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공모전참가작 새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5.23 12:46
최근연재일 :
2024.06.27 18:00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121,037
추천수 :
3,543
글자수 :
282,290

작성
24.06.18 18:53
조회
2,162
추천
77
글자
19쪽

32. 귀신의 정체

DUMMY

“아! 나 싫어! 왜 갑자기 납량특집인데”

“저... 저, 진짜 이런 거 안 돼요. 진짜 믿는단 말이에요”

“하... 이건 한 주일짜리다. 나 일주일 내내 여기 꿈 꿀걸?”

“아니, 작가님. 이건 아니잖아요. 저 들어온 지 이제 한 달인데 이럴 줄 알았으면 한 달 더 기다렸다가 합류했죠”


2박 3일 출연진들은 프로였다.

각자의 캐릭터에 맞게 호들갑을 떨면서 자연스럽게 녹화 분량을 만들고 있었다.


눈앞에서는 수십명의 경찰이 렉카들을 체포하고 있었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4층에서 지켜보던 도희의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우와···이래서 프로는 프로라는 거구나. 나 같으면 내 눈앞에서 저러고 있으면 녹화고 뭐고 아무것도 못 할 텐데”

“이건 좀···대단하네.”


도희의 말에 승완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녀는 도희보다 더 충격이 큰 상태였다.


“확실히 방송국은 방송국이구나”


1인 방송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방송국의 위상은 예전과 달라졌다.

몇몇 메이저 BJ나 스트리머의 경우 웬만한 연예인보다 유명한 건 물론, 그들의 방송이 시청률에 영향을 주기도 했으니까


그러다 보니 인터넷 방송 종사자 중에는 방송국 관계자들을 무시하는 이들도 많았다.

괜히 사이버 렉카들이 외주 스텝들과 마찰이 있던 게 아니다.


그런데 승완은 방금, 두 집단 간의 확실한 차이를 느꼈다.


“인터넷 방송이었으면 저 상황에서 침착하게 방송 못하지. 촬영 스텝부터 진행자까지 모두 분위기 휩쓸려서 얼타고 있을걸?”


하지만 2박 3일 팀은 달랐다.

소란이 심해지자 몇몇 스텝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투입되긴 했지만 다른 이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녹화를 진행했다.


출연진 또한 그런 스텝들을 신뢰하는 게 느껴졌다.


“도진씨는 알고 계셨어요?”


그렇게 정문과 녹화 현장을 번갈아 살펴보던 승완이 도진에게 물었다.


"잉? 승완쓰 그게 뭔 소리야?“

“아무래도 이상해서. 갑자기 장소 협찬을 하신 것도 그렇고 도진씨 말처럼 이렇게 한 번에 정리가 된 것도 그렇고”


도희와 대화하면서도 승완의 눈은 도진을 보고 있었다.

이미 그녀는 이 모든 일이 도진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도대체 도진이 어떻게 이런 상황을 유도할 수 있는가였다.


‘도진씨가 한 거라고는 그냥 섭외 요청을 받아준 거 밖에 없는데’


처음에 장소섭외를 수락했을 때는 의아했다.

촬영 스텝이 오면 해결될 거란 말에는 녹화하는 동안 스텝이 사이버 렉카들을 막아줄 테니 그동안은 쉴 수 있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자 상황이 이상하게 흘렀다.


촬영 전부터 현장 관리 스텝이 거칠게 현장을 정리하더니 결국 사이버 렉카들과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더 웃긴 건 도진이 마치 이런 상황이 올 거라 예상이라도 한 듯이 20분 전에 신고한 것이다.


“네, 여기 세끼 하우스입니다. 네네, 이번에도 문제가 생겨서요. 아, 그런데 경찰분들이 많이 필요합니다. 여기 상황이 좀 심각하거든요. 촬영 스텝들이랑 싸움이 크게 났어요”


갑작스러운 도진의 신고에 얼마나 당황했던가?


