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3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20 03:35
조회
32
추천
2
글자
10쪽

첫사랑은 언제나 (2)

DUMMY

유미래와 J는 나란히 공원을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간질간질한 감각은 소설을 읽고 있을 때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었다.


‘뭔가 부족하네···’


유미래는 완벽한 데이트를 원했다.

글은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건데.”


모르는 사람과 걷기만 몇십분째··· 벌써 화가 난 J는 슬슬 짜증을 내고 있었다.

하겠다고 한 것은 자신이지만, 그는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자꾸 투덜투덜하시면 곤란해요. 연기해주세요. 연기.”


작고 하얀 새가 날개를 빠르게 파닥이며 J에게 말을 걸었다.

그 새는 은발의 남자가 변한 모습이었다.


J는 그를 머리를 주먹으로 가격하고 싶어졌지만,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그를 화나게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으니까.


‘애초에 화를 내기는 하는 건가, 저거.’


J와 남자가 투덕거리고 있을 때, 유미래는 부족한 무언가를 알아챘다.

데이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즐거움이다.

사랑도 즐거움이 있어야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원에서 할만한 것이···’


유미래가 적당한 것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시선을 옮길 때,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공원 하면 분수죠. 물소리를 들으면서, 꽃향기를 맡으면서 심장이 두근두근하는 그 상황을 느끼게 해주세요!”


귀찮은 상대에게 걸렸다. J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가 계속해서 둘을 지켜보는 이상은 도망칠 수도, 그것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그래.”


J가 그러자고 대답하자마자 바로 뒤에 분수가 나타났다.

그리고 유미래가 말했던 것처럼 주변에는 꽃밭이 가득했다.

바람을 타고 달콤한 꽃향기가 날아왔다.


“완벽해요! 제가 상상한 그대로네요?”


유미래는 기쁘게 웃으며 분수 앞으로 다가갔다.

분수 위에는 하얀 비둘기 모양의 동상이 있었는데, 부리로 안개꽃을 물고 있었다.

평화의 상징이어야 할 그것이 J에게는 좋지 않게 다가왔다.


“성격은 더러워가지고.”


J는 중얼거렸다.

유미래는 그것이 자신에게 말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렇다면 그 짜증이 섞인 중얼거림이 향한 곳은 대충 예상이 갔다.


“그래서, 여기서 뭘 할 건데.”


유미래는 분수 앞의 벤치에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그리고 옆자리를 툭툭 치며 이곳에 앉아달라고 부탁했다.


J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 옆에 앉았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기분이 좋아야 할 터지만, J의 심정은 아직도 좋지 않았다.


“손을 잡아보는 건 어떤가요? 데이트니까요.”


어느새 비둘기 동상 위에 나타난 하얀 새가 J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적당히 어울려주다가 갈 생각이었던 J는 억지로 화를 억눌렀다.


“하···”


쭈뼛거리는 유미래의 손을 거칠게 잡은 J는 공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남자와 손을 처음 잡아본 유미래는 이 상황이 혼란스러워졌다.

그러나 그만큼 즐거워진 것도 맞았다.


“데이트 도중에 자연스러운 스킨십은 좋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의 책이 알려줬어요.”


감정이 없는 로봇처럼 떠들던 하얀 새는 웃음소리를 내며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덕분에 이 근처는 고요해져 버렸다.


촤아아, 졸졸···

분수의 물소리가 둘의 귀를 간지럽힌다.

그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도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러다가 평생 안 끝나겠네.’


J는 유미래의 손을 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미래는 J가 떠나버리는 줄 알고 당황했지만, 그가 다시 그녀를 돌아봐 준 덕분에 안심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데이트 같은 느낌이면 되는 거지?”

“앗, 네! 사랑을 알 수 있으면 뭐든 좋아요. 영감을 얻고 싶은 거라···”


J는 유미래의 대답을 듣고는 하늘을 올려봤다.


“배경을 바꿔. 일단은 백화점으로.”

“알겠습니다.”


하늘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세상이 일그러졌다.

놀란 유미래가 눈을 끔뻑, 하고 감았다 뜨니 커다란 백화점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아···”


높고 커다란 백화점 아래에는 J와 유미래만 서 있었다.

유미래는 이렇게까지 큰 백화점은 처음 봤다.

그녀가 보기에 하늘에 있는 구름에 닿을 것 같이 거대한 건물이었다.


“뭐 해? 들어가자.”


멍하게 백화점의 건물을 바라보던 유미래의 손을 잡은 J는 그녀를 끌고 가듯이 건물로 들어갔다.

유미래는 자연스럽게 손을 잡아버리는 J의 대담함에 놀랐지만, 그는 그녀를 신경 쓰지 않았다.


“어서 오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둘을 반겼다.

은발의 남자는 검은 정장을 입고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뒤에 있는 직원 같은 사람들이 동시에 인사를 해줬다.

사람들의 목소리 때문에 백화점 안이 쩌렁쩌렁 울렸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남자는 예의바르게 손바닥으로 안을 가리켰다.


“뭐 하자는 짓이지?”


그리고 그 모습을 J가 마냥 좋게만 봐줄 리가 없었다.

J의 말을 들은 남자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해줬다.


