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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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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94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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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5.23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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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게임 속 세상 (2)

DUMMY

“소원을 이뤄준다는 게 정말인가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그날, 노을이 지는 가게에서 작은 거래가 이뤄졌다.

하나밖에 빌지 못하는 소원을 단 하나밖에 없는 무언가를 위해···


···


“이 맛이지!”


박민혁은 사냥터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자기 몸보다 큰 검을 가볍게 휘두르며 주변에 있는 몬스터들을 쓰러뜨렸다.


그는 모험가 길드라는 곳에 들어간 이후로 모든 것이 생각대로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짭짤한 의뢰를 받아, 그것을 완수하면 레벨이라는 것이 쑥쑥 올라갔다.


‘이제 34레벨··· 이거 장난 아니네. 1레벨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게임이야.’


박민혁은 가면 갈수록 강해지는 자신에 심취했다.

혼자 스테이터스 창을 보며 히죽거릴 정도로 말이다.


‘일단 던전을 찾아야겠어.’


박민혁은 전설의 무기가 잠들어 있다는 소문의 던전을 알아냈다.

그의 스테이터스 창에 찍혀있는 행운의 수치는 42.

다른 능력치보다는 작은 수치지만, 유니크 아이템을 얻어낼 수 있는 정도는 되는 수치였다.


‘그나저나 비밀 지도는 받긴 했는데···’


박민혁은 의뢰 보상으로 받아낸, 던전 입구를 안내하는 지도를 펼쳤다.

지도에는 기다란 외길에 커다란 나무와 원숭이, 과일 같은 것이 중간중간에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던전의 입구같이 생긴 동굴의 모양이 있었다.


‘이 커다란 나무는 여기가 맞을 텐데, 여기서부터 어디로 가야 하는 거지? 원숭이는 몬스터를 뜻하는 건가?’


박민혁은 아까부터 커다란 나무 근처를 빙글빙글 돌며 주위를 살폈지만, 원숭이는커녕 지도에 그려진 과일조차 찾지 못했다.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그는 여관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내일 다시 찾아와야겠어. 이 근처는 밤에 강한 몬스터가 나온다고 했으니까.’


박민혁은 내일을 기약하며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무언가가 박민혁의 앞에 나타난 것이다.


빛나는 원숭이 모양의 몬스터.

그것은 나무의 위에 앉아서 박민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밤에만 나타나는 발광 원숭이··· 저걸 까먹고 있었네.’


원숭이는 그를 잠시 바라보다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갔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가다가 멈춰서 다시 그를 바라봤다.


‘따라오라는 것 같은데···’


밤에는 위험한 몬스터가 나온다.

하지만 밤에만 등장하는 발광 원숭이가 중요한 단서일지도 모른다.


보물과 위험한 몬스터의 사이에서 갈등하던 박민혁은 켜져 있는 스테이터스 창을 힐끗 보다가 결심했다.



‘뭐 어차피 게임 세상이고,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이 근처의 몬스터는 순식간에 없앨 힘도 있고, 4차원 주머니처럼 뭐든지 다 들어가는 작은 배낭에 포션도 가득 들어있다.

박민혁은 그 사실만으로도 두려움이 싹 사라졌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지.’


박민혁은 원숭이를 따라 걸었다.

원숭이는 그와 일정 거리를 두며 나무와 나무 사이를 계속해서 이동했다.


한참을 그렇게 걸었을까.

완전히 해가 진 뒤에야 원숭이는 바닥으로 내려왔다.


박민혁은 도착한 이 장소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커다란 나무에 달린 푸른 별 모양 과일이 별처럼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끼끼!”


원숭이는 작은 울음소리를 내더니 저 멀리 뛰어가 버렸다.

박민혁은 원숭이가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침을 꿀꺽 삼키고 나무에 다가갔다.


나무의 커다란 줄기에는 커다란 구멍이 있었는데, 그 구멍 사이로 은은한 빛이 나고 있었다.


“이게 던전의 입구?”


박민혁은 나무 사이에서 흐르는 빛에 손부터 집어넣어 봤다.

손은 빛에 흡수되듯, 빛에 먹히듯··· 그 부분만 사라졌다.


‘포탈인 것 같네··· 가볼까.’


박민혁은 나무의 사이로 걸어갔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고풍스러운 느낌의 저택의 앞이었다.


‘동굴이 아니야.’


박민혁은 저택 주위를 둘러봤다.

은은하게 빛을 내는 꽃이 잔뜩 핀 평범한 정원이 대칭을 이루고 있었다.

정원의 중앙에 나 있는 큰 길이 그가 들어온 거대한 대문에서부터 저택의 입구까지 나 있었다.


‘이곳에 전설의 무기가 있단 말이지.’


박민혁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내버려 두고 저택의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수상한 푸른 연기가 저택에서 빠져나왔다.


그 연기에서 아무런 냄새는 나지 않았기에, 박민혁은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로 했다.


― 어머, 손님이 오셨네요. 이걸로 몇 번째 손님일까.


박민혁이 저택에 발을 들이자마자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아하지만 소름 끼치는 그 목소리는 저택의 안쪽에서 울려 퍼졌다.


― 어머, 겁을 내고 계시는가요? 그럴 필요 없답니다. 이리 오세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박민혁은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따라 저택의 깊숙한 곳으로 걸어갔다.

