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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새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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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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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44
글자수 :
282,290

작성
24.06.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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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52
추천
90
글자
16쪽

34. 멸종위기종의 위엄

DUMMY

온갖 난리를 친 것이 무색하게 매의 포획은 지지부진했다.

119는 물론 맹금류 전문 포획꾼들도 모두 실패한 것이다.


아니, 단순히 실패라고 넘어갈 정도가 아니었다.

세끼 하우스를 찾은 모든 포획팀은 말 그대로 매에게 농락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자리를 잡은 게 맞아? 왜 안 보여?”

“CCTV 모니터 안 했어? 확실히 이곳으로 돌아오고 있잖아. 못해도 3일에 한 번씩은 돌아오니까 잔말 말고 기다려”


복귀하는 순간 포획하려고 기다리던 사람들은 매의 부리조차 보지 못했다.

신기하게도 매복이 시작되는 순간 매가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거기로 간다! 잡아!”

“안돼 너무 빨라!”

“진짜! 여기가 길목 맞아? 이쪽 루트로는 전혀 안 오잖아!”

“난들 알아? 영상으로 봤을 때는 비행 루트가 항상 이쪽이었다고!”


오랜 시간 이동 경로를 추적해 미리 포획 그물을 설치한 팀들도 허탕을 치긴 마찬가지였다.

2주간 촬영된 영상에는 항상 일정한 높이로 날던 녀석이 함정을 설치하는 순간 전혀 다른 고도로 날아다닌 것이다.


좋아하는 먹이로 유혹을 해도

사냥을 유도하기 위해 설치한 장난감에도


심지어 유일하게 경계심을 푸는 도진을 이용해도 매는 귀신같이 사람들의 의도를 피해 도망갔다.


“이번에는 좀 길어지네? 저 사람들은 언제 돌아갈 거 같아?”


4층 CCTV를 확인한 도희의 말에 도진이 어깨를 으쓱였다.


너무 농락당해서일까?

세끼 하우스에 남아있는 포획팀은 오기만 남아있었다.


그들은 다른 방법은 모두 포기하고 벌써 2주일째 4층에 매복 중이었다.

그나마 그게 가장 포획 확률이 높기도 했고 동시에 제일 편한 방법이기도 했다.


문제는 매복을 시작하자마자 매 또한 2주째 4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거지만


꺄약!


“어? 지금 돌아온 거 아냐?”

“아니야. 옥상 난간에 앉아 있더라고. 2일 전부터 거기 앉아서 한 번씩 얼굴만 비추는데 아무리 봐도 놀리는 거 같아”

“새가? 사람을? 에이, 설마”


도진의 말에 도희가 피식 웃었다.

남친이 농담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매 포획에 자주 이용됐던 도진과 그런 도진이 찍은 영상을 살핀 승완의 얼굴은 진지했다.


“저거 새 아닐지도 몰라”

“까마귀가 영리하다는 말은 많이 들었는데, 매까지 그럴 줄은 몰랐네요”


몇 주간 일어났던 매 포획을 지켜본 둘이었다.


특이하게도 매는 외부인들이 설치한 카메라는 보이는 족족 부숴 먹었다.

덕분에 처음에는 도진들을 방해꾼 취급하며 경계하던 포획팀들이 나중에는 오히려 굽히고 들어와야 했다.


세끼 하우스가 설치한 자체 CCTV가 아니면 매의 위치조차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승완과 도진 또한 실시간으로 그들이 매에게 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그나저나 정리는 다 끝났어?”


도진과 승완이 매 구조팀에 정신이 팔린 동안 도희도 나름 바쁘게 보냈다.

회사도 그만두고 계약한 원룸도 정리해야 했으니까


다만 도희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도진과 두 사람의 조언을 받아들여 대리인을 통해 처리한 것이다.


“정리라고 할 게 뭐 있나. 회사는 그만둔다고 전화한 게 끝이고 원룸은 보안팀이 다 해줬는데”


퇴사는 쉬웠다.

