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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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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음여류
작품등록일 :
2012.11.16 14:10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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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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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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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5
글자수 :
2,037,868

작성
17.01.12 19:40
조회
426
추천
7
글자
9쪽

엽인들 [친우..동생]

DUMMY

죽이고 파괴하기 위한 공격이 아니라 단순히 쓰러트리기 위해서 가해진 충격은 오장육부를 살짝 진탕시켰을 뿐 어떤 데미지도 남기지 않았기에, 창수는 생각보다 빨리 눈을 떴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깊은 잠에 빠졌던 것처럼 눈꺼풀이 무거워서 쉽사리 눈을 뜰 수가 없었다. 해서 작게나마 심호흡하고 눈에 힘을 주려는데, 몸살이라도 온 듯 온몸이 욱신거리는 게 아닌가?


‘빌어먹을.’


몸을 움츠린 채 천천히 호흡하던 그는 역시나 통증이 완화되자 길게 숨을 뱉어내며 눈을 떴다. 눈앞이 침침한 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과거에 이런 경험을 몇 번이고 해서 당황하지 않고 기다렸다.


‘조금만 더.’


서서히 시야가 선명해지면서 몸의 감각이 하나 둘 돌아오기 시작한다. 그러자 배에 구멍이 뚫린 듯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토사물 특유의 시큼하고 역한 냄새가 코끝을 찔러 댔다.


‘이런 씨팔.’


터져 나오는 토악질을 참으려고 했지만,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쓴 물을 도저히 삼킬 수 없어 캑캑대다가 바닥으로 길게 늘어지는 토사물이 눈에 들어오자 이를 악물었다.


‘쪽팔리게, 그런데 내가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된 거야?’ 바닥에 머리를 처박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명확히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니까 내가..’


싸가지 없는 새끼의 면상을 박살내려 치고 들어갔는데, 갑자기 시야가 가려진다 싶더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고통보다는 내부가 뒤집힌다는 느낌을 끝으로 눈앞이 깜깜해졌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일어나자.'


그는 역한 토사물에서 얼굴을 들려고 했지만, 아직은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질 않았다. 그저 잔 경련만 반복될 뿐..


“씨..팔.” 가끔 책에서나 읽었었던 오장육부가 뒤집어진다는 말이 이제야 생생하게 다가온다.


조금만 움직여도 배 속 장기가 울렁여서 몇 번 더 토악질을 하고 나서야, 자신을 기절시킨 일격이 얼마나 강렬한 것이었는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내가 한 방에?’


전국구 주먹과 뜬 적도 있었기에 그는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명치에 제대로 꽂힌 건 알겠는데, 무슨 복싱 선수도 아니고 어떻게 한 방에.. 요즘 들어서 복부 운동을 쉰 적이 없는데.’


귀를 사용한 이후 너무 강해져서 걱정될 정도였는데 일격이라니? 사실은 그 공포를 이겨내려 뒷골목에서 주먹질을 종종하곤 했다. 한 명은 너무 싱거워서 늘 다수와 싸우고도 깔끔히 다 바르곤 했다.


‘뭔가 있어, 이건 말도 안 돼.’


원터치, 일타완압 등의 말이 있다.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적을 완전 무력화한다는 뜻인데 말이야 쉽다. 하나 실전에서 성인이 성인을 상대로 일타완압 따위를 실현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오랜 시간 육체를 단련하거나 무술 등을 익힌 사람이 급소를 가격한다면 어떻게 가능이야 하겠지만, 자신을 상대로 그런 일이 벌어졌으니 그게 문제였다.


‘설마 그와 나의 차이가..’ 문득 아이와 어른의 싸움이 뇌리를 스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말도 안 돼.’


평생을 강자로서 살아왔기에 가지는 고정관념 속에서 참 한가롭게 헤매던 그는 서서히 고통이 잦아들자 일단은 몸을 뒤집어 바로 누웠다.


‘이제 좀 살겠네.'


손을 들어 얼굴에 묻은 토사물을 닦아내고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 돌릴 때, 너무 익숙해서 더 소름 끼치는 소음이 들려와 등골을 훑었다.


‘뭐지?’


그것은 자신이 한때나마 즐겼었던.. 육체를 파괴할 때 나는 폭력의 잔향이 분명했기에 그는 놀라서 상체를 들어 앉았다. 그리곤 억지로 일어서며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엉거주춤 서 있는 명진을 발견하곤 두 눈을 부릅떴다.


“형!"


목에 가래가 찬 듯 목소리가 잘 나오질 않아 헛기침을 하며 그를 살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아서 그는 더 크게 외쳤다.


"형, 명진이 형!”


명진은 숨을 헐떡이지도, 고통에 신음하지도 않았다. 어디가 망가졌는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피칠갑을 한 채 서 있는 게.. 혹여 죽은 건 아닐까 하고 덜컥 겁이 났다.


'아니, 그럴 리 없어. 씨팔, 형! 절대로 그러면 안 돼.'


눈앞의 이 미친 상황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자신이 기절해 있는 사이 무슨 일이 벌어졌길래 이런 사단이 난 걸까?


‘이건 아니잖아, 이건..아니야.’


이를 악물고 주춤주춤 명진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던 중 탁하고 거북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몸이 거짓말처럼 경직된다.


“타고난 뼈대가 튼튼하니 회복도 빠르구나.” 너무나도 충격적인 상황에 직면하며 잊었던 자의 얼굴이 떠오르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쩌면 명진에게 일어난 끔찍한 폭력의 원인을 알면서도 외면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시선을 옮기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악마가 눈에 들어왔다. 입술이 바싹 말라왔지만, 이 빌어먹을 상황에 대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설마 당신이 형을 저렇게..?"


