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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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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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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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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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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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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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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2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2화




천마 일행은 인근의 산 속으로 들어갔다.

슬기는 당장이라도 더 원의 본진이 있는 중부 대륙 의 ‘소울’시로 가고 싶었지만, 사실 거기는 여기서 며칠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천마가 딱 잘라서 말했다.

“전리품이 너무 말이 많구나. 어련히 가지 않을까!”

그러면서 천마는 광개토를 데리고 산 길을 벗어난 곳에 위치한 숲 속 공터로 향했다.

그 모습을 보며 슬기는 잊고 있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렸다.

‘맞아. 난 전리품이었지.’

그동안 그에게 마음껏 욕설도 내뱉고, 야, 야! 거리다보니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자신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 전리품을 자처했었다.

‘잠깐, 나 이제 죽어도 상관없는데? 노스텔지어의 목걸이는 이미 떨궈버렸는데?’

슬기는 이제 막나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여전히 목걸이를 찾으려면 천마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했다.

“야! 전리품 같은 소리하네!! 이제 나는 무서울 게 없는 여자야! 당장 목걸이를 찾으러 가자고!!”

슝~

바람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저만치 갔던 천마가 어느새 슬기의 코앞에 서 있었다.

“이 전리품 아가씨야, 시끄럽게 굴면 내버려두고 간다.”

그러면서 천마의 손가락이 순식간에 슬기의 목과 어깨, 그리고 등을 짚고 지나갔다.

천마 스스로도 어떤 원리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면서도 그저 몸이 알고 있는 지식대로 천마지가 발동되었다.

순식간에 슬기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슬기는 머리를 굴려가며 기억과 지식을 더듬었지만, 이런 일이 있다는 건 듣도 보도 못했다. 손가락으로 그저 몇 번 찔렀을 뿐인데, 몸이 머리의 통제를 벗어나다니!!

그리고 그대로 천마의 손가락질에 따라 몸이 둥실둥실 떠올라 정말로 전리품이 된 마냥 그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숲 속 공터 한가운데 도착하자 그곳에는 두 눈 가득 두려움을 품고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잘생긴 사내, 광개토가 있었다. 말하고 싶은게 많은 눈치였지만, 두려움으로 말 한마디 못하고 있었다.

천마는 그를 보며 나름 따뜻한 목소리로 아주 자세하게 행동을 지시했다.

“새끼야, 꿇어라.”

새끼는 광개토를 가리키는 말이고, 꿇어라는 말은 바닥에 앉으라는 아주 자상한 지시였건만, 듣는 입장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헉, 하는 신음을 삼키며 광개토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천마가 그의 뒤로 걸어가 시야에서 안보이자 광개토가 다급하게 말했다.

“사, 살려 주세요. 저는 아무 짓도 안했다고요. 정말 착하게 살겠습니다!”

왜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알 수 없었던 천마가 짜증을 냈다.

“시끄럽다. 너도 아가씨처럼 아혈을 짚히고 싶으냐?”

“아, 아혈...?”

그러고 보니 입에 욕을 달고 살던 아가씨가 말 한마디 없이 멀뚱히 서있기만 하다.

‘이 게임, 대단하구나. 무협지에서나 보던 혈도까지 구현되어 있나보다!!’

“본좌는 심사숙고 끝에 대단한 결단을 내렸다.”

광개토는 떨리는 마음으로 천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요괴 새끼 한 마리를 키워보기로 한 것이지.”

사실 천마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하기로 한 것이었다. 애초에 천마의 행동에는 사고라는 행위가 아예 없거나, 지극히 제한적으로만 개입될 뿐이었다.

어쨌든 광개토는 아가씨와 천마의 대화를 들어오며 요괴 새끼라는게 자신을 가리킨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자꾸 요괴라고 하는 걸까?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렇다고 물어보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그래서 너에게 비인부전의 신공을 전수..하고자 하노라...”

살짝 말꼬리가 늘어지는게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 했다.

“저도 모릅니다.”

“비인부전이 무슨...크흠.”

그 질문이 나올 줄 알았던 광개토가 질문보다 빠른 대답을 던지는 바람에 천마의 말이 짤렸다. 광개토는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녀석이었다.


몇 번을 처맞은 끝에 가부좌라는 걸 하고 앉게 된 광개토의 등 뒤에 선 천마의 손이 일순 사라졌다.

슈슈슈슉

상반신 탈의를 한 광개토의 등판 위로 수십 개의 손가락 자국들이 다다닥 찍혀 나갔다.

“으읍~”

“입 다물어라. 한마디라도 하면, 아예 소리도 못 내게 목을 돌려버리겠다.”

‘그럼 전 죽는데요?’

광개토의 의문은 등짝에서 전해져 오는 고통에 순식간에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 그보다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비록 시온이 오감을 전달하는 체험형 게임이라지만, 이 정도의 고통이 전해질 줄이야. 엄청나게 아픈 것은 아니지만, 중학교 시절에 그를 괴롭히던 일진의 장난스런 주먹질 정도는 되었다.

