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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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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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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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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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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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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8화





어느새 요괴 무리와의 거리가 50미터 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죽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빨리도 부활했구나. 그런데 죽은 자리에서 부활하는 건 아닌 모양이로구나.”

천마의 인공지능이 경험을 토대로 합리적인 추론을 했다.

“저쪽 어딘가에 요괴 놈들이 살아나는 곳이 있는 모양이군. 그런데 아가씨야.”

“응?”

“요놈들은 죽을 때마다 전리품도 계속 주겠지?”

“맞아. 죽으면 아이템을 떨구지.”

“크크크, 죽일 때마다 전리품이 준단 말이지. 그렇다면 죽이고 또 죽여서 먹고 또 먹으면...크크크”

천마의 능글맞은 혼잣말에 슬기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 말도 안 되는 새끼가 설마.. 무덤을 지킬...?!’


*


아라곤은 공격대를 돌아보았다.

‘놈의 공격력은 나조차도 일격에 당할 만큼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도 혼자서 버틸 수는 없어!’

아라곤의 눈에 3명씩 무리를 지은 공격대원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33개 조가 다시 거대한 세 그룹을 이루었다.

공격력이 강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트라이앵글 포메이션이었다.

이른바 천지인 진형으로, 지에 해당하는 탱커가 적의 공격을 감당할 때, 인에 해당하는 힐러가 즉각적으로 탱커를 지원하고, 그 틈에 천에 해당하는 딜러가 적을 공격하는 진형이었다.

즉, 살을 주고 뼈를 취하겠다는 것이었다.

“포메이션 버프는 제대로 들어갔지?”

홀로 트라이앵글 포메이션에서 벗어나 있는 아라곤이 묻자, 부대장 로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공방(공격력, 방어력) 모두 10%씩 늘었어요.”

그 대답에 만족한 아라곤이 다른 파티장들을 돌아보며 당부했다.

“좋아, 일단은 무조건 첫 방은 버텨야 한다. 힐은 그 다음이야.”

“풀버프 다 받았으니 맡겨두라고.”

주점에서 단 한방에 죽어 버렸던 메인 탱커 ‘거암’으로선 명예 회복이 절실했다.

“힐도 제대로 주고.”

“멍청한 놈이 한방에 뒈지지만 않으면 절대 안 죽여.”

힐러 파티장, 우선이 이죽거리며 대답했다.

“결국 승부는 딜러들에게 달렸다.”

“열심히 해보지, 뭐.”

아라곤의 당부에 근접 딜러장과 마법사 파티장, 원거리 딜러장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들을 믿음직스러운 시선으로 훑은 아라곤이 천마에게 고개를 돌렸다.

불길하게 흩날리는 잿빛 망토, 어둡기 그지없는 흑발과 흑의. 특출 날 것 없는 옷차림이었지만, 주점에서의 충격적인 사건은 천마를 인세에 다시없을 괴물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네 놈 정체가 뭐냐?’

아라곤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곁에 선 로터스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만약에 저놈이 버그 플레이어라면, 그땐 어쩌죠?”

버그 플레이어!

게임에 존재하는 허점이나, 혹은 허점을 만들어 악용하는 플레이어들을 통칭하는 말로, 정상의 범주를 넘어선 강력하거나 뛰어난 능력으로 뭇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허탈감과 좌절감을 주는 존재들이었다.

“버그고 자시고 간에 100 대 1의 전투다. 걱정할 필요 없어.”

“하지만 유령검 사건 땐 무려 공격대 2개 대 200명이 투입되었었다고요.”

로터스가 2년 전에 나타나서 초 강력크한 버그 능력으로 수많은 패악질을 벌이다가 끝내 수백에 이르는 유저들의 협공에 의해 사라진 버그 플레이어의 대명사, 유령검을 언급했다.

“2년 전이야. 그때의 200명 보다 지금 우리 100명이 더 강해.”

아라곤은 짤막한 한마디로 로터스의 걱정을 일축했다.

실제로 과거의 200명보다 레벨 업이 된 지금의 100명이 더 강했다.

아라곤이 한발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천마를 향해 진즉에 물었어야 할 질문을 던졌다.

“네 놈은 대체 누구냐!”

정중하게 물었으면 좋았을 테지만, 이미 그를 비롯한 십여 명에 가까운 동료가 저 괴물에게 목숨을 잃었던 터라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라곤의 질문에 천마가 눈을 번뜩였다.

“놈은 욕 맞지?”

