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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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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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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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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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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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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9화




3시간짜리 강의가 끝이 나자, 점심시간이 되었다. 병태는 얼른 집으로 달려가 시온에 접속하고 싶었지만, 대식과 성근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병태야, 같이 밥이나 먹자.”

둘은 그저 병태가 대체 무슨 병신같은 짓을 했길래 계열이 없다고 뜬 건지 매우 궁금했던 건데, 병태는 친구들의 같이 식사하자는 말에 마냥 마음이 들떴다.

학생식당에 들어서며 병태가 호기롭게 밥값을 쏘겠다고 말했다.

“당연한 거 아냐?”

라고 말하던 강성근이 대식의 제지에 입을 다물었다.

어쨌든 돈까스 정식과 비빔밥 두 그릇을 시킨 일행은 식탁에 둘러앉았다.

돈까스를 먹기 좋게 자르며 대식이 물었다.

“천천히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하게 말해봐 봐.”

“그러니까 이름을 광개토라고 정해서 게임을 들어갔는데, 갑자기 어떤 사람이 내 팔을 딱 잡더니 나보고 요괴 새끼야, 하고 욕을 하는 거야.”

“푸하하, 그게 뭐냐!”

대식이 웃는데, 성근이 가볍게 욕을 내뱉으며 말했다.

“너, 씨발. 캐릭터 얼굴을 개 찐따같이 만든 거 아냐?”

“아니야, 완전 아이돌처럼 만들었는데...”

“근데 왜 초면에 그런 욕을 처 듣고 그러냐.”

성근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비빔밥을 한입 크게 떠먹었다. 이 새끼는 멀쩡하게 생긴 게 생긴 값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아싸’지.‘

반듯하게 돈까스를 자른 대식이 물었다.

“그래서 그냥 욕 듣고 가만히 있었냐?”

“그럼 뭐 어떡하냐...”

“바로 같이 욕해버려야지. 어차피 마을에서는 플레이어끼리 공격 못 해.”

졸라 강한 사람이었다는 말은 대식이 말을 자르는 바람에 내뱉지도 못했다.

“누가 욕을 하면 더 쌍욕을 퍼부어 버려야지. 그렇게 듣고만 있으니까 니가 호구 잡히는 거야.”

거기까지 말한 대식이 돈까스를 한 점 집어 입에 넣었다.

“근데 그 사람이 날 제자로 삼겠대. 그래서 사부님에게 무공을 전수받았어.”

“푸핫, 뭐?”

대식의 입으로 들어갔던 돈까스가 도로 입 밖으로 튀어나와버렸다.

성근도 이런 병신같은 소리는 처음이라 어리둥절했다가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

“사부? 무공? 푸하하하~.”

하지만 대식은 대폭소를 터뜨리는 성근과 달리, 진지하게 물어왔다.

“진짜 무공을 배웠다고? 근데 시온은 그런 사제시스템 같은 게 없는데? 그리고 그 사람이 욕을 했다면서?”

“어, 이 새끼 저 새끼는 기본이고, 말투 자체가 좀 이상해. 그러고 보니 사람도 좀 이상하고.”

욕을 했다는 말에 누구도 천마를 NPC일꺼라고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사부로 삼았단 말이지?”

“어, 그게 진짜 신기하더라고. 막 혈도를 누르면서 기를 전수하고는...”

“뭐, 혈도? 기?! 크하하~ 아놔, 이 새끼, 이거! 진짜 웃긴 놈이었네. 야, 너 그냥 작가해라, 작가! 창의력이 그냥 아주 대박이다, 크크크.”

성근은 허파에 장애라도 왔는지 말도 제대로 못하고 웃어댔다.

대식도 성근이 만큼은 아니었지만,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 웃음들이 비웃음처럼 보여 병태는 그만 발끈하고 말았다.

“야, 진짜라고. 무공을 배우고 나서 내 캐릭터가 강해졌단 말야!”

“어떻게 강해졌는데?”

대식이 관심을 보였다.

“점프를 했는데, 저 높이 있던 나뭇가지를 손으로 딱 잡았어!”

“뭐? 점프를 해서 나뭇가지를 잡았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우리가 대체 어느 대목에서 놀라야하는 거냐? 점프해서 나뭇가지를 잡는 게 뭐 어려운 일이라도 되냐? 크크”

성근이 잔뜩 비꼬는 투로 빈정댔다.

“엄청 큰 나무였다고!”

“그래, 알았다. 점프를 해서 엄청 큰 나무의 나뭇가지를 잡았단 말이지? 크크크.”

성근의 비꼬는 어투는 사라지지 않았다.

