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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서재

소원을 이뤄주는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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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카노
작품등록일 :
2022.05.14 21:10
최근연재일 :
2022.06.12 03:13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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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6
추천수 :
257
글자수 :
166,889

작성
22.05.30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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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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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오래된 추억 (fin)

DUMMY

아이는 나무의 꿈을 꿨다.

머리가 은빛으로 빛나고 커다란 뿔도 달린 용이 보였다.


용은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며 이 커다란 나무 위에서 땅을 내려다봤다.

그는 저 작은 마을에서 옹기종기 모여서 하하 호호 일을 하는 사람의 모습을 구경했다.


용이 부러운 눈치로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찾아왔다.

검은 머리의 남자아이였다.

그 아이는 신분이 높은 아이인지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그 아이는 나무의 줄기 앞에 서서 양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용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 아이의 앞에 내려갔다.


“무엇을 그리 빌고 있느냐?”


아이는 깜짝 놀라서 뒤로 넘어져 버렸다.

그리고 그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을 놓고 바라봤다.


“내가 보이나? 재밌군, 재밌어.”


용은 즐거운 듯이 웃으며 아이에게 작은 부채를 내어줬다.

품에 들고 있던 커다란 부채였다.


“이것을 주마. 대신 나와 거래를 하자구나.”


아이는 부채를 거의 강제로 받고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부채는 부적이다. 악한 것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만들지. 어떠냐. 그게 네 첫 번째 소원이지 않았더냐.”


아이는 주저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는 뭘 주면 되는 겁니까?”


용은 음, 하고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환히 웃으며 말을 꺼냈다.


“나와 친구가 되자.”

“네?”


용은 당황한 아이와 비교될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손에 들려있는 부채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 대답을 들은 용은 부드럽게 웃으며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아이의 검은 머리와 용의 은색 머리가 서로 바뀌었다.


아이는 변해버린 머리카락을 멍하게 보다가 용에게 호소하듯 말했다.


“이, 이렇게 바꿔버리시면 어찌합니까. 어머니께 무슨 말을 들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용은 다시 바꿔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배짱을 부리며 웃을 뿐이었다.


“어차피 네 어미는 피가 이어진 어미가 아니지 않더냐. 아비 쪽은 오히려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만?”


아이는 놀란 표정을 다시 지었다.


“아버지가 좋아하신다니요? 아버지를 아십니까?”


그러자 용은 뭘 그리 놀라고 있냐는 듯이 여유로운 표정을 지었다.


“난 네 아비와 연이 있다. 지금 네 머리카락 색을 본다면 분명 기뻐할 거다.”


아이는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더 떼를 쓴다고 해도 용이 다시 머리 색을 바꿔줄 리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당신은 대체 무엇입니까?”


용은 그 질문에 혼자 고민하다가 산에서부터 이어져 나무와 절벽을 지나는 넓은 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강을 지키는 용이다.”


아이는 그 용이 그것보다 더 높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용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로 했다.

용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돌아가거라. 사흘에 한 번은 오는 걸 잊지 말거라.”


그렇게 첫 번째 꿈은 끝이 났다.

온 세상에 암전된 것처럼 검게 이어지다가 다시 밝게 빛이 났다.



나무는 아이에게 두 번째 꿈을 보여줬다.


나무 아래에 앉아 있는 것은 처음과 같은 모습인 용과 막 성인이 된 아이였다.

둘은 편안하게 대화하고 있었다.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용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왜 제 이름을 물어보지 않으시는 겁니까? 저는 ‘아이야.’라고 부르기엔 너무 많이 컸습니다.”


용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기엔 아직 아이다.”


그는 용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로 말했다.


“그럼 멋대로 말하겠습니다. 제 이름은 강운입니다.”

“아이야, 그런 건 알고 있었다.”


강운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고, 용은 그제야 평소처럼 밝게 웃었다.

그리고 답지 않게 차분한 표정으로 강운을 바라봤다.


“아이야, 내가 주의해주고 싶은 것이 있구나.”