천마가 슬기에게 동의를 구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이 살인마가 사람 죽일 트집을 잡으려고 묻는 모양인데, 놈이라는 말도 욕으로 분류하면, 대체 어느 누가 욕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슬기는 양심을 외면할 수 없었다.

“놈은 욕 아냐.”

“그럼 ‘대체’와 ‘누구냐’ 중에 뭐가 욕이냐?”

“뭐??”

어이없어하던 슬기는 이내 천마의 질문에 담긴 진의를 깨달았다.

‘이 새끼, 이미 욕이라고 정해 놓았구나!!’

“어차피 죽일 거면 묻지 말지?”

한숨 섞인 슬기의 말에 천마가 기분 좋은 듯이 나지막하게 클클 거리기 시작했다.

클클클~ 클클클~

나지막하던 천마의 웃음소리가 점점 주변으로 퍼져 나가더니 이내 거리를 메우고, 공격대에 까지 이르렀다.

클클클클~


음산하고도 괴기스러운 천마의 웃음소리에 로터스는 갑자기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로터스는 즉시 상태창을 불러냈다.

곧 로터스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헉!! 모든 능력치가 5% 하락?! 이게 말이 돼?’

본디 디버프란, 마비, 침묵처럼 한 번에 한 가지 상태이상, 혹은 한 항목의 능력치가 감소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물론 일부 강력한 레이드 보스들의 디버프는 한꺼번에 두세 개가 들어오기도 했지만, 그건 정말 강력한 레이드 보스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이처럼 모든 능력치가 동시에 하락하는 디버프는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이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하지만 말이 되건 안되건 이미 일은 벌어졌다.

피통은 줄었고, 움직임은 굼떠졌다. 왠지 머리도 잘 안돌아가는 거 같고, 손에 든 활도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졌다.

“와나...”

탄식하던 로터스는 아라곤과 시선이 마주쳤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로터스, 너도?”

“아라곤님, 당신도?”

“우리 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당한 거 같은데?”

아라곤의 말대로 주변의 모든 공격대원들이 하나같이 허공을 응시한 채 부들부들 몸을 떨고 있었다.

‘이 무시무시한 디버프가 광역 스킬이라고? 게다가 범위도 어마어마하게 넓어? 이건 사기야!’

천마의 웃음소리, ‘천마소’를 처음 접한 로터스를 위시한 드래곤 공격대의 대원들의 입에서 불만과 불평, 그리고 분노의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뭐야, 그냥 웃기만 했는데 저놈들이 욕을 하네?”

천마가 분노에 차 외쳤다. 슬기가 듣기에는 그저 놀람의 웅성거림일 뿐 그 가운데 전혀 욕은 들리지 않았건만, 이 미친 살인마는 무슨 말이든 간에 모두 욕으로 듣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슬기는 천마의 우겨대는 모습을 보며, 틀림없이 정신연령이 평균 이하일거라 생각했다.

‘이놈, 이거. 나이를 대체 얼마나 거꾸로 처먹은 거야?’

“나한테 욕하면 다 죽는거야, 크크.”

‘말하는 본새나, 성질머리를 볼 땐 다섯 살, 아니 어쩌면 네 살까지 내려갈지도 몰라.’

슬기는 천마의 모습에서 한낱 유희로 개미들을 학살하는 네댓 살 꼬맹이의 잔인함을 엿보았다.

그렇게 슬기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떠는 순간, 돌연 눈앞의 살인마가 사라졌다. 아니, 사라졌다고 느낄 만큼 쾌속한 몸놀림이었다.

그는 어느새 저쪽 공격대 앞에 당도해 있었다.


“감히 본좌에게 욕을 하다니 말이야!”

천마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한달음에 요괴무리들 앞에 당도했다.

“헉! 뭐냐, 뭐가 이렇게 빨라?!”

요괴들 중 가장 앞에 있던 셋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또 욕했네?”

아무도 욕을 하지 않았지만, 이미 살심이 크게 동한 천마에게는 들리는 모든 말이 욕설이었고, 험담이었다.

천마는 검도 뽑지 않고, 그대로 주먹으로 한차례 허공을 격했다.

쿠앙!

천마의 주먹에서 발생한 무시무시한 권풍이 세 마리 요괴에게 들이닥쳤다.

공격을 받아내려던 탱커와 그를 보조하려던 힐러, 그리고 그 틈을 타 공격하려던 근접 딜러가 모두 한꺼번에 피떡이 되어 날아갔다. 공격대장의 신신당부가 무색한 순간이었다.

