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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0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19 23:40
조회
41
추천
2
글자
10쪽

첫사랑은 언제나 (1)

DUMMY

“저,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안경을 낀 소녀가 양손을 꽉 쥐고 눈을 반짝이며 은발의 남자에게 말했다.

남자는 답지 않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네?”


안경을 낀 소녀, 유미래는 밝게 웃으며 다시 한번 소원을 말했다.


“사랑이 뭔지 알려주세요! 그게 제 소원이에요!”


...


오늘 아침, 유미래는 노트북을 들고 이곳저곳을 서성이고 있었다.

즐거운 방학을 맞아서 그녀가 쓰고 있는 글의 영감을 받으려고 한 것이다.


유미래는 꿈이 있었다.

유명한 소설가가 되어서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꿈.

그녀는 아직 학생이지만, 많은 작품을 올리며 차곡차곡 명성을 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소설지망생인 유미래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녀가 쓸 수 있는 것은 판타지라는 장르 하나 뿐, 소설가가 될 사람인데 사랑을 적어낼 수 없었다는 것이 그녀에게 있어서 큰 흠이었다.


‘사랑을 해봤어야 알지···’


실질적으로 독자들이 좋아하는 것은 사랑 이야기였다.

유미래는 미래를 위해서라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그런 그녀에게 한 줄기의 빛이 나타난 것이다.


“카페··· 코그?”


그녀는 이 카페를 알고 있었다.

요즘 SNS에서 소문이 자자해서 학교의 친구들도 알고 있는 카페,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이게 진짜 있네···’


유미래는 카페의 문손잡이를 잡고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그 문을 열었다.


그러자 담백한 커피 향과 부드러운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작은 카페, 그 카페의 문이 열렸다는 것을 알리는 방울이 울렸다.


― 짤랑,


“어서 오세요.”


눈을 감도 있는 은발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유미래를 반겼다.

유미래가 인터넷에서 봤던 글에 적힌 그대로였다.


그래도 그녀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스마트폰을 켰다.

카메라 앱을 들어가서 천천히 남자를 카메라에 비춰본다.


그렇게 하면 카메라에 찍히는 것은···

그래, 아무것도 없었다.


액정 너머로 본 카페는 은발의 남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물건과 메뉴판만이 보일 뿐이었다.


‘진짜 카메라에 안 찍히잖아··· 와, 진짜였네.’


남자는 약간 불쾌하다는 듯이 표정을 찡그렸다.

하지만 웃음을 머금은 입은 이미 웃는 표정 그대로 굳어버린 건지 변하지 않았다.


“요즘은 이 카페도 유명해진 모양이군요. 소문이라는 것이 퍼지고 퍼져서 결국 이토록 유명해질 줄이야··· 다음에 한 번 정리를 해둬야겠네요.”


남자는 혼자서 중얼거리다가 다시 찡그린 표정을 풀고 자기 가슴에 손을 얹어서 정중하게 인사했다.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Cafe: Cog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문대로 잘생겼고, 매너도 좋고··· 유니폼도 엄청나게 어울려!’


유미래는 멍하게 그 인사를 받으며 남자를 찍을 수 없다는 사실에 실망했다.

그녀는 저 아름다움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그렇다고 생각하니, 조금 기분이 나아졌다.


“소원 말해도 돼요? 저, 저 생각해둔 게 있거든요!”


남자는 당돌한 유미래의 말을 듣고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네, 신중하게 하나만 빌어주세요.”



그리고 상황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저, 사랑을 하고 싶어요!”

“네?”


그녀의 소원은 남자가 들어주기 힘든 소원이었다.

사랑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의 감정 중 하나다.

남자는 사람의 감정을 제멋대로 바꾸는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사랑인가요··· 곤란하네요. 그건 당신의 감정이지, 제가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네? 뭐든지 이뤄주는 곳이 아니었나요?”


유미래는 고개를 숙이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는 신비의 카페에 도착한 사람인데도 자신의 소원은 이뤄지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슬플 수밖에 없었다.


“잠시 제 눈을 봐주시겠나요?”


남자의 말을 들은 유미래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눈? 안 보이는 게 아니었나?’


그리고 유미래는 남자의 은빛 눈동자와 마주했다.

남자의 눈은 차갑고 날카로운 모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처럼 다정하게 유미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당신은 사랑을 알게 해줄 사람을 소개해드리는 것이 좋겠군요.”


남자는 다시 두꺼운 속눈썹을 덮고는 카운터 아래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작은 금색의 종이었다.


남자는 종의 손잡이를 잡고 부드럽게 흔들었다.

하지만 종에서 그 어떤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건 뭐에요?”


호기심이 가득한 유미래는 소리가 나지 않은 종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남자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유미래가 종을 구경할 수 있게끔 카운터 테이블에 내려놨다.


― 짤랑,


잠시 기다리자, 카페의 문이 열리고 검은 머리의 남자···

J가 들어왔다.


“뭐야. 왜 불러.”


J는 툴툴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남자는 그에게 오렌지 주스 한 잔을 내어줬다.


‘친한 사람인가 봐···’


유미래가 J를 잠시 바라보고 있으니, 그는 시선을 느끼고 유미래를 바라봤다.

칠흑 같은 머리와 눈동자, 오똑한 코와 갸름한 턱···

유미래는 저런 인상을 잘 알고 있었다.


