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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새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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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6.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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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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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33. 잘 차려진 뷔페

DUMMY

승완은 정신이 없었다.

세끼 하우스가 귀신의 집이 아니라 매의 둥지라는 게 밝혀지자 각종 협회와 구조팀이 세끼 하우스를 찾았기 때문이었다.


겨우 방송국의 섭외 전화가 끊겨 한숨을 돌리던 그녀로서는 새로운 지옥이 열린 셈이었다.

심지어 이번에는 협조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었다.


“전화를 받다 보면 열불이 뻗친다니까요? 말투만 정중하지, 내용을 들어보면 이미 우리는 범죄자예요”

“범죄자요?”

“네. 우리보고 천연기념물이자 1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불법으로 포획한 파렴치하고 무식한 사람들이래요.”

“허...”


승완의 말에 도진의 입에서도 헛웃음이 나왔다.


물론 정말로 저렇게 말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뉘앙스가 그랬다는 것일 테니까.


‘뉘앙스든 직접적으로 말하든 황당하긴 마찬가지지만’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범죄자 취급받으면 누가 기분이 좋을까?

그런데 승완의 말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각종 구조팀이라는 사람들이랑 119에서는 더해요. 지금 데려갈 테니까 당장 협조하라는 식이에요.”

“아, 그건 보안팀에게 들었어요. 사전 연락 없이 도착해서 문 열라고 한다면서요?”

“네. 그나마 119는 절차라도 지키는데 자칭 매 구조팀이라는 놈들은 막무가내에요.”


승완은 구조팀이라는 인간들이 저지른 만행을 나열했다.


사유지 불법 침입은 기본이요

자신들을 제지하는 보안 팀원들에게 갖은 욕설과 폭력 시도


신고받고 찾아온 경찰의 제지도 무시하고 모욕과 협박을 멈추지 않아 결국 체포까지 됐다.

그런데 이 인간들은 반성은커녕 오히려 세끼 하우스가 돈을 써서 공권력을 매수해 자신들을 방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그런 인간들이 하루에 몇팀이나 찾아오니까 미칠 지경이에요. 스트레스성 탈모가 왜 오는지 알 것 같다니까요“

“우리 이참에 전담 변호사 구해볼까요? 안 그래도 고민하고 있었는데 얘기 들어보니까 필요해 보이네요”

“전담 변호사요? 왜요? 고소하시려고요?”

“네. 꿀냥이님이랑 이 주제로 얘기를 좀 나눴는데, 확실히 필요할 거 같아서요.”


이번에 체포된 렉카들 뿐만 아니라 채널에 악플러들을 참교육하기 위해서도 변호사는 필요했다.

최근에 채널에 올라오는 악플 중에는 악의적인 헛소문뿐만 아니라 폐드립까지 있었으니까


“꿀냥이님도 초반에 악플을 많이 받았었데요. 고양이한테 빌붙어서 편하게 산다면서”

“세상에는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네. 그래도 초반에는 많이 참았는데 욕설의 수위가 높아져서 결국 변호사를 통해 싹 다 고소했다고 하더라구요”


꿀냥이의 말은 도진에게 꽤 충격이었다.

그녀의 채널에 올라오는 영상은 고양이와의 일상 영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곳에도 악플을 다는 사람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

하지만 더 놀란 건 경찰서에서 만난 악플러들의 정체였다.


“대부분 10~20대 애들이었대요. 이유를 물어보니까 그냥 댓글창 분위기가 그래서 장난으로 단 거였대요.”


문제는 30대였다,

이들은 진심으로 꿀냥이를 싫어해서 댓글을 달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꼴 보기 싫어서.

행복해 보여서.

세상 편하게 사는 거 같아서.


이것들이 악플을 단 이유의 전부였다.

그 이후로 꿀냥이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거나 악플을 다는 이들에게는 절대 합의 없는 고소를 진행하고 있었다.


“우리 채널도 마찬가지겠죠. 그냥 넓은 폐교에 행복하게 사는 게 싫은 이들이 대부분일 거예요.”


