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새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30 18:0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144,589
추천수 :
4,032
글자수 :
302,759

작성
24.06.24 18:01
조회
2,246
추천
98
글자
12쪽

38. 난 이런거 안 샀는데?

DUMMY

[그래, 혜민 선생에게 얘기는 들었다. 네가 애들을 교육하기로 했다고?]


원장의 말에 도진이 씁쓸하게 웃었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원장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먼저 연락하길 잘했네’


도진도 딱히 후배들 교육을 감출 생각은 없었다.

오히려 주기적으로 아이들 상황을 공유할 생각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원생들의 상태에 관해서는 언제나 예민한 원장이었으니까

그런 그녀가 먼저 전화하지 않고 도진의 전화를 기다렸다는 건 그만큼 도진을 믿고 많이 아낀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생각보다도 애들 상태가 별로더라고요. 그래서 최소 한 달은 데리고 있을 생각이에요. 그 뒤로도 분기별로 한 번씩은 데리고 와야 할 것 같고요”


이제 고작 이틀이 지났을 뿐이다.

하지만 도진이 보기에 아이들은 혜민에게 들은 것보다 상태가 나빴다.


틈만 보이면 아니,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약한 척, 불쌍한 척을 해댔으니까.

녀석들은 팀원들에게 연민과 동정을 구걸하고 있었다.


‘자존심이나 근성 같은 건 찾아볼 수가 없네’


조교들이 오히려 당황할 정도였다.

대놓고 무시하면 자극을 받는 게 아니라 그걸 이용해 배려받으려 한다.


전형적인 강약약강의 양아치 기질을 가진 놈들이었다.

오죽하면 교육 첫날 조교들이 당황할 정도였다.


‘지금은 개수작을 부리면 죽지 않을 정도로 굴려주고 있지만‘


자꾸만 휘둘리는 팀원들을 보다 못한 도진이 혜민에게 들은 얘기를 전해준 덕분이었다.


“저 새파란 것들이 그런 양아치 짓을 했단 말인가요?”

“허···저딴 것들을 동정했다고? 내가?”

“이 새끼들이 감히 개수작을 부려?”


녀석들이 인근 시내에서 저지른 각종 범죄를 알게 된 팀원들은 분노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곧바로 교육에 반영이 되었다.


“당장 일어나 새끼들아! 어디서 자빠져 있어?”

“그딴소리를 지껄이면서 잘도 애들 삥을 뜯었어? 센터까서 모래 한 알 나올 때마다 주빵 돌려버리기 전에 닥치고 엎드려!”

“앞으로 한마디 하면 운동장 한 바퀴 추가다. 어디 새벽까지 뛰고 싶으면 계속 주둥이 털어봐”


앵그리 팀원들의 교육 덕분에 녀석들의 개수작은 사라졌다.

그게 교육 3일 차인 오늘의 결과였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고아원장들이 고민이 많더구나. 요즘 애들은 영악해서 예전처럼 훈육이 통하질 않는다나?]

“그럴 거예요. 저도 처음에는 그래봤자 애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직접 보니까 전혀 다르더라고요. 뭐랄까, 그냥 종자 자체가 다른 느낌이에요”

[흘흘흘, 조 실장이 그러더구나. 애들이 방법을 공유한다고. 법이든, 어른을 상대하는 방식이든 말이야.]


원장의 말에 도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회귀 전에도 그랬지만 지금의 청소년 범죄나 촉법소년의 범죄는 성인 범죄 못지않게 상황이 심각했으니까


기껏해야 슈퍼에서 초코바 하나 훔치고 애들끼리 패싸움하던 도진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때 원장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음, 일단 조금 지켜봐야겠지만 도진이 네 교육방식이 효과가 있으면 그걸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제 교육방식을 키운다고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당황한 도진이 되물었다.