용은 마을 너머에 있는 뒷산을 가리켰다.

그 산은 강운의 집과 가까운 곳이었다.


“네 동생이 태어나서 10해가 지나기 전에는 저 산에 데려가지 말아라.”


강운은 용을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가요?”


그러자 용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약해져 버린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 너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 아닐 게야.”


그리고 용은 강을 바라봤다.

용이 이곳에 있음에도 이미 숲과 강이 말라가고 있었다.


“아이야. 이제 이곳에는 오지 않아도 된다. 나 때문에 네 운명이 꼬이고 있구나.”


용은 옷을 털고 일어나서 가볍게 뛰어올라,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강운은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봤다.


“그게 무슨···”


강운이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물으려고 하는 순간에 용의 말이 끼어들었다.


“그 머리는 우정의 증표이자, 계약의 증표··· 그것을 없애기엔 너무 늦었구나.”


용은 이어서 알 수 없는 이야기를 꺼냈다.


“운명의 톱니는 움직이기 시작했으나, 시련은 아직 오지 않았다. 달과 구름이 비를 내려 하나의 은하수가 탄생하리라.”


그리고 꿈은 다시 암전되었다.



나무는 마지막 꿈을 보여줬다.

비가 오는 어두운 날이었다.


“부탁드립니다!”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아이를 끌어안고 있는 강운은 나무를 바라보며 계속해서 빌었다.

여자아이는 이미 몸이 식어가고 있었다.


“제발, 제발 나와주세요!”


정확히는 용에게 빌고 있었다.


“누이가··· 은비가!”


용은 나무에서 천천히 내려왔다.

하지만 용의 모습은 나무가 훤히 비칠 정도로 투명했다.

비 역시 용의 몸을 통과해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용님?”

“저 산에 데리고 가지 말라고 하였거늘.”


용은 한숨을 내쉬다가 강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강운의 몰골은 눈물과 비 때문에 엉망이 된 상태였다.


“난 대가 없이 소원을 이뤄줄 수 없다. 이 모습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그럴 힘이 없다.”


용은 몸을 숙여 강운과 시선을 맞췄다.


“하지만 대가가 있다면··· 네가 그 아이를 위해 운명이 뒤집히는 길을 선택한다면, 나는 그걸 도와주겠다.”


강운은 강은비를 바라봤다.


“저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습니다. 제 누이를 살려주세요.”


용은 한숨을 내쉬며 강은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다른 한 손으로 강운의 손을 잡았다.


“달과 구름이 비를 내려 은하수를 만드니··· 아아, 나는 결국 하늘의 뜻을 어기지 못했노라. 이 저주를 끊지 못했노라.”


둘의 손을 꼭 잡은 용은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이야, 잘 듣거라. 너와 내 운명은 교차한다. 누이를 살려주는 대신, 이 아이는 눈을 잃고 너는 내 힘을 받고 내 이름을 받을 것이다. 그 대신 나는 네 수명을 빌려 이 누이를 지켜줄 것을 맹세하지.”


용의 말이 끝나자, 용은 점차 불투명하게 변해갔다.


“네가 뒷세계에서 살아갈 몸을 얻고, 진정한 힘을 얻어 다시 이곳에 돌아온다면 내 모든 것을 넘겨줄 것을 약조한다.”


용이 둘의 손을 놓고 하늘에 살짝 떠오르더니, 갑자기 비가 그치고 세상이 밝아졌다.


“땅에서 태어난 은하수가 앞과 뒤, 땅과 하늘 그 모두를 어르고 살필지니··· 아아, 그 모습은 마치 신과 같으리라.”


용은 등 뒤로 거대한 날개를 펼쳤다.

용의 머리 위에 달려있던 뿔도 점점 더 커졌고, 덩치마저 커졌다.

그리고 결국 날개와 뿔이 달린 거대한 뱀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용의 비늘은 하나둘씩 땅에 떨어지더니, 수많은 도깨비가 그것을 호시탐탐 노렸다.


― 나의 명(名)은 백월, 그것은 그릇에게 옮겨져 의의를 남길 것이니.


