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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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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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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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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1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1화





더 원의 지원부대가 열심히 백만대산을 수색하고 있을 때, 천마와 슬기는 실버마인 마을에서 서쪽으로 백 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마을에 도착했다.

잠시 동안의 아찔한 질주 끝에 간신히 구토를 참은 슬기가 물었다.

“우와~ 아저씨, 대체 무슨 기술이야, 이게?”

슬기는 이렇게나 어마어마한 속도를 자랑하는 경공술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마치 지상을 비행기를 타고서 이동한 기분이었다.

100대 1로 싸워서 단신으로 상대를 개박살 낼 때부터, 아니 그전 주점부터 천마가 어마무시하게 강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런 대단한 이동 기술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모른다.”

“아니, 아저씨는 자기가 쓰는 기술이 뭔지도 몰라? 그게 아님, 대답해주기 싫다는 거야?”

곰곰이 생각하던 천마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천마비행.”

“음.. 이름이 좀 병맛이긴 하네. 안 가르쳐 줄만 했어.”

슬기는 기술에 붙어있는 ‘천마’라는 이름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온에는 어마어마한 유저들의 수만큼 수많은 기술들이 있고, 일부 기술들은 유저가 마음대로 이름을 붙이는 게 가능하기도 했던 까닭이었다.

그녀는 이번 경우도 흔히 보던 그런 경우라고 생각했다.

“근데 여기는 어디야?”

“네 년이 이쪽으로 손가락을 가리키지 않았느냐.”

슬기의 머릿속에 비행하기 직전에 천마와 했던 대화가 떠올랐다.


실버마인 마을의 회관을 점령한지도 칠일 째, 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시간을 온종일 투자한 슬기는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단 일 분 일 초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무덤을 지킨 천마는 처음과 다름없는 쌩쌩한 모습이었다.

“아저씨, 아무래도 이제 여길 떠나야 할 거 같아.”

“본좌는 칠주야 뿐만 아니라 십주야도 끄떡없다.”

잠이 필요 없는 천마에게는 사실 천 일이든 만 일이든 무덤을 지키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슬기가 그런 사실을 알 리는 전무했다.

“이제 가야 돼. 내 계산이 맞다면 적어도 오늘 중으로 이 녀석들 길드의 지원부대가 들이닥칠 거야.”

“그럼 그 놈들도 잡도록 하지.”

또 무수히 많은 요괴들을 개패듯이 패버릴 생각에 천마의 표정이 밝아졌다.

하지만 슬기의 생각은 달랐다.

“이 아가씨 생각엔 여기서 곁가지들만 상대해서는 내 물건을 못 찾을 거 같아.”

“본좌의 생각엔 찾을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러나 슬기는 ‘더 원’의 정예 멤버 수백 명을 상대하겠다는 미친놈의 생각은 무시하기로 했다.

“지금은 누가 내 목걸이를 가지고 있어도, 없다고 발뺌해 버리면 도저히 찾을 수가 없어. 그보다는...”

말을 하던 슬기가 침을 꿀꺽 삼키며 심호흡을 한 차례 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더 원의 본진을 치자. 길드 마스터를 조지면 그 밑에 길드원들이 무슨 수로 버티겠어. 마스터가 내놓으라고 하면 틀림없이 내놓을 거야.”

“왕을 치면 끝이다?”

“틀림없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반 토막 난 호박엿 사이의 숭숭 뚫린 구멍처럼 여기저기 허점이 가득한 계획이었지만, 그다지 똑똑하지 않은 슬기의 제안에 역시나 아무 생각 없는 천마가 아무 생각 없이 동의했다.

“그럼 어느 쪽으로 가야하느냐?”

더 원의 본진은 사우스랜드 북단의 소울 시에 있었다. 하지만 거길 가기 위해선,

‘일단 서쪽 대로로 나가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아야 하니까...’

슬기는 무심코 서쪽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

그 순간!

온 세상이 그녀의 등 뒤로 밀려났다.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변해버렸고, 오직 그녀와 천마 그리고 뒤 따라 오고 있던 아이템들만이 명확하게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모든 감각이 정상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완전히 새로운 곳에 도착한 상태였다.

그것이 지금 천마와 슬기가 멍청하게 이곳에 서있게 된 경위였다.


천마와 슬기는 입구에 대문짝만하게 ‘노송촌’이라고 쓰인 마을로 들어갔다.

천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아이템들이 영 거슬렸던 슬기는 은행부터 들릴 생각이었다.

“크크크, 이곳에도 요괴들이 있구나. 여기 놈들은 괜찮은 전리품을 줘야 할 텐데.”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천마의 혼잣말에 슬기는 기겁했다.

“야, 인마! 미쳤어. 왜 자꾸 사람을.. 아니 요괴들을 죽이려고 그래. 저것들도 다 제 삶이 있고, 생명이 있는 거라고.”

“뭣이? 요괴가 감히 삶이 뭐, 생명이 뭐?”