그가 아이들에게 하는 건 말이 교육이지 그냥 규모가 큰 정신 교육일 뿐이었으니까


혜민의 말을 듣고 홧김에 저지르긴 했지만, 원장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는데

그런데 오히려 규모를 키우자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런 도진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전화 너머의 원장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말했잖니. 요즘 애들 상태 때문에 원장들이 고민이 많았다고. 이 상황에서 도진이 네가 애들을 훈육해줄 수 있다면 당연히 그쪽으로 지원을 해줘야지. 그게 그 아이들이나 원장들, 남은 원생들을 위해 좋지 않겠니?]

“끙...”


원장의 말에 도진이 자기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들을 교육하는 게 부담스럽거나 싫어서는 아니었다.


어차피 자신이야 장소만 제공할 뿐, 대부분의 정신 교육은 보안 팀원들이 하고 있지 않던가?

심지어 팀원들이 자처해서 조교를 지원하는 상황이었다.


다만 도진이 곧바로 긍정하지 않은 이유는 원장의 말에서 뭔가 꺼림직한 단어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원장의 말은 도진의 판단이 맞았다는 확신을 줬다.


[네곳의 문제아들을 교육하는데 공짜로 부탁할 수는 없지. 애들 숙식비에 훈련 때 입을 옷도 필요할 테고. 아, 그러고 보니 교육 중에 다칠 수도 있으니 응급처치 시설과 인력이 필요하겠구나]

“···응급 치료 쪽은 지금도 충분한데요”


몸을 쓰는 직업이라 그런지, 보안 팀원들은 기본적으로 다 응급치료 지식이 있었다.

웬만한 비상약도 다 갖춰져 있기에 굳이 더 갖출 필요는 없다는 게 도진의 판단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도진의 거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흘흘, 고작 그거 가지고 되겠누? 애들이 다치기라도 하면 여러모로 시끄러워질 텐데? 행정 절차야 우리가 요청해서 보내주는 걸로 처리한다고 해도, 다친 아이들이 신고라도 하면 조사는 받아야 할 게다. 그때 지금 시설로 소명이 가능할듯싶으냐?]

“···"


완벽한 명분 앞에 도진의 소심한 반항은 무의미할 뿐이었다.

그리고 반항의 대가는 참혹했다.


예상보다 더 큰 지원이 밀어닥친 것이다.


[본관 1층에 예전에 쓰던 양호실 아직 있지? 이참에 옆 행정실까지 터서 규모를 키우는 게 어떻누? 하는 김에 장비도 몇 개 더 들여놓고, 구인은 당연히 이쪽에서 처리해주마. 우리 애들을 위한 시설인데 어찌 주인에게 해달라고 하겠니 흘흘흘]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 범위 내였다.

확장 리모델링과 의료 장비는 생각하지 못 했지만 반항의 대가라고 생각한다면 이 정도는···


[물론 무료로 장소를 임대할 생각은 없단다. 어디 보자, 기존 양호실과 행정실을 합쳐서 임대해야 하고, 각종 관리비도 많이 들어갈 테니··· 조 실장, 의료 기기는 전기를 많이 잡아먹는다고 했던가?]

[네. 아무래도 산업용이니까요.]

[이런! 도진이네쪽은 주택용 전기일 터인데]

[제가 산업용 전기로 용도 변경 신청하겠습니다. 리모델링 전까지는 충분히 관련 서류 준비할 수 있습니다]

[흘흘, 역시 우리 조 실장이 능력이 좋아. 그 외에 관리에 필요한 제반 사항들 체크해서 임대료에 넣도록 해. 알지? 섭섭지 않게 넉넉하게 해]

[네, 맡겨주십시오]


전화 너머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에 도진이 허탈하게 웃었다.

예전에는 그래도 자신과 상의라도 하는 것 같더니 이번에는 자신을 제외하고 임대료를 결정하고 있었다.


‘이런 게 돈쭐이라는 건가’


통화 중에 영진과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일종의 보여주기식 시위였다.

어른이 주는데 어딜 거부하냐는···


간만에 찾아온 손주가 밥을 안 먹는다고 하면 식탁이 더 푸짐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흘흘흘, 임대료는 이쪽에서 알아서 책정해서 보내주도록 하마. 의료시설은 당장 필요할 테니 당장 리모델링 들어가는 게 어떻겠니?]