꿀냥이의 말을 들은 도진은 결심했다.


이유 없이 자신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주겠다고


“벌금 내고 마음고생 하다 보면 알아서 댓글 수위 조절하든가 관심을 끊든가 둘 중의 하나는 하겠죠”


겸사겸사 승완이 말한 매 구조팀이라는 인간들도 고소할 생각이었다.

다른 것도 다 괘씸하지만, 무엇보다 보안팀에게 폭언과 폭력을 행사하였다는 건 참을 수 없으니까


‘내 직원은 아니어도 원장님이 보내주신 사람들이 다쳤는데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세끼 하우스와 자신들을 지켜주는 사람들이었다.

그렇다면 도진도 그들을 지켜줘야 했다.


그렇게 도진과 승완은 한참 변호사와 고소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 순간 한 곳을 바라보았다.


“···”


그들의 시선은 도희에게 향해 있었다.

원래라면 조잘대며 대화 분위기를 띄웠어야 할 그녀가 입도 열지 않고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평소와 다른 도희의 모습에 두 사람이 작게 속사였다.


‘혹시 도진씨랑 싸웠어요?’

‘저랑요? 설마요. 승완씨랑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었어요?’

‘우리는 싸움이라는 걸 해본 적이 없어요. 베프거든요’

‘저희도 싸움해본 적 없는데요?’

‘그럼 쟤 왜 저래요?’

‘그걸 알면 제가 물어보겠습니까?’


한참을 투덕거리던 둘이 다시 도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창밖에 고정되 있었다.


결국 참지 못한 승완이 그녀를 불렀다.


“도희야, 너 무슨 일 있어?”


승완의 말에 멍했던 도희의 눈에 초점이 잡혔다.

몇십분째 창밖에 고정되어있던 도희의 고개가 두 사람에게 향했다.


그녀의 얼굴에 평소와 같은 미소가 맺혔다.


“엉? 아니···아무 일”

“도희야”


도희의 말을 승완이 끊었다.


평소와 같은 미소, 평소와 같은 말투였다.

하지만 승완과 도진은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절대 평소와 같지 않음을 알았다.


어떻게 모를까?

평소의 도희가 생기가 넘치는 들꽃이라면 지금의 그녀는 잘 만들어진 조화와 비슷했다.


겉모습은 비슷할지 몰라도 생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무슨 일이야?”


도진은 마음과 달리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이런 상황에 다그쳐봐야 도움이 되지 않음을 회귀 전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승완도 그걸 아는지 아무 말 없이 도희의 손만 꼭 잡고 있을 뿐이었다.


두 사람의 배려 때문일까?

생기가 빠진 미소를 짓고 있던 도희의 표정이 차츰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실···회사에서 연락이 왔어”

“회사? 왜 벌써?”


도희의 말에 승완은 영문을 몰라 했지만 도진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깨달았다.


‘벌써 2개월이 지났구나’


회사가 도희에게 통보한 무급 휴가 기간은 3개월

하지만 코로나 시국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회사가 무급 휴가자들을 2개월 만에 조기 복직시킨 것이다.


회귀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기에 도진도 이런 일이 올 것은 예상했었다.

다만 세 사람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즐겁다 보니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고 있었을 뿐이었다.


“회사에서 다음 주부터 복직하라고 하네”

“아...”


도진의 예상대로 도희의 입에서 복직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 말을 듣는 승완의 얼굴 또한 급격히 어두워졌다.


이제까지 24시간을 같이 보냈는데 이제 반나절을 헤어져야 했다.

그리고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세끼 하우스를 나가야 하나’


순간 승완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었다.

이제까지는 도희와 함께 지내느라 상관이 없었지만 도희가 복직하면 더는 이곳에서 지내기 힘들었다.


이곳은 대중교통이 열악해 출근을 위해서는 다시 서울로 집을 옮겨야 한다.

도희도 없는 상황에 승완이 이곳에 머물 수는 없으니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세끼 하우스를 나가게 될 터


그렇게 되면 셋이서 보내던 공간에 도진 혼자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도희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제야 겨우 사람답게 살고 있는데 다시 또 그 하수도 냄새 가득한 곳에서 홀로 버텨야 하는 것이다.


