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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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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4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31 03:35
조회
22
추천
2
글자
11쪽

어린 여우와 가족 (1)

DUMMY

― 짤랑,


누군가가 카페에 들어왔다.

카페의 문을 연 것은 다름이 아닌 스카프를 맨 어린 여우였다.


“···”


그 여우와 눈이 마주친 사람은 다름이 아닌 J였다.

그는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테이블에 내려두고는 여우를 노려봤다.


“무, 뭘 그렇게 보시는 겁니까! 여우 처음 보십니까!”


여우는 사람의 말을 하며 앞발 하나를 들어 올렸다.


“아. 뒷세계 주민이었군.”


J는 이제야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여우가 가게에 들어온 줄 알았던 모양이다.


“그러는 당신은 인간이 아닙니까! 용님의 카페에 왜 인간이 있습니까!”


여우는 캥캥 울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때 카운터 뒤에 있는 문이 열리고 토끼 하나가 튀어나왔다.


“어! 붉은 여우님이 아닌가요?”


어린 여우를 부르며 토끼 하나가 나오자, 다른 토끼들도 우르르 튀어나왔다.


“붉은 여우님이 오셨어?”

“점장님, 여우님이 오셨어요!”


토끼들은 폴짝폴짝 뛰면서 여우를 반겼다.

저 토끼들이 문에서 다 빠져나온 뒤에야 은발의 용, 백월도 그 모습을 보였다.


“아, 오랜만입니다.”


여우는 백월을 보자마자 어쩔 줄 몰라 하더니 크게 외쳤다.


“용님! 스카프를 돌려 드리러 왔습니다!”


여우는 의자를 폴짝 뛰어넘어 카운터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앉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백월은 여우의 목에 달린 스카프를 풀어서 곱게 접었다.


“그리고 또 용건이 있죠?”


여우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이 테이블을 방방 뛰었다.

그 덕분에 J의 오렌지 주스에 여우털이 오소소 떨어졌다.


“···”


J는 한숨을 내쉬고 주스가 담긴 컵을 옆으로 치웠다.

그래도 여우는 멈추지 않았다.


“역시 용님입니다! 사실은 소원이 있어서 왔습니다!”

“넌 발을 멈추면 죽는 병이 있냐? 좀 가만히 앉아 있어.”


여우는 J의 말을 듣고 나서야 테이블에서 내려와 의자에 앉았다.

테이블이 높아서 그런지 여우의 귀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러면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J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가 의자로 가랬냐? 앉아 있으라고 했지.”


여우는 아하! 하고 소리를 내더니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후후, 처음 만난 사이인데도 사이가 좋군요.”


백월은 웃으며 컵을 치웠다.

그리고 테이블 위로 떨어진 붉은 털을 닦아냈다.


“용님! 저는 아직 어린 요괴지만, 인간으로 둔갑하는 법을 빨리 배우고 싶습니다! 방법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여우는 눈을 반짝이며 소원을 말했다.

그러자 백월이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그건 소원으로 받아줄 수 없겠군요.”


여우가 충격을 받은 얼굴로 꼬리와 귀를 추욱 내렸다.

백월은 잠시 팔짱을 끼고 고민하더니 다시 말을 꺼냈다.


“아, 그래도 그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여우는 다시 귀를 쫑긋거리며 백월을 바라봤다.


“제가 방법을 알려드리기 전에 왜 인간으로 둔갑하고 싶은 건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여우의 작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꽤 예전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



몇 년 전, 여우는 산에서 뛰어놀고 있었다.

새와 인사를 하고 토끼들을 놀래주며 크게 웃었다.

여우의 장난은 항상 도가 지나쳤다.


‘역시 요괴들을 괴롭히는 건 재밌습니다.’


여우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맛있는 닭고기의 냄새를 느꼈다.

뒷세계의 주민이기 때문에 아무것도 먹지 않아도 괜찮았지만, 음식의 유혹은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여우는 폴짝폴짝 뛰어서 그 냄새가 나는 곳으로 달려갔다.


― 딸깍


그리고 여우는 무언가를 밟아버렸다.

