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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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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88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6.07 04:32
조회
21
추천
2
글자
10쪽

작은 산의 거울 (1)

DUMMY

“친구를 찾고 싶어요.”


Cafe: Cog에 별난 손님이 찾아왔다.

그녀의 소원은 ‘잃어버린 친구를 찾는 것’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그 친구분을 찾고 싶으신가요?”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백월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따스하게 데워진 우유 한 잔을 내밀었다.

여자는 그 우유가 담긴 컵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따스한 온기가 여자의 손에 퍼졌다.


“그분의 성함이나 생김새는 기억이 나시나요?”

“이름은 몰라요.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것 같아요.”


백월은 약간 갸웃거리다가 다시 한번 질문했다.


“그럼 어디서 만났던 건지만 말씀해 주시겠나요?”


여자는 뜸을 들이며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 근처에 있는 공원··· 버려진 거울 앞이었어요.”


백월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새 모양의 설탕 공예가 꽂혀있는 작은 조각 케이크를 내어줬다.


“아! 맞아요. 이런 그림이 그려져 있었어요. 이 새!”


여자는 반가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해가 안 되는 듯한 표정도 지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걸···”

“어떻게 무늬를 알았냐고 묻고 싶으신가요?”


백월은 상냥하게 웃었다.


“그런 것도 알지 못하면 어떻게 이런 일을 하고 있겠습니까. 반드시 그 친구분을 찾아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백월의 힘으로 카페에서 추방한 것이다.

손님이 사라지고 나니 토끼들이 사방에서 튀어나왔다.


“출장인가요?”

“출장이네요!”

“우리도 할 게 있나요?”


백월은 고개를 끄덕이며 앞치마를 벗었다.

그리고 백월은 벗은 앞치마를 카운터 위에 올려뒀다.


“일단 조사부터 해야겠죠. 여러분들은 카페를 지켜주시겠나요?”

“네!”


백월은 감사 인사를 하며 카페의 뒷문으로 걸어갔다.

뒷문의 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도서관 같은 서재 하나가 나왔다.

카페에 달린 서재라고 하기에는 천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그리고 천장의 끝까지 이어져 있는 듯한 책장이 줄줄이 서 있다.


‘분명히 이 근처에···’


백월은 위를 올려보더니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책 중 하나가 새처럼 파닥이며 하늘을 날더니 백월의 손에 들어왔다.


「 701992 」

제목이 숫자로 나열되어있는,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책.

백월은 그 책을 펼쳐서 페이지를 쓱쓱 넘기다가 멈췄다.


“찾았다.”


그때, 창문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이 서재에서 커다란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책에서 빛나는 나비 하나가 튀어나와, 백월의 어깨에 앉았다.

그 나비는 백월의 눈에도 보였다.


“좋은 낮입니다.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비는 날개를 파닥였다.

그리고 열려있는 서재의 문으로 날아갔다.

백월이 그 나비를 쫓아갔지만, 이미 나비는 카페를 나가 저 멀리서 날고 있었다.


“이런··· 여러분, 저도 나가보겠습니다.”

“네~”


백월은 순식간에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나비를 쫓아갔다.

건물과 건물 사이를 날아오르듯 뛰어넘었다.

사람들은 그 누구도 백월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인연의 나비가 향하는 곳은···’


나비는 북쪽을 향해서 계속 날았다.

백월도 그 나비를 따라서 계속해서 날았다.

둘의 술래잡기는 어느 산에 도착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나비가 빙빙 돌다가 산에 있는 한 거울 위에 앉은 것이다.

그 거울의 틀은 학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하지만 그 거울은 백월에게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거울을 지탱하고 있는 틀만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도 말씀드렸지만, 당신은 너무 급합니다.”


나비는 날개를 살랑거렸다.

그리고 백월의 어깨에 다시 올라왔다.


“그래도 잘하셨습니다. 역시 당신에게 맡기면 빨리 해결되는군요.”


백월은 학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 거울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 누구냐. 힘이 있는 자로구나. 날 잡아먹으려고 온 것이냐?


힘없는 여자의 목소리는 거울 속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백월이 거울을 바라보자, 여자의 형상이 비치고 있었다.


“손님을 위해 하얀 달이 찾아왔습니다.”


여자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 백월? 그렇군. 그대가 용의 계승자인가. 소문은 들었다. 짐승들이 뒷세계도 앞세계도 지키고자 한다던 괴짜 용이라더군.


백월은 재밌다는 듯이 웃었다.


“그런 소문이 됐군요. 맞습니다. 이번에도 사람의 소원을 위해 찾아왔답니다.”


여자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 무슨 소리지?


“공원에서 사람과 대화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여자는 잠시 고민하더니, 손을 뻗었다.

그러자 거울에서 여자의 손이 튀어나왔다.

여자는 그 뒤로도 다리, 얼굴··· 이윽고 몸까지 전부 거울에서 꺼냈다.


“그래. 오랜 시간도 지나지 않았기에 아직 기억하고 있다.”


