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67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14 17:00
조회
1,248
추천
13
글자
12쪽

5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5화





처음 요괴 소굴을 발견하고서 한달음에 달려온 천마는 곧 요괴들과는 이질적인 기운을 가진 존재들을 발견했다. 자신과 유사한 기운을 가진 그들을 보며 천마는 비로소 사람을 발견했음을 깨달았다.

“어라, 이상하군. 요괴와 사람이 같이 있다니?”

요괴란 본디 사람을 해치는 악한 존재. 하지만 잠시 살펴본 요괴 소굴(사실은 마을)은 사람과요괴가 꽤나 평화롭게 공존하고 있었다.

날듯이 허공을 가르며 달려온 천마가 마을 초입에 우뚝 내려서자 NPC 마을 주민들이 천마를 보고는 분분히 자리를 피했다.

레이드 보스의 등장에 다들 도망을 친 것이지만, 그것을 알 길이 없는 천마로선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천마는 근처에 있는 노인NPC에게 다가갔다.

설정상 가는 귀가 먹고 몸이 불편해 천마의 등장을 제때 알아차리지 못하고 불행히도 도망치지 못한 노인이었다.

“늙은이여, 그대는 사람인가?”

“흘흘흘...”

가는 귀가 먹은 노인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두어 번 더 같은 질문을 한 천마는 노인의 청력에 문제가 있음을 깨닫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나같이 겁먹은 얼굴들, 그리고 보잘 것 없는 옷차림. 지금껏 잡아왔던 요괴들과는 사뭇 다른 차림새들이었다.

요괴들이 죽어가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것 중에서 하나를 떨궜단 걸 생각해봤을 때 이들은 잡아봐야 아무 건질게 없어 보였고, 무엇보다 천마는 사람을 죽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음, 어딘가에 나에게 좋은 것을 선물할 요괴 년놈들이 모여 있을 텐데.”

천마의 눈이 빠르게 주변을 탐색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럴듯한 장비를 갖춘 요괴 놈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역시 요괴를 잡기 위해선 던전을 들어가야 하나라고 생각한 천마는 주변을 살펴보다 곧 큰 건물을 하나 보았다.

다른 건물들보다 확연히 큰 것이 만약 요괴들이 모인다면 저런 곳에 모이겠거니 하는 생각이 든 천마는 성큼성큼 주점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주점 안에 모인 플레이어들을 본 순간 천마의 입에서 유레카가 터졌다.

“크흐흐. 역시 던전에 들어오니 요괴들의 때깔이 다르구나!”

졸지에 때깔 나는 요괴 취급을 받은 더원의 파티장들과 그 외 유저들은 그저 천마의 광소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요놈들, 이런 곳에 숨어있으면 모를 줄.. 응?”

요괴들을 향해 발걸음을 막 옮기려던 천마는 불시에 콧구멍으로 들이닥친 음식 냄새에 그만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각성이후, 맹세코 이렇게 향긋하고 군침돌게 만드는 냄새는 처음이었다.

‘이것들은 무엇?’

천마는 온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바로 옆 요괴의 탁자 위에 놓인 빵에 손을 뻗었다.

“아니, 이 사람이?!”

테이블에 앉아 있던 요괴가 놀라서 벌떡 일어섰지만, 천마는 개의치 않았다.

“아, 이것은 무엇이냐, 마치 입에 넣어야 할 것 같은 냄새와 모양이지 않은가!”

음식이라는 걸 처음 본 천마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손에 든 빵을 입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천마의 두 눈이 놀람으로 크게 떠졌다.

‘맛있구나! 니 놈은!’

빵을 씹어 먹던 천마가 이번에는 그 옆에 놓인 수프를 맹렬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수프들이 천천히 떠오르더니 호로록~ 허공을 가르며 천마의 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막, 자기 빵을 집어 먹은 도적놈에게 한 소리 하려던 플레이어는 수프가 저절로 빨려 올라가는 광경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시온에서 염동력을 사용하는 초능력자는 그리 귀한 존재가 아니었지만, 이렇게 액체에 염동력을 행사하는 초능력자는 본 적이 없었다.

“역시 니 놈도 맛있구나!”

맛을 음미하며 중얼거리던 천마의 눈에 곧 불똥이 튀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요괴새끼들이, 지들끼리만 먹고 있었구나!”

갑작스레 내뻗은 천마의 손길에 빵 주인은 그만 멱살을 잡히고 말았다.

멱살 잡힌 플레이어가 소리쳤다.

“이런 미친놈을 봤나!”

호기롭게 외친 그의 말은 그대로 유언이 되고 말았다.

우둑!

“이런 약해 빠진 놈을 봤나.”

천마는 그저 멱살을 조금 세게 잡았을 뿐인데, 목뼈가 부러진 요괴를 보며 중얼거렸다.

천마가 멱살을 쥔 손을 놓자, 요괴는 그대로 바닥에 철푸덕 쓰러지더니, 곧 짙은 밤색의 장갑 한 쌍을 남기며 허공으로 산화하였다.


“뭐야!!”