험악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아직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허위 신고를 하는 줄 알고 도희가 걱정할 정도였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그것도 마치 시간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가면 당연히 도진이 뭔가를 꾸몄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도진이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저도 설마 저렇게까지 심하게 싸울 줄은 몰랐네요.”


어깨를 으쓱이며 말하는 도진의 모습에 승완이 황당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게 진실인 것을


 ‘사이버 렉카들이 많아서 그런가? 뉴스보다 사건 규모가 커졌네’


승완의 예상대로 도진이 섭외 요청을 받은 이유는 그들을 이용해 사이버 렉카들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2박3일의 외주 제작사, 그중에서도 몇몇 스텝을 이용해서


‘2박3일이랑 점핑맨 스텝 갑질 사건은 워낙 유명하니까’


프로그램이 잘 나가서 그런지 두 프로그램의 스텝 중에는 갑질을 수시로 하는 이들이 있었다.

지금이야 아는 사람만 아는 정도라 계속 스텝으로 남아있지만, 내년이 되면 이들은 결국 업계에서 사라질 것이다.


몇 개월 뒤

대형 아이돌 팬덤에도 갑질을 할 테니 말이다.


분노한 팬덤은 이를 공론화 하게 되고 방송국과 외주 제작사는 터져나가는 여론에 해당 스텝들을 자르게 된다.


‘인성이 쓰레기라고 하길래 어느 정도인가 했는데, 생각보다 더한 놈이네’


정문 앞에는 CCTV가 많고 그중에는 음성 녹음을 지원하는 것도 있었다.

그랬기에 도진은 스텝들이 어떤 식으로 렉카들을 자극하는지 다 들었다.


그들은 제삼자인 도진이 듣기에도 사람 속을 박박 긁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냈다.

방송국을 무시하는 사이버 렉카들이 참을 리가 없었다.


결국 도진이 보기에 저 앞에서 난리를 피운 이들은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인 놈들이었다.


“이걸로 한동안 접근 못하겠죠?”


도진이 묻자 옆에서 같이 상황을 지켜보던 은섭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표정 변화가 없는 그가 만족스레 웃고 있었다.


“네. 개인 사유지 앞에서 문제를 일으켰고 가택 침입까지 했으니 접근금지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요?”

“증거도 확실하고 저렇게까지 난리를 쳤으니 곧바로 받아들여질 겁니다”


은섭의 말에 도진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접근금지 명령만 떨어진다면 그 이후에는 간단했다.


명령을 무시하고 일정 거리 이상으로 들어오면 제압해서 경찰에 넘기면 되니까

그 이후부터는 이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해지는 것이다.


“암 유발자들을 정리해서 그런가, 오늘은 유독 입맛이 좋을 거 같지 않아?”

“응. 오늘 고기 먹자”

“소고기 사놓은 거 있는데 그거 구울까요?”


도진의 말에 두 사람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본관을 나와 관사로 향했다.


운동장뿐만 아니라 본관까지 촬영장소로 제공했기에 오늘은 다 같이 관사에서 지내기로 한 것이다.

방만 4개에 화장실도 2개인 관사였으니 셋이서 지내도 문제는 없었다.


* * *


2박3일의 녹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전에 있던 헤프닝은 이미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게 오후가 되고 해가 지기 시작하자 프로그램의 시그니처, 복불복 게임이 시작됐다.


“오늘 복불복 당첨자는 박종민, 이세윤, 단단님이십니다”

“아자!”

“안돼!”

“나 촬영 못해, 매니저님! 빨리 와봐요!”


PD의 외침에 여섯 남자의 희비가 갈렸다.

셋은 환희에 나머지 셋은 좌절과 절망, 그리고 공포에 질려 아무 말이나 내뱉고 있었다.


“···.”


평소라면 출연진들의 과장된 모습에 웃어야 할 스텝들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그들도 심각했다.


“하아...”

“아, 진짜! 저 오빠는 왜...”