저택 안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푸른 연기가 더욱더 자욱해지고, 주변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박민혁은 작은 배낭에서 커다란 검을 꺼냈다.


― 어머, 무기군요. 우리를 해치기 위해 온 걸까요?

― 어머,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 어머 어머, 곤란한 분이군요.


뚝,

그나마 길을 비추고 있던 은은한 조명이 순식간에 꺼져버렸다.


“뭐···”


그리고 뒤에서 들려오는 싸늘한 목소리가···


“뭘 그리 놀라는 걸까요.”


그 목소리가 들린 직후였다.

박민혁의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버린 것이다.


“어, 허억.. 쿨럭..”박민혁은 고통을 느끼려는 찰나에,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어머, 그 정도의 실력으로 우리를?”

“곤란하네요.”


박민혁은 떨리는 눈동자로 그것을 올려다봤다.

커다란 거미의 몸통에 달린 3명의 여자.

그것들은 쓰러진 그를 보며 깔깔 웃고 있었다.


“안녕히 주무세요.”


그 소름 끼치는 목소리를 들으며, 박민혁은 눈을 감았다.


‘바보 같았다. 더 레벨을 올리고 왔어야 했어.’


새까만 세상에서 박민혁은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곳에서 죽고 싶지 않아. 난 이런 곳에서 죽을 사람이 아니야.’


의식이 흐려지는 와중에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최강의 용사라고? 마왕을 쓰러트릴 사람이라고.’


그리고 새까만 세상은 뭉개졌다.


“허억!”


박민혁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눈을 떴다.

그리고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은···’


이곳은 박민혁이 처음 왔던 마을이었다.

여신에게 부탁받아서 포탈을 타고 도착했던 그 마을이다.


박민혁은 급하게 자신의 스테이터스 창을 바라봤다.

레벨은 1, 모든 수치가 초기화된 상태였다.


‘뭐?’


그때, 하늘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첫 번째 죽음, 축하드립니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요.


박민혁은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하늘을 올려봤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 당신은 죽을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저주에 걸려버린 겁니다. 마왕의 짓인 모양이네요. 마왕을 처리하면 그런 저주는 없어지겠죠.


“게임에서 마왕을 처치할 때까지 한 번도 죽으면 안 된다고? 뭐 이런 쓰레기 게임이 다 있어! 공략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 죽지 말라고는 안 했습니다. 계속해서 죽고 다시 태어나면서 직접 공략을 찾으면 되지 않습니까.


목소리는 그 말만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박민혁이 화를 내며 하늘에 대고 소리를 쳐봤자, 아무도 듣지 않았다.


마을에 있는 주민들은 정해진 프로그램 대로 똑같이 움직일 뿐이었고, 이곳에 살아있는 진짜 사람은 박민혁밖에 없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이걸 마셔보세요.”


처음과 그대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이···

똑같은 세계가 다시 시작되었다.



박민혁은 주민이 주는 포션을 내버려 두고 한참을 달려 마을을 빠져나갔다.

정신을 놓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하염없이 달리기만 했다.


‘같은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해야 한다니, 게다가 그 아픔을 또 겪어야 한다고···?’


그에게 있어서 이곳은 지옥이었다.

자신이 바랬기에 온 곳임에도 지옥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 또 죽고 싶지 않아.”


아직도 뚫렸던 심장이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그가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려서 도착한 곳은···

몬스터의 소굴이었다.


“무어어!”

“무어어어!”


거대한 발톱이 박민혁의 살갗을, 근육을 찢었다.

그 고통은 한 번에 죽음을 경험한 아까와는 또 다른 고통이었다.


제대로 죽지도 못하고, 제대로 살지도 못하고 영혼이 녹아내릴 듯이 천천히 숨을 멈춰간다.


그리고 다시···

악몽은 첫 번째 마을에서 시작됐다.


― 두 번째 죽음, 축하드립니다.


그 무시무시하고 이해할 수 없는 목소리가 계속, 계속···

그 목소리의 주인을, 박민혁은 알고 있었다.


“주, 죽고 싶지 않아. 더 이상···”


― 무슨 소리인가요? 이것이 당신이 바라던 것이 아닌가요?


“도, 돌아가고 싶어. 이렇게 계속 죽을 바에는···”


하늘에서 싸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를 비웃는 듯한 그 웃음소리가 그의 심장을 찔렀다.


― 싫습니다.


“뭐?”


― 거절하겠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이미 이뤄줬고, 소원은 한 번만 빌 수 있으니까요. 당신이 빌 수 있는 소원은 이제 없습니다. 부디, 이 세계에서 영원히 살아가 보세요.


목소리는 그렇게 사라져버렸다.


“괜찮으세요? 이걸 마셔보세요.”


포션을 내미는 주민, 잡화를 홍보하는 상인···

박민혁은 미치광이처럼 웃었다.


“왜, 왜 그러세요?”


그리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서 중얼거렸다.


“해보자 이거지···”


박민혁은 주민의 포션을 손으로 쳐내고는 마을을 걸어 나갔다.

쨍그랑, 하고 산산이 조각난 포션 병의 조각이 그의 뒷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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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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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9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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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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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17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6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 게임 속 세상 (2) 22.05.23 32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7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30 1 12쪽
11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3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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