그 광경을 본 플레이어들이 깜짝 놀라며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낮에 플레이어를, 그것도 마을 안에서 살해하다니! 저놈은 미쳤다!!

그런데 문제는 미친놈이 왠지 심상치 않아 보인다는 점이었다.

“미친놈!! 겜 접고 싶어서 환장을 했구나. 마을에서 PK(플레이어 킬)를 해!?”

빵 주인과 동석해 있던 남성 플레이어가 정작 발걸음은 천마에게서 멀어지면서 마구 삿대질을 해대었다.

“니미, 이제 치안대가 오면 넌 뒈진거야! 뒈졌다고 개새꺄! 너 같은 살인마 새끼들은 그냥 아이템을 다 뺏어 버려야해!”

놈의 말이 시끄러웠던 천마는 귀를 후비적거리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라? 네놈들! 말 할 줄 아는구나?”

천마는 요괴와 난생처음 해보는 대화에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러고 보니 애초에 요괴들이 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건 그들에게 말할 기회 한 번 주지 않고 모조리 죽여버린 자신 탓이었다.

‘아니지. 대략 1초씩은 기회를 줬지...아마도?’

천마는 입만 산채로 자꾸만 뒷걸음질 치는 녀석을 보며, 빵을 수프에 찍어 먹었다.

“왠지, 이렇게 먹어야 더 맛있을 것 같군.”

천마는 본능이 시키는 대로 수프에 빵 찍어 먹기 기술을 시전하며 무척 만족해했다.


사기꾼, 아이언피스트는 자신이 나설 때라고 생각했다.

낯선 이를 살펴보고, 파악하여 그 능력을 가늠하는 것. 사기를 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그동안 무수히 해온 일이기도 했다.

“허허, 참으로 대담한 분이시군요.”

‘위험한 놈이지만, 더원인 나까지 건드릴 수는 없을거야.’

아이언피스트는 여유로운 걸음걸이로 천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천마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의자에 앉아서 본격적으로 빵과 수프를 먹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그 맛에 천마는 요괴에 대한 생각도 잠시 접어두었다. 전리품이야 가질 필요도 없는데 괜히 욕심만 부리는 거고, 지금 눈앞의 음식들은 정말 욕심 부리고 싶은 것들이었다.

순식간에 다 먹어치운 천마는 두리번거리며 다른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옆 테이블에 놓인 ‘고기’라는 것을 보았다.

“엇, 이거. 내가 아는 건데. 분명히 이건, 이름이 그러니까...”

천마는 눈앞에 놓인 고기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그 살벌한 인상에(비록 머리에 가려 미간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살벌했다) 고기 주인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냉큼 자리에 앉은 천마는 본격적으로 고기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정말 먹고 싶은 녀석이로군. 하지만 이름을 알기 전까지는 참아 주겠어. 왠지 이름을 기억해내고 먹으면 더 맛있을 것 같단 말이야. 이름이 기억날 거 같은데, 뭐더라?”

천마가 음식에만 집중하는 탓에 몇 번이나 말 섞을 기회를 놓친 아이언피스트가 이내 황망한 표정을 감추고, 천마의 맞은 편 자리에 앉아서는 아는 체를 했다.

“이건 오향장육이라는 건데.”“이런...빌어먹을 잡놈을 봤나.”

“에?”

그것이 아이언피스트의 마지막 유언이 되었다.

번개같이 내뻗어진 천마의 오른 주먹이 그대로 아이언피스트의 면상을 관통하자, 머리가 날아간 아이언피스트의 몸뚱아리가 뒤로 넘어가 바닥에 쓰러졌다.

현실처럼 피가 튀고, 뇌수가 터지는 그런 장면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비현실적인 장면에 다들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악!

으아악!!

비명소리에 가려졌지만, 천마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천마의 으스스한 목소리를 똑똑히 들었다.

“스포하는 새끼들은 다 죽어야 돼.”

‘아니, 음식 이름 알려주는 게 무슨 스포까지나 된다고.’

천마의 말에 그들은 소리없이 경악했다.


아이언피스트의 시신이 뒤로 벌러덩 넘어가자, ‘더 원’의 파티장들이 일제히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이놈!!”

특히 거암의 분노가 대단했다. 감히 ‘더 원’의 길드원을, 그것도 평화지역인 마을 안에서 살해하다니! 그 거침없는 대담함은 나름 멋있었지만, 그와 별개로 놈의 행동은 용서할 수 없었다.

탁자 한켠에 걸쳐 놓았던 타워실드와 미스릴 도리깨를 집어든 거암이 성큼성큼 천마를 향해 걸어 나갔다.

가뜩이나 남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큰 거암이 무식하게 큰 장비들을 들어 올리자 말그대로 거대한 바위산이 움직이는 기세가 느껴졌다.

그리고는 강제 스포를 당해 마지못한 얼굴로 고기를 먹는 천마를 향해 거암이 도리깨를 거세게 내리쳤다.

쾅!

묵직한 도리깨의 공격에 테이블과 음식 접시가 동시에 다 산산조각으로 박살이 나버렸다.

실로 위력적인 공격이었다.

