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697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26 03:51
조회
26
추천
0
글자
10쪽

행운은 어디에 (2)

DUMMY

최우건은 복권 번호의 발표일을 기다리고 기다렸다.

그리고 대망의 주말.


“···에잇!”


최우건은 복권 용지를 구깃구깃 구겨서 쓰레기통에 던졌다.


“하··· 믿은 내가 멍청이지.”


그리고 낡은 소파에 기대어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운을 시험하기 위해 자동으로 샀던 복권은 어느 금액에도 당첨되지 않았다.


최우건은 작은 테이블에 놓여 있는 카메라와 녹음기를 집어 들고 밖을 나왔다.

또 평소처럼 주위를 어슬렁거릴 생각이었다.


펜 녹음기의 버튼을 딸깍딸깍 누르며 골목길을 지나가던 그때였다.


“아하하! 오빠도 참~”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 최우건은 숨을 죽이고 카메라의 버튼을 눌렀다.

그가 바라본 곳에는 차 앞에서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중년 남성과 나이 어린 여자가 있었다.


그 둘은 분명, 최근 인기 있는 드라마를 같이 찍은 배우들이었다.


‘뭐야, 이창원이랑 강마리 아냐? 이창원은 아내도 있지 않나?’


둘은 하하 호호 웃고 있었다.

최우건이 눈을 씻고 봐도 둘은 사귀는 사이처럼 보였다.


‘주변에 카메라 없고, 어두운 골목에서 투 샷··· 이거 괜찮은데?’


최우건은 물 만난 고기처럼, 시체를 뜯어먹기 위해 달려드는 하이에나처럼 그들을 몰래 계속 찍었다.


“오빠, 사모님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오늘은 일정 있다고 했거든.”


둘은 즐겁게 웃으며 비싸보이는 차에 올라탔다.

최우건은 녹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예, 이창원 아시죠? 예. 그 배우. 완전 사고쳤습니다. 예, 예예, 알겠습니다.”


최우건은 머리를 멋지게 뒤로 넘기고는 낄낄 웃으며 택시를 잡았다.


“Q 방송국 입구로 가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최우건은 카메라와 녹음기를 꽉 쥐었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건을 잡아낸 것이다.


물론 아이돌 스캔들은 그렇게 큰 건이라고 부를 만 한 것이 아니지만,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달라진다.

유부남과 어린 여배우의 사랑 이야기는 조금의 감미료만 붙여도 완벽한 글이 나오지만 말이다.


‘이걸로 나도···’


최우건은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글만 제대로 써도 승진은 쉽게 될 것이었다.


그가 이때까지 회사를 위해 일한 것이 몇 년인데, 그 정도야 당연하였다.


“뭐 좋은 일 있으셨나요?”


히죽히죽 웃고 있는 최우건에게 말을 건 사람은, 택시 기사였다.

거울 사이로 본 택시 기사는 주름이 가득한 눈으로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아, 그렇게 보였습니까? 하하,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어서.”

“허허, 축하드립니다.”


최우건은 멋쩍게 웃었다.


‘아직 축하받기는 이르지.’


그는 완전히 성공한 다음에나 그런 말을 듣고 싶다고 생각하며 그 감사 인사를 대충 무시했다.

신호도 지나갈 때마다 휙휙 바뀌고, 최우건은 정말 운이 좋은 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 빠아앙,


그리고 그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다.


― 우드득, 쨍그랑!


갑자기 달려든 커다란 트럭이 그가 타고 있던 택시의 정중앙을 쳐버린 것이다.

안전띠도 제대로 매지 않았던 최우건은 택시 안을 몇 바퀴 굴렀다.


깨진 유리가 그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고, 들고 있던 카메라는 완전히 망가졌다.


붉고 붉은 시야가 검게 물들어 버린 것은 그 직후였다.


···


“행운의 끝에는 불행이 따라온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제가 그렇게 말했을 터인데요.”