“나 담당 바꿔 줘. 미치겠다”


연예인 전담 스텝 중, 복불복에 걸린 출연자를 담당하는 스텝들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본관으로 향했다.


수많은 촬영지를 돌아다녀 본 그들이었지만 왠지 눈앞의 건물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촬영 직후에 이상한 귀곡성을 듣고 난 이후로는 더더욱


하지만 방송은 진행되고 있었고 그들은 프로였다.


“드, 들어갈게요”

“···.”

“정배야, 너 왜 자꾸 뒷걸음질 쳐? 나 들어가면 제대로 따라와야지”


본관에 들어가기 전, 이세윤이 괜히 담당 카메라에게 시비를 걸었다.

이렇게라도 긴장된 마음을 풀어보려 한 것이다.


평소 호흡이 그들이었기에 원래라면 카메라 담당도 웃으며 반격을 시도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세윤보다 더 긴장한 담당 때문에 분위기가 더 이상해졌다.


“아, 알고 있어요. 빨리 들어가요”

“어? 어...어...”


얼굴이 하얗게 질린 담당 스텝의 모습에 이세윤의 얼굴 또한 덩달아 색이 바래갔다.

방송 경력이 긴 그는 스텝의 반응만으로도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한 것이다.


‘설마 진짜 스텝들이 한 게 아니었다고?’


촬영 직후의 귀곡성 이후 촬영 중간마다 알 수 없는 소리가 녹화장 곳곳에서 들렸다.

스텝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게 아니라고 부정했지만 이세윤을 비롯한 출연진들은 그 말을 믿지 않았었는데


지금의 반응을 보니 정말로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오싹


뚱뚱한 체격 때문에 평소에도 땀에 젖어있는 그의 몸이 뽀송해졌다.

너무 긴장해서 땀샘까지 말라버린 것이다.


“드, 들어간다?”

“네, 네”


세윤의 말에 카메라 담당이 마른침을 삼켰다.

이런 상황은 다른 두 연예인도 마찬가지였다.


본관 입구가 세 곳인 만큼 각각 세 곳에서 진입한 그들은 누구 하나 밝은 표정이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본관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었다.


끼이이이이아아아악!


본관 저 깊은 곳에서 기이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뭐 보이는 거 있어요?”

“글쎄요, 워낙 건물도 넓고 불도 다 꺼져있어서”


메인 PD의 말에 드론 카메라 감독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PD는 출연자들의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


그랬기에 출연자들이 들어서기 전에 드론을 먼저 건물에 투입한 것이었는데

드론 감독의 말처럼 주변에 뭔가 제대로 보이는 게 없었다.


‘분명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출연자들은 몇 번 못 들었지만, 스텝들은 촬영장 주변에서 울리는 괴성을 많이 들었다.


특히 오디오 감독

촬영지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로 주변 소리를 듣는 그는 10분에 한 번씩 깜짝깜짝 놀라 촬영을 중단하자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PD는 촬영을 중단할 수 없었다.


‘곧 가을 개편이 다가와’


방송국 사람들이 제일로 싫어하는 시기

일 년에 두 번씩 피바람이 몰아치는 단두대가 눈앞에 있었다.


장수 프로그램인 만큼 2박 3일의 시청률은 평범했다

새로운 그림은 이전 시즌에 거의 다 나왔으니 새로운 장면은 더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


시청자들도 그냥 의리로 볼 뿐, 정말로 본방송을 기다리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그랬기에 PD는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개편 때 목이 걸리는 순간 그뿐만 아니라 그가 데리고 있는 수많은 스텝의 목까지 날아갈 테니 말이다.


그녀의 도박은 얼추 성공하는 것도 같았다.

촬영 현장 분위기는 섬뜩했지만 그만큼 출연진들의 반응도 리얼이었으니까


이대로면 이번 시즌 역대급 방송도 기대할만했는데

아쉽게도 상황이 그녀를 도와주지 않았다.


“악!”

“왜, 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


PD의 바로 옆에서 드론을 조종하던 감독이 비명을 질렀다.