어차피 일방적인 무급 휴직을 통보받은 상태였기에 퇴직에 문제 될 게 없었으니까


개인 짐도 없었기에 전화 한 통으로 깔끔하게 정리됐다.


원룸을 정리하는 일은 조금 더 복잡했다.

짐도 옮겨야 하고 전입신고도 해야 했으니까.


하지만 그조차도 보안팀에게 위임하는 것으로 처리했다.

도진의 부탁받은 은섭은 쉬고 있는 팀원 몇명에게 이사를 맡겼고 각종 행정 처리도 완벽하게 처리해줬다.


도희의 원룸 근처에서 그녀를 기다리던 서욱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년 봐라? 사람을 써서 집을 정리해? 오냐, 이제 그 정도 돈은 있다 이거지?”


자기 생각보다 동생의 사정이 더 좋아졌다고 판단한 서욱은 곧바로 친하게 지내던 동생들을 불렀다.

건방진 동생의 기를 꺾어놓기 위함이었다.


“이게 미쳐가지고 감히 전화도 안 받는다 이거지? 요즘 좀 좋게 좋게 말로 했더니 내 성격 까먹은 모양이네. 그러면 또 한 번 제대로 난장을 피워줘야지”


사람은 사정이 좋아지면 주제 파악을 못 한다.

그럴 리는 없지만, 동생이 되지도 않는 반항을 할 거 같으면 초장에 죽여놔야 했다.


특히 사람을 쓸 정도로 사정이 좋아졌다면 더더욱


“형님 부르셨습니까?”

“인사드립니다, 형님! 이게 얼마만입니까?”

“아, 서욱이 형님. 제가 유치장에서 나온 건 또 어떻게 아시고. 가시죠, 제가 잘 아는 누님의 동생이 운영하는 김밥천국에서 출소 기념 밥 한번 사겠습니다”


자신의 전화 한 통에 달려온 4명의 동생을 바라보는 서욱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자신과 비슷한 놈들로 머리는 좀 떨어져도 그만큼 인생을 막사는 놈들이었다.


‘이놈들 보면 도희 년도 정신을 차리겠지’


얼굴만 봐도 벌벌 떨 것이다.

과거, 자신에게 되도 않는 반항을 하다가 이놈들에게 된통 당한 적이 있으니까


서욱의 친 동생인 만큼 직접적으로 험한 꼴은 당하지 않았다.

그저 학교로 찾아가 친구들 앞에서 주제를 알려줬을 뿐


그 이후로 도희의 인간관계는 완전히 박살 났다.

친구도, 선배도, 심지어 선생들까지


세상과 단절된 미성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없었다.

그저 가족이 원하는 데로 알바비나 갖다 바칠 뿐


‘당연히 이번에도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는데’


아쉽게도 동생의 교육은 실패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시도조차 못 했다는 말이 맞았다.


얼굴을 봐야 교육하던 협박을 하든 할 게 아닌가?


‘뭐지? 고작 몇 개월 만에 위치가 이렇게 달라졌다고?’


쥐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서욱은 시야 끝에 보이는 세끼 하우스를 노려봤다.

가까운 편의점에 가려면 차로 10분을 가야 하는 낙후된 동네인데 유독 저곳만 배경이 달랐다.


깔끔한 외벽에 잘 정돈된 운동장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마저 시골에서는 보기 힘든 위압감이 느껴졌다.


“형님, 한잔하십쇼”

“···너 이따가 나랑 같이 담 넘기로 한 거 아니었냐?”

“에이, 이거 뭐 얼마나 한다고요? 맥주 몇캔 먹어도 담 정도는 가뿐합니다”


별거 아니라는 듯이 웃는 모습에 서욱이 눈살을 찌푸렸다.


“미친 새끼, 배나 좀 집어넣고 말해라”

“엇! 이거 힘주면 들어갑니다. 형님. 보십쇼 후읍!”


말과 달리 동생의 배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용을 쓰느라 얼굴만 부들거릴 뿐이었다.


그 모습에 결국 서욱이 인상이 일그러졌다.


