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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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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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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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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955

작성
19.11.1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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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4화




“그래도 레벨이 올라서 다행입니다!!”

방금 비상한 점프력과 탁월한 동체시력, 거기에 비범한 운동능력과 놀라운 집중력으로 토끼를 쳐 죽인 광개토가 상태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계열이 없어도 레벨이 오르는군요.”

“거봐, 내 말 맞잖아. 역시 내 기억대로 계열이랑 레벨은 상관이 없는 거였어. 옛날에는 말야. 계열 없이 레벨 올리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었어.”

“왜요?”

광개토의 반문에 슬기가 옛날을 회상했다.

“아주 옛날에 게임 판타지 소설이라는게 대 유행이었던 시절이 있었거든. 다른 사람들은 다 게임을 시작하고서 정상적으로 클래스를 정하고 렙업을 하는데, 선택 장애를 가진 주인공만이 혼자 선택안하고 버티다가 졸라 우연히도 히든 직업을 얻어서 혼자만 꿀 빨고 킹왕짱이 된다는 그런 내용들인데.”

“오, 재밌겠는데요?”

“그렇지, 애초에 남들과 다른 출발점을 가지고 시작하는, 그러니까 기회의 평등 같은 건 개나 줘버려라 같은 내용들이었는데 그게 참 인기가 많았단 말야.”

“그래서요?”

반문하는 광개토를 바라보는 슬기의 두 눈에 한심하게 보는 감정이 가득했다.

“뭐긴, 혹시나 히든 직업이라도 있나 싶어 계열을 안 고르고 그냥 레벨만 올리면서 개겼던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 거지.”

“그래서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는데요?”

남일 같지 않은 얘기라 광개토는 저도 모르게 슬기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자 슬기가 정색을 하며 광개토를 밀쳤다.

“야, 떨어져. 이게 어디서 달라붙고 지랄이야.”

그렇게 슬기와 광개토가 티격태격하는데 천마가 불쑥 끼어들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냐?”

천마의 섬뜩한 목소리에는 익숙해지기 어려운 긴장감이 있었다.

광개토가 슬기를 쳐다보자, 슬기가 대답했다.

“사우스랜드의 ‘소울’로 가야 해. 거기에 더 원의 본부가 있거든.”

슬기의 대답에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천마가 다시 물었다.

“아가씨야, 전에는 한 제국의 ‘동문’으로 간다고 하지 않았더냐?”

슬기는 자신도 까먹고 있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는 천마가 신기했다.

“아저씨, 거긴 가고 싶었던 곳이고, 지금 가려는 곳은 꼭 가야만 하는 곳이야. 당연히 우선순위를 따져볼 때 ‘소울’시로 먼저 가야하지 않겠어?”

“우..선순위는 뭔가?”

천마의 질문에 슬기가 광개토를 쳐다보자, 광개토가 얼른 대답했다.

“어떤 일이 더 중요한지 정해서 순서대로 일을 해야 한다, 뭐 그런 말이죠.”

“그게 무슨 소리냐?”

“예를 들면...음...”

광개토는 갑자기 예시를 들려고 하니 긴장으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것을 느꼈다. 길게 늘어뜨려진 앞머리 아래로 보이는 사부의 굳게 다물어진 입에서 금세라도 욕설이 쏟아져 나올것만 같다.

‘빨리 생각해라! 생각해내!! 할 수 있어, 장병태!!’

식은땀을 흘리던 광개토는 불현듯 떠오르는 예시에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저, 사부님. 바지랑 속옷을 입어야 한다면 무엇을 먼저 입어야 겠습니까?”

“음..”

천마는 생각에 잠겼다.

“야이, 씨발. 뭘 생각하고 있어!!”

보다 못한 슬기가 욕설을 내뱉었다.


결국, 닥치고 그냥 따라오라는 슬기의 말에 천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사실 방향만 알면 허공섭물과 천마비행으로 이 둘을 데리고서 순식간에 날아가 버릴 생각이었건만, 슬기의 닥치고 따라오라는 말에 천마의 꿈은 채 피어보지도 못하고 꺾여버렸다.

하지만, 천마는 이렇게 일행들과 동행하며 길을 걷는 데에서 일찍이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을 맛보는 중이라 이대로 걸어가는 것도 좋다고 생각했다.


*


북쪽이라는 방향만 유지한 채로 사냥을 목적으로 이동하다 보니 어느샌가 길을 벗어나 가고 있었다. 사냥감도 토끼, 너구리에서 족제비, 오소리로 바뀌었다가 저녁 무렵이 되어서는 어느덧 여우, 늑대가 되었다.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드는 늑대의 날카로운 송곳니에 살짝 쫄았지만, 광개토가 번개같이 주먹을 휘두르자 늑대의 이빨들이 우수수 떨어져 나갔다.

이빨이 모조리 부서졌는데도, 늑대는 겁 없이 계속 주둥이를 광개토에게 들이밀었다. 슬쩍 몸을 기울여 주둥이를 피한 광개토가 오른 발로 거세게 늑대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끄엉!