“왜, 왜 그래요?”

“드론이, 연결이 끊겼어”

“네? 그게 무슨?”

“갑자기 조종이 안 먹혔어. 마치 누가 드론을 붙잡은 것처럼. 그러더니 툭 하고...”

“···"


말을 하는 드론 감독의 얼굴도 어느새 오디오 감독처럼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들의 주변에 있던 스텝들도 말이 없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드론 감독은 오디오 감독처럼 패닉에 빠져있지는 않았다.

드론이 보내준 영상을 재빨리 돌리던 그는 영상을 PD에게 보여줬다.


“이···이게 뭐야”

“...나도 몰라. 그런데, 이거 아무래도 그거 같지?”


귀신

정확한 명칭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영상을 본 모두의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였다.


영상에는 창에 비친 하얀 물체가 보였는데 그것이 드론을 감싸고 있었다.

누가 봐도 그것이 드론과의 연결을 끊은 원인이었다.


“으아아아아악!”

“미쳤어! 미쳤어! 미쳤어!”

“다들 도망가!”


그때 본관에 들어간 출연자들과 카메라 담당들이 비명을 지르며 이쪽으로 뛰어왔다.

그 모습에 스텝들은 누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각자 짐을 들고 밖으로 달렸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녹화라는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심지어 담당 PD마저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는데 누가 방송을 신경 쓰겠는가?


결국 그날 촬영은 그렇게 끝이 났다.


* * *


“그래서 우리보고 수거해달라고 하는 거야?”

“응. 도무지 무서워서 못 가겠대”


촬영팀이 도망간 다음 날

도진들은 촬영팀이 놓고 간 카메라들을 찾아 수거하기 시작했다.


몇몇 스텝들이 어제 놓고 간 장비를 찾으러 오기는 했으나 도저히 본관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덕분에 방송국 장비를 수거하는 일은 도진들이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장비를 수거하던 도진은 4층 구석에 떨어져 있는 드론을 발견했다.

어딘가에 심하게 부딪힌 듯 날개가 부러져 있었다.


“드론 찾았네? 그거 중간에 연결 끊어졌다던데”

“그래? 근데 이거, 녹화는 계속되고 있는 거 같은데?”


도진의 말에 도희와 승완이 다가왔다.

도진의 말처럼 외부 링크를 표시하는 등은 꺼져 있지만 카메라 자체에 녹화 신호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잘됐네. 어제 조기 철수해서 방송 분량도 얼마 없는 것 같던데 여기에서 쓸만한 영상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사이버 렉카들을 쓸어버리는 데 도움을 준 촬영팀이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도진이었다.

그리고 도진의 바람대고 그 영상은 촬영팀에 아주 큰 도움이 됐다.


출연진과 스텝들이 공포에 질려 도망간 후

남은 방송 분량 15분 정도가 전부 드론에 찍힌 영상으로 나간 것이다.


다행히 카메라가 복도 위쪽을 향해 있던 것인지 밤새도록 찍혀있던 영상에는 하얀 물체가 수시로 빠르게 오가고 있었다.


재생 속도를 빠르게 편집한 영상에는 8시간 동안 총 23번의 하얀 물체가 찍혔다.

당연히 인터넷은 난리가 났다.


[2박3일팀, 심령 영상 촬영?]

[방송국 안전불감증? 왜 굳이 위험한 폐교를 찾았나]

[드론에 찍힌 정체 모를 형태, 정말 귀신인가?]

[귀신이 나오는 폐교에 사는 너튜버, 혹시 무속인?]


가뜩이나 심령 영상으로 관심을 받던 세끼 하우스였다.

기사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로 인해 세끼 하우스의 재생수가 말 그대로 폭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진은 이 현상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게 이렇게 되네? 이제 나보고 무속인이란다”

“방송 분량이 워낙 없었잖아. 어쩔 수 없지 뭐”

“그런데 저런 게 정말 우리 건물에 있는 걸까요?”