“···네. 저도 그게 좋을 거 같아요”

[흘흘흘, 대답이 시원시원한 게 아주 듣기 좋구나]


도진의 최종 항복에 원장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렇게 아이들의 정신 교육과 지원 문제가 일단락되자 도진이 또 다른 용건을 꺼냈다.


“내일 작물을 수확하면 원장님께도 좀 보내드리려고요”

[내게도? 그럴만한 양은 되고?]

“네. 농사가 제 생각보다 잘 됐거든요. 대풍이에요 대풍”


텃밭을 만들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작물이 잘 자랄 줄은 몰랐다.

도진은 농부도 아니었고, 텃밭을 다시 일군 것도 반쯤은 옛날 기분을 내려 한 것일 뿐이었으니까


그런데 생각지도 못하게 첫 농사부터 대풍이 나왔다.

매일 보리들과 또랑이, 흰둥이가 밭을 신경 쓴 덕분이었지만 도진이 이를 알 리가 없었다.


“심은 건 이것저것 많은데, 일단 내일은 옥수수랑 상추, 깻잎 정도만 수학할 수 있을 거 같아요. 내일 퀵으로 보내드릴게요”

[흘흘흘, 옥수수라. 옛날 생각나는구나. 그곳에서 난 옥수수를 다 같이 맛나게 먹었었는데]

“알죠. 저도 그때 생각나서 일부러 옥수수 심었거든요”


문제는 기분에 취해서 너무 많이 심었다는 거였다.

덕분에 보안팀과 정신 교육받는 아이들까지 포함해도 그들로서는 절대로 소화할 수 없는 양이 나와버렸다.


“다른 고아원 주소도 알려주세요. 그곳에도 보내게”

[흘흘, 요새 금추다 뭐다 말이 많은데 잘 됐구나.]


도진의 말에 원장이 기분 좋게 웃었다.

아이들에게 상추를 먹일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 건 아니었다.


아무리 상추가 비싸졌다고 해도 그녀가 관리하는 고아원에서 식탁에 못 올릴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그저 이런 것도 신경 써주는 도진의 마음 씀씀이가 이뻐 보였을 뿐이었다.


‘흘흘흘, 이러니 내가 어찌 신경을 안 쓸 수 있을꼬’


자신에게 당연하게 손을 내미는 아이들만 겪었던 그녀였다.

그녀에게 뭔가를 요구하지 않은 이는 살면서 딱 두 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도진이었다.


나머지 한 명은 조영진 실장이었고

괜히 그녀가 영진을 평생 데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 * *


“이걸 언제 다 수확하지”


원장과 전화 통화를 끝낸 도진은 밭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기세 좋게 보내준다고는 했는데 막상 보니 수확할 엄두가 나지 않을 양이었다.


“쯧, 이장님에게 부탁해서 기계라도 빌려야겠네”


아쉽게도 영진이 선물로 준 장비 중에는 옥수수 수확용 장비는 없었다.


이는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영진이 수많은 경우를 대비해 장비를 준비했다고 해도 도진이 옥수수 농사를 지을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을 테니


“이참에 겸사겸사 이장님에게도 옥수수 좀 드려야겠어”


이장과는 운동장을 개방하면서 친분을 맺은 도진이었다.

그때 듣기로 이제는 옥수수 농사를 짓지 않는다고 했으니 장비를 빌리며 답례하면 좋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슬슬 버섯도 먹을 수 있을 거 같은데”


밭을 모두 둘러본 도진이 자신의 산을 바라보았다.

산을 그냥 놀려두기 아까웠던 도진은 산에서도 농사를 짓고 있었다.


다만 일반적인 농사와는 조금 다른 게 그가 한 일이라고는 원목을 산 이곳저곳에 뿌려두었을 뿐이었다.

원목 재배라는 방식으로 버섯의 원균을 심은 원목을 적당한 곳에 두는 것으로 끝인 버섯 농사 방식이었다.


