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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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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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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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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3화




당연히 이어서, 게임이 뭔가? 라고 물어올 걸 기대하고 대답을 준비하던 슬기는 웬일로 질문이 없어 천마를 돌아보았다가 깜짝 놀랐다. 천마의 얼굴에 식은땀이 가득했고, 이를 악다문 모습이 고통을 참는 듯한 기색이었다.

“아저씨,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으음, 아니니라.”

천마는 방금 전에 갑자기 끔찍스러운 두통이 찾아와 비틀거렸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내색을 하지 않았다.

삐~

“적당한 계열을 찾을 수 없습니다.”

마법진에서 날카로운 신호음이 들려나오자, 마법진 옆에선 계열 담당지기가 낭랑한 목소리로 광개토의 계열을 선언했다.

“네? 뭐라고요?”

판정대 위에선 광개토가 반문을 하고는 다시 판정해 달라고 했다.

그리고 한번 더 삐 소리가 울렸다.

“적당한 계열을 찾을 수 없습니다.”

담당지기 여자는 똑같은 말을 똑같은 어조로 읊조렸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광개토가 내려오자, 슬기도 이상하다는 듯 말했다.

“이럴 리가 없는데, 계열이 없으면 게임을 할 수 없잖아.”

“계열이 뭔가?”

겨우 두통에서 벗어난 천마가 물어왔다.

멍한 표정의 광개토를 잠시 쳐다본 슬기가 대답했다.

“본인의 적성에 맞는 클래스를 뜻하는 건데. 예를 들면, 나는 전사거든. 그 중에서도 계열 특성화를 거쳐서 주먹을 사용하는 권사야.”

그러면서 슬기가 허공에 팔을 내지르자, 주먹에 붉은 기운이 어렸다가 사라졌다.

“그렇죠. 보통 성격 급한 사람들이 전사 계열이 된다고 하던데..”

“어울리는구나.”

“조용히 안할래?”

끼어드는 둘에게 슬기가 슬쩍 주먹을 들어 위협했다.

“아저씨도 권사 아냐? 주먹질 할 때마다 사람들 머리가 폭죽처럼 펑펑 터지던데.”

“음..본좌는...”

잠깐 생각이라는 걸 해보려 했지만, 천마는 자신의 계열이 뭔지 알 수 없었다.

그런 천마를 아랑곳 않고, 슬기는 말을 이었다.

“이 녀석 말대로, 성격이 조금 화끈한 사람들은 주로 전사 계열 판정을 받고, 주변 사람들에 대해 애정이 넘치는 사람은 사제, 짱돌 굴리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법사 계열로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지. 반려동물을 많이 키우는 사람들은 정령사도 심심찮게 나온다던데...아직도 아저씨 계열이 뭔지 모르겠어?”

“젠장, 모르겠군.”

자꾸 두통이 왔다갔다 하는 바람에 천마는 퉁명스레 대꾸했다.

“아니, 아저씨. 졸라 짱 세잖아. 이 게임 더~~~럽게 오래 했을거 같은데. 왜 몰라? 아, 아니다. 그냥 넘어가자.”

추궁하던 슬기는 문득 드는 생각에 입을 다물었다.

‘자신의 레벨과 계열을 밝히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이 사람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구나!’

그렇게 슬기는 마음대로 오해하고 납득해버렸다.


“그건 그렇고, 아직도 이름을 안 물어봤네. 이름이 뭐예요?”

슬기의 질문에 광개토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저는 장병태라고, 아, 아니.. 광개토라고 합니다.”

“나는 슬기예요.”

“아, 캐릭터명이 슬기시라고요?”

“맞아요.”

본명도 임슬기였지만, 그것까지 말할 필요는 없었다.

“슬기...?”

천마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거 같기도 한 그 이름을 나지막이 되새겨보았다.

그렇게 천마가 슬기의 이름을 중얼거리자, 슬기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걸 느꼈다.

“아저씨, 그거 되게 느끼한데? 이름 말고 그냥 아가씨라고 불러.”

“그럼 사부님은 성함이...?”

광개토는 사실 이딴 추녀의 이름은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 이었다. 가장 궁금한 건 사부님의 존성대명이었다.

“성함이란게...뭔가?”

“이름이야, 이름! 그냥 이름 말하라고!”

천마의 반문에 슬기가 버럭 소리를 지르고는 곧바로 광개토를 째려보며 경고했다.

“그냥 쉬운 말 쓰지?”

“네, 넷!”

광개토도 자꾸 되묻는 천마를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본좌의 이름말인가? 본좌의 이름은 본좌...본좌..이게 이름이 아닌가?”

“전에 이름 물어봤을 때도 이러던데, 이름을 까먹으셨나 봐요.”