한 5미터는 점프한 거 같다고 말했지만, 혹시 0.5미터를 착각한 거 아니냐며 성근은 여전히 놀려댔다. 병태는 증거가 없으니 계속 주장하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멀리 있는 물체들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잘 볼 수 있게 됐어.”

병태의 말에 이번에는 대식이 한숨을 쉬었다.

“원래 캐릭터는 눈이 좋아. 현실의 너가 안경을 끼고 있다고 해서 게임 속의 너까지 안경을 낄 필요는 없는 거니까.”

“아니, 진짜 좋아졌었다니깐. 멀리 있는 마을이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확대되어서 보였다고.”

대식은 강해졌다더니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소리를 해대는 병태가 답답해 보였다. 한숨을 쉰 대식이 다른 질문을 했다.

“그런 거 말고, 집채만한 바위를 들었다거나, 엄청 빠르게 움직였다거나 뭐 그런 건 없냐?”

병태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런 실험은 해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얘기를 하려고 했다.

“야, 진짜 무공이었다고. 파천무라고 동작도 전수받았단 말야.”

크흐흐흐흐~성근은 이제 비빔밥도 엎을 기세로 웃어댔다.

“씨발, 그냥 차라리 태극권을 익히지 그러냐, 진짜 그 동작을 따라했단 말야? 크크크.”

역시나 빠르게 정신을 차린 대식이 무공 동작을 좀 보자며 요청했다.

“병태야, 너가 배웠다는 그거 좀 한번 보여주라. 진짜 궁금해서 그래.”

병태는 자신의 경험이 이렇게 웃음거리가 되는 것에 기분이 상해 당장 일어나 자세를 취했다.

어깨 두 배 너비로 다리를 넓게 벌리고 서서 한 팔은 하늘로, 다른 팔은 땅을 향해 내 뻗었다. 그리고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려는데, 주변의 시선들이 느껴졌다. 돌아보자 식당 곳곳에서 밥을 먹고 있는 학생들 몇몇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만 살짝 부끄러워진 병태는 파천무의 연속 자세들을 소극적으로 엉거주춤하게 취하기 시작했다.

“대충 뭐 이런 식으로...커억, 컥!”

어색함을 못 이긴 채 어설프게 세 동작을 연결하던 병태는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욕지기에 사례가 들려 버렸다. 벌어진 입술로 꽉 막힌 숨 대신 침만 줄줄 흘러나왔다.

“크하하, 사례 들리는 것도 동작에 들어가냐? 하하하.”

성근은 웃다가 완전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다.

대식도 웃으며 병태를 말렸다.

“그만하면 됐다. 멋지네. 야, 잘해봐라. 혹시 아냐. 진짜 효과가 있을지?”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전혀 진심이 안 담겨 있었다.

진짜 효과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병태는 꽉 막힌 숨에 말을 제대로 이을 수 없었다. 몇 번이나 가슴을 두드린 다음에야 겨우 숨이 트인 그는 제자리로 돌아왔다.

“으음, 미안하다. 갑자기 속이 답답해져서.”

병태는 자리에 앉아서 아직 다 비비지 못한 비빔밥을 마저 비볐다. 그러고 보니 아직 한 술도 못 떴다.


대식이 그런 병태를 잠시 쳐다보더니,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아참, 너 아까 계열 못 받았다고 얘기했었지?”

“못 받은 게 아니라, 거기 담당관이 나보고 적당한 계열을 찾을 수가 없대.”

“뭐? 찾을 수가 없다고? 푸하하하”

병태의 말에 대식과 성근이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더니 박장대소를 했다. 현실 잉여가 게임 속에서도 잉여 신세라니!

그들의 속내를 모르는 병태가 피식 웃으며 호응했다.

“웃기지? 나도 얼마나 웃겼는지...”

그 당시에 웃기기는커녕, 엄청 당황했었지만 그런 말을 할 필요는 없지 싶었다.

“야, 얼른 GM한테 가봐라. GM이라면 아마 웬만한 버그는 처리해줄 수 있을 거야. 아니면 억지로 계열을 만들어 줄 수도 있고.”

그러면서 대식이 자신의 친구 중에 마법사가 하고 싶어서 전사 계열을 확정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GM한테 사정해서 계열을 바꾼 친구에 대해 얘기를 해주었다.

“아, 진짜?”

이런 좋은 정보를 알려주다니, 밥값 내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데, 성근이 약간 긴장한 목소리로 정보를 하나 더 알려주었다.

“병태야, 너 지금 있는 곳이 한 제국이라고 했지? 가능하면 최대한 빨리 거기 벗어나라.”