기계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땅에서 날카로운 날이 여우의 발을 물어버리고 만 것이다.

그것은 사람이 설치한 덫이었다.


“끼잉! 아파! 도와주세요! 누구 도와줄 사람 없습니까!”


여우는 목소리를 내며 아픔을 호소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를 도와주지 않았다.

여우가 놀래주던 토끼들은 꼴좋다고 말했고,

여우가 산을 뛰어다녀서 피해를 본 도깨비들은 킥킥 웃으며 지나갔다.


덫을 설치한 사람도 돌아오지도 않았다.

사람이 지나는 길이 아니라서 덫을 풀어줄 만한 사람도 찾아오지 않았다.

여우는 허송세월을 보내며 점점 심해지는 고통만 느끼고 있었다.


어느 날, 견디다 못한 여우가 아우우 하고 울음소리를 냈다.

누군가가 이 소리를 듣고 자길 구해줬으면 했다.


“아우우! 아우우우!”


― 바스락


한참을 울었을까, 누군가가 풀숲을 헤치며 여우에게 다가왔다.

그 발소리는 사람의 발소리였다.


여우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 풀숲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 풀숲에서는 초등학생쯤 돼 보이는 여자아이가 튀어나왔다.


“여우! 역시 여우였어!”


여우는 뒷세계의 주민이면서 앞세계의 짐승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 아이의 눈에도 여우의 모습이 보였다.


아이는 후다닥 달려가 여우의 상태를 살펴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우의 발에 덫이 걸린 것을 알아챘다.


“여우야, 기다려! 아빠 데려올게!”


아이는 왔던 풀숲을 다시 헤쳐 나갔다.

여우는 한숨을 내쉬며 자기 다리를 바라봤다.


“어차피 인간은 못 믿습니다! 아우우!”


여우는 한참을 울면서 기다렸지만, 아이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왔지만,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래서 인간은 싫습니다.’


여우가 오늘은 그만 포기할 생각을 할 즘이었다.

다시 바스락, 하고 풀숲이 움직이더니 환한 손전등에서 나온 빛 두 줄기가 여우를 비췄다.

여우는 눈이 부셔서 눈을 감았다.


“정말 여우가 있네···”

“그렇지? 내 말 맞지?”


거대한 덩치의 남자와 낮에 봤던 그 아이였다.

아이는 여우에게 달려가 다리를 비췄다.

그러자 남자도 여우의 다리를 살폈다.


“어, 어떻게 인간이 한밤중에 올 생각을 한 겁니까! 밤의 산은 위험한 걸 모릅니까?”


여우가 그들에게 이렇게 외쳐도, 그들은 여우의 울음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래그래. 풀어줄 테니까, 물지만 말아라.”


남자는 들고 있던 손전등을 입에 물고 장갑을 끼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능숙하게 여우의 발목을 잡고 있던 덫을 해체했다.


“오? 오오! 감사합니다!”


여우는 감사 인사를 한 뒤에 숲 깊은 곳으로 뛰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다리의 상처 때문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여우는 풀썩 앉아버렸다.


“어떡해. 많이 다쳤나 봐! 집에 데려가면 안 돼?”


남자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장갑을 낀 손으로 여우에게 손을 뻗었다.


“안 그래도 됩니다! 하루만 쉬면 낫습니다!”


여우의 울음소리에 놀란 남자는 움찔거리다가 다시 천천히 여우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여우의 뒷덜미를 잡고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여우는 크게 반항하지 않았다.


“얌전하네··· 좋아. 데려갈까?”

“응!”


여우는 그걸 계기로 그들의 집에 가게 됐다.

여우를 안은 남자가 집에 들어가자마자 집 안에 있던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그게 뭐야! 여우 아니야?!”


남자는 당황한 얼굴로 상황을 설명했다.

하지만 여자는 여우를 이 집에 들이고 싶지 않은 눈치였다.


“아무리 그래도 여우라니, 위험할지도 모르잖아! 제정신이야?”

“그러니까 예전에 쓰던 울타리에 가두고 잠시만 치료해주면 되잖아.”


남자와 여자는 사소한 말다툼을 했다.

그리고 결국 여자는 한 번 넘어가기로 했다.