“하아, 욕 나오게 하지 말고 눈치 챙기자. 정 마시고 싶거든 이따가 마시던지”

“···넵”


서욱의 말에 동생은 들고 있던 맥주를 조용히 내려놨다.

같이 담을 넘기로 한 다른 동생 또한 슬그머니 손에 든 캔을 내려놨다.


남들이 보면 서욱의 말에 꼼짝을 못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의 모습은 미묘했다.


캔을 내려놓은 이들은 대놓고 불만을 표시 내고 있었고 다른 이들 또한 그런 이들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위계질서가 확실한 조직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이 건방진 새끼들이’


네 명의 문신 돼지들을 바라보는 서욱의 눈빛이 불길하게 번들거렸다.

그 또한 이들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당장 어쩔 방법이 없었다.

이번 일에는 저놈들이 필요했으니까


‘빨리 처리하고 대충 보내야겠어’


어차피 서로 빨아먹을 게 있을 때만 뭉쳐있는 사이였다.

괜히 자기 숙주와 오래 만나게 해봐야 좋을 게 없었다.


혹시라도 자기를 재끼고 도희에게 빨대를 꽂으려는 놈들이 생길지도 모르니 말이다.


다행히 불편한 시간을 더 참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드디어 새벽 1시가 됐기 때문이었다.


“시작하자. 너희들은 바로 가서 입구에서 난장 까고 있어. 나랑 재학이 신기는 뒤로 돌아갈 테니까”

“오우, 알겠습니다”

“잠깐만요 남은 소주 좀 넘기고요”


서욱의 말에 미끼 역할을 한 두 놈이 남은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도 남은 술은 몸 이곳저곳에 뿌렸다.


이로써 경찰에게 완벽한 취객으로 대접받을 수 있었다.


* * *


타다다닥


담벼락 안쪽에서 사람들이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약속대로 동생들이 훌륭하게 눈길을 끈 모양이었다.


“들어가자”

“예이!”


서욱의 말에 두 사람이 일제히 담을 넘었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수 100% 지방 덩어리들이지만 의외로 두 동생은 쉽게 담을 넘었다.


원래 초등학교였던 만큼 세끼 하우스의 담이 높지 않기도 했지만 서욱들이 미리 발판을 가지고 온 탓이었다.


쿵 쿵!


새벽에 담을 넘은 것과는 어울리지 않는 충격음이 들렸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순찰을 돌고 있는 이들은 정문으로 몰려갔을 테니까


“형님, 넘어오십쇼.”

“아무도 없습니다”


예상대로 담 너머에서 OK 사인이 나왔다.

서욱이 마음 놓고 담 위로 올라섰을 때였다.


꺄악!


“윽! 이거 뭐야?”


담 위로 올라가자마자 자기 머리를 치고 지나가는 물체에 서욱이 담 밑으로 떨어졌다.

다행히 담 안쪽이 아니라 발판이 있는 바깥쪽이라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문제는 물체가 치고 간 머리였다.


머리가 화끈하면서 뭔가 뜨끈한 것이 이마를 타고 내려오는 것이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형님, 뭐하십니까? 빨리 넘어오십쇼”

“순찰 돌겠습니다. 서두르세요”

“어, 어. 알겠어”


당장에라도 상태를 확인해보고 싶었던 서욱은 담 안쪽에서 들리는 동생들의 재촉에 할 수 없이 다시 담에 손을 얹었다.

지금은 우선 목적을 달성하는 게 더 중요했다.


그렇게 다시 담 위로 올라갔을 때였다.

아까 들렸던 소름이 끼치는 소리가 또다시 들렸다.


꺄악!


“윽! 으악!”


이번에는 어깨였다.

뭔가에 잡아 뜯긴 듯한 통증이 서욱을 몰아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쿵!


“커헉!”


아까와 달리 담 안쪽으로 떨어진 서욱은 큰 충격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균형이 무너진 상태로 떨어져서 등부터 땅에 닿은 것이다.


