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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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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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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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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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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9화





천마가 도발에 걸려 고개를 돌린 순간, 공격대원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서 기회를 노리던 아라곤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때닷!!’

슈아아아악-

아라곤의 허리에서 시작된 눈부신 흰 색 실선이 그대로 천마의 뒤통수를 뚫고 지나갈 듯이 꽂혀버렸다. 격중하면 무엇이든 뚫어버린다는 최강의 절명기 ‘잊혀진 순찰자의 인내’였다.

카앙!

하지만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타격음이 터져나오자, 아라곤은 깜짝 놀랐다.

‘못 뚫었다!! 왜지?!’

심지어 어마어마한 반탄력에 아라곤의 손아귀가 찢어지기까지 했다.

아라곤이 왼손으로 장검을 바꿔 쥐며 쳐다보니, 천마의 머리에는 땜빵 하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천마가 천천히 아라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라곤의 눈에 일찍이 본 적 없는 살기어린 미소가 보였다. 웬지 어디선가 진득한 피비린내가 풍기는 듯 했다.

“허허..이런 상콤하게 빌어먹을 자식을 봤나.”

얼굴도 웃고 있고, 말투도 왠지 장난스러운 천마였지만,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대장님, 한 번 더!!”

로터스의 외침에 아라곤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서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하마터면 멍하니 있다가 목을 내줄 뻔했다.

‘그래, 한 번에 안 되면 또 때리면 되지!’

그가 가진 최강의 절명기 ‘잊혀진 순찰자의 인내’가 실패한 건 무척이나 뼈아팠지만, 그렇다고 당장 항복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아라곤은 두 번째 찬스를 노리기 위해 공격대원들 사이로 몸을 숨겼다.


“허어, 이것 봐라. 네놈만 때리고 튀는 것이냐? 비겁한 놈아?”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는 아라곤의 행태에 천마는 꽤 분노하고 말았다.

“안 때릴게, 일루 와봐.”

천마에게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순간, 천마의 기술 ‘천마의 집요한 손아귀’가 발동되었다.

-천마의 집요한 손아귀.

‘천마의 손아귀’의 상위 스킬로 기존 스킬이 주변의 캐릭터들을 무작위로 잡아끌어 천마 앞으로 오게 만드는데, ‘천마의 집요한 손아귀’는 딱 한 놈만 골라서 천마 앞으로 모셔오는 우수고객 특별 서비스라고 할 수 있었다.

이 스킬의 무서운 점은 천마한테 밉상 짓을 한 우수고객에게 거의 100 퍼센트 발동되고, 일단 걸리면 무조건 죽는다는 것에 있었다.

아라곤은 방금까지 주변에 있던 공격대원들이 모두 사라지고, 순식간에 천마의 코앞으로 소환된 자신의 처지에 그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인마!”

아라곤의 경악어린 질문에 천마의 즉각적이고 친절한 답변이 주먹과 함께 날아왔다.

투웅~

다시 한 번 아라곤의 머리가 뒤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머리를 잃은 몸뚱이가 무릎을 꿇고 쓰러졌다.

“으앗!! 대장님이 당했다!”

“또 한 방이다!!”

“아니!! 어떻게 단 한 방에 대장님을 쓰러뜨릴 수가 있는 거지?!”

“초감각을 가진 하이랭커가 절대 이럴 수는 없는 건데?!”

초감각, 그것은 누구든지 300레벨을 넘게 되면 가지게 되는 시온의 선물로서 캐릭터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을 때, 일시적으로 시간의 흐름을 느리게 인지하여 위기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스킬을 말했다.

그렇기에 아라곤의 개죽음(?)은 사실상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설마 초감각으로도 감당할 수 없게 빠른건가?”

초감각을 보유한 아라곤의 즉사는 공격대의 사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특히나 천마의 바로 앞에 있던 거암은 방금 있었던 일들이 꿈만 같았다.

자신의 도발기에 괴물이 걸려든 순간, 대장의 섬광과도 같은 검격이 괴물의 뒤통수를 정통으로 찔러 버렸다. 그런데도 괴물은 정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 인상을 잔뜩 쓰긴 했었지만, 그건 아파서라기보다 짜증이 난 것 같았다.