“호오, 죽기보다 더한 고통이었을텐데, 보기보다 강단있는 녀석이구나. 본좌가 요괴 하나는 잘 봤군.”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라고? 그래서 그렇게 아팠나?

“일어나서 본좌를 보고 따라하거라.”

그의 말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가만히 선 천마가 어깨 두 배 너비로 다리를 벌리고 서며, 오른 팔과 왼팔을 각각 하늘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얼른 본좌를 따라하거라.”

천마의 질책을 받은 광개토가 엉겁결에 천마의 행동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이놈아!! 일 촌이라도 틀리면 안되느니라, 만약 본좌와 다른 동작을 취한다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깜짝 놀란 광개토가 허둥대자, 천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요괴 새끼가 겁은 많아 가지고. 죽으면 또 부활하면 그만이지.”

하지만 가능하면 죽고 싶지 않았던 광개토는 모든 신경을 집중하여 천마의 움직임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고통이 느껴지던 등 곳곳에서 일어난 열기가 동작에 따라 몸 안을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마기가 느껴지느냐.”

“천마기요? 그냥 뭐가 느껴지기는 하는데요.”

“이놈!! 말하지 말래도!!”

그럼 말을 왜 시켜요!! 라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광개토는 참았다.

“새끼야, 그냥 듣기만 하거라.”

호칭이 좀 마음에 안 들었지만, 광개토는 참기로 했다.

“이 무공은 ‘파천무’라 한다. 1단공에서 9단공까지 있으며, 9단공에 이르러 대성하면 마신이 된다.”

천마의 말에 광개토는 갑자기 그의 수준이 궁금해졌다. 일격에 나무를 통째로 날려버릴 정도니 못해도 중간이상은 가시겠지요? 하지만 말을 할 수 없으니, 물어볼 수 없었다.

“여타의 잡공들과는 달리 천마의 신공은 언제 어디서나 연공이 가능하고, 일단 길에 들어서면 항상 운공이 지속되니 실로 천하에서 가장 성취가 빠른 운기공이라 할 만하다.”

옆에서 멀뚱하니 듣고 서 있는 슬기의 입장에서는 천마가 광개토에게 전해주는 말을 한마디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다.

‘아니, 무슨 말씀들이세요? 여긴 게임이라고요!! 그냥 직업 상급자한테 가서 돈 주고 기술 배우면 끝이라고요! 댁들처럼 웃통 벗고, 춤추면서 스킬을 배우는 게 아니라고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이런 이상한 지식들을 알고 있는 남자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져 갔다. 특히나 천마의 입에서 나오는 파천무니 천마기니 하는 말들은 나중에 꼭 검색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슬기가 머릿속으로 의심을 하든 말든, 애초에 여기가 게임인 줄 모르는 천마와, 아직 마을회관 한번 가보지 못해 이론으로만 게임을 아는 광개토는 아무 의심 없이 무공을 전수하고, 전수 받았다.


...그렇게 만겁돌파의 망토에서 시작된 버그 데이터들은 천마를 오염시켰고, 마침내 플레이어 캐릭터의 데이터에 이르렀다.


*


그렇게 한 시간 쯤, 땡볕에 체조를 하고, 해가 서쪽으로 어느 정도 기울었을 무렵, 파천무 일단공의 전수가 끝이 났다.

몸 속 사방을 찔러대며 돌아다니던 천마기가 훨씬 누그러진 기세로 몸 안을 돌아다니는 것을 느끼며 광개토는 상의를 주섬주섬 입었다.

어느새 혈도가 풀린 슬기가 천마에게 따져 물었다.

“정말이야? 당신의 그 ‘파천무’라는 무공이 그렇게 대단한 스킬이야?”

“스킬이 뭔가?”

“됐고! 그렇게 대단한 거냐고.”

“대단하니까 비인부...전 아니겠느냐?”

그렇게 둘이 얘기를 하고 있는데, 별안간 광개토가 펄쩍 뛰어올랐다. 몸 안의 기이한 기운이 여기저기를 콕콕 찔러대는 통에 이기지 못하고, 발출한 것이었다.

대략 4미터 가량을 풀쩍 뛰어오른 광개토는 높다랗게만 보였던 거목의 나뭇가지가 눈앞에 보이자 잽싸게 손을 뻗어 잡았다. 한손으로 나뭇가지를 잡고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힘이 하나도 들지 않았다.

그 상태로 전방을 바라보자, 저 멀리 보이는 노송촌이 마치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그런 후에 나뭇가지에서 손을 떼고 땅 아래로 착지하는데, 마치 침대위에 떨어진 것처럼 사뿐하기 그지없었다.

“와, 이래서 시온 시온 하는구나.”

마치 슈퍼맨이 된 듯한 자신의 움직임에 가상현실게임의 위엄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광개토는 감탄했다.

사실 스킬 없이 이렇게 움직이는 플레이어 캐릭터는 존재하지 않지만, 경험이 없는 광개토는 이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 모습에 슬기가 크게 격앙되었다.

“나도 알려줘!”