‘차라리 여기서 지내고 내가 출퇴근을 시켜주면 안 되나’


본인이 조금 피곤하긴 하겠지만 도희를 위해서라면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는 승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이어지는 도희의 말에 사고가 멈춰버린 것이다.


“그리고, 같이 일하던 언니에게 연락이 왔는데. 큰오빠가 회사에 찾아왔었데”

“뭐?”

“···”


무조건 반사처럼 비명을 토한 승완과 달리 도진은 차분하게 도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단순히 거머리 한 마리가 회사에 찾아왔다고 저런 표정을 지을 그녀가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그녀의 다음 말은 더 충격적이었다.


“혹시 내가 이직했냐고 물었대. 이사 간 집은 이미 알고 있다면서.”

“!!”


이번에는 승완조차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만큼 도희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이사를 한 것 같다] 거나 [어디로 이사를 갔냐]가 아니었다.

이사 간 집을 이미 알고 있다는 말은 이미 세끼 하우스의 존재를 큰오빠가 알고 있다는 말이었다.


뿌득


‘역시 그때 그 새끼들이 사고를 치네’


도진이 일전에 무단 침입한 민폐 너튜버들을 떠올리며 이를 갈았다.

그놈들이 올린 영상이 아니라면 도희가 노출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꿀냥이나 두냥이의 촬영 영상은 철저하게 도진만 나온다.

도희의 식구들이 승완의 존재를 알고 있기에 승완마저 노출이 안 되게 막은 것이다.


그것은 다른 방송도 마찬가지였다.

도희와 승완이 외부로 노출된 영상은 오로지 그때 그 영상 하나뿐이었다.


도희를 가족들에게서 보호하려던 도진으로서는 그 너튜버들이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때 승완이 단호하게 말했다.


“회사 그만두자”

“엉?”


갑작스러운 친구의 말에 이번에는 도희가 놀랐다.

그만큼 승완의 말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승완은 오랫동안 생각한 건지 말이 거침이 없었다.


“어차피 네 식구는 도진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여기 못 들어와. 문제는 네가 회사에 있는 시간인데, 그거야 회사를 그만두면 되는 거잖아”

“아...”


승완의 말에 도희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나왔다.

친구가 무슨 말을 하는지 깨달은 것이다.


세끼 하우스는 사유지

거기다 이곳을 지키는 사설 보안 직원도 있었다.


가족들이 그녀를 찾으러 와도 도진이 허락하지 않으면 만남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안되는 거 알잖아. 그 사람들은 이 앞에서 텐트를 치고도 남을 사람들이야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날 포기 안 할걸?”


이게 문제였다.

세끼 하우스에서는 안전하다.


하지만 다른 곳에선?

평생 이 안에 갇혀 살 게 아니라면 결국은 마주쳐야 하는 악연이었다.


“그리고 나도 사회생활은 해야지. 가뜩이나 박봉인 직장이라 돈도 얼마 없는데···"

“야, 네가 그걸 왜 걱정해? 설마 도진씨가 너한테 생활비를 받겠어?”


말을 하면서 승완이 도진을 쳐다봤다.

마치, 그럴 거 아니죠? 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도진의 고개가 자연스럽게 가로로 움직였다,

생활비 따위는 필요 없다는 뜻이었다.


그 모습에 도희의 얼굴에 잠시지만 행복이 어렸다.


“고마워. 그런데 그렇다고 평생 무일푼으로 지낼 수는 없잖아? 당장 급하게 돈이 필요한 일도 있을 것이고”

“그럼 이직하자”


이제까지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도진의 드디어 나섰다.

그의 말에 두 사람의 시선도 도진에게 모였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에 도진이 말을 이었다.


“당장 지금 있는 회사에서 우리 채널로 이직해”

“아!”

“그래, 그러면 되겠네. 여기가 직장 겸 숙소가 되는 거잖아.”


