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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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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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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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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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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10화





아라곤이 그저 눈알만 데구르르 굴려 주변을 살펴보니, 저쪽에서 웬 허름한 차림의 못생긴 여자가 바닥 여기저기를 뒤지는 중이었다.

‘아, 아까 주점에서 아이언피스트와 시비가 붙었던 여자구나.’

갑자기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자식아!! 빨리 그거 내려놓고, 내 목걸이나 찾으란 말야!!”

여자의 거침없는 발언에 잠시 어리둥절해 하던 아라곤은 이내 여자가 소리친 대상이 자신이 아니라 천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와, 이 여자가 미쳤구나!! 이 괴물한테 소리를 치다니! 이건 빼박 사망 플래그다.’

하지만 아라곤이 예상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천마는 아라곤의 머리를 놔주더니 으스스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어서 주변을 뒤져서 목걸이를 하나 찾아라...”

라고 말하던 괴물이 여자에게 물었다.

“어떤 목걸이지?”

“아놔, 내가 몇 번을 말해!! 하얀색 진주 목걸이라고!! 너 이 자식, 대가리에는 사람 죽일 생각밖에 안 들었지?”

다시 여자가 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그 박력에 아라곤이 찔끔할 지경이었다.

“그렇다는구나. 얼른 찾거라. 찾기만 하면 본좌가 이번 한번만 죽이고 가겠다.”

선심 쓰듯 한 번만 더 죽이겠다는 말에 아라곤은 어안이 벙벙했다.

‘대체 무슨 일인 거지? 이 무시무시한 괴물이 평범한 여자의 말을 듣는다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아라곤은 일단 괴물의 말을 듣기로 하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대회의실의 벽은 사방이 다 부서져서 휑하니 뚫려 있고, 주변 바닥에는 족히 3백 개 이상 되어 보이는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아무래도 공격대원들은 여기서 죽고 살고 죽고 살고를 반복하다가 부활을 포기한 듯 했다.

아라곤이 바닥에 떨어진 아이템을 살펴보기 시작하고, 괴물이 그저 그런 아라곤을 보며 멀뚱히 팔짱을 끼고 있자 여자가 다시 소리를 질렀다.

“너도 찾아, 이 자식아!!”

“끄응”

아라곤은 다시 한 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눈을 비볐다.

악마가... 여자의 말대로 허리를 굽히고서 아이템들을 뒤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드랍템들 중에서 슬기가 찾는 그녀의 ‘노스텔지어의 목걸이’는 발견되지 않았다. 간혹 보이는 목걸이들도 하나같이 전투와 관련된 옵션이 달린 것들 뿐.

그도 그럴 것이 사망시 드랍템의 조건이 ‘착용 중인 아이템’인데, 지난 추억을 저장해 재생하는 효과가 전부인 아이템 따위를 전투 중인 공격대원이 착용하고 있을 리가 만무한 것이었다.

슬기가 잃어버린 목걸이를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접속한 습득자에게 돌려받는 것 뿐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해서 아이템들을 뒤져가던 슬기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건 모두 저 살인마 자식 때문이야!!’

천마와 일행이라는 오해 탓에 공격대원들에게 붙잡혀서 마을회관으로 끌려왔을 때, 부공대장이라는 자가 천마를 향해 외쳤었다.

“당장 멈추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

그때 천마의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죽여. 병X아.”

그리고 천마가 계속 살인을 하려 하자, 결국 옆에 있던 공격대원이 단검으로 그녀를 찔렀었다.

안 돼, 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때는 이미 죽은 후였다.

죽고 나서 즉시부활을 시도하며 제발 아니기를 바랐지만, 절대 떨어뜨리면 안 되는 그 물건, ‘노스텔지어의 목걸이’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부활지점이었던 여관에서 뛰쳐나와 마을회관으로 달리며 슬기는 자신이 죽었던 그 자리에 목걸이가 그대로 있길 희망하고, 소망하고, 소원했다.

하지만, 역시나 목걸이는 없었다. 누군가가 주워다가 인벤토리에 넣어 버린 것이다.

그녀는 절망하고 말았다. 그 목걸이에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와의 마지막 추억이 담겨 있었다. 그런 목걸이를 잃어버렸다.

이 게임을 계속 하고 있던 이유가 사라졌다. 절대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사라졌다.

“야이, X새끼야!!! 너 때문에!”

슬기의 자지러지는 소리에 간간히 나타나는 공격대원을 잡으며 즐거워하던 천마의 표정이 굳었다.