덤덤한 도진과 도희와 달리 승완은 뭔가 불안하다는 듯이 자꾸 위쪽을 바라봤다.

귀신이 내려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듯 보였다.


“그러게? 우리가 4층에 올라갔을 때는 아무런 일도 없지 않았나?”

“음, 혹시 우리 여기 주인으로 인정받는 건가? 그래서 귀신이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안 하고?”

“그, 그런 말 하지 마! 귀신은 자기 부르는 거 안다고!”


도희의 말에 승완이 팔짝 뛰며 도희의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 도진을 노려보는 게 절대로 귀신이라는 단어를 꺼내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했다.


으쓱


어깨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걱정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도진이 액션캠을 챙겼다.

이참에 4층을 한 번 더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도 여기저기에서 난리를 치니 본인이 직접 둘러볼 생각이었다.

그리고 도진은 하얀 물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꺄악!


“혹시 네가 그 귀신의 정체니?”


6-5 팻말 위에 못 보던 하얀 존재가 앉아 있었다.


뾰족한 부리와 날카로운 발톱 

얼룩 하나 없이 새하얀 털 영국 마법사 소년이 키우는 하얀 올빼미가 떠오를 정도였다.


하지만 영화에 나온 녀석과는 다르게 전체적으로 날렵한 것이 같은 조류라는 걸 빼면 닮은 게 하나도 없어 보였다.


“...왜 새가 여기 있지?”


말과 함께 도진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이미지 검색으로 새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다행히 특징이 확실해서 그런지 이미지 검색 결과는 금방 나왔다.


“매? 매가 이렇게 생겼구나”


새의 정체를 확인한 도진이 신기하다는 듯이 매의 이곳저곳을 살폈다.

소설이나 만화에서는 자주 봤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실물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런데 괜찮은가? 인터넷에서는 맹금이라고 하는데”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인간을 공격하는 매도 있다고 했다.


“혹시 여기가 네 영역이야?”


계속해서 4층에서 발견되는 걸 보면 그렇게 인식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밑을 보니 녀석에게 먹힌 건지 쥐의 사체도 하나 보였고


하지만 매와 눈이 마주친 도진은 왠지 저 새가 자신을 공격할 것 같지는 않았다.

정확하게 설명은 못 하겠지만 삼색이들이나 또랑이를 만났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흐음. 나 지나가도 돼?”


꺄악


도진의 말에 매가 한번 울더니 옆으로 몸을 이동했다.

벽으로 몸을 더 붙인 것이다.


그 모습을 보고 도진은 확실히 느꼈다.

이 녀석은 자신을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음···일단 잘 부탁해. 나도 여기서 살거든. 다음에 보면 또 인사하자?”


꺄악


도진의 말에 또 한 번 운 매가 고개를 까딱였다.

그 모습에 도진은 안심하며 밑으로 내려와 두 사람에게 자신이 겪은 일을 말했다.


“매요? 여기에 매가 살아요?”

“사는진 모르겠지만 일단은 거기 있더라고요. 여기 영상 있으니까 우선 이것부터 편집해서 올려주세요. 괜히 여기가 귀신 나오는 폐교로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으니까”

“네. 네! 맡겨주세요!”


도진의 입에서 귀신이라는 말이 나왔음에도 승완은 더는 그 말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귀신이 아니라 분명한 실체가 있는 동물이라는 것에 자신감을 되찾은 것이다.


폐가로운 세끼생활에 올라온 영상은 빠르게 퍼졌다.

덕분에 심령현상을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너튜버들이 많이 아쉬워했다.


심령 스팟을 찾아다니는 그들에게 있어 세끼 하우스는 최근 핫한 곳이었는데, 갈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대신 영상에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한국조류학회, 백(白)매의 존재에 관심]

[알미노 매의 등장에 학회 술렁]

[백매의 존재, 길조인가 흉조인가]

[한국조류학회 심상청 박사, 매는 1급 멸종위기 종 개인이 소지할 수 없다고 신고]


한국에서는 최근 보기 힘들어진 매, 그것도 흑백 무늬가 아닌 순백의 털을 지닌 매의 등장에 학계가 술렁였다.