단신으로 더 원의 레이드팀 1군을 모조리 쳐 죽이는 천마의 강력함을 이미 봤고, 눈앞에서 한 시간 가량 등짝을 후려치고, 같이 춤을 좀 췄을 뿐인데, 뉴비의 운동신경이 놀랍도록 변화되는 모습도 보았다. 슬기는 똥줄이 타는 심정으로 부탁했다.

하지만 천마는 고개를 저었다.

“안 된다.”

“아니, 왜?”

“음..그게, 여자는 안 된다.”

여자라 안 된다는 말에 슬기의 두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저기요, 아저씨. 지금 여성차별하시는 건가요? 그거 위험한 발언인거 모르니?”

천마는 난처한 듯 얼굴을 긁적이는데, 자신의 놀라운 변화에 정신이 팔린 광개토가 분위기도 못 읽고 신나했다.

“사부님! 저 가슴도 더 단단해진거 같아요!”

이상해 보이는 남자였지만, 그의 손길이 닿고서 놀라운 힘을 발휘하게 된 광개토는 이 사내를 사부님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된 무공을 배우는데 왠지 그렇게 해야 할 것 같았다.

“사부?”

반문하던 천마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슬기를 바라보며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잘 들어라. 전리품아. 파천무는 일 단공을 익힌 이상, 3개월 내에 이 단공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오 공에서 검은 피를 쏟으며 죽느니라. 그리고 이 단공에서 삼 단공으로도 마찬가지지. 6개월 내에 진입하지 못하면 죽는다. 이렇게 한 단공이 오를 때마다 3개월씩 유예기간이 늘어나는데, 6단공에 이르러야 비로소 단명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니, 늦어도 4년 안에 6단공에 올라야만 목숨을 부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니라.”

천마의 말이 이어질수록 광개토의 얼굴이 새파래져갔다.

“게다가, 이 파천무는 극양의 신공이라, 익히면 익힐수록 남성이 강해진다. 설마하니 네 년은 남자가 되고 싶은 게냐?”

천마의 비웃음 섞인 설명이 끝나자, 슬기는 그만 입을 다물었다.

“하긴 그런 얼굴을 가졌다면, 차라리 남자가 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구나. 이리 오너라.”

“아냐, 됐어.”

“이리 와서 앉거라. 그럼 내 친히, 네 년에게도 파천무를 전수해주마.”

“됐다니까.”

“허허, 그냥 가슴이 좀 작아지면서 단단해지고, 허리가 조금 굵어질 뿐이니 네 년도 그리 손해는 아닐 것이다. 아니지, 절세의 신공을 익히는 거니 이득이 훨씬 크겠구나.”

“됐다고.”

“남자도 여러모로 살만 하느니라.”

“씨발, 닥치라고!!”

“그러지 말고, 여기 앉아서 웃통을 벗으면...”


슬기가 던진 돌멩이에 머리를 맞고서도 천마는 왜 맞는지 몰랐다.

“아니, 우리 사부님을 왜 때리세요!”

사부는 멍청해서 가만히 있는데, 광개토가 흥분했다.

“병신아, 너는 3개월이 지나면 눈이며 코며 똥구멍에서까지 피를 흘리며 뒤질텐데. 사부라고 부르고 싶냐?”

흥분한 슬기의 입에서 거친 반말이 튀어나갔다.

하지만, 위협은 멀고 보상은 가깝다. 게다가 광개토는 그저 게임이라고 생각했기에 위협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까짓 거 죽어봤자 게임 속 캐릭터가 죽는 거고, 3개월 안에 2단공으로 올라서면 그 뿐이다. 당장은 자신의 힘을 키워준 사부에 대한 고마움이 컸다.

“아무튼 우리 사부님께 함부로 하는 건 제가 용납 못합니다.”

“지랄한다. 얼굴 본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용납을 못한대, 용납을?”

“용납이 뭔가?”

역시나 모두의 예상대로 천마가 멍청하니 물어왔다.


*


무공전수가 끝난 일행은 다시 마을로 내려왔다. 어차피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에도 애매한 시간이라 마을에서 묵기로 한 것이었다.

마침 마을회관을 지나가는 터라, 광개토가 마을회관을 들르자며 일행들을 이끌었다. 게임을 시작하고 무려 다섯 시간 만이었다.

광개토는 떨리는 마음을 달래며 마을 회관 지하에 위치한 계열 판정대 위로 올라섰다.

‘시작하자마자 바로 계열 판정받고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그래도 사부님이 사사한 무공이 왠지 대단하게 느껴져 원망하는 마음은 금세 들어갔다.

주변을 돌아보니 자신과 판정대 옆에 선 담당지기 밖에 없다. 사부와 아가씨는 저기 뒤쪽에서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서 있다.

“계열 심사를 시작합니다.”

여성 담당지기의 낭랑한 목소리와 함께 판정대 가장자리의 마법진에서 무지개 색깔의 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뒤편에서 그 광경을 보던 천마가 물었다.

“저게 뭐하는 짓거리냐?”

“요괴들은 저마다 계열이라는게 있거든.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여긴 자기 마음대로 계열을 정하는게 아니라 게임에서 계열을 정해줘.”

“게임?”

“응, 게임. 이거 게임이잖아.”


작가의말

뭐? 게임이었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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