런 조언을 했었지? 괴물 같은 녀석!”


이창원은 낄낄 웃으며 터벅터벅 길을 걸어갔다.

백월은 눈을 감고 표정을 구겼다.


‘괴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생각하고 있는 것을 그만둬라. 그 조언을 듣고도 살해를 선택한 것은 당신이 아닙니까.’


백월은 건물의 기둥에 만들어져 있는 카페의 문을 바라봤다.

그러자 카페의 문이 천천히 열리며 J가 걸어 나왔다.


“별일이군. 표정이 썩었어.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나?”


J는 백월의 표정을 재밌어하며 관찰했다.

그러나 백월은 금세 평소 같은 표정으로 변했다.


“이번 일은 J 씨 덕분에 빨리 처리됐네요.”


J는 다시 표정을 구겼다.

그리고 J의 어깨에 올라와 있는 여우를 가리켰다.


“이 여우나 데려가.”


여우는 충격을 받은 듯이 입을 벌리고 J를 바라봤다.


“여우 님은그곳에 있고 싶으신 게 아닌가요?”


백월의 말에 여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J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커피.”


백월은 후후 웃으며 카페로 걸어갔다.


“드디어 입맛이 변했나요?”

“시끄러워.”


카페의 문이 닫힐 무렵에 아래는 시끄러워졌다.

구급차가 강마리를 데리고 갔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그 모습을 찍고 있었다.



「 새로운 얼굴로 변해도 안은 달라지지 않는다. 」

fin.


작가의말

조금 찝찝하게 에피소드가 끝났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뒷세계 주민의 이야기입니다.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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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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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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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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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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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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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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