은발의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최우건을 맞이했다.

분명 사고가 나서 온몸이 으스러지는 경험을 했을 터인데, 갑자기 카페로 이동된 것이다.


최우건은 이리저리 시선을 돌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내려 자기 몸 상태를 확인했다.


“어? 이, 이거 왜 이래!”


최우건의 손은 반투명하게 카페의 바닥을 비추고 있었다.

마치 유령이 된 것 같았다.


“어머, 결국 죽은 거야?”

“내가 이겼다냥!”


가게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서 최우건이 생전 처음 보는 괴물들이 서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으악! 저건 뭐야!”


몸이 세 개 있는 거미 괴물, 말하는 고양이···

최우건은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싶지도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


“진정하세요. 숨이 끊어지신 건 아닙니다.”

“어머 어머, 아직 승산은 있단 소리네?”


괴물들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해간다.

최우건은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했지만, 죽은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도했다.


“그럼 전 어떻게 된 겁니까?”


남자는 따스한 커피가 든 잔을 카운터 테이블에 올려주며 미소를 지었다.

그 뒤에 나오는 말은 따스한 말이 아니었다.


“벼랑 끝에 계신 겁니다. 갑자기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죠.”


최우건은 그 말을 듣고 머리를 붙잡았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한 기삿거리를 얻어냈다고, 죽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는 이때까지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느낌이 들었다.


“장난입니다. 당신은 죽지 않을 겁니다.”


안심하라는 듯이 들려오는 남자의 목소리가 최우건의 발을 움직이게 했다.

최우건은 카운터 앞에 앉으려고 의자를 잡았지만, 의자는 잡히지 않았다.


“아, 실수했군요. 깜빡했습니다.”


남자는 테이블을 두 번, 톡톡 두드렸다.


“이제 잡아보세요.”


최우건은 자기 손과 의자를 번갈아 가면서 보다가 그의 말을 따라서 의자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방금까지 통과되었던 의자가 손에 잡히는 것이다.


“뭐 어떻게 한 겁니까?”


남자는 검지를 입가에 가져다 대며 웃었다.

비밀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그럼, 본론으로 가볼까요. 당신에게 드렸던 행운 말입니다만, 지금은 그것을 없애 드릴 수 있습니다.”


‘행운을 없애주겠다고?’


최우건은 저 남자가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 헷갈려졌다.

기껏 받은 행운을 뺏기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불행만 조심한다면 그 어떤 돈도 벌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지만 다음에는 정말로 죽을 수도 있겠죠.”


남자는 최우건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말을 꺼냈다.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는 것쯤은 최우건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한 가지 의심이 피어났다.


“그렇게 기회를 주는 이유는 뭡니까? 괜히 위험하게만 만들고 단물 쏙 빼서 능력을 들고 갈 셈입니까? 당신도 저기 괴물들처럼 사람 목숨으로 내기나 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까?”


최우건은 드디어 한 방 먹였다는 듯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남자의 평온한 표정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였다.


“인간은 참 재밌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는 거람?”


남자를 대신하여 괴물이 비아냥거릴 뿐이었다.

최우건은 주먹을 쥐고 부들부들 치를 떨었다.

하지만 저 괴물들과 싸워서 이길 방법이 없다고 생각이 들어, 쥔 주먹을 풀고 힘을 뺐다.


“만약 지금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그렇다면 당신이 원한다고 해도 그 행운을 회수할 수 없게 됩니다. “


최우건은 한숨을 내쉬고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평생 원한다는 소리는 못 듣겠네요. 그럼 땡. 협상 종료.”


기자에게 있어서 행운이라는 것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

그는 불행 정도야 돈만 있으면 뭐든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채는 날이 온다면, 그때 다시 찾아뵙죠.”


남자가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자, 커피에서 피어나던 김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다.

갑자기 열린 문이 가게를 빨아들일 것처럼 회오리를 만들었다.


