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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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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79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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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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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게임 속 세상 (1)

DUMMY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방에서 담요를 뒤집어쓴 사람이 있다.

타닥타닥, 타닥타닥···


“민혁아, 밥 먹어야지.”


살짝 열린 문으로 중년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는 반응조차 하지 않았다.

그가 끼고 있는 헤드셋이 소리 전달을 방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는 문을 쾅 소리가 열 정도로 세게 열고 소리쳤다.


“박민혁!”


그제야 헤드셋을 벗은 박민혁은 짜증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여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박민혁의 어머니였다.


“불도 안 켜고··· 어휴, 이게 몇 달째야?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방에 틀어박혀서!”


여자는 투덜거리며 방의 불을 켜주고는 다시 거실로 향했다.

박민혁은 다시 모니터를 바라봤다.


“아씨, 잠시 안 봤다고···”


화면은 이미 흑백으로 변해 버렸고, 모니터 하단에는 사람들의 채팅이 올라오고 있었다.


「 구운왕만두 뭐함? 튕김? 」

「 ㅋㅋㅋㅋ아 다 죽었네 」구운왕만두, 그것은 박민혁이 이 게임에서 쓰는 닉네임이었다.

지금 그는 이 게임에 있어서 가장 높은 난이도의 던전을 공략 중이었다.


『 ㅈㅅㅈㅅ 엄크 뜸ㅋ 』


그와 함께 게임을 하는 길드원들은 대부분 서로 얼굴도 나이도 모르는 사람이지만, 박민혁에게 있어서는 둘도 없는 친구들이다.


「 엄크는 쌉인정이지 」

「 ㅋㅋ 나도 곧 뜰 듯 잠시 쉬었다 가죠? 」

「 10분 뒤에 집합ㄱㄱ 」


박민혁은 10분을 기약하고는 거실로 나갔다.

그의 어머니가 화가 잔뜩 난 표정을 짓고 있어도 박민혁은 상관하지 않았다.


박민혁은 눈 깜짝할 사이에 차려진 음식을 먹어치우고는 다시 방으로 향했다.


“민혁아, 잠깐 나 좀 보자.”


박민혁의 어머니가 그를 잠시 멈춰 세우려고 했지만, 박민혁은 그 말을 무시하고 방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빨리 돌아가서 자리에 앉지 않으면 길드원들이 재촉하고 있을 것이 뻔했다.


「 구운왕만두만 오면 된다 」

「 언제옴? 」


아니나 다를까, 길드원들은 아직 10분도 되지 않았는데도 빨리 오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나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새X들.’


박민혁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헤드셋을 끼고 키보드에 손을 올렸다.


「 형 왔다 」


박민혁의 하루는 이런 식이었다.

어머니가 차려준 음식을 먹고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해서 하루를 끝낸다.


생산적인 활동은 하나도 하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지도 않고 자신을 꾸미지도 않았다.


그는 자기가 게임 속으로 들어간 것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박민혁의 규칙적인 게임 생활에 소음이 들려온 것은 어느 날이었다.

그의 메신저로 한 광고가 날아온 것이다.


「 소원을 이뤄드립니다. 」


그 수상쩍은 문구 아래에는 화상통화용 링크가 있었다.

그 링크의 프로그램은 박민혁은 평소에도 몇 번 사용하던 거라, 조금이나마 의심이 풀렸다.


‘어차피 아니다 싶으면 나가면 되니까. 어떤 중2병이 이런 걸 보냈는지, 얼굴이나 봐야겠다.’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링크를 클릭하자마자, 어떤 은발의 남자가 찍히고 있는 영상이 박민혁의 화면에 가득 채워졌다.


“뭐야, 이거 왜 이래?”


그는 이 프로그램은 몇 번이고 써봤을 터였는데, 이렇게 갑자기 화면을 가득 채워버리는 경우는 처음 본 모양이었다.

게다가 다시 창 모드로 되돌리려고 해도 키보드나 마우스가 먹히지 않았다.


화면에 보이는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반갑습니다. 소원을 이뤄드리러 왔습니다.”


‘뭔 헛소리야··· 조용히 있으면 알아서 사라지겠지.’


박민혁은 숨을 죽이고 저 남자가 자신의 모니터에서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남자는 박민혁의 대답을 계속해서 기다리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


“당신이 모니터 앞에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무슨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박민혁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의 컴퓨터는 카메라가 달려있지 않고, 하물며 캠도 설치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을 볼 수 있다는 소리인가.


박민혁은 화면 속의 남자에게 혀를 내밀며 조롱했다.


“혀를 내민다고 하셔도 슬프거나 불쾌하진 않습니다. 아무리 말해도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 이 상황이 더 슬프네요.”


박민혁은 자신이 혀를 내밀었다는 사실을 알아채 버린 그 남자의 말에 놀라 그만 뒤로 넘어져 버렸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집에 몰래카메라 설치한 거 아냐? 아니, 요즘 우리 집에 손님은 안 왔던 것 같은데···’


“제 말에 반응해주신 건 좋은데, 아직도 대화해주지 않으시군요. 곤란하네요. 소원에 관한 건은 다음으로 미뤄 볼까요.”

“잠깐!”


박민혁은 캠을 끄려고 하는 남자를 순간적으로 막았다.

몰래카메라도 캠도 없는데 이곳을 볼 수 있다면, 자신이 빌던 소원을 이뤄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소원은 당연히 있지! 말하면 뭐든 이뤄줄 거야?”


화면 속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날 게임 속 세상으로 들어가게 해줘! 이세계도 좋아! 뭐든 이딴 세상보단 낫겠지!”