“어디 보자, 그때 내가 산 원균이 느타리랑 팽이, 표고였지?”


느타리와 팽이버섯은 원목이 아니라 톱밥 재배 방식이 많이 쓰였지만, 따로 구분하기 귀찮았던 도진은 그냥 원목을 구매했다.

원목을 놓아두고 몇 번 둘러본 이후로는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달력을 보니 슬슬 버섯도 수확할 시기이긴 했다.


“수확해서 원장님이랑 마을 어르신들도 같이 드리면 되겠네”


양은 충분할 것이다.

도진이 버섯을 좋아해서 원균을 왕창 샀었으니까


그런데 버섯의 상태를 살피러 올라갔던 도진은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무슨 버섯이지? 난 이런 거 안 샀는데”


자신이 설치한 원목 근처에서 대량으로 자라고 있는 버섯들의 모습에 당황한 도진이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식물 이미지 검색으로 버섯의 종류를 알아보려 한 것이다.


그리고 나온 결과를 정리하던 도진은 자기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너희들은 왜 여기서 자라고 있냐?”


도진의 휴대폰에는 총 네 가지의 버섯 이름이 적혀 있었다. 


노루궁뎅이 버섯

잎새 버섯

송이버섯

상황버섯


양식이 많아져 최근에는 자연산은 찾기 힘들다는 버섯들

그중에 특히 자연산은 귀하다는 송이와 상황버섯들이 도진의 산에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작가의말

반항 한번에 돈쭐한번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저녁 6시입니다. 24.06.04 3,018 0 -
45 44. 기침 한번에 우수수 NEW +2 6시간 전 794 49 15쪽
44 43. 1억은 받아야겠어 +10 24.06.29 1,509 65 15쪽
43 42. 흰둥이와 청둥이 +6 24.06.28 1,694 78 15쪽
42 41. 내꺼거든 +7 24.06.27 1,853 82 13쪽
41 40. 사신 +11 24.06.26 2,034 99 13쪽
40 39. 상팔자 +5 24.06.25 2,179 90 13쪽
» 38. 난 이런거 안 샀는데? +8 24.06.24 2,247 98 12쪽
38 37. 밖은 지옥이야 +9 24.06.23 2,378 95 13쪽
37 36. 교육은 내리교육 +3 24.06.22 2,430 88 13쪽
36 35. 흰둥이 +3 24.06.21 2,509 100 13쪽
35 34. 멸종위기종의 위엄 +7 24.06.20 2,539 97 16쪽
34 33. 잘 차려진 뷔페 +5 24.06.19 2,481 79 17쪽
33 32. 귀신의 정체 +8 24.06.18 2,543 83 19쪽
32 31. 이이제이 +3 24.06.17 2,538 83 15쪽
31 30. 라이브 +4 24.06.16 2,674 88 14쪽
30 29. 어그로의 효과가 너무 쎄다 +3 24.06.15 2,702 86 14쪽
29 28. 버그 하우스 +5 24.06.14 2,794 90 14쪽
28 27. 세끼 하우스의 도둑 +5 24.06.13 2,907 93 16쪽
27 26. 청룡이와 잠보 +7 24.06.12 3,005 92 15쪽
26 25. 교육하는건 내가 아닐테니까 +9 24.06.11 3,077 97 22쪽
25 24. 좋은 말로 할때 꺼져 +2 24.06.10 3,126 95 20쪽
24 23. 운동장 폐장 +6 24.06.09 3,142 98 16쪽
23 22. 사라진 세번째 소원 +15 24.06.08 3,111 90 15쪽
22 21. 새로운 연적 +5 24.06.07 3,175 93 15쪽
21 20. 또랑이 +4 24.06.06 3,178 99 14쪽
20 19. 도서관과 영화관 +2 24.06.05 3,324 96 19쪽
19 18. 신고받다. +2 24.06.05 3,346 87 18쪽
18 17. 폐쇄해주세요 +5 24.06.04 3,315 93 12쪽
17 16. 왕 원장과의 약속 +1 24.06.03 3,370 88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