슬기의 말을 무시하며 천마가 가만히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러고 보니 이 여자도 요괴였지.’

생각해보면 요괴 앞에서 요괴의 인권(?)을 무시한 셈이었다.

“흠, 좋다. 그럼 본좌가 직접 요괴 놈들이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펴보겠노라.”

그때, 둘의 앞에 갑자기 초록색의 빛 무리가 생겨나며 빛 무리 사이에서 초보자 복장을 한 남자가 나타났다.

딱 봐도 훤칠한 키에 잘생긴 얼굴. 커스터마이징에 적어도 1시간은 투자한 듯한 모습의 신규 유저였다.

“이건 뭐냐?”

“아, 이제 막 캐릭터를 생성한 사람.. 그러니까 요괴야. 지금 막 태어난 거야.”

“오호, 태어날 때부터 성인이라? 역시 요괴는 요괴로다.”

그러면서 천마가 막 나타난 신규 유저의 목덜미를 붙잡았다.

“그럼 과연 요괴 새끼들도 살아갈 가치가 있는지 이놈을 키워보면서 판단하겠다.”

“누구세요?!”

“허허, 역시 요괴 새끼답게 태어나자마자 바로 말을 하는구나.”

“이런 씨X, 누군데 나보고 새끼래?”

초중고 12년 연속 빵셔틀에 대학에서 마저 아웃사이더인 진성 아싸 ‘장병태’는 이제 막 시작한 게임에서까지 목을 잡히고 욕까지 듣자 그만 폭발하고 말았다.


*


대학가의 한 커피숍에 마주 앉은 대학생, 강성근과 전대식이 커피를 마시며 낄낄거렸다.

“병태, 아니 변태 그 새끼한테 제대로 알려줬냐?”

“야, 자꾸 변태변태 하지마라. 멀쩡한 변태들 욕하는 거야.”

“그렇구나, 병태 이름 제대로 불러줘야겠네. 변태들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라, 크크크”

마침 조별과제 때문에 이들을 만나러 온 이지수가 강성근 옆에 앉으며 상큼하게 웃는 얼굴로 물었다.

“너희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즐겁게 웃니?”

남자들만 있어 칙칙하던 분위기가 여자 한 명이 나타났을 뿐인데 몰라보게 환해졌다.

“어, 왔어? 너도 알지, 병태라고?”

“누군데?”

“와, 갑분싸 어쩔!”

성근이 지수를 가리키며 웃자, 그녀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학기가 지났는데, 같은 과 동기 이름도 모르다니, 넌 그냥 인정이다, 인정!”

상큼하던 지수의 얼굴이 살짝 찡그려졌다.

“혹시 항상 강의실 출입구 쪽에 앉아 있는 아싸 말하는 거니?”

“알긴 아네. 역시 병태가 존재감이 아주 없진 않어. 크크.”

“근데 왜들 웃는 거야?”

지수의 질문에 성근이 얼른 답했다.

“글쎄, 그 변태 자식이 우리보고 같이 겜하고 싶다고 하는 거야.”

“무슨 겜?”

“시온 말야.”

“어머, 니들도 시온하니?”

지수의 반응에 성근과 대식이 반색했다.

“너도 시온해? 레벨 얼만데?”

나름 과 내 인기녀인 이지수가 시온을 한다는 소리에 남자 놈들의 관심사에서 장병태는 완전 뒷전이 되고 말았다. 물론 원래 모이는 이유였던 조별과제도 뒤로 밀려났다.

한참 레벨이며, 계열이랑 직업을 물어가던 그들의 화제는 한참 뒤에야 다시 장병태에게 돌아왔다.

성근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일부러 완전 변두리 마을을 알려줬지. 크크. 우리 만나러 오는 건 고사하고, 사냥하고 렙업이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와, 니네들 진짜 못됐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이지수의 표정은 그다지 남자들을 나무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차피 장병태에겐 아무 관심도, 감정도 없는 그녀였다.


*


‘내가 살아 있는 건가?’

차렷자세로 얼어붙은 장병태, 그러니까 광개토가 처참하게 부서진 마을 광장 한쪽을 쳐다보았다.

첫 대면에 무심코 한 욕에, 슬기가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박살난 것은 자신이었을 것이었다.

여자가 재빠르게 달려들며 남자의 팔을 걷어차는 바람에 광개토를 노렸던 공격이 그 뒤쪽의 길과 건물과 나무를 부수고 지나갔다.

남자와 여자 모두 내지르는 주먹질이나 휘두르는 발차기에 까맣고 붉은 빛이 어리는 걸 보면 분명 권사였다. 둘 다 옷차림이 가볍고 별다른 병장기가 없는 걸로 보아 확실했다.

‘저 여자도 저 남자 못지않게 강해보여. 얼굴만 보면 보스...!’

슬기를 바라보며 광개토는 꿀꺽 침을 삼켰다.

“일단 은행부터 가자. 맡길 물건들이 있어서.”

