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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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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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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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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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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7화





은발의 여자 ‘제니’는 이상함 낌새에 급히 뒤로 돌아 나가려 했지만, 어느새 천마의 기운에 의해 닫혀버린 문은 열리지 않았다.

다시 천마를 돌아 본 제니는 천마의 손에 들린 용이빨을 알아봤다.

“대장 오빠의 용이빨!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그 순간 천마는 분명히 특별할 것 없는 여자의 말에 왠지 심기가 거슬렸다.

순식간에 달려든 천마의 땡꽁에 퍽, 소리와 함께 제니는 비명도 못 지르고 사망해 버렸다. 순식간에 비명횡사한 은발녀를 보고, 슬기가 벌떡 일어나며 손가락질을 했다.

“너, 넌! 어떻게 그렇게 사람을 마구 죽여버릴 수가 있어!?”

이번에도 천마는 슬기의 반말에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다만 제니를 죽인 이유를 살벌한 어조로 설명했다.

“본좌에게 욕을 한 년을 살려둘 순 없는 노릇이지.”

“욕? 무슨 욕?”

슬기가 좀 전의 대화를 상기하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자, 천마도 덩달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라는 말, 그거 욕 아닌가? 기분 더러운 게 분명 욕 같았는데.”

“야이~ 미친놈아!!”

이번에도 슬기는 황급히 자기 입을 막았다. 욕했다고 죽이는 놈한테 욕을 하다니!!

‘난 죽으면 안 되는데, 정말 죽으면 안 되는데!!’

이제 곧 죽게 되었다는 생각에 슬기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아이템인 노스텔지어의 목걸이를 움켜쥐며 두 눈을 꼭 감았다.

지금 죽게 된다면 장비 중인 아이템이 몇 개 없어서 높은 확률로 이 목걸이를 떨어뜨릴 것이었다. 하지만 슬기는 이렇게라도 꼭 붙들고 있으면 그나마 드랍할 확률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살인마는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다.

“어...저, 저기 나 안죽여..요?”

슬기가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천마는 무슨 소리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천마의 전리품인데, 없앨 이유가 무엇이냐. 욕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아니, 방금..”

말을 하던 슬기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미친놈답게 욕에 대한 이해가 보통 사람과는 다른 듯했다. 슬기는 조심스레 다시 물었다.

“그럼 나 안 죽일거야?”

“그, 요리라는 거나 다시 해 보거라.”

천마는 다시 느긋하게 앉아서는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다.


*


“귓말 다 날렸어요?”

부공대장 로터스는 초조한 마음으로 발을 떨며 산하 파티장들을 독촉했다.

파티장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열 개의 귓말벌레에 귓말 내용을 외쳐댔다.

“동쪽 주점으로 접근 금지. 마을회관으로 즉시 집결할 것”

그리고 자신의 파티원들에게 한 마리씩 보냈다.

“이 게임은 다른 건 다 좋은데, 귓말 시스템 이건 참 지랄맞네!”

“우선아, 좀 조용히 해라. 니 지랄이 내 귓말에 들어갔잖아.”

마그마가 우선을 쳐다보며 인상을 찡그리자 우선도 덩달아 역정을 냈다.

“쳇, 마법사 파티장이란게, 마법 화살이라도 한 방 날렸냐?”

“야, 너는 힐 한 방이라도 날렸어?”

“한 방을 버텨야 힐을 주든 말든 하지.”

또다시 시작된 힐러 파티장과 마법사 파티장의 다툼에도 다른 파티장들과, 공격대장 아라곤은 인상을 펴지 못했다.

특히 아라곤이 받은 충격은 실로 대단하여, 그는 자신의 빈손을 보며, 이건 꿈일거야 라고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다 돌렸는데, 이상하게 제니한테 보낸 벌레가 갈 생각을 안 하네요?”

아이언피스트가 손 위에 놓인 귓말벌레를 부공대장 로터스에게 내밀며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그제야 귓말벌레가 붕 뜨더니 천장을 한 바퀴 돌고는 다시 아이언피스트 앞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 때 그 자리에 눈부신 빛이 모이며, 은발의 여자, 제니가 나타났다.

“어머, 씨발 깜짝이야!!”

제니는 부활하자마자 욕을 내뱉다가 그녀를 보는 파티장들을 보며 깜짝 놀랐다.

“언니 오빠들 다 여기 있었어? 나 방금 개같은...”

말하던 제니는 불현 듯 깨달았다.

왜 파티장들이 다 여기에 모여 있는지, 왜 부활장소인 마을회관에 있는 것인지.

“이상한 새끼가 대장오빠 용이빨을 들고 있던데, 정말 떨군거예요?”

제니의 말에 아라곤의 등이 한차례 떨렸다.