그렇게 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해결은 아니더라도 당장의 불편한 만남은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승완과 달리 도희는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오빠, 고마워. 그런데 나 그렇게까지 오빠한테 부담을 주고 싶지는”


명백한 거절

거머리 가족에게 인생을 갈취당하면서도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아온 그녀의 입에서 나올만한 대답이었다.


하지만 도진도 도희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거란 건 이미 예상하였다.


“우리 결혼할 거잖아.”

“···.”


단 한마디에 도희의 말문이 막혔다.

그녀에게 있어 도진과의 결혼은 무엇보다 기다려지고 기대되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도진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설마 결혼하고도 따로 일할 거야? 이 넓은 곳에, 신경 써야 할 일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랑 승완씨 안 도와줄 거야?”

“···그거야...”

“이상하게 생각하지 마. 네가 우리한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 정당하게 우리랑 같이 일을 하는 거야.”

“맞아. 안 그래도 영상 찍어서 올리는 것도 버거운데 다른 일들까지 신경 써서 하면 나 과로로 쓰러진다?”

“···"


도진에 이어 승완까지 말을 보태자 도희의 얼굴에 갈등이 어렸다.


떠난 그녀를 그리워하며 수 없이 과거를 떠올린 도진이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내린 결론은 도희에게는 이해가 아닌 인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평생을 착취당하고 살아서 그런지 그녀는 병적으로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걸 기피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끼는 사람일수록 더 심해졌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하니까 내가 감당할게’라는 말은 오히려 독이었다.

오히려 ‘너만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라는 역할이 주어지는 게 그녀를 더 강하게 흔들었다.


장장 30분간 도진과 승완은 그녀의 필요성을 어필했다.

그 결과


“...알았어. 고마워. 그리고 앞으로 잘 부탁해”


미소는 희미했다.

하지만 평소와 같은 진심이 담긴 그 미소에 승완과 도진이 만세를 외쳤다.


그녀의 설득에 성공한 것이다.

그 모습에 도희의 미소가 조금 더 진해졌다.


“앞으로 잘 부탁해”

“응, 우리야말로 잘 부탁해”

“앞으로 팍팍 부려 먹을 거야 계집애야. 딱 각오해!”

“헤헤”


그렇게 세 사람이 사무실에서 얼싸안고 있을 때였다.

세끼 하우스의 정문에서는 일단의 사람들이 보안 직원과 대치하고 있었다.


“아니, 그러니까 왜 안된다는 건데?”

“그러니까. 당신들이 뭔데?”

“여기 오빠가 동생 만나러 왔다잖아? 당신들이 무슨 권한으로 그걸 막아?”


검은색 언더아머 티에 형광 반바지

각종 목걸이와 팔찌로 되지도 않은 멋을 낸 이들이 보안 직원들에게 으르렁거렸다.


조잡한 문신이 더해져 한층 더 불량한 모습에도 직원들은 누구 하나 물러나는 법이 없었다.

사실 그들이 보기에 눈앞의 양아치들은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들 중 한명만 나서도 눈앞의 4명과 뒤에서 썩소를 짓고 있는 한명까지 전부 쓸어버릴 자신이 있었으니까


“아놔, 이 새끼들 우리가 누군 줄 알고?”

“너 내가 누군 줄 아냐? 너 어디 식구들이야?”

“여기 좌천 삼거리 접수하신 망둥어 형님 모르냐? 내가 그 형님 동생이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안 비켜?”

“아니, 여기에서 사는 애가 우리 형님 친동생이라니까? 당장 안 비키냐?”


보안 직원들의 자신감이 느껴졌을까?

거친 말과는 달리 거구의 돼지들은 보안 요원들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뒤에서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또 다른 문신 돼지, 나서욱이 소리를 질렀다.


“야! 됐다. 가자!”

“엥? 형님. 여기 형님 동생 있다면서요? 그럼 그냥 들어가시면 되지 않습니까?”

“저금만 기다리시면 저희가 길 뚫겠습니다. 저 광양 상민적입니다. 여기 동생들 부르면 10분이면 끝납니다”


서욱의 말에 앞에서 분위기를 잡던 네명의 문신 돼지들이 우르르 달려와 그를 말렸다.