어떤 이들은 세끼 하우스가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포획했다고 신고를 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신고를 받고 매를 야생에 돌려보내겠다고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번번이 매의 포획에 실패했다.


시력이 좋은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사람들이 찾아오면 매가 세끼 하우스에 돌아오지 않은 것이다.

거기에 구조팀이 설치한 함정도 너무도 쉽게 파괴하며 사람들을 놀리는 녀석이었다.


그렇게 매의 포획을 위해 관련자들이 세끼 하우스를 찾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세끼 하우스의 영상을 보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예전 너튜버들이 세끼 하우스를 불법 침입하여 찍은 영상이었다.

찰나였고 어두워 구별이 잘 안되었지만 사내는 찍힌 여인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당연했다.

그녀는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이었으니까


“이년 봐라? 여기에서 살고 있었네?”


며칠 동안 PC방에서 게임만 하던 거구의 사내가 비릿하게 웃으며 인터넷에 세끼 하우스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무언가를 뜯어먹기 전에 견적을 내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작가의말

예정보다 무려 6분을 먼저 올렸습니다! 우하하하하하....


...

.

.

.

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일찍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7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폐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혼생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간은 저녁 6시입니다. 24.06.04 2,580 0 -
42 41. 내꺼거든 NEW +6 20시간 전 987 57 13쪽
41 40. 사신 +8 24.06.26 1,474 83 13쪽
40 39. 상팔자 +3 24.06.25 1,709 81 13쪽
39 38. 난 이런거 안 샀는데? +6 24.06.24 1,807 90 12쪽
38 37. 밖은 지옥이야 +8 24.06.23 1,973 88 13쪽
37 36. 교육은 내리교육 +2 24.06.22 2,028 82 13쪽
36 35. 흰둥이 +2 24.06.21 2,120 93 13쪽
35 34. 멸종위기종의 위엄 +6 24.06.20 2,152 90 16쪽
34 33. 잘 차려진 뷔페 +4 24.06.19 2,107 72 17쪽
» 32. 귀신의 정체 +7 24.06.18 2,163 77 19쪽
32 31. 이이제이 +2 24.06.17 2,160 77 15쪽
31 30. 라이브 +3 24.06.16 2,290 81 14쪽
30 29. 어그로의 효과가 너무 쎄다 +2 24.06.15 2,317 80 14쪽
29 28. 버그 하우스 +3 24.06.14 2,415 84 14쪽
28 27. 세끼 하우스의 도둑 +3 24.06.13 2,516 87 16쪽
27 26. 청룡이와 잠보 +6 24.06.12 2,608 87 15쪽
26 25. 교육하는건 내가 아닐테니까 +8 24.06.11 2,676 91 22쪽
25 24. 좋은 말로 할때 꺼져 +1 24.06.10 2,736 89 20쪽
24 23. 운동장 폐장 +5 24.06.09 2,752 91 16쪽
23 22. 사라진 세번째 소원 +12 24.06.08 2,717 84 15쪽
22 21. 새로운 연적 +4 24.06.07 2,781 88 15쪽
21 20. 또랑이 +3 24.06.06 2,779 93 14쪽
20 19. 도서관과 영화관 +1 24.06.05 2,918 90 19쪽
19 18. 신고받다. +1 24.06.05 2,930 80 18쪽
18 17. 폐쇄해주세요 +4 24.06.04 2,906 87 12쪽
17 16. 왕 원장과의 약속 24.06.03 2,959 82 17쪽
16 15. 마스크를 벗고 +1 24.06.02 3,038 80 14쪽
15 14. 삼색이야 +5 24.06.01 3,117 79 16쪽
14 13. 농사를 짓다. +3 24.05.31 3,224 85 1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