그 말에 광개토는 퍼뜩 슬기를 쳐다봤다.

“저한테 하시는 말씀 아니시죠?”

“맞는데?”

하지만 뉴비에게 급선무는 초보자 가이드에 따르면 마을회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되도록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그보다 저.. 저는 마을 회관을 먼저...”

“흐흐흐, 신종 요괴는 머리 없이도 마을 회관을 찾을 수 있는지 볼까?”

천마의 웃음기 없는 농담이 비수처럼 광개토에게 꽂혔다.

..광개토는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아이템의 가치에 따라 보관 가격이 달라집니다. 아이템을 보여주세요.”

회색 원피스를 입은 여자 창고지기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자, 천마의 등 뒤에 있던 전리품들이 하나씩 앞으로 나왔다.

먼저 검을 잡아 든 창고지기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이빨, 적룡 칼리야의 이빨로 만들어진 장검이군요. 보관비는 최대 상한금액인 1골드입니다.”

그 말에 광개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1골드? 백만 원이잖아!! 보관비가 백만 원이면 대체 얼마짜리 무기라는 소리야?’

광개토의 시선이 천마 등 뒤에서 둥둥 떠 있는 수십 개의 아이템으로 향했다.

‘설마 저것들도..? 이 사람들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엄청난 부자였어! 그렇다면 생각을 바꿔야겠는데? 이건 도망이 아니라 빌붙어야 할 각이야.’

광개토가 그렇게 마음을 고쳐먹는 동안에도 거래는 계속되었다.

“블랙 자칼의 정예 장화군요. 보관비는 20실버입니다.”

윤기가 도는 까만 가죽 장화가 창고지기에게 넘어갔다.

이어서 목걸이, 도끼, 가죽 상의, 방패, 허리띠, 반지 등등 20여개의 아이템들이 창고지기에게 넘어갔다.

계속해서 실버와 골드를 오가는 보관비 금액을 들으며, 마침내 광개토는 마음을 굳혔다. 이들에게 빌붙기로!


거래가 끝이 나고, 슬기와 광개토가 돌아서려는데, 천마가 슥 한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창고지기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 모습에 슬기가 물었다.

“뭐하니?”

“성공적인 거래를 했으니 악수를 해야지.”

‘NPC랑 악수를 하겠다고?’

슬기는 정말이지 이 놈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사람 간의 악수는 신뢰를 쌓는 중요한 과정이지.”

태연하게 말하는 천마를 보며, 슬기는 생각했다.

‘분명 이 새끼한테 신뢰가 뭐냐고 물어보면, 다시 그게 뭔데, 하고 물어올 거야. 절대 묻지 말자.’

아무튼 악수를 하겠다는 생각은 가상하다만, NPC가 그런 일을 해줄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창고지기가 내밀어진 천마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렇게 둘은 천천히 악수를 나누었다.


그것이 창고지기가 자신을 자각한 첫 순간이었다.

창고지기는 눈앞의 까만 옷을 입은 남자를 쳐다보고, 그의 손과 맞잡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남자의 손에서 무언가 청량한 기운이 뻗어와 그녀의 머릿속을 건드려왔다.

‘이 자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자신도 모르게 무심결에 말이 나갔다.

“고객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자신은 ‘노송촌’의 창고지기 ‘엘리스’다.

자신의 임무는 은행 안의 창고 창구에 서서 아이템을 맡기려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다. 이렇게 악수를 하는 것은 자신의 행동 알고리즘에 포함되지 않은 행위였다.

눈앞의 남자가 말했다.

“고객이 뭔가?”

“아저씨 같은 사람을 말하는 거야.”

남자 뒤에 서 있는 여자가 대신 답했다.

저 여자는 어쩜 저리 못생겼을까, 하고 엘리스는 생각했다.

“그럼 고객은 고금 무적의 강자를 가리키는 말인가?”

“...지랄한다.”

못생긴 여자는 입도 거칠었다.

“본좌가 지랄을 했나?”

남자에게서 일어난 살벌한 기운이 더 뒤에 있는 잘생긴 남자에게 쏟아지자, 잘생긴 남자가 얼른 대답했다.

“아닙니다. 고객은 그저 손님을 말하는 겁니다.”

어느새 남자의 손이 자신의 손에서 떨어졌다. 악수를 통해 느껴졌던 청량한 기운이 점점 사라져가는 것을 느끼며 엘리스는 뭔가 큰 아쉬움을 느꼈다.

‘난 왜 여기 서있는 걸까?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아..!”

조금만 더 손을 잡고 있었더라면 뭔가 생각날 것도 같았는데.

한 줌의 탄식을 끝으로 엘리스는 이전처럼 아무 생각하지 않는 평범한 창고지기로 되돌아갔다.


작가의말

세번째 주연, 광개토의 등장입니다.

아싸인 현실에서 벗어나 최고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정한 캐릭터명, 광개토!

거기에 마지막의 복선까지.

여러가지로 많은 것들이 나온 이번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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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 19.11.14 847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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