단발마의 비명을 지르며 늑대의 움직임이 멈췄다.

“야호, 저 이제 10레벨입니다!!”

“벌써?”

광개토의 환호에 슬기는 깜짝 놀랐다.

혼자서도 사냥을 잘 하길래 파티를 풀어놨더니 벌써 10레벨이 된 줄도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10렙 미만의 플레이어들에게는 버거운 여우, 늑대까지 거침없이 쳐 죽이더라 싶었다. 천마가 전수한 무공이 강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낮은 렙의 게이머가 자기 수준이상의 몹들을 마구 잡아대니 레벨이 금세 오른 모양이다.

불과 한나절 만에 10레벨이 되다니, 슬기는 살짝 속이 쓰렸다. 언제 사부와 제자같은 시스템이 생겼는지는 모르겠다만, 저런 개 무식하게 강한 천마를 사부로 두고 파천무라는 말도 안되게 강력한 무공까지 전수 받다니, 이놈은 정말이지 시온에서 만큼은 완전 금수저구나!

“축하해. 오늘은 어떻게 하루 종일 게임을 했네?”

슬기는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하며 맥없이 기뻐해주었다. 그녀는 10레벨을 달성하는데, 거의 일주일이 걸렸었다.

“하하, 오늘 마침 수업이 없어서요. 내일은 이렇게 못해요.”

“열심히 해. 3개월 뒤에 피 토하면서 죽지 말고.”

‘죽어도 돼!’ 질투에 사로잡힌 슬기는 진심을 숨긴 채 웃으며 광개토와 손을 맞잡고 악수했다.

그러자 광개토가 다시 파티로 들어왔다. 버스가 필요 없었기에 레벨업 하는 동안은 파티를 풀고 있었지만, 이제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파티창을 통해 광개토의 레벨을 직접 확인하자,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슬기의 기분이 더욱 더러워졌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더니, 그런 놈들은 속 좁은 놈들이라고 비아냥 거렸던 자신의 과거가 부끄러웠다.

슬기는 애써 본심을 숨기려 더 태연한 척 목소리를 밝게 꾸미고는 일행들에게 물었다.

“이대로면 오늘은 노숙을 해야겠는데, 어떡할까?”

“노숙이 뭔가?”

“길바닥에서 쳐 자야한다고.”

“그럼 길에서 자려면 먼저 길을 찾아야겠군. 그게 우선순위에서 앞서지 않느냐?”

천마의 반응은 가끔 사람을 돌게 만들었다.

“산 아래쪽으로 좀 더 가보면 어떻겠습니까?”

광개토가 그렇게 말하며 마을을 찾아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 마을이라면 사람이랑 요괴가 같이 있는 곳을 말하는 것이렷다?”

천마가 그렇게 말하더니, 산등성이 너머 한쪽 방향으로 손을 뻗으며 말했다.

“저쪽으로 일 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 사람과 요괴 수백의 기척이 한데 느껴지는구나. 보자, 하나둘셋넷...사백삼십칠명이로구나.”

“에..정말??”

슬기와 광개토의 얼굴에 어떻게 그걸 아냐는 의문이 동시에 떠올랐다.


*


슬기와 광개토의 얼굴에 어려 있던 의문이라는 감정은 마을에 도착할 무렵 놀람으로 바뀌었다.

아니, 일 킬로미터 밖에서 사람의 기척을 어떻게 감지했다는 거지? 게다가 어두운 밤하늘 아래로 언뜻 보이는 마을의 울타리와 규모를 볼 때 대략 500여명이 살 법한 크기였다.

가까이 다가가자 돌로 만들어진 울타리 한가운데 굳게 닫힌 마을 정문이 있고, 그 위에 마을 경비대원들이 경계를 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횃불에 어른거리는 그림자로 비추어 경비인원은 대략 서너 명 정도 인 듯 했다.

10여미터 정도 다가갔을 때 경비대원들의 위협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이 놈들!! 누구길래 산 쪽에서 내려오느냐!!”

슬기는 상대도 제대로 보지 않고, 소리부터 지르는 경비대원들의 행동을 이해했다.

‘그래, 이정도 작은 마을이면 우리처럼 적은 인원이 다가오는 것에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 만도 해. 틀림없이 경비병력도 얼마 되지 않을 터라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이겠지? 게다가 산 쪽에서 내려오니까 더 경계심이 생겼을 거야.’

모험가인 척하며 선발대 둘 셋이 마을에 먼저 침투한 다음, 선발대가 산적 본대에게 정문을 열어주는 전략은 산적들 사이에서 꽤나 흔하게 쓰이는 마을 점령전략 중 하나였다.

역시나 경비대원 중 하나는 벌써 한쪽에 설치된 경종에 손을 뻗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슬기는 일부러 밝게 말하며 앞으로 나섰다.

“거기서라, 이놈들아!!”

경비대원이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경고했다.

그 말에 슬기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때 환청과도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 놈, 지금 우리한테 욕했지?”