“그래, 알았어. 근데 여우 때문에 누가 다치기만 해 봐. 내가 당신 가만 안 둘 거야!”


남자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괜히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딸, 들었지? 여우한테 갈 때는 조심해야 해.”

“네!”


여우는 조용히 그 대화를 듣다가 갸웃거렸다.


‘이렇게 싸울 거면 그냥 숲에 버리고 가면 되지 않습니까. 인간은 이상합니다.’


남자는 애완동물용 울타리를 꺼내서 그 안에 푹신한 쿠션을 두고 여우를 내려뒀다.

여우는 이토록 낮은 울타리는 금세 뛰어넘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길 도와준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그만뒀다.


“얌전히 있어야 한다. 다 나으면 숲으로 돌려보내줄게.”


여우는 울음소리를 내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누가 키우던 여우인가··· 그러고 보니 목에 스카프도 있네.”


여우는 울타리 안에서 냄새를 맡았다.


“호오, 꽤 좋은 냄새가 납니다! 달콤한 냄새입니다!”


남자는 여우가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라고 하며 방을 나갔다.

여우는 남자가 나가는 것을 보다가 푹신한 쿠션을 발로 꾹꾹 눌러봤다.

이런 감촉을 느끼는 건 처음이었다.


‘이건 설마··· 안에 동물의 가죽이 들어간 겁니까? 인간은 잔혹합니다!’


여우는 솜을 몰랐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푹신한 쿠션이 싫지는 않았기에 그 쿠션에 누웠다.


여우의 다리에서는 계속 피가 나고 있었다.

여우는 계속해서 흐르는 피가 불편하고 신경이 쓰여서 그 자리를 핥았다.

그때, 남자가 들어와 여우를 말렸다.


“야야야! 안 돼!”


여우는 남자를 바라봤다.

남자는 붕대와 약을 한가득 들고 들어왔다.

애완동물용 소독약과 연고였다.


“붕대부터 감아줄 걸 그랬어.”


남자는 여우가 있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여우의 앞에 앉았다.


“뭐, 뭡니까!”


여우가 울음소리를 내자, 열려있는 방문의 틈 사이로 아이도 여우를 바라봤다.

남자는 두꺼운 장갑을 끼고 여우의 다리를 살짝 잡았다.


“제발 물지 마라···”


남자는 중얼거리며 소독약을 톡톡, 여우의 상처에 뿌렸다.


“따가워! 따갑지 않습니까! 지금 해보자는 겁니까?”


여우가 화를 내자, 남자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졌다.

그리고 한 바퀴 굴러 여우를 다시 바라봤다.

여우도 역시 남자를 바라봤다.


“무는 거 아니지? 십년감수했네. 가만히 있어. 치료해 주려는 거잖아.”

“그런 겁니까? 말을 하지 그랬습니까!”


여우는 다시 다가온 남자에게 다리를 내어줬다.

남자는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계속해서 응급처치를 해줬다.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발라서 붕대를 감았다.


“더 아프지는 말아라. 병원까지 데려가려면 내 아내가 뭐라고 할지 모르거든.”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금방 낫습니다. 걱정 마십쇼!”


여우가 꼬리를 살랑거리자, 남자는 소리를 내 웃었다.


“똑똑한 녀석이네.”

“아빠! 이제 보러 가도 돼?”


아이가 문밖에서 그렇게 물어보자, 남자는 울타리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남자는 방의 불을 끄며 아이를 말렸다.


“내일 일어나서 보자. 주말이니까 학교도 안 가도 되잖아.”

“으응, 알았어···”


아이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남자의 말을 따라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인간은 나쁘다고 들었는데 이상합니다. 왜 요괴를 도와주는 겁니까?’


여우는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았다.


‘정말 이상합니다.’


여우는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여우는 한동안 그들과 함께 지내보기로 했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는 뒷세계의 주민인 여우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여우와 그 여우가 만난 가족의 이야기를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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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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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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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8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3 2 11쪽
23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6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19 오래된 추억 (1) 22.05.27 26 0 10쪽
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17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6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6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29 1 12쪽
11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2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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