비릿한 미소로서 그에 답한 관장은 명진을 저렇게 만든 게 자신이라는 듯 피로 물든 손을 자랑스럽게 들어올렸다. 그런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서 창수는 다시 물었다.


“당신 같이 강한 사람이.. 왜? 대체 왜 저렇게 힘없는 사람을..”


말끝을 흐리며 눈으로 답을 구하자 관장의 눈에 경멸이 스친다.


“왜 그랬느냐고? 네 놈이야말로 정녕 쓰레기 같은 종자구나. 상대가 누군지, 상황이 어떤지도 모른 채 그냥 기분이 더러워서, 한낱 자존심 따위를 건드렸다고 시비 걸고 싸움을 시작한 게 누구였느냐?”


관장의 비난이 무슨 뜻인지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어 창수는 신음하듯 답했다.


“그래도 이건 나와 당신의 싸움이었잖아. 형은 아무런 잘못도..”


관장은 언성을 높여 말을 잘랐다.


“둘만의 싸움? 참 말 같지도 않는 소리를 지껄이는 구나. 그래, 자신이 시작한 싸움의 여파에 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겠지. 책임을 진 적도, 지려 하지도 않는 쓰레기들이 가득한 곳에서 살아왔을 테니까.”


관장은 더할 나위 없는 멸시로 두 눈을 번들대며 말을 이어갔다.


“싸구려 주먹이라도 휘두르는 건 쉽다. 그에 합당한 대가를 치르고 책임을 지는 것이야말로 어려운 일이지.”

“아니, 책임이고 나발이고 그러면 나한테..”

“닥쳐라, 좀 전의 일격은 네놈의 육신이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나 너는 기절이라는 치졸한 도망을 선택했다. 그렇게 썩어빠진 놈이 감히 폭력을 행사해!”


관장의 호통에 울컥했지만, 어떤 반박도 할 수가 없어 그저 이를 악물었다.

자신을 단 방에 쓰러트린 강자와 피투성이가 돼 생사를 확인하기 어려운 명진의 모습, 그리고 더할 나위 없는 두려움이 그의 입을 틀어막은 것이다. 그를 본 관장이 짙은 조소를 흘린다.


“약자를 상대로 투쟁 없는 폭력만 행사하며 자신이 강하다 여겼겠지. 하나 이게 현실이다. 친우를 부순 원수 앞에서조차 화를 내지 못하고 겁에 질린 쓰레기, 그게 네놈의 진면목이다. 그 꼬락서니가 참으로 애처롭구나.”

“나는..”


그간 자신을 표현함에 있어 단 한 번도 필요치 않았던 단어들이 머릿속을 맴돈다.


‘약자, 겁쟁이, 비겁한 놈!’


어쩌면 과거에는 폭력으로, 지금은 밝음으로 깊숙이 감춘 자신의 진면목을 그가 꿰뚫어봤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왜 형이 저 지경이 된 걸 보고도 화내지 않았을까? 내 성격대로라면 당장 저 미친 놈에게 달려 들었어야 했는데, 다른 사람도 아니고 형을.. 내 유일한 가족을..’


남명진이라는 인간이 자신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그제야 깨달은 창수는 그의 밝은 목소리가 귓가를 울리는 듯하자 이를 악물었다.


‘형은 그렇게 날 위해줬는데..’


죽음에 쫓기다 보니 술과 폭력에 찌들어서 일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새벽 거리를 방황하며 무참히 망가지고 있을 때, 세상 단 하나뿐인 친우에게 전화가 왔다.


-창수야, 내가 벗어날 방법을 찾은 것 같아. 무슨 말인지는 알 거라 믿고 위치부터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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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인들 [친우..동생] 17.01.12 427 7 9쪽
91 엽인들 [친우..형] 17.01.11 422 1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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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엽인들 [친우..鬼 2] 17.01.09 361 12 9쪽
87 엽인들 [친우..鬼 1] 17.01.09 395 9 12쪽
86 엽인들 [친우..숙명] +1 17.01.09 413 11 9쪽
85 엽인들 [친우..脫] +2 17.01.06 345 10 11쪽
84 엽인들 [친우..남명진] 17.01.06 371 11 13쪽
83 엽인들 [친우..징조] 17.01.04 417 10 12쪽
82 엽인들 [친우..이수진, 정미혜] +1 17.01.04 553 12 11쪽
81 엽인들 [친우..김창수] 17.01.03 362 11 12쪽
80 엽인들 [친우..필연] 17.01.03 398 11 9쪽
79 엽인들 [친우..2] 16.12.30 448 15 11쪽
78 엽인들 [친우..1] 16.12.30 584 12 11쪽
77 엽인들 [최동민..어떤 죽음] 16.12.29 513 12 8쪽
76 엽인들 [최동민..어떤 삶] 16.12.29 591 13 11쪽
75 엽인들 [학살조장..귀향] +2 16.12.28 705 15 10쪽
74 엽인들 [학살조장..2] 16.12.28 514 11 12쪽
73 엽인들 [학살조장..1] 16.12.28 599 11 11쪽
72 엽인들 [다프네..사명] 16.12.27 420 13 13쪽
71 엽인들 [다프네..3] 16.12.27 517 11 13쪽
70 엽인들 [다프네..2] +2 16.12.26 520 14 13쪽
69 엽인들 [다프네..1] +2 16.12.26 577 12 12쪽
68 아프가니스탄 [Episode..5] 인연 +1 16.12.23 517 16 10쪽
67 아프가니스탄 [Episode..4] 인연 16.12.23 482 13 11쪽
66 아프가니스탄 [Episode..3] 예지자 16.12.22 707 12 9쪽
65 아프가니스탄 [Episode..2] 예지자 +1 16.12.22 573 12 12쪽
64 아프가니스탄 [Episode..1] 예지자 16.12.22 551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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