하지만 서욱은 동생들의 모습에 비웃음만 터트렸다.


말은 그럴듯했지만 정작 다시 앞으로 나서는 놈들이 없었다.

보안팀을 뚫지도 못해 멈춰있던 놈들이 자기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온 것만 봐도 이것들이 얼마나 쫄았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이딴 것들을 믿고 뭘 하냐’


하지만 서욱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달랐다.


“됐다, 뭐가 구린지 몰라도 더 동네 시끄럽게 하지 말고 가자고. 다음에 제대로 교육하면 되니까”

“아, 역시. 동네 시끄러워서 경찰이라도 뜨면 곤란하죠”

“하긴, 형님 얼마 전에 출소하셔서 몸 사리셔야죠.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게 아니라 형님이 내 사정 봐주신 거야. 내가 어제 유치장에서 나왔잖아.”


누가누가 더 면을 세워주냐 대회라도 하는 듯이 그들은 서욱의 말에 감탄하기 바빴다.

그렇게 세끼 하우스를 벗어난 일행은 곧바로 머리를 맞대고 작전을 짜기 시작했다.


“오늘 밤에 나랑 두 놈 정도 담을 넘는다. 나머지 세 놈은 아까처럼 문 앞에서 난장 좀 까고 있어”

“오! 성돌격서! 역시 나서욱 형님!”

“성돌격 뭐? 그게 뭐야?”

“이 무식한 자식아, 공부 좀 해라. 이래서야 서욱이 형님 보필은 어떻게 하냐. 형님 답답하시겠다”

“아 씨! 원래 알았는데 잠깐 까먹은 거야. 어제 유치장에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니까. 어쨌든 그게 뭔데?”

“뭐긴 뭐야? 이쪽에서 주위 끌고 있을 때 저쪽에서 닥돌한다는 사자성어지. 모르면 외워 놔 새끼야”

“아 씨, 전문대 물 좀 먹었다고 더럽게 뻐기네. 알았으니까 그만 나대 새끼야”

“그만, 작전은 오늘 새벽 1시에 한다. 너희 셋은 소주 자서 한 모금씩 하고 몸에도 좀 뿌려. 문제 생기면 술 먹고 실수한 것처럼 보이게”


한마디로 동생들을 침묵시킨 서욱은 머릿속에 떠올린 계획을 천천히 말해주기 시작했다.

동생들이 되지도 않는 난장을 피우는 동안 열심히 세운 계획이었다.


그의 눈이 다시금 세끼 하우스로 향했다.

부지가 넓어 한눈에 담기지도 않은 세끼 하우스의 모습이 마치 잘 차려진 뷔페 같았다.


“흐흐흐, 도희 이년아. 어딜 너 혼자 꿀을 빨려고 들어? 이렇게 좋은 게 있으면 큰오빠한테 알아서 바쳤어야지. 괘씸한 년”


혀로 입술을 핥는 서욱의 눈빛이 번들거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내가 쓰면서도 극혐 캐릭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 작성자
    Lv.83 CCSAKURA
    작성일
    24.06.19 18:16
    No. 1

    아읽다보니 못기달리겠네
    작가는 연참하라 연참하라~~~~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노란병아리
    작성일
    24.06.19 19:48
    No. 2

    퇴직하러 회사갈 필요없이 목깁스랑 다리 깁스해주고 휠체어에 앉은 채로 가라 환자 흉내로 화상통화로 해결하라고 그래요.
    나갔다 골치아파지면 어떻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장금
    작성일
    24.06.23 19:55
    No. 3

    저새끼 쓰레기다. 영원히 사회와 격리가 필요하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51 아르잔
    작성일
    24.06.24 14:17
    No. 4

    근데 요 10여화 정도의 분량이 전부 껄끄러운 캐릭터들이 이어서 나오고있네요
    안나올수는 없는거지만 힐링 태그 달고 렉카때부터 예정된 쓰레기 큰오빠까지
    쭉 달려나오니... 피곤함은 좀 있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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