“야, 찾으러 가자!”

여성스러운 외모와 달리 괄괄한 우선이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가장 먼저 뒤져서 천마의 활약상(?)을 못 본 아이언피스트가 겁 없이 동조했다.

“그래! 가자! 내가 방심만 안했어도 그렇게는 안 당했지!”

“아냐, 그래도 죽어, 넌.”

평소 냉철한 판단력으로 이름난 원거리 딜러장의 말에 아이언피스트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잠자코 있던 아라곤이 로터스를 쳐다봤다.

“더미 반지는 몇 개나 더 있냐?”

“짐꾸러미에 100개씩 두 주머니가 있죠.”

“없는 인원들한테 하나씩 돌려라. 한 번 더 간다.”


*


조용한 주점을 보며 슬기는 안도와 동시에 의아함을 느꼈다. 사람이 죽었는데, 치안대가 안 오는 것이다. 보통 마을 내에서 PK가 일어나면 5분 이내에 치안대가 도착한다.

‘20분은 지난 것 같은데, 왜 안 오는 거지?’


슬기는 모은 전리품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는 천마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를 전리품으로 챙긴 사람 이름 정도는 알아야하지 않겠어?”

슬기의 질문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천마는 손바닥에 놓인 여러 개의 더미반지들을 잠시 바라보더니 그대로 콱 움켜쥐었다.

와그작.

더미반지들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이런 제길, 몰래 하나만 주운 다음에 죽어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슬기는 안타까움 내심을 숨기며 다시 이름을 물었다.

그러자 천마는 물끄러미 슬기를 바라보더니(눈이 안보여서 정말로 쳐다봤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윽고 입을 열었다.

“본좌다.”

“그래, 본좌. 당신의 이름이 뭐냐고?”

“음..본좌가 이름이 아닌가?”

“그럼 엄마는 이름이 엄마냐? 잠깐, 그러고 보니 당신 높은 사람인가봐? 자꾸 본좌라고 하는걸 보면?”

천마는 슬기의 말에 가만히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정말 높은 사람인가?’ 잠시 고민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전혀 기억이 안 난다.

“그럼...녀는 이름이 뭐냐?”

“너라는거야, 년이라는거야?”

슬기가 가만 보니 녀석은 자신을 해꼬지 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욕 한마디 들었다고 사람을 죽이던 살인마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게다가 상식도 부족해 보이고, 어딘가 모자란 구석도 있는 듯했다.

그녀는 이참에 한발 더 나가보기로 했다.

“나는 말야...? 아가씨라고 부르면 돼.”

아저씨도 욕인줄 아는 놈이니 아가씨라는 말도 모르겠거니 하고 슬기는 생각했는데, 웬걸 정말이었다.

천마가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좋다, 아가씨 년아. 이제 다른데로 가보자.”

“...년아는 빼는 게 어떠시겠니요? 그거 참 기분 나쁜 발언이시거든요?”

슬기는 최대한 화를 참으며, 정중하게 말했다.

“발언은 무슨 말이냐?”

‘자칭 본좌라는 놈이 본좌같이 어려운 말은 알면서 모르는 말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슬기는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며 설명을 시작했다.

“발언이란 말은 말이라는 말이야.”

그 말에 천마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말이라는 말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

“닥쳐, 그냥!”

슬기는 정말 죽고 싶지 않았지만, 이 녀석에게는 그 이상으로 참기 힘들게 만드는 뭔가가 있었다.


그래도 슬기는 죽지 않았다.

죽지 않고서 주점을 나오자, 길거리에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다. 물론 슬기 입장에서 사람이란 유저를 가리키는 것이었다.

NPC들이야 아무 상관없는 냥 정해진 루트대로 다니고 있었지만, 플레이어들이 하나도 없어서 어딘가 딱딱해 보이는 풍경이었다.

“요괴는 모두 어디가고 사람만 남았군.”

무심한 듯 내뱉는 천마의 말에 슬기는 화들짝 놀랐다.

“뭔소리야..? 설마 지금 저기 저것들을 보고 사람이라고 하는 거야?”“아가씨야, 네 년 눈엔 내 눈깔이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설마하니 사람과 요괴도 구별하지 못하겠느냐.”

슬기는 사람을 요괴라고 하고, NPC를 사람이라 하는 이 정신병자 때문에 그만 속이 답답해 왔지만, 바보온달 사람 만드는 평강공주의 심정으로 말했다.

“잘 들어라, 본좌야.”

그리고 제대로 된 설명을 하려던 슬기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아니야. 이걸 꼭 고칠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이걸 잘만 이용한다면...?’

생각에 잠긴 슬기를 보며 천마가 슬쩍 인상을 썼다.

“뭐하냐, 아가씨야.”