하지만 이제 죽든 말든 아무래도 상관없는 슬기는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또라이, 살인마, 이 미친 새끼야!!”

사실 어느 정도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살인마는 그녀를 죽이지 않았다.

그냥 턱만 뽑아놨다.

턱이 빠져 말을 못하고 어버버하는 슬기를 향해 살인마가 말했다.

“아가씨야, 대체 왜 그러느냐?”

“으어버버버!! 어버버!!”

말을 제대로 못하는 슬기의 눈에서 결국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자,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울상으로 한층 더 못나 보였다.

누구라도 한번 보면 백일 동안은 잠을 설칠 수밖에 없을 궁극의 못생김!

그런데!!

그 모습에 천마는 큰 충격과 동시에 근원을 알 수 없는 기이한 갈망에 사로잡혔다.


‘이 여자를 도와주고 싶다. 눈물을 닦아 주고 싶어.’


그것은 천마의 인공지능이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미지의 감정이었다.

그 갈망은 무의식의 아주 깊은 곳에서 갑자기 일어났고, 기억나지 않는 머나먼 과거에서부터 돌연히 튀어나왔다. 그것은 인공지능이 자리잡기 이전의 천마의 근원에서 출발한 감정이었다.

그렇게 낯선 감정, 생소한 갈망에 대하여 천마의 인공지능이 정보부족으로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때에 그의 마음이 먼저 움직였다.

“도와주마.”

천마가 슬기의 턱을 다시 맞추는데, 그녀의 눈물이 천마의 손을 적셨다.

“..내 목걸이를 찾아야 해. 내 목걸이 찾아줘. 흑흑.”

“알겠다.”

감정이 말로 내뱉어지는 순간, 약속이 되었다.

천마가 손을 까딱 거리자 그의 의지에 따라 여기저기에서 몇 개의 목걸이가 떠올랐다.

“이 목걸이가 니 목걸이냐?”

슬기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이 목걸이가 네 목걸이냐?”

“...아니다...”

“그럼 이거?”

“야이, 자식아!! 두 손은 어따두고!! 똑바로 안 해?!”

천마의 질문을 두어 차례 받아주던 슬기가 결국 폭발했다.

어쩔 수 없이 천마는 허리를 구부정하니 숙이고서, 바닥의 전리품들을 슬쩍슬쩍 뒤적이기 시작했다.

감정은 도와주기로 했지만, 인공지능이 여전히 그것을 부정하는 탓에 천마의 행동은 겉보기로는 할 수 없이 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그렇게 나름 열심히 슬기를 돕고 있는데, 아라곤이 부활했다.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표독한 얼굴로 다가오는 슬기를 보며, 아라곤과 천마는 엉거주춤 뒷걸음을 쳤다.

“아무래도 그쪽 누군가의 인벤에 들어있는 거 같은데. 다른 사람들한테 연락되죠?”

슬기의 턱짓에 잠시 고민하던 아라곤은 솔직하게 말했다.

“솔직히 연락처는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서 기다리다 보면 결국 부활할 테니까, 그때 한 명 한 명 물어보면 어떻겠습니까?”

천마도 함부로 대하는 슬기에게 무서운 마음이 든 아라곤은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을 했다.

“흐음..언제 부활할지도 모르는데 계속 무덤을 지키고 있으라고요?”

“본좌는 칠주야라도 이곳을 지키고 있을 수 있느니라.”

“그리고 그때쯤이면 더 원의 지원부대가 여기로 들이닥치겠죠, 안 그래?”

슬기가 싸늘한 눈빛으로 아라곤을 노려보았다.

“아니요, 지원부대라뇨. 저희는 지원을 요청하지..”

아라곤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다가 문득 깨달았다.

‘똑똑한 로터스라면, 그래! 틀림없이 요청했을 거야. 그렇다면 지원부대가 올 때까지 걸릴 시일은 대략... 일주일!’

“..않았습니다.”

아라곤이 어색하게 마무리 짓는데, 천마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오호, 이 새끼 데굴데굴 눈깔 돌리는 거 보게?”

거짓말을 하는 아라곤을 보며 천마의 마음에 살심이 동했다. 그리고 마음이 동하면 그대로 행하는 게 천마의 마땅한 행보!

낌새를 눈치 챈 슬기가 말리기도 전에 이미 천마의 주먹이 아라곤의 머리를 꿰뚫고 말았다.

파작~


*


정확히 일주일 후, 더원의 지원부대로 제 2 공격대 ‘퍼스트 클래스’가 백만대산의 초입 마을, 실버마인에 도착했다. 하지만 그땐 이미 버그 플레이어로 지목된 남녀 둘은 사라져버린 후였다.