그리고 뒤로 후퇴하던 대장이 갑자기 괴물과 자신 사이에 나타나더니, 거의 동시에 대장의 머리가 날아가 버렸다.

‘이건 정말로...말도 안되는 괴물이다.’

청산유수와도 같이 도발을 전개해 나가던 거암의 입이 닫혀버렸다.

할 말을 잃은 공격대원들의 공격도 한풀 꺾였다.

하지만 천마는 계속 열심히 일했다.

“내놔라, 전리품.”


“그거 참 예쁘군.”


“이걸 주면 좋겠는데.”

천마는 한 여자요괴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거칠게 뜯어내며 편히 가시도록 허리를 꺾어주었다.

하지만 시신이 사라지자 손에 들린 목걸이도 동시에 사라져 버렸다. 남은 건 바닥을 뒹구는 쓰잘데기 없는 회색 반지 하나.

그렇게 아라곤에 이어서 연속으로 4명을 죽이던 천마가 문득 서북쪽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천마의 레이더망에 새로운 요괴 네 마리가 느껴졌다. 레이더망 바깥에서 안쪽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갑자기 한 지점에서 순차적으로 한 마리씩 나타난 것이었다.

천마가 요괴를 죽인 속도와 비슷하게 차례대로 나타났다.

“오호, 이것 봐라?”

천마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요괴들의 대가리들을 하나하나 신중하게 두드려 보았다.

퍽 퍽 퍽

동시 다발적으로 근접 공격을 하던 딜러들의 머리가 천마의 주먹에 터져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아니나 다를까 4마리의 기척이 느껴지는 곳에 차례대로 3마리의 기척이 더 나타났다.

“역시나 거기였구나, 요괴놈들 소굴이?”

천마는 즉시 허공을 두어 번 밟으며 하늘로 떠올라서는 곧바로 부활한 요괴들이 있는 곳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


천마가 사라지자, 남은 공격대원들은 즉시 자리에 퍼질러 앉고 말았다.

“우와, 저 새끼 저거 대체 뭐냐?”

무려 네 번이나 염룡의 화살을 적중시켰는데도, 그을음 하나 묻지 않았던 천마를 생각하며 마그마가 어깨를 떨었다.

부공대장 로터스도 속이 잔뜩 상한 표정으로 괴물이 있던 자리에 떨어진 화살들을 주워들었다. 개당 무려 200실버씩 하는 실피의 화살들이 모두 못쓰게 되어 버렸다.

‘적중시킨 화살마다 죄다 부러져버렸...하, 이럴 줄 알았더라면 차라리 안 맞출걸.’

“이 흉악한 새끼가 우리랑 싸우다 말고 갑자기 어딜 간 걸까요?”

“어, 그러고 보니 저쪽에 마을회관이 있는데?”

거암의 대답에 로터스는 돌연 깨달아지는 바가 있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로터스가 중얼거렸다.

“... 혹시 저 놈, 우리 부활지점을 지키러 간 거 아니에요?”


*


마을회관 대회의실에서 부활하자마자 아라곤은 손가락을 살펴보았다. 다행히도 더미 반지가 사라졌다.

얼른 회의실 한구석에 놓인 더미 반지 꾸러미로 다가갔다. 더미 반지를 다시 하나 끼고 달려나갈 생각이었다.

막 손가락에 반지를 끼는데, 방 한가운데에 하얀 빛이 어리며 연속해서 공격대원 4명이 나타났다. 그 잠깐의 시간 동안 4명이 더 누운 것이었다.

다시 살아난 4명의 얼굴은 하나같이 짙은 공포가 깔려 있었다.

“대장, 저거 대체 정체가 뭐야?”

“대장님, 이건 정말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우리가 한방에 죽을 수가 있는 거죠? 이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요!”

“일단 반지부터 챙겨. 다시 간다.”

“네?”

“다시 간다고!! 저 새끼는 우리가 꼭 잡는다!”

부글부글 끓는 속을 억