그 회오리는 최우건을 붙잡고 문으로 데려갔다.


“으아악!”


그는 거센 돌풍에 제대로 몸을 가누지도 못하고, 힘없이 끌려가 버렸다.


···


새하얀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최우건은 급하게 몸을 일으켜서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어느 병원이었다.


최우건은 잠들어 있을 때 봤던 남자와 괴물에 대해서는 새까맣게 잊어버렸다.


‘분명 꿈을 꿨는데··· 뭔 꿈이었지?’


최우건이 머리를 붙잡고 꿈에 대해서 생각할 때, 어느 한 간호사가 그의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와 깜짝 놀란 눈을 했다.


“최우건 환자분 깨어나셨어요!”


간호사가 어느 버튼을 누르며 그렇게 외치자, 잠시 뒤에 의사와 여러 간호사가 병실로 들이닥쳤다.


“어디 불편하신 점은 없으십니까?”


의사는 최우건의 상태를 살피며 그렇게 물어봤다.


최우건의 몸은 완벽했다.

하나도 아픈 곳이 없었고, 하나도 불편한 점이 없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 정도로 다치신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밖에 못 하겠습니다. 기적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아, 제가 운 하나는 좋아서요 하하.”


최우건은 이게 다 남자가 준 행운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의사가 병실을 나간 뒤에도 행운에 대해서만 계속해서 생각했다.


‘이 능력만 잘 다룬다면··· 억만장자도 되겠는데?’


그는 적절한 시기에 복권을 사거나, 주식을 하거나, 코인에 투자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그 능력 때문에 이런 사고가 나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는 것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이다.


한참을 그렇게 돈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으니, 누군가가 병실의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최우건의 직장 상사였다.

최우건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몸을 일으키고 꾸벅꾸벅 인사했다.


“아니, 국장님. 여긴 어쩐 일로···”

“사고 당시에 자네가 쥐고 있던 카메라와 녹음기의 파일을 봤어.”


국장은 사업적인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걸 자네와 내 이름으로 단독 기사를 만들었지. 아주 좋은 녹취록이었어. 이제 뉴스에서도 이창원의 이야기밖에 나오지 않아.”

“그렇습니까? 그거 다행입니다.”


최우건은 활짝 만개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삶이 편해지리라 생각한 것이다.


당연히 승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 최우건은 국장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서 말인데, 한 건만 더 해주지 않겠어?”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좀 더 공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22.06.15 20 0 -
공지 22화, 오래된 추억 (4)부터 글 쓰는 방식을 조금씩 고쳐가고 있습니다. 22.05.30 32 0 -
36 오두막 (fin) 22.06.12 23 0 11쪽
35 오두막 (1) 22.06.11 16 0 11쪽
34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fin) 22.06.11 18 0 11쪽
33 은하수를 만나고 싶은 남자 (1) 22.06.09 19 1 9쪽
32 산불 22.06.08 22 1 10쪽
31 작은 산의 거울 (fin) 22.06.07 21 0 14쪽
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2 2 10쪽
29 새로운 얼굴 (fin) 22.06.05 20 0 11쪽
28 새로운 얼굴 (2) 22.06.05 19 2 9쪽
27 새로운 얼굴 (1) 22.06.04 20 3 11쪽
26 어린 여우와 가족 (fin) 22.06.03 25 0 13쪽
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1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3 2 11쪽
23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7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3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19 오래된 추억 (1) 22.05.27 26 0 10쪽
18 행운은 어디에 (fin) 22.05.27 26 0 11쪽
» 행운은 어디에 (2) 22.05.26 27 0 10쪽
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2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7 0 10쪽
12 첫사랑은 언제나 (fin) 22.05.21 30 1 12쪽
11 첫사랑은 언제나 (2) 22.05.20 33 2 10쪽
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3 2 10쪽
9 앞과 뒤 (fin) 22.05.19 48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