어디 선가 들어봤던 가슴을 철렁이게 만드는 목소리였다.

‘야, 미친놈아, 전에 분명히 놈은 욕이 아니라고 말해줬잖아!’

슬기는 다급하게 천마의 질문에 대답하려 했다.

“내가 전에...”

“네, 욕 비스무리 한 걸 한 것 같습니다.”

아싸에다가 빵셔틀로 오래 생활한 탓에 욕에 예민한 광개토의 대답이 살짝 빨랐다.

“아니, 아니라고!”

하지만 이어진 천마의 목소리는 등 뒤가 아닌 정문 위쪽에서 들려왔다.

“본좌에게 감히 놈이라고 하다니, 죽어라!”

퍽!

깔끔한 타격음에 슬기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 같았다. 별 하나 없는 칠흑같은 캄캄함이었다.

‘결국 이 미친 새끼가 제대로 한 건을 해내는구나!’

그리고 광개토를 돌아보았다. 그녀처럼 광개토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가 경비병을 쳐 죽인 천마의 단호한 움직임에 얼이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너는 참 좋겠다. 사부가 미친 새끼라서.’

슬기는 측은한 눈빛으로 광개토를 쳐다보았다.


“이, 이 놈 대체 무슨 짓이냐, 니 놈이 완전 미쳤구나!!”

다른 경비병의 목소리가 들리고, 또다시 묵직한 타격음이 들려왔다.

퍽~ 풀썩

“필시 네 놈은 산적이나, 괴물이렷다!!”

정문 위쪽에 있던 경비대원이 세 명이었으니, 지금 들려오는 목소리가 마지막 남은 경비대원일 것이다. 역시나 곧, 퍽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레 벌어진 너무나도 어이없는 일에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슬기와 광개토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데, 갑자기 둘의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더니 정문 위로 옮겨졌다. 천마가 허공섭물로 둘을 자기 옆으로 데려다 놓은 것이다.

“이, 미친놈아, 지금 뭐하는 짓이야!! 갑자기 경비대원을 왜 죽여!”

하지만 천마는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러움 없었다. 천마한테 감히 욕설을 내뱉다니, 오체분시되고 능지처참을 당해도 싸다고 생각했다

“본좌에게 욕을 했으니 응당 죽어도 싼 거 아니겠느냐.”

이 놈은 정말 미쳤다. 아무리 말을 해도 생각이 없는 건지, 개념이 없는 건지. 말귀를 알아 처 들어먹질 못하니, 말로 설득할 재간이 없다.

슬기는 손톱을 물어뜯으며 잠깐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저씨, 너무 착한거 아냐?”

슬기가 은근한 어조로 하는 말이 천마의 관심을 끌었다.

“감히 사마의 지존인 나에게 착하다니!!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이군!”

하지만 말과 달리 천마는 당장 화를 행동으로 표출하지는 않았다.

“맞잖아. 아저씨한테 놈이니 뭐니, 하면서 욕을 한 자들에게 이렇게 쉬운 죽음을 선사하는

어딨어. 분명히 아저씨는 너무 착한거 같아.”

“쳐 죽이는게 착하다고?”

옆에 선 광개토의 표정도, 뭐 잘못 먹었습니까, 누님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슬기는 작정하고 능청을 떨었다.

“내가 아저씨라면, 절대 단방에 죽이지 않겠어. 나의 무서움을 보아라, 그리고 공포에 떨어라~!!”

슬기는 두 팔을 펼치고, 엉거주춤하게 선 자세로 나름 악당같은 포즈를 취했다.

“무서움을 선사하되, 죽이지는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고통 아닐까? 아저씨의 무서움을 본 상대는 언제 어디에서 아저씨에게 당할지 몰라 하루하루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살아가겠지, 매일매일이 지옥같을 거야.”

흐음, 하면서 천마가 턱을 괴었다.

그렇게 슬기의 말에 뭔가를 생각하는듯한 반응을 보이며 천천히 걸어가던 천마는 마지막으로 죽은 경비대원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천마의 눈에 문득 경종의 줄이 들어왔다.

“이건 뭔가?”

천마가 눈 앞에 있는 줄을 툭툭 쳐보며 궁금해 했다. 마지막 경비대원은 죽기 직전에 이걸로 뭔가를 하려고 했었다.

“이게 뭐 길래, 잡아당기려고 한 것이지?”

그 모습에 심장이 얼어붙을 정도로 놀란 슬기가 다급히 외쳤다.

“건드리지 마!”

땡땡땡~

한창 모든 것이 궁금할 나이의 천마가 경종에 달린 줄을 잡아당기자, 날카로운 경종 소리가 어둠 너머로 카랑카랑하게 뻗어나갔다.

“호오, 이것 참 시끄럽군. 캄캄한 방에 이런 시끄러운 소리를 내려고 했단 말인가? 욕 듣기 딱 좋은 짓거리구만.”

그리고는 또 두어 차례 잡아당겼다.

땡땡땡 땡땡땡~


작가의말

하지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을때가 있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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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19.11.14 96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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