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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1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6.05 03:37
조회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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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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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새로운 얼굴 (2)

DUMMY

목요일 오전 10시, 어느 부동산 건물 앞···

강마리는 긴장한 표정으로 그 건물에 들어갔다.


부동산을 모방하고 있는 이 건물은 J가 뒷세계의 주민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둔 곳이다.

그리고 겸사겸사 정보꾼의 일하며 앞세계의 돈도 모으고 있다.


“오빠, 나 강마리인데···”


강마리는 사무실의 문을 열고 J를 찾았다.

J는 차분한 표정으로 강마리를 바라봤다.


“강마리? 얼굴이 많이 다른데.”


J는 그녀가 강마리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이렇게 말했다.

강마리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그게 있지. 자고 일어나니까 얼굴이 바뀌어서··· 이, 나같은 경우는 없어? 정보꾼이잖아.”


J는 강마리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심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못 믿는 건 아니다. 그래서 용건은?”


강마리는 급하게 자기 신분증을 꺼냈다.


“위조든 뭐든 좋아. 사진이랑 이름을 바꾸고 싶어.”


J는 신분증을 몇 번 보다가 다시 그녀에게 돌려줬다.


“비싸게 칠 거야.”


강마리가 그래도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J는 번호가 적힌 작은 종이를 내어줬다.


“밤에 이 번호로 연락해. 이런 쪽은 그 녀석이 확실해.”


강마리는 그 메모지를 빤히 바라봤다.

메모지에는 010이라는 숫자로 시작되는 번호 뒤에 다른 글도 적혀있었다.


「 처음 세 가지 질문에는 전부 아니라고 대답할 것 」


강마리는 J를 다시 바라봤다.

그러자 J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을 줬다.


‘이 번호 주인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조심스러워···’


강마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돈은 계좌로 보내주면 돼?”


J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마음이 변했어. 다음에 소개 값만 받을게. 줄 수 있다면 말이지만.”


차가운 그 목소리에 강마리는 잠시 소름이 돋았다.


‘장난이겠지?’


강마리는 하하 웃으며 그 말을 넘겼다.

하지만 J는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 음··· 고마워, 오빠. 다음에 한턱 쏠게.”


J는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와 다를 게 없는 J의 행동에 강마리는 가볍게 목인사만 하고 그 건물을 나왔다.

그리고 다시 한번 메모지를 꺼내 봤다.


‘밤에 연락해야 한다고?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빠 말은 무시하면 안 되니까.’


강마리는 메모지를 주머니에 넣고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동시에 J가 있는 건물에 들어가는 남자를 발견했다.


‘별일이네. 하루에 손님을 둘이나 받기도 하는구나.’


강마리는 괜히 다가가지 말자고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다.


그날 밤, 강마리는 J에게서 받은 메모지를 펼쳐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이 이어지다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 질문하겠습니다.


목소리는 기계음이 심해서 남녀를 구분할 수 없었다.


― 당신은 행복하십니까?


처음부터 들려오는 질문은 대부분 그렇다고 대답할만한 질문이었다.


“아니요.”


강마리는 메모지에 적혀있던 것처럼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다음 질문이 들려왔다.


― 당신은 깨끗합니까?


그 질문의 의도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아니요···”


강마리는 메모지를 따라서 아니라고 대답했지만, 마음이 찝찝해졌다.


― 당신이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까?


“··· 아니요.”


마지막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하자,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빵빠레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잡음이 낀 소리가 들리더니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의 아파트 앞에 있습니다. 밖으로 나와주세요.


그리고 전화는 뚝 끊어져 버렸다.

강마리는 무서웠지만, 무서운만큼 새로운 삶을 이어가고 싶었다.

꽃뱀으로 낙인찍혀서 살아가는 만큼 무서운 일은 없었다.


강마리는 여차할 때 쓸만한 경보기를 가지고 집 밖으로 나왔다.

스마트폰에는 녹음 버튼을 눌러둔 상태였다.


강마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아파트를 나가자, 어떤 남자를 볼 수 있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를 한 붉은 눈의 남자였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얼굴인데···’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사람인 것이 분명한데도 그 주변이 어두워서 누구인지 확인할 수가 없었다.

강마리는 낯설지만은 않은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저기, 전화···”

“신분증.”


남자는 손을 내밀고 강마리의 신분증을 달라고 말했다.


‘그 오빠가 미리 말했나?’


강마리는 주섬주섬 신분증을 내밀었다.

그러자 남자는 신분증을 양손으로 꾹 눌렀다.

그리고 다시 한 손을 떼서 강마리에게 신분증을 돌려줬다.


“이름은 최미래. 나이는 21살.”


강마리는 그 신분증을 바라봤다.

분명 양손으로 눌렀을 뿐일 텐데 사진도 글자도 모두 변했다.