하지만 천마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려 했던 거암으로서는 테이블이 박살나는 것을 본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공격이 밀려났어? 아니, 놈이 옆으로 피한건가?’

어쨌든 갑자기 온몸을 엄습해 오는 섬뜩한 느낌에 거암은 급히 타워실드를 단단히 당겼다.

턱!

바짝 당긴 타워실드 위로 반지를 잔뜩 낀 손 하나가 올라왔다.

와락-

엄청난 힘이 타워실드를 당기자, 팔에 잔뜩 힘을 주고 버티려 했던 거암의 상체가 통째로 앞으로 휘청이며 끌려왔다.

“엇!?”

‘말도 안 돼!! 본 드래곤의 공격도 막아낸 나라고!!’

그 짧은 순간, 거암은 현실을 부정했지만, 그렇다고 이미 벌어진 사실이 바뀌지는 않았다.

천마의 잔혹한 시선이 드러난 거암의 머리통으로 향했다.

“거북같이 생긴 요괴새끼가 머리는 몸통 안으로 안 들어가나 본데...”

“헉!”

이번 유언도 짧았다.

천마가 뿅망치를 날리듯 가볍게 내리친 주먹 한방에 거암의 머리가 수박처럼 부서졌다.


천마는 거북마냥 온몸을 철갑으로 칭칭 두른 녀석의 머리를 부수고선 좋아했다.

“이제야 몸통 안으로 들어갔구나. 하하하”

이내 거북요괴도 시신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손에 쥐고 있던 녀석의 방패가 같이 사라지는걸 보며 천마는 이상해했다.

“아니, 방패인줄 알았는데, 이것도 녀석의 몸이었던 겐가?”

그리고는 곧 이전 요괴들이 사라질 때 들고 있던 무기들도 같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내심 튼튼했던 방패가 갖고 싶었던 천마는 입맛을 다시며, 거북요괴(거암)와 악질 스포일러(아이언피스트)가 두고 갔을 전리품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들의 시신이 사라진 자리에는 동일하게 생긴 회색 반지만 하나씩 놓여 있었다.

“이게 뭔가?”

이번에도 반지들이 알아서 천마의 손아귀로 들어 왔다. 살펴보니 그저 회색빛의 탁한 보석이 박힌 싸구려 반지에 불과했다.

“허허, 이 요괴새끼들이 약을 파네. 뭐 이딴걸.,.?”

천마는 내심 약이 올랐다.

‘정작 좋아 보이는 물건들은 하나도 안 떨구고, 이런 쓰잘데기 없는 반지만 떨궈?’


어느새 주점 안은 천마 외에는 아무도 입을 여는 이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강하다는 ‘더 원’의 정예 멤버 두 명이 한 번의 공격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에게 목숨을 잃었다.

일반 플레이어들은 그 강력함에 입을 다물었고, ‘더 원’의 멤버들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때 적막을 뚫고 아이언피스트에게 희롱당했던 못생긴 여자가 말했다.

“그건 공격대들이 가지고 다니는 더미 반지예요.”

천마의 고개가 여자에게 돌아갔다.

침을 한번 삼킨 여자는 더미 반지에 대해 설명했다.

“더미 반지를 끼고 있으면, 죽을 때 최우선적으로 그걸 떨궈요. 시온의 사망 패널티를 피하기 위한 방법으로 레이드 팀이라면 모두 하나씩 착용하고 있는 아이템이죠.”

모두의 얼굴에 다들 아는 얘기를 왜 그렇게 설명조로 얘기하나 하는 감정이 떠올랐지만, 이제야 진실을 알게 된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어조로 말했다.

“소녀여. 그 말은 일단 반지를 뺀 다음에 죽여버리면 된다는 말인가?”

천마의 말에 여자의 눈이 살짝 커졌다. 하지만 무언가를 결심한 듯 여자는 곧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보기보다 쓸모있는 여자로구나. 크크.”

여자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천마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작가의말

npc 눈에 npc는 뭐다? 사람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화 +1 19.11.17 662 9 13쪽
20 20화 19.11.17 676 10 13쪽
19 19화 19.11.16 661 8 12쪽
18 18화 19.11.16 697 9 13쪽
17 17화 19.11.16 703 9 13쪽
16 16화 19.11.15 703 9 12쪽
15 15화 19.11.15 742 9 14쪽
14 14화 19.11.15 778 10 13쪽
13 13화 19.11.14 798 10 12쪽
12 12화 19.11.14 847 10 14쪽
11 11화 19.11.14 903 10 13쪽
10 10화 19.11.14 962 12 12쪽
9 9화 19.11.14 972 9 12쪽
8 8화 19.11.14 1,039 11 12쪽
7 7화 19.11.14 1,108 10 12쪽
6 6화 19.11.14 1,165 12 12쪽
» 5화 19.11.14 1,249 13 12쪽
4 4화 19.11.14 1,681 14 12쪽
3 3화 19.11.14 2,042 19 12쪽
2 2화 19.11.14 2,776 19 12쪽
1 1화 +3 19.11.14 6,237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