“어, 왜?”

병태의 반문에 성근이 한층 더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확장팩이 천마의 귀환 아니냐, 바로 그 천마교 본산이 한 제국에 있다더라.”

“정말?”

그럼 좋은거 아닌가? 하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읽은 양, 성근이가 경고했다.

“천마교가 말야, 완전 사마의 총 집합체라더라고. 있잖아, 그, 막, 어? 플레이어건 NPC건 다 잡아다가 생체실험하고, 죽이고 그런다더라. 재수 더럽게 없는 사람들은 부활지점이 천마교의 세력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부활하는 족족 마교새끼들 한테 붙잡혀서 결국 게임을 접기도 하고 그랬다더라고. 시작한지 며칠도 안 됐는데, 벌써 그만 둔 사람이 몇십 명인가, 몇백 명인가 그러더라.”

“설마, 게임이 그렇게 유저를 쫓아내겠어?”

밥을 먹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뜬 병태의 반박에 성근이 한숨을 쉬었다.

“역시 뉴비는 뉴비네. 시온은 그런 거 신경 안 써! 야, 시온의 모토가 뭐냐? 제2의 삶. 근데 우리가 살면서 죽냐 안 죽냐? 죽잖아. 그거랑 똑같은 거야.”

정말로 시온의 정책이 그렇게나 살벌하다고?

“고맙다. 좋은 정보 알려줘서.”

“동기사랑 나라사랑 아니겠냐. 흐흐.”

성근과 대식은 이런 찐따를 앞에 두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느라 힘들었지만, 애써 참았다.

곧이어 성근과 대식이 자랑섞인 자신들의 모험 얘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계속 식사가 이어졌다.


*


산적의 칼날이 벼락같이 슬기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사뭇 위협적이었지만 슬기는 침착하고 신속하게 오른쪽으로 한발 내딛으며 왼손으로 칼날의 옆면을 슬쩍 밀었다. 권사의 중급 방어기술 중 하나인 ‘무기 흘리기’였다. 산적은 어이쿠, 소리를 내며 땅바닥을 내리쳤고, 슬기는 눈앞에 보이는 빈틈을 향해 손날을 찔러 넣었다.

컥~

산적이 칼을 놓치며 가격당한 목을 움켜쥐었다. 그렇게 두어 걸음 비틀거리며 물러서는 산적에게 크게 한걸음 다가간 슬기는 그대로 오른쪽 무릎을 강렬하게 끌어올리며 녀석의 면상을 가격했다.

쩍~

짱돌 빠개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산적의 몸이 허물어져 내렸다.

일련의 동작들이 끝나고 한숨을 몰아 쉰 슬기가 매서운 눈빛으로 뒤를 돌아보며 호기롭게 외쳤다.

“자, 이 아가씨의 다음 상대는 누구냐!”

막 10여명의 산적들이 각기 선 자리에서 허물어지고 있었고, 그 가운데 천마가 오롯이 서 있다가 그녀의 말에 퍼뜩 한 녀석의 멱살을 붙잡아 다시 세웠다.

“이 놈이 그나마 강단이 있더구나.”

하지만 녀석은 이미 죽어서 흰자위만 가득한 눈동자에 게거품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슬기는 천마의 반복되는 방해 행위에 그만 역정을 내고 말았다.

“왜 자꾸 아저씨가 다 죽여? 아저씨는 선업 점수가 얼만지도 모른다면서?”

아까 슬기가 물어봤을 때 천마는 모른다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슬기를 따라서 ‘상태창’이라고 말해봐야 아무 것도 뜨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선업 점수를 쌓아야 한다고, 근데 자꾸 이렇게 훼방 놓을 거면 그냥 아저씬 딴데 가. 내가 말을 너무 어렵게 했어? 아저씨는 그냥 산적들 위치나 알려주고, 내가 한 놈씩 상대할 수 있게 발목만 잡아놓으면 된다니까!”

“그냥..발목만 잡았을 뿐인데...아니, 손목..그냥 목을 잡았나?”

천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의 잔인한 손속에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저 잠깐 행동을 붙잡아 놓으려고 한 거였는데, 그만 상대의 목숨을 붙잡고 말았다. 자꾸 그랬다.

“에잇, 권태기 X대가리 같은 것들!!”

자꾸만 죽는 것들에 대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채 그냥 떠오르는대로 나지막이 욕설을 내뱉으며 천마는 완전히 죽어버린 산적의 시체를 걷어찼다.


작가의말

어라, 자꾸만 죽네?

자꾸만 죽는게 뭘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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