머리와 어깨 등에서 느껴지는 삼중 고통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한 서욱에게 미리 넘어와 있던 동생들의 음성이 들렸다


“아놔, 뭐합니까? 형님”

“아이씨! 담도 못 넘는 사람이 왜 나댄 거야”

‘개, 개새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을 욕하는 말에 서욱이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당장 죽을지라도 가오는 포기할 수 없었다.


가오는 그들의 세계에서 전부였으니까


“괜찮아요?”

“정 힘들면 좀 쉬고 있든지. 얼굴 아니까 우리끼리 마무리 가능하니까”

“크, 크흠! 괜찮아. 뭐가 갑자기 치고 지나가서 잠깐 구른 거니까. 낙법 쳐서 별로 안 아파”


미묘하게 짧아진 말투에 서욱이 이를 악물고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동생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마치 못 볼 것을 본 듯한 모습이 된 것이다.


“···형님, 그거 피 같은데?”

“낙법 제대로 친 거 맞아? 이거 제대로 찢어진 거 같은데”


두 사람의 말에 서욱은 조금 전에 담 바깥에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머리에 충격이 일고 뭔가가 이마를 타고 내려오던 느낌


‘그게 피였어?’


섬뜩함을 느낀 그가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

셀카로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려 한 것이다.


확인은 어렵지 않았다.

동생들이 확인할 수 있게 휴대폰 플래시를 비춰준 것이다.


덕분에 서욱은 자신의 몰골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마 가득 흘러내린 피가 볼을 타고 목까지 흐르고 있었다.


“씨, 씨발”


서욱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욕설이 흘러나왔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이러다 죽는게 아닐까 걱정이 들 정도였다.


욱씬


어깨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고개를 돌린 그는 그대로 굳었다.

그의 왼쪽 어깨는 머리보다 상황이 더 심각했다.


오프숄더가 된 옷 아래로 어깨가 난도질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느끼자마자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졌다.


어깨를 감싸 쥔 서욱이 그대로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크아아악!”

“아니, 이 형님이 미쳤나! 여기서 소리를 지르면 어떻게 해!”

“야, 입 막아! 이 새끼가 돌았나”


그들에게 서욱의 상태 따윈 상관없었다.

그저 빨리 돈 줄 하나 작업하고 사례금만 받으면 끝이었다.


그러니 도희를 만나 돈을 뜯어내기 전까지는 서욱의 입을 막아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서욱의 입을 막지 못했다.


그가 반항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서욱을 이렇게 만든 재앙이 그들로 목표로 바꿨을 뿐


꺄악!


“윽! 뭐야!”

“크악, 씨, 씨발. 내 팔!”


각각 오른쪽 어깨와 왼쪽 팔뚝에 상처를 입은 동생들은 휴대폰을 이리저리 비췄다.

마침 방금까지 서욱을 비춰주느라 플래시를 켠 상태니 그걸로 자신들을 공격한 대상을 찾은 것이다.


다행히 자신들을 공격한 물체는 어렵지 않게 찾았다.

방금 자신들이 넘어온 담벼락 위


그곳에 매 한 마리가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으니까


“뭐야? 이 새 새끼가 우릴 공격한 거야?”

“뭐? 뭔 비둘기 새끼가 이렇게 상처를 입혀?”


지식이 짧은 이들이 알고 있는 새는 닭 아니면 비둘기였다.

그런데 그 말이 기분이 상한 것일까?


얌전히 담에 앉아있던 매가 날개를 위협적으로 펼치더니 그대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다시금 느껴지는 통증


“으악!”

“악! 내 눈!”


이번에는 귀 한쪽과 눈이었다.

심각하지는 않아도 흉터는 남을 정도의 상처였다.


하지만 머리에 상처를 입어서일까?

둘은 공포에 젖어 매를 바라봤다.


지금 그들의 눈에 매는 단순히 새가 아니라 낫을 든 저승사자 같았다.

그때 누군가가 고함을 질렀다.


“이 개 같은 새끼가!”


꺄악!


매가 순간 휘청거렸다.

순간적으로 날아온 돌에 스친 것이다.


그 모습에 패닉에 빠져있던 둘의 시선이 돌아갔다.