“백화점을 통째로 대여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재벌이 되신 기분은 어떤가요?”


J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돈은 필요 없는 것이기에 이런 짓을 한다고 해도 기쁘지 않았다.


하지만 유미래는 달랐다.

이런 경험을 환상 속에서라도 해볼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다.

자기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너무 멋져요! 이런 거 해보고 싶었어요! 재밌겠다, 그쵸?”


유미래는 밝게 웃었다.

뭐, J는 그녀가 만족해서 이 세계를 나갈 수만 있다면 뭐든 좋았다.

그래서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맞춰주기로 했다.


“그럼 이쪽으로, 3층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들은 많은 직원을 지나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천천히 열리고, 옷이 가득한 세상이 유미래의 눈에 들어왔다.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많은 고급 브랜드의 옷들이 가득한 세상,

유미래의 상상 속에서나 펼쳐질 세상이었다.


“전부 입어보셔도 되고 가지셔도 됩니다. 하지만 이 세계 밖으로 가져갈 수는 없다는 점, 기억해주세요.”


유미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알겠다고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을 들은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살짝 피해줬다.


“뭐가 됐든, 가지고 싶은 옷부터 골라봐.”


드라마에서 들을 법한 말을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닮은 이가 말해준다.

유미래는 지금까지 살아있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앞장서서 주변을 둘러봤다.


이 옷도, 저 옷도 유미래의 취향에 맞는 옷이었다.


“고민되네요! 다 가져가고 싶어요~”


J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옷을 구경하는 유미래를 잠시 바라봤다.

유미래는 계속해서 고민하다가 양손에 옷을 한 개씩 가지고 J에게 다가왔다.


“고민될 때는남자친구한테 물어보곤 하죠? 어떤게 더 어울려요?”


J는 옷과 유미래를 번갈아 가며 보다가 말을 꺼냈다.


“오른쪽.”


유미래는 드라마나 소설에서 들을 법한 말을 기대했지만, J는 정말로 그녀에게 더 어울리는 옷을 골라줬다.


“엥? 전부 다 어울린다고 안 하는군요!”


유미래가 놀란 표정을 짓고 있으니, J는 오른쪽 옷을 고른 이유를 말해줬다.


“딱 봐도 너한텐 그게 어울리잖아. 머리 모양만 봐도 그런데.”


‘그렇게 자세히 봐주셨구나.’


유미래는 J의 말을 듣고 감동했다.

저렇게 무뚝뚝한 사람이 자신을 생각해서 옷을 골라준다니, 기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런가요? 고마워요! 이걸로 입고 나와도 될까요?”

“그래.”


유미래는 왼쪽의 옷을 내려두고 오른쪽의 옷을 탈의실로 가져갔다.

그녀가 옷을 갈아입을 동안 J는 직원인 척하고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은발의 남자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야.”

“무슨 일인가요?”


남자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순진한 것처럼 웃고 있었다.

J는 남자의 그런 행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 쇼핑 다음은 식사로 해.”

“알겠습니다. 쇼핑이 끝나면 말씀해주세요.”


J는 남자의 미소를 보니 이때까지 참았던 화가 치밀어오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화는 내시면 안 됩니다. 즐거운 데이트니까요. 웃으면서 해요.”

“···시끄러워.”


남자는 J의 속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J의 화는 사그라지지 않았지만, 이 상황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라면 참아야만 했다.

그래서라도 더 빨리 유미래가 만족할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했다.


“괜찮아요. 앞으로 조금만 더 하면 될 거예요.”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을 들은 J는 고개를 끄덕이고 유미래와 헤어졌던 곳으로 다시 돌아갔다.


저 남자가 아무리 괴짜라도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특히 시간에 관련된 것은 더더욱 말이다.


“앗, 기다리셨나요?”


J가 잠시 생각에 빠져있을 때, 유미래는 옷을 갈아입고 그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는 유미래의 모습을 보다가 나지막하게 말을 꺼냈다.


“잘 어울려.”

“네?”

“잘 어울린다고.”


두근,

유미래는 저 말이 이 연극에 맞춰서 나온 말인 것을 알고 있었다.


두근,

그래도 유미래는 영혼 없는 그 한마디에 이렇게나 떨림을 느끼고 있다.


두근, 두근···


“왜 그래?”


유미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챈 J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후다닥 얼굴을 가리며 소리쳤다.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자, 다음! 다음 가죠! 신발은 어떠세요?”


유미래는 급하게 신발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 그렇군. 앞으로 조금인가.”


J는 터벅터벅, 그녀를 따라 이동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좀 더 공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2.06.15 20 0 -
공지 22화, 오래된 추억 (4)부터 글 쓰는 방식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습니다. 22.05.30 32 0 -
36 오두막 (fin) 22.06.12 22 0 11쪽
35 오두막 (1) 22.06.11 16 0 11쪽
34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fin) 22.06.11 17 0 11쪽
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32 산불 22.06.08 22 1 10쪽
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29 새로운 얼굴 (fin) 22.06.05 19 0 11쪽
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8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2 2 11쪽
23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6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19 오래된 추억 (1) 22.05.27 26 0 10쪽
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17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6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6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29 1 12쪽
»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2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