그 말을 들은 남자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양손을 들어 올리더니 손뼉을 쳤다.


짝, 한 번의 맞물림은 박민혁의 시야를 어지럽혔고,

짝, 두 번의 맞물림은 이 세상을 뒤집었고,

짝, 세 번의 맞물림은···


박민혁은 급하게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누군가를 발견했다.


“눈을 뜨셨군요.”


금발에 긴 생머리를 한 아름다운 여신이었다.


“세상은 어둠으로 뒤덮였습니다. 세상을 더럽히는 악마의 왕, 마왕을 처리해주시길 바랍니다. 이제 이곳을 구할 사람은 당신밖에 없어요.”


박민혁은 뻔한 게임 스토리의 내용을 구구절절 말하는 여신을 제쳐놓고, 자신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했다.

스테이터스 창을 보고 싶다고 생각만 했을 뿐인데, 그의 눈앞에는 여러 가지 숫자가 적힌 창 하나가 떠올랐다.


‘뭐야···’


박민혁은 어떻게 게임 속으로 들어왔는가,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의 창에 있는 자신의 스테이터스가 상당히 낮게 설정되어 있다는 것에 더 신경을 썼다.


‘먼치킨은 아닌가? 아쉽네.’


“저기, 용사님··· 듣고 계시나요?”


박민혁은 그 목소리를 듣고 공손하게 양손을 모으고 있는 여신을 다시 바라봤다.

그리고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빨리 튜토리얼이나 시작해. 스킵 기능 없어?”

“네? 어···”


여신이 우물쭈물하다가 박민혁의 뒤로 커다란 포탈을 만들어냈다.

포탈의 밖으로 어느 마을의 모습이 비춰 보였다.


“그렇지! 이거지~ 뭐, 선물은 없어?”

“네··· 죄송하지만, 제가 줄 수 있는 게 없네요.”


박민혁은 짧게 혀를 차고 여신이 열어준 포탈로 뛰어들었다.

그 덕분에 바로 마을로 나올 수 있었지만, 박민혁이 사용한 포탈은 사라져버렸다.


주변에는 잡상인의 소리와 여러 사람의 불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벨업부터 해볼까. 아직 1레벨, 적어도 오늘 안에 30레벨은 만들어야지.’


박민혁은 마왕을 잡는 자기 자신을 상상하며 자기가 들고 있는 것부터 확인했다.

나무 검, 낡은 가죽옷··· 등등, 대부분이 초보 모험가에게나 끼울법한 장비였다.

그는 겸사겸사 스킬도 확인해봤지만, 스킬 창에는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았다.


‘와, 이걸 언제 키워.’


이 모든 것중에서 가장 쓸모있는 것은 하나였다.

그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지도, 그 지도에는 레벨별 추천 사냥터도 적혀있었다.


‘1레벨이 사냥할 만한 곳··· 아, 찾았다.’


초보자도 사냥이 가능한 곳은 다행히도 이 마을의 근처였다.

박민혁은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 사냥터로 이동했다.


풀이 가득한 곳에 푸른 물방울 같은 슬라임들이 폴짝폴짝 뛰어놀고 있었다.


‘마을 퀘스트는 일단 미뤄두고, 여기서 5레벨은 만들자.’


박민혁은 슬라임 하나에게 다가가 나무 검을 높게 들어 올리고 그대로 내리찍었다.

하지만 슬라임은 별다른 타격을 느끼지 못하고, 물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모양만 변형될 뿐이었다.


“어?”


슬라임은 박민혁에게 달려들었다.

슬라임의 끈적한 액체에 닿은 몸은 녹아내릴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으아악! 뭐야, 시X!”


박민혁은 무기를 던져버리고 슬라임에게서 도망쳤다.

살면서 이런 고통을 느껴본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피부에 닿아서 이 정도의 고통이면, 눈 같은 약점에 닿았다면···

박민혁은 상상하는 것을 그만뒀다.


마을로 돌아온 그는 숨을 몰아쉬며 다친 부위를 내려봤다.

징그럽게 파인 몸은 더 이상 자기 몸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그가 고통에 몸부림을 치는 도중에 친절한 마을 주민 하나가 그에게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이걸 마셔보세요.”


주민은 박민혁에게 상처약을 내어줬고, 박민혁은 그것을 받아서 벌컥벌컥 마셨다.

그러자 몸은 깔끔히 치료되면서 아픈 곳도 사라졌다.


“휴, 고마워요.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그런데 왜 다쳐서··· 아, 혹시 모험가이신가요? 그렇다면 모험가 길드로 가보세요.”


주민은 어느 큰 건물을 가리켰다.

이 작은 마을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고풍스럽고 큰 나무 목재 건물은 누가 봐도 저곳이 중요한 곳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았다.


“아, 감사합니다. 왜 저길 가볼 생각을 안 했지?”


박민혁은 주민에게 꾸벅 인사하고 모험가 길드라는 곳으로 걸어갔다.


···


남자는 몰래 박민혁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가 슬라임이 뱉은 산성 용액에 고통스러워하는 것도, 친절한 척하며 주민과 대화하던 것도···


“이번 소원은 꽤 오래 걸리겠군요.”


남자는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머리에서 커다란 황소의 뿔 같은 것이 자라났고, 머리도 새까맣게 변해버렸다.


“연극이라는 것에 중독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네요.”


남자는 후후 웃으며 등에서 자라난 검은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갔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는 은둔형 외톨이인 ‘박민혁‘의 이야기입니다.


아차, 그리고 내일은 잠시 쉬어갑니다.
표지를 만들어 올 생각이거든요! 잠시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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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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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7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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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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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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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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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 게임 속 세상 (1) 22.05.21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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