슬기의 말에 광개토가 대꾸했다.

“그냥 파티 맺어보면 이름 알 수 있는거 아니에요?”

원래 파티를 맺으면 파티원의 이름과 계열, 레벨을 알 수 있는 법이다.

“그죠, 근데 이 아저씨는 무슨 버그라도 걸렸는지, 제대로 안 뜨더라고요. 막 이상하게 뜨던데.”

“그래요? 그럼 저도 파티에 끼워주세요.”

“파티가 뭔가?”

천마가 끼어들며 물었다.

“같은 편, 우리는 같은 편이라는 소리야.”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 슬기가 그냥 천마와 광개토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같은 편인 것만 강조했다.

이어서 슬기와 광개토가 악수를 하자, 곧 파티가 맺어졌다.

광개토가 ‘파티창’이라고 말하자, 곧 눈앞에 반투명한 푸른색 네모창이 열리며, 파티원들의 이름이 떠올랐다.


파티장: 슬기 전사(검사) Lv. 235

파티원: ?마 ???????? Lv. 999

광개토 ???????? Lv. 1


“정말 버그라도 걸린 모양인데요. 렙이 999래. 크크크.”

슬기가 파티창을 보고 웃음을 터트리자 광개토가 인정하며 물었다.

“그렇죠? 레벨이고, 계열이고 다 버그로 제대로 안 나온데다가 이름도 제대로 안 뜨고, 끝에 ‘마’가 들어가는 두 글자 이름이 뭐가 있을까요?”

슬기가 천마를 쳐다보며 묻자, 천마가 대답했다.

“인마?”

그 말에 슬기가 형언할 수 없는 기묘한 표정을 지으며 천마에게 물었다.

“...그걸로 괜찮겠어?”

“뭐가 괜찮냔 말이냐?”

천마는 슬기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도통 알아듣지를 못했다.

“그렇게 불러도 되겠냐고.”

“안됩니다. 사부님을 인마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광개토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 인마?”

그제야 자기 얘기인 줄 안 천마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아니면..악마? 광개토 넌 모를 거야. 이 사람이 얼마나 악마같은 사람인지.”

광개토를 쳐다보며 슬기는 지난 며칠간의 기억을 떠올리고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광개토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천마 어떻습니까! 천마! 멋지지 않습니까?”

광개토는 자신의 의견이 무척 마음에 든 나머지 절로 목소리가 커졌다. 그는 이어서 요즘 텔레비전에서 자주 나오는 확장팩 광고의 대사를 멋있게 따라했다.

“너희는 아직 천마를 만날 준비가 안 되었다!”

“...안되었다!”

입에 착착 달라붙는 대사에 저도 모르게 마지막 한마디를 천마가 동시에 말하자, 광개토는 더 신나 했다.

“보세요. 목소리도 완전 똑같잖아요!”

그리고 천마를 향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우리 사부님 성대모사 쩌신다. 진짜!!”


천마의 이름 정하기는 저녁을 먹고 밤이 늦도록 계속 진행되었다.


*


여관방에 몸을 누인 슬기는 곧 로그아웃 했다.

그와 동시에 현실의 눈이 떠졌다. 다이브가 열리고, 은은한 조명 아래 베이지 색의 천장이 보였다. 잠시 그렇게 누워있자, 곧 덩치 좋은 간병인 아줌마가 다가와서 슬기를 안아 들었다. 슬기는 손끝 하나 움직이지 않고, 아줌마의 손길에 자신의 몸을 맡겼다.

아줌마는 슬기를 침대위에 눕히고는 이불을 끌어다가 그녀의 앙상한 몸 위로 덮어주었다.

“오늘 하루도 즐겁게 지내셨나요, 슬기 아가씨?”

침대에 옮겨 누워진 슬기는 아줌마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어서 손가락을 까딱 거리자, 손가락에 연결된 패드를 통해 컴퓨터로 의사가 전달되었다.

“고마워요.”

슬기의 입이 아닌 컴퓨터 스피커를 통해 고운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직접 입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곧 두 눈을 감고 슬기는 잠을 청했다.

그런 아가씨의 모습에 간병인 아줌마는 작게 한숨을 쉬며, 실내 등을 끄고, 밖으로 나갔다.

“에휴, 부자면 뭐하고 예쁘면 뭐해, 저렇게 식물인간 신센데...하필이면 사고가 그렇게 나가지고.”

점점 멀어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슬기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 눈물을 흘렸다간 닦을 수도 없기에 밤새 눈가가 따끔할 것이었다.


*


다음날 아침, 가장 먼저 여관 1층에서 식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슬기였다.

이어서 광개토와 천마가 동시에 내려왔다.