여자는 백월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자 백월의 어깨에서 날개를 파닥이던 나비가 어디론가 날아갔다.


“인연의 나비로군. 그 아이를 이곳에 부를 생각인가?”

“네, 그것이 그녀의 소원이니까요.”


여자는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소원은 이루기 힘들겠어. 나는 곧 죽을 몸이라, 인간의 앞에 나타날 정도의 힘을 쓴다면 안 그래도 얼마 없는 수명이 더 줄어들 것이다. 인간을 위해서 그렇게까지 할 의리는 없지.”


백월은 그저 웃어보았다.

그 웃음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옅은 웃음이다.


“왜 그런 표정이지?”


여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말했다.


“사람의 것에 갇혀버린 당신의 모습이 슬프군요.”


백월은 웃고 있음에도 슬프다고 말했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모순적이었다.


“그래. 이 거울만 아니었어도··· 나는 기가 좋은 곳에서 살며 늙을 걱정도 하지 않고 살았겠지.”


백월은 손을 뻗었다.


“그 감옥에서 꺼내드리겠습니다.”


백월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듬직했다.

여자는 그 손을 잡으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난 곧 죽을 몸이고, 이 거울에서 나온다고 한들 그것은 달라지지 않겠지.”


여자는 백월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가요? 그곳에서 나온다면 맑은 장소를 알려드릴 수 있는데도 말인가요?”

“흥, 인간과 만나게 하려고 하는 소리를 믿을 리가 있겠나?”


여자는 다시 거울로 들어갔다.


― 정 만나게 하고 싶다면 나의 소원도 들어주거라.


백월은 거울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알겠습니다. 소원을 말씀해주시겠나요?”


― 내 소원은··· 이 산에 있는 뒷세계의 주민만 볼 수 있는 작은 연못을 다시 보는 것이다. 그곳에 날 데리고 간다면, 네 말을 따라 그 소녀와 만나도록 하지.


백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거울에 보이던 여자는 점점 흐려져서 사라졌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나비는 인간으로 변한 여우를 데리고 왔다.

붉은 머리의 소녀로 변한 여우는 신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J 씨를 부를 생각이었는데, 이번 일은 여우 님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나비는 다시 백월의 어깨에 앉았다.

여우는 J의 이름을 듣자마자 화난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J 님이 뭐라고 한 줄 아십니까? ‘그대로 돌아오지 마.’ 랍니다! 참나!”


여우는 J의 말투를 따라 하며 발을 굴렀다.


“그것도 그의 매력이니, 마음이 넓은 여우 님께서 아량을 배풀어주세요.”


백월의 말을 들은 여우는 머리 위로 여우 귀가 폭 튀어나오더니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허리에 양손을 얹어서 ‘에헴’하는 소리를 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할 일은 무엇입니까?”


백월은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곳에 있는 특별한 연못을 찾아야 해요. 뒷세계의 주민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연못이죠. 도와주시겠나요?”

“네! 당연합니다! 금방 찾아드리겠습니다!”


여우는 사람의 모습에서 여우의 모습으로 변한 뒤에 풀숲 사이로 뛰어갔다.

백월은 여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웃으며 중얼거렸다.


“오래 걸리겠군요. 저도 찾다가 올 테니 나비 님은 카페로 돌아가 주세요.”


나비는 대답을 대신해서 날개를 조심스럽게 흔들었다.

나비의 날개에서 황금빛 가루가 떨어졌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 근처의 기는 좋지 않지만, 하루 정도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테니.”


나비는 백월의 말을 듣고 나서야 하늘 높이 올라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수명이라···’


백월은 여우가 간 곳과 반대되는 수풀 사이로 걸어갔다.

걸어서 연못을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일 테였다.

그러나 백월의 발걸음은 여유로웠다.


‘그것은 해가 잠들고 달이 깨어나야 나오는 것. 이 근처에서 나타난다는 그 연못이 틀림이 없습니다. 좋은 기가 흐르는 곳을 찾아서 기다리면···’


백월은 어느 나무에서 걸음을 멈췄다.

그 나무는 조금 두꺼운 평범한 나무였다.

백월이 나무를 바라보고 있으니, 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나무의 잎이 흔들렸다.


“그런가요. 오늘이 아니면 힘들겠군요.”


백월은 나무와 대화를 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무는 계속해서 잎을 흔들 뿐,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뿌리가 깊은 당신은, 아니 이 숲의 아이들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겠죠.”


백월은 나무의 술렁임을 바라보다가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그 나무는, 아니 숲에 있는 모든 식물은 백월이 가는 길마다 살랑살랑 움직였다.

백월은 깊고 깊어서 햇볕이 들지 않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거울의 여자는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 그 아이가 날 기억해 주고 있어.


여자는 거울 밖의 숲을 바라봤다.

태양이 비추고 있는 숲은 반짝반짝 빛이 나고 있었다.


― 그 아이를 만나고 싶었어.


여자는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 그 아이를 만나면···


여자의 웃음소리가 그 근처에서 계속해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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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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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8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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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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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7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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