감히 목숨을 걸고 감시하고 있었던 길드원이 없었던 탓에 정확히 언제 없어졌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가장 최근에 죽었던 마그마의 증언에 따르면, 대략 3시간 전까지만 해도 있었다고 했다.

더 원의 최정예 공격대인 제 2 공격대, ‘퍼스트 클래스’의 공격대장 ‘에릭’이 곧바로 주변 수색을 지시했지만 결국 아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렇게 더원의 ‘드래곤’ 공격대가 망하다시피 한 그 사건은 가해자를 찾지 못해 오리무중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


대한민국 서울. 시온 본사, 이벤트 관리팀 부서실.

쾅!

천마의 귀환’ 확장팩의 담당자이자 이벤트 관리부의 부장이기도 한 이준혁이 책상을 거세게 내리쳤다.

그는 지금 일주일 전에 일어났던 이해할 수 없었던 변고에 일주일째 화를 내는 중이었다.

“야!! 말 좀 해봐! 대체 NPC가 어떻게 제 발로 사라지냐고? 응?!”

“그게, 천마성에 설치된 카메라 영상을 보면 천마가 제 발로 걸어 나가..”

“야, 인마! 내가 지금 그걸 물어? 어떻게? 어떤 원리로 그렇게 NPC가 지 맘대로 움직이냐고! 그걸 묻는거 잖아, 이 찐따 새끼야!”

“..네, 죄송합니다...”

괜히 대답을 했던 팀원이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난 일주일간 다들 머리를 싸매고서 해킹이니, 버그니 의견이 분분했지만 아무도 제대로 된 답변을 못 내놓고 있었다.

“아무래도 로그 기록을 살펴볼 수 없다보니 한계가..”

“하여튼 화이트 래빗인지 흰 토낀지, 6년이 지나서도 사람을 괴롭히는구나, 정말!”

이준혁이 6년 전에 터졌던 유명한 사건 ‘BJ 화이트래빗 스캔들’을 언급하자, 몇몇이 탄식을 내뱉었다.

당시 BJ로 유명세를 떨치던 화이트 래빗은 그녀의 이익을 위해 은밀한 경로로 유명인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플레이 영상을 확보하여 개인방송에 송출했고, 당연히 어마어마한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

결국 영상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들기까지 했었다.

그 후 시온은 모든 기록을 봉인했고, 합법적인 사유 없이는 심지어 회사 내부로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는 절대 방침을 세웠다.

물론 시온으로 돈을 벌던 모든 BJ들도 새로운 밥벌이를 찾아야 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젠장, 그냥 천마가 사라졌다고 까발리고 로그 기록을 열람해버려?”

“팀장님의 빠른 조치로 윗분들은 아직 모르십니다만, 보고하실 거라면..”

이준혁은 아무렇지 않은 듯 냉랭하게 말하는 차은혜를 내려다보며 말을 잘랐다.

“차부팀장, 왜 이러나? 당연히 아시면 안 되지!”

“그걸 아시는 분께서 자꾸 로그 열람에 연연하시나요?”

“그러게 진즉에 천마 주변에 카메라를 네댓 대를 더 설치했어야 하는건데.”

시온은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영상 자료 확보를 위해 이벤트가 벌어질 만한 요지에 플레이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투명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었는데, 아쉽게도 천마의 대전에 설치된 카메라는 두 대에 불과했다.

“어차피 거기까지 쳐들어갈 수 있는 공격대도 없는데, 자원 낭비 말라며 추가 설치를 막으신 건 부장님이셨죠.”

“..됐고, 윗분들이 아시기 전에 얼른 도망간 그 놈을 다시 붙잡아 제자리로 돌려놓던가, 아님 죽여 버려야지, 어쨌든 천마가 둘일 순 없는 노릇이니.”

이준혁이 취한 빠른 조치란 것은 바로 사라진 진짜 천마 대신 가짜 천마 NPC를 만들어 놓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이준혁은 NPC 담당부서의 부장이자 입사 동기인 ‘조하나’에게 정말 매달리다시피 사정하고 부탁했었다.

“내가 지금 그거 때문에 조부장한테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 알지?”

아닌 말로, 무리한 부탁의 댓가로 매일 점심마다 조부장과 원치 않는 식사를 하느라 곤욕을 치루고 있는 이준혁이었다.


작가의말

안하무인격이던 천마가 왠지 슬기의 부탁을 들어줍니다.

왜일까요? 흠흠.

비밀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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