결국 광개토의 강력한 주장에, ‘?마’는 ‘천마’가 되었다. 진짜 천마가 따로 있다지만, 그 이름을 하면 안 될 이유가 없었다. 게임에 등록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그렇게 부르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엄마..는 곤란하겠지?”

슬기의 말에 광개토가 마시다 말고 물을 내뿜었다. 잠시 컥컥거린 광개토가 손을 닦으며 정색했다.

“우리 사부님 성함은 이미 천마로 결정 났습니다. 이미 떠난 기차는 그만 붙드시죠.”

“마로 끝나는게 재밌는게 참 많은데, 아쉽네요.”

천마는 둘의 대화에 아랑곳 않고, 슬기의 몫으로 나온 빵과 수프를 탐하는데 온 정신을 집중했다.

“몇 번을 먹어도 빵이라는 이놈은 참 맛이 좋구나! 특히 수프와 함께 할 때면 그야말로 최고로다!!”

천마의 식탐을 익히 아는 슬기는 그냥 새로 음식을 시켰다.

“그나저나 계열이 없어서 어쩌죠?”

슬기의 말에 광개토는 계속 마음에 걸리던 문제부터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기. 그런데, 저보다 누나신거 같은데...말씀 편하게 하세요.”

“아하하. 뭘 보고 제가 누나라는 거예요?”

“행동이 아줌마 같아서요.”


광개토는...그 말을...하지...말...았어야 했다...


*


“개토야, 그나저나 계열이 없어서 어쩌지?”

똑같은 내용의 질문을 다시 던졌지만, 음식에 열중하는 천마는 당연히 대답이 없었고, 광개토는 대답할 주둥이가 없었다. 입이 있던 자리에는 온갖 멍과 핏자국으로 겨우 뚫린 구멍이 있을 따름이었다. 슬기가 파티창을 수시로 열어가며, 광개토의 남은 체력을 세심하게 체크해가며 참교육을 한 결과였다.

기초 체력이 아무리 좋아졌다 한들, 역시나 레벨이 깡패였다. 온갖 스킬로 도배된 슬기의 공격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냥 처음에 한 대 맞고 말걸, 괜히 손을 들어 막았다가 슬기의 분노 스위치를 켜버리고 말았다.

열나 처맞고 슬기가 준 회복 포션으로 살짝 회복하고, 또 처맞기를 반복하던 광개토는 몇 번의 사이클이 지난 후에야 겨우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어쨌든 한차례 푸닥거리를 통해 슬기의 나이는 30대 초반, 광개토는 20대 초반이라는 게 밝혀졌다.

“어쩌면 여기가 너무 변두리라 계열 판정대가 고장 난건지도 몰라요. 더 큰 도시로 가서 다시 판정을 받아보면 좋겠어요.”

“그래, 그러자. 그래도 안 된다면 GM사무소에 가보고. GM에게 문의하면 아마도 해결될 거야. 당연히 있어야 할 GM사무소가 단 하나도 없는걸 보면 확실히 여기가 변두리긴 한가봐.”

슬기는 파티창에 천마의 정보가 제대로 안 뜨는 오류하며, 자신의 목걸이를 누가 가지고 있는지도 물어볼 겸 해서 보다 큰 마을에 가면 꼭 GM 사무실을 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광개토는 자신을 위해 걱정해 주는 슬기를 쳐다보며 잠시 자신의 두 친구를 생각했다. 아니, 사실 친구라는 말을 쓰기도 애매한 게, 그저 자신이 일방적으로 게임을 같이 하자고 한 거였다. 같은 과 동기에,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녀석들이긴 하지만, 자신과 같이 어울려줄 의무를 가지고 있던 것은 아니었다.

게임을 시작하고서, 거의 하루가 지나도록 연락 한번 없고, 찾아오지 않는걸 보면 마음이 서늘했다. 캐릭터명을 ‘광개토’라고 할 거라고 미리 알려주기까지 했었는데, 연락 하나 없다니.

하지만 그럼에도 마지막 희망의 끈마저 놔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계열을 판정받고 정식플레이어로 인정을 받으면 귓말벌레를 3마리 얻게 되는데, 그걸로 가장 먼저 녀석들에게 귓말을 보내볼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직 계열 판정을 못 받았으니, 당연히 귓말벌레도 없다. 빨리 다음 마을로 가서 계열 판정을 받고 싶었다. 확인하고 싶었다!


작가의말

슬기의 슬픈 비밀이 한가지 나왔습니다.

예상하셨나요?

아니죠? 하셨을리가...ㅠ


고3수험생들 오늘 시험 잘치셨죠?

다음 편은 내일 오후 5시에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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