“혀, 형님?”

“괘, 괜찮습니까?”


방금까지 주저앉아있던 서욱이 언제 정신을 차린 건지 죽일 듯이 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는 언제 들었는지 돌멩이가 들려 있었다.


“뭐 하고 있어? 병신새끼들도 아니고, 고작 새 따위한테 쫄았냐?”

“쪼, 쫄긴 누가!”

“그, 그래! 우리도 던질 거 찾고 있었던 거지 누가 쫄아!”


서욱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두 사람도 서둘러 돌을 집었다.

운동장 한복판이면 몰라도 이곳은 담벼락 근처라 던질만한 돌은 많았다.


휙 휙 휙


꺄악! 꺄악!


세 사람이 던지는 돌은 꽤 위협적이었다.

미리 거리를 벌리지 못한 매는 날개와 몸통에 한방씩을 맞고 나서야 안전거리를 벌릴 수 있었다.


꺄악!


허공에서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들렸다.

당장에라도 복수하고 싶은데 세 사람의 손에 들린 돌이 경계하느라 참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에 세 사람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최소한의 복수는 해낸 것이다.


정작 자신들은 머리와 몸이 피범벅이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웃음은 그게 끝이었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삐빅!


“거기 뭡니까!”

“아, 씨발···오늘은 종쳤네.”

“그러게요. 다음에 다시 합시다. 형님”


멀리서 들리는 휘슬 소리에 세 사람은 허탈하게 웃었다.

도주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흥분하느라 몰랐지만, 경찰차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던 것이다.

단순 가택침입은 큰 처벌이 없다는 것 또한 그들이 반항을 포기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의 생각대로 가택침입, 그것도 초범은 그리 큰 처벌을 받지 않을 터였다.

단순 가택침입만이라면 말이다.


“저, 저 미친 것들이! 저 사람들 당장 체포하세요!”

“감히 누굴 건드는 거야!”


경찰보다 앞서 자신들에게 달려온 이들이 흥분해서 외치는 소리에 서욱들은 뭔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수갑을 채우며 하는 경찰들의 말에 절정으로 향했다.


“당신들 미쳤습니까? 1급 멸종위기 동물을 공격하다니? 이건 단순 가택침입으로 끝나지 않을 겁니다”

“네?”

“손에 든 돌이 흉기죠? 여기 CCTV로도 다 찍혔으니까 변명은 마세요.”

“그, 그게 무슨?”

“간도 크네. 1급 멸종 동물을 죽이려다가 걸리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건 알고 있는 거예요?”

“엥?”

“아니, 잠깐만”

“닥치고 꺼져! 감히 누굴 공격한 거야!”

“저, 저! 털 빠진 거 봐! 돌멩이에 맞아서 저렇게 된 게 분명해”


서욱들은 열심히 자신들을 변호하려고 했다.

하지만 보안팀, 매 포획팀, 그리고 경찰들은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꺄악!


하늘에서 유유히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매 한 마리가 그들을 계속 비웃고 있을 뿐이었다.


작가의말

멸종 위기종 잘못 건들면 그냥 아주 조옥 되는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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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8. 버그 하우스 +3 24.06.14 2,415 8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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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 교육하는건 내가 아닐테니까 +8 24.06.11 2,677 91 22쪽
25 24. 좋은 말로 할때 꺼져 +1 24.06.10 2,737 89 20쪽
24 23. 운동장 폐장 +5 24.06.09 2,753 91 16쪽
23 22. 사라진 세번째 소원 +12 24.06.08 2,717 84 15쪽
22 21. 새로운 연적 +4 24.06.07 2,781 88 15쪽
21 20. 또랑이 +3 24.06.06 2,779 93 14쪽
20 19. 도서관과 영화관 +1 24.06.05 2,918 90 19쪽
19 18. 신고받다. +1 24.06.05 2,932 80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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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6. 왕 원장과의 약속 24.06.03 2,959 8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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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삼색이야 +5 24.06.01 3,117 79 16쪽
14 13. 농사를 짓다. +3 24.05.31 3,226 8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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