순식간에 공중에서 빛으로 산화되어 버리는 세 사람을 보며, 공격대원들은 모두 경악했다.

“이런 미친 씨X!!”

“또 욕했네?”

천마는 늘어날 전리품을 생각하며 그저 싱글벙글이었다.

다시 거암이 나섰다. 드래곤 공격대의 탱커 파티장이자, 메인 탱커인 거암! 이번에는 미리 버퍼들의 버프를 잔뜩 받아놓은 터라, 아까와는 다를 거라 호언장담했다.

다시금 천마의 권풍이 들이 닥쳤고, 거암은 타워실드를 든 왼팔에 잔뜩 힘을 주며 기술 명을 외쳤다.

“철벽 세우기!”

레이드 보스가 광분했을 때에나 사용하는 탱커의 궁극기가 발동 되었다.

원래라면 30초간 60%의 데미지를 감소시켜주는 필살기지만, 특별한 연계 퀘스트를 통해 3단계나 특성화시킨 거암의 ‘철벽 세우기’는 무려 1분간 80%의 데미지를 감소시켜 주었다.

대신 쿨타임이 10분에서 20분으로 늘어나긴 했지만, 그 정도 패널티는 감수할 만 했다.

쿵~

방패 한가운데로 어마어마한 충격이 느껴졌지만, 이미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던 거암은 쓰러지지 않았다.

‘버텼다!!’

기쁨에 찬 거암은 자신의 피통을 보고 경악했다.

‘뭐? 35%’

나간 피가 아니라 남은 피가 그랬다.

‘한방에 피가 이렇게나 나갔다고? 대체 이 녀석은 무슨 무기를 사용하길래, 이런 말도 안 되는 데미지가 나오는 거야?’

급히 방패를 들며 거북이 마냥 고개를 움츠렸던 거암은 천마가 맨주먹으로 때렸다는 사실도 몰랐다.

‘한방 더 맞으면 죽어, 죽는다고!!’

다급한 마음에 거암은 힐러들을 독촉했다.

“이런 씨X, 빨리 힐 내놔!!”

“본좌에게 한 욕이렷다?”

방패 너머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에 거암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님한테 한 욕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대답하려는 찰나, 등 뒤에서 날아온 파랗고 빨간 10개의 빛줄기들이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방패 너머의 녀석에게 꽂혀 들어갔다.

퍼버벅!!

방패 너머로 휘청이는 천마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취!! 잘한다, 우리 딜러들!!”

크게 안도한 거암이 딜러들이 잘 공격하게끔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 그 와중에 힐러들의 폭힐이 신속하게 그의 생명력을 채워나갔다.

“거암, 어그로!!”

“안다고!”

부공대장 로터스의 다급한 목소리가 아니더라도 거암은 이미 도발 멘트가 가득 장전된 상태였다. 마을 회관에서 출발할 때부터 몇 번이나 소리 없이 되뇌였던 멘트였다.

거암이 방패 위로 빼꼼 고개를 내밀며 소리쳤다.

“늙어죽을 때까지 여자 손은커녕 냄새도 못 맡은 채 고독하게 혼자 살며, 매 끼니 라면에 브로콜리만 먹다가 급체해서 공동화장실에 차례 기다리다 바지에 똥 지릴 새끼야!”

“나왔다! 팩트 폭행!!”

등 뒤에서 보조 탱커들의 부러움 섞인 감탄이 들려왔다.

거대한 덩치와 중후한 보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저 날렵한 인신공격들!! 거암은 메인탱커의 필수요소를 다 갖춘 보기드문 인재였다.

살짝 의기양양해진 거암이 다시 외쳤다.

“라면 끓이려고 물 틀었는데, 지난달 안 낸 수도세 때문에 단수돼서 생라면 씹어 먹을 새끼야!!”

“대단하다, 역시 메인 탱커!!”

역시 도발이 강력했는지, 천마의 고개가 거암을 향해 돌아갔다.

“뭐라고 씨부렁거리는 거냐?”

거암의 말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한 천마는 아주 살짝 눈곱만큼 기분이 상했다.

욕인거 같은데, 무슨 내용이지? 딜러들의 간지러운 타격보다도 거암이 발악하듯 외쳐대는 소리의 내용이 더 궁금했다.

천마의 관심이 거암에게로 쏠렸다.


메인 탱커의 도발기가 제대로 먹혀들었다!!


작가의말

아무리 도발이라도 부모님 안부는 묻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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