용은 하늘을 빙빙 돌았다.


― 그릇에는 나의 명(名)을 세기리라.


하늘에서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구름 사이로 밝은 빛이 주위를 밝혔다.


그리고 세상은 하얗고 검게 일그러졌다.


― 네가 다시 눈을 뜨는 날을 기대하겠다. 나의 작은 친구여.


그렇게 나무의 꿈은 끝이 났다.



“허억!”


아이는 식은땀을 흘리며 눈을 떴다.

아이의 눈앞에는 강운이··· 아니, 강운의 모습을 한 백월이 부채질을 해주고 있었다.


“일어났느냐.”


아이는 백월의 목소리를 따라 그쪽으로 바라봤다.

아이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백월은 머리가 검게 변했다.

대신 아이의 머리가 은빛으로 변했다.


“머리는 이제 증표가 필요치 않기에 남은 힘으로 바꿨다. 나의 붉은 눈이 사라진 것은 아쉽다만, 그것이 강운이던 시절의 네가 원하던 것이겠지.”


아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백월이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계속해서 머리가 울릴 뿐이었다.


“아이야. 나는 내 명을 따르지 못했었다. 운명을 거스르는 일은 너무나도 어렵고 힘든 것이더구나. 너는 부디 나와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백월은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네가 인간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아라. 인간이던 시절을 기억하고 살아라. 그 이름을 잊지 말아라.”


백월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너는 곧 깊은 잠이 들 것이다. 네가 자는 동안 나의 힘과 명을 이어가던 용들의 힘이 네게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걱정하지 말거라. 약조대로 네 누이는 수명이 다하는 그날까지 내가 지켜주마.”


아이의 눈은 점점 감겨왔다.

그러자 백월이 작게 미소를 지어줬다.

아이에게는 보이지 않을 미소였다.


“네가 인간과 요괴 모두를 도와주는 모습이 보고 싶구나.”


···


남자는 카페에 있는 소파에서 눈을 떴다.

어린 토끼 형태의 도깨비들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점장님 괜찮아요?”

“점장님이 잠도 자구나! 몰랐어요!”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래요?”


토끼들이 갸웃거리며 남자의 표정을 살폈다.


“오랜만에 좋은 꿈을 꿨습니다. 이제 다 쉬었으면 다시 일할까요?”


남자는 소파에서 일어나서 옆에 걸어둔 앞치마를 걸쳐 입었다.

그 모습을 보던 토끼들은 갑자기 분주히 움직였다.


“안 돼요! 청소해야 해요!”

“아직 문 열면 안 돼요!”


남자는 후후 웃으며 토끼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것을 구경했다.

그리고 한 편으로는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백월··· 나의 친구여. 아직도 저는 제 의의를 찾지 못했습니다. 제가 그것을 알 날이 오기나 할까요.’


남자는 카페를 열 준비를 하기 위해 카운터로 걸어갔다.





「 오래된 추억은 꿈이 되어 나타났다. 」

fin.


작가의말

강운과 백월의 이야기가 끝이 났습니다.

메인 스토리 중 첫 번째가 풀렸습니다! 휴!


조언, 피드백, 지적 등은 환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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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작은 산의 거울 (1) 22.06.07 21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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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어린 여우와 가족 (2) 22.06.01 30 0 10쪽
24 어린 여우와 가족 (1) 22.05.31 23 2 11쪽
» 오래된 추억 (fin) 22.05.30 27 3 11쪽
22 오래된 추억 (4) 22.05.30 22 3 9쪽
21 오래된 추억 (3) 22.05.28 23 0 9쪽
20 오래된 추억 (2) 22.05.28 2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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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행운은 어디에 (1) 22.05.24 29 0 10쪽
15 게임 속 세상 (fin) +2 22.05.23 33 0 11쪽
14 게임 속 세상 (2) 22.05.23 31 0 10쪽
13 게임 속 세상 (1) 22.05.21 3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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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첫사랑은 언제나 (1) 22.05.19 42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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