“왜 그렇게 보고 있지?”


J의 동굴 같은 목소리가 유미래의 심장을 울리게 했다.

그래서일까, 유미래는 멍하게 그를 바라봤다.


“다행히 마음에 드신 모양이네요. 그녀의 소원을 이뤄드리기 위해 그녀의 남자 취향을 살펴봤습니다만, 당신과 외모가 비슷하더군요. 아마 성격도···”

“야, 너···”


남자의 속셈을 알고 있다는 듯이 남자를 노려보던 J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안 할 거야. 뭘 시키던 안 해.”


J가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남자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거절했다.

하지만 남자는 오히려 J를 놀리듯이, 거절을 거절하는 듯이 해설을 하고 있었다.


“사랑을 원하는 소녀와 사랑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남자의 만남이 시작되려고 했습니다···”

“미쳤냐?”


J가 그토록 좋아하는 오렌지 주스도 마다하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였다.

유미래가 J의 소매를 잡은 것이다.


“세상에··· ‘지옥으로 환생했다.’의 주인공이랑 똑 닮았네요! 어떻게 된 거예요? 제 머릿속에서 꺼내오신 건가요? 제 최애캐란 말이에요!”


유미래는 흥분한 나머지 J가 기분이 나빠져서 나와버린 구겨진 표정을 알아보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그 표정이 유미래가 원하던 표정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요! 그 표정이에요! 완전 똑같아. 표지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아요!”


J는 이 어이없는 상황에 질려서 돌아가고 싶었지만, 카운터에 있던 남자마저도 그의 옷깃을 잡아버려서 그럴 수가 없어졌다.


“자, 빚을 갚을 시간이지 않나요? 이때까지 소원도 계속 들어 드렸는데.”


J는 힘없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아까 내어줬던 오렌지 주스를 한 번에 들이마시고는 유미래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머리에 대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깨비가 따로 없군.”

“그렇네요.”


J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를 제쳐두고, 유미래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내가 뭘 해줬으면 하지?”


유미래는 J의 소매를 놓아주고 안경을 치켜올리며 고민했다.

그리고 하나의 답이 튀어나왔다.


“그래, 데이트하죠!”

“뭐?”


유미래는 순진무구한 미소로, 기대에 찬 눈으로 J를 바라봤다.

그리고 맞은 편에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도 마찬가지였다.


유미래는 J가 듣지 못한 건가 싶어져서 다시 한번 그 단어를 외쳤다.


“데이트!”


J는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져 오는 것 같았다.


“연기만 해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녀의 소원은 ‘사랑’이 뭔지 알고 싶다는 소원이니까요.”


유미래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며 남자의 말에 긍정을 표현했다.

그런다고 해서 J의 기분이 나아질 리는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J는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이때 동안 저 은발의 남자가 이뤄준 소원을 생각해봐도 수십, 아니 수백 가지인데··· 이런 부탁 하나를 거절하는 것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는가.


“좋아. 연기라면 해줄 수 있어.”

“와아! 고마워요! 이름이 뭐예요? 그 소설이랑 같나요?”


J의 대답을 들은 유미래는 신난 표정으로 곧바로 이름을 물어봤다.


“J, 그렇게 불러.”

“네! 알았어요!”


유미래가 원했던 소설 속 주인공의 이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그림으로 밖에 못 보던 캐릭터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그럼 다 같이 데이트 장소로 이동하죠.”


남자는 기쁜 표정으로 케이크 두 접시를 내밀었다.

하얀 생크림이 가득한 딸기 케이크였다.


“어··· 케이크? 데이트 장소로 간다고 하지 않았나요?”

“먹어보면 알게 될 거예요.”


유미래는 조심스럽게 J를 바라봤다.

J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내어진 케이크를 포크로 찍어서 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유미래는 그를 따라서 접시 옆에 있는 작은 포크로 케이크를 조각냈다.

그리고 그 작은 조각을 입으로 옮겼다.


우물우물,

달콤한 생크림의 맛과 안에 들어있는 딸기 조각의 향이 유미래의 입에 울려 퍼졌다.

새콤한 향기와 달콤한 맛의 조합은 조금 수수하지만, 그만큼 기본적이고 완벽한 맛을 자아냈다.


“이거 완전··· 어?”


유미래의 눈앞은 카페가 아닌, 어느 공원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주변에는 몇 쌍의 커플이 한가로운 공원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곳은 거짓된 세계, 제가 만들어낸 곳입니다.”


유미래에게 말을 건 것은 그녀의 뒤에 있던 은발의 남자였다.

그의 뒤에는 J의 모습도 보였다.


“그럼 저 사람들도 다 만들어진 건가요?”

“그렇습니다. 모두 제가 만들어낸 환상이죠. 그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는 이곳에서 데이트를 즐겨보시는 건 어떤가요?”


‘데이트···’


유미래는 J를 바라봤고, 그와 눈이 마주쳤다.


J는 귀찮다는 듯, 안 좋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렇게 하기 싫다고 하는 사람과 데이트를 해봤자 무슨 재미를 느낄 수 있겠는가 싶지만, 그래도 유미래는 좋은 영감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에 가득 찼다.


이 연극은 계속되었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는 가볍게 진행하려고 합니다.

유미래의 로맨스 영감 찾기 대작전, 지켜봐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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