슬기는 속마음이 들킬까봐 얼른 웃으며 대답했다.

“너 말대로...이것들이 사람이 맞고, 아까 그놈들은 요괴가 맞아.”

NPC들을 가리키며 사람이라고 거짓말하는 슬기의 손가락이 덜덜 떨렸다.

‘그래, 이 모자라면서 힘만 센 놈을 잘만 이용한다면 그토록 원하던 것들을 이룰 수 있을지도 몰라!’

“혹시 어디 특별히 갈 곳이 없다면, 내가 가는 곳에 따라오면 안 될까?”

슬기는 뛰는 가슴을 애써 억누르며 최대한 상냥하게 천마에게 말했다.

“어딘지 말해 보거라. 말하면 본좌가 앞장서도록 하지. 전리품은 그냥 본좌 뒤만 따라오면 되느니라.”

너무 쉽게 떨어진 허락에 슬기는 크게 안도하며 가야할 장소를 말했다.

“가장 먼저 가야할 곳은 한 제국의 수도 ‘동문’이야.”

“흐음, 동문이라.”

천마가 한손으로 턱을 쓸며 자리에 멈춰서자, 덩달아 멈춰선 슬기가 물었다.

“왜, 무슨 안 좋은 추억이라도 있어?”

“추억? 추억이 뭐냐.”

“씁! 그만하자.”

한창 질문 많을 세 살 배기 아기를 키우는 엄마의 심정이 이러할까, 아직 미혼인 슬기가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인 시련이었다.

“됐고. 출발해, 그냥.”

하지만 천마는 그저 우뚝 선 채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먼저 안 가? 전리품은 그저 따라오라며?”

하지만 천마는 크크크 하고 웃으며 전혀 뜻밖의 말을 했다.

“요괴들이 오고 있다. 하나둘셋넷다섯여섯일곱여덟... 이걸 다 말하려면 분명 지겨울 테지? 어디보자, 백 마리로구나. 크흐흐.”

천마의 말에 깜짝 놀란 슬기가 돌아보자, 과연 서쪽대로 저 편에서 이쪽을 향해 걸어오는 수 많은 사람들이 보였다.

무리의 선두에는 아까 천마에게 장검을 빼앗긴 대장이라는 사내가 새로운 검을 들고서 위협적인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다.


앞장서서 걸어오는 아라곤을 확인한 천마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니, 저 놈은?”

천마가 오른손을 들어 펼치자, 둥실둥실 떠다니던 전리품들 중에서 용이빨이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 모습에 아라곤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내 애검 내놔라!!”

그 소리가 어찌나 컸던지, 아직 100미터도 더 남은 거리인데도 귀에 똑똑히 박혀들어 왔다.

“허허. 맞구나, 내가 죽인 요괴가!”

천마는 탄식했다.

“어쩌자고, 하늘은 저런 요괴새끼에게 불사의 권능을 주었을꼬. 하늘은 가혹하다더니, 무섭고 무섭구나.”

이윽고, 천마의 시선이 슬기에게 돌아갔다.

“혹시 저 놈은 왜 안 죽고 부활한 건지 아느냐?”

“저 놈 말고도, 요괴는 원래 안 죽어.”

“뭣이!?”

부릅뜬 눈으로 천마는 부활한 요괴 뒤편에 따라오는 100여 마리 요괴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중에 이미 자기 손에 죽었던 놈들의 얼굴이 섞여 있음을 알아차렸다.

“아가씨여, 그럼 저 년놈들은 죽여도 죽여도 다시 부활한단 말이냐?”

“그럴걸?”

대답을 하는 슬기의 머릿속은 딴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분명 어딘가에 저놈들의 더미 반지 꾸러미가 있을 거야.’

슬기는 이번에는 꼭 기회를 봐서 반지를 하나 챙겨야겠다고 다짐했다. 반지만 구하면 바로 자살하여 천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생각이었다.

슬기가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는 동안, 천마의 혼잣말도 계속 이어졌다.

“잡아도 잡아도 끝없이 부활한다라...계속해서 살아난다는 거지, 계속해서 말이야..”

마치 충격을 먹기라도 한 것 같은 천마의 모습에 슬기는 어리둥절했다.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천마의 목소리가 마치 기라도 죽은 듯이 점점 작아졌다.

‘이 살인마 새끼가 기가 죽을 일도 있나?’

걱정(?)도 잠시, 천마의 만면에 사악한 웃음꽃이 피었다.

“...이것은 횡재 아닌가, 실로 마르지 않는 전리품 우물이로다. 크크크.”


작가의말

MMORPG를 하다보면 가끔 욕할 때가 있었습니다.

몇시간이고 시체지키는 얼라 놈들!!

아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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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화 19.11.14 962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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