“얼굴과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들 모든 것을 바꿀 순 없습니다.”


강마리는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며 남자를 바라봤다.

하지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뭐 어때.’


강마리는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21살이라면 뭐든 다시 시작해도 될 나이었다.


‘다시 배우로 활동해? 아니면 다른 걸 해볼까?’


강마리는 히죽히죽 웃으며 다시 아파트로 들어갔다.

자신을 지켜보는 그림자가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하고 말이다.


강마리는 이 이후로 고삐가 풀린 말처럼 이곳저곳을 다녔다.

나이도 훨씬 어려지고 인상도 더 좋아져서 어느 클럽에 가도 그녀를 환영했다.

부탁이라며 몇 시간만 클럽에서 아르바이트해달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솔직히 지금까지 모은 돈도 있고, 그냥 놀아도 되겠는데?’


강마리는 통장의 잔액을 확인했다.

확실히 많은 양의 돈이 있었지만, 평생을 일하지 않고 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평생 놀고먹긴 힘들겠네. 주식을 해? 아냐. 주식은 쫄딱 망하는 길이랬어.’


강마리는 TV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를 봤다.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이 극적으로 만나는 장면이다.


‘배우로 시작한 인생, 배우로 끝내야지.’


강마리는 기지개를 켜고 어느 곳에 전화를 걸었다.


“어, 오빠. 나야.”


강마리가 만들어둔 굵은 줄 중 하나였다.

발이 넓은 만큼 써먹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았다.


“응응, 토요일에 만나.”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녀가 전화한 사람은 순박하고 호구 잡기 좋은 남자였다.


‘플러스 5점.’


강마리는 하품하며 소파에 그대로 벌러덩 누웠다.


‘저 호구한테 빌붙어서 드라마 하나 찍어보자.’


그리고 근처에 있던 손거울을 잡아서 자기 얼굴을 바라봤다.

강아지상의 귀여운 얼굴이 보였다.


‘이 정도면 사극 여주로도 활동하겠는데? 악역만 하던 삶이 확 변하겠네.’


강마리는 키득키득 웃었다.

우울했던 감정은 이미 재가 되어 날아가 버렸다.


‘앞으로는 꽃길만 걷는 거야. 위험한 도박은 하지 말자.’


강마리는 다시 한번 배우가 된 자신을 상상하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강마리가 순박한 남자를 만나기로 한 당일,

강마리는 약속한 곳으로 먼저 나와 있었다.


“아, 찾았다. 와 진짜 많이 바꿨네. 성형 어디서 한 거야?”


커다란 안경을 쓰고 통통한 체형의 남자가 순하게 웃으며 강마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이름은 최수현, 강마리가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젊은 감독이다.


“그건 비밀. 나, 최미래라는 이름으로 개명했거든? 대충 오빠 친척이랍시고 드라마 하나만 찍어보면 안 될까?”

“어? 그것 때문에 부른 거야?”


최수현은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는 거절을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 대신 안 들키게 조심해야 해.”


강마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약속했다.


“절대로 안 들켜. 이제 진짜 조심할 거야. 약속할게!”


최수현은 강마리의 말을 믿었다.


‘예전부터 잘 믿고 잘 속는다니까.’


강마리는 억지로 웃으며 그의 비위를 맞춰주기로 했다.


“파스타 먹으러 갈까? 오빠 좋아하지? 고마우니까, 내가 살게.”


강마리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했다.

그러자 최수현이 고개를 저으며 강마리를 말렸다.


“아냐. 너 힘들 텐데 내가 살게. 그 기자 때문에 맘고생이 많다.”


최수현과 강마리는 간단하게 점심을 먹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다.

일이 들어오는 대로 연락을 주겠다는 약속도 한 뒤에 말이다.


‘저 호구가 연락을 안 줄 리가 없고, 난 식단 관리나 해야겠다.’


강마리의 새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려고 하고 있었다.


···


“용 님! 찾아왔습니다!”


여우가 카페의 문을 열고 콩콩 뛰어왔다.

그리고 하얀 약초 하나를 내려놨다.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J 님에게 물어봐도 알 필요 없다고 했습니다!”


백월은 약초를 테이블에 살포시 내려놓고 미소를 지었다.


“운명을 바꿀 작은 약입니다.”


백월은 눈을 뜨고 카페의 문을 바라봤다.


“손님이 올 시간이군요.”


그 말과 동시에 카페의 문이 열리고,

여우는 깜짝 놀라며 급하게 테이블 뒤로 도망갔다.


그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국회의원 김배지였다.


“이곳이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가 맞나요?”


백월은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잘 찾아오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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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32 산불 22.06.08 22 1 10쪽
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29 새로운 얼굴 (fin) 22.06.05 19 0 11쪽
» 새로운 얼굴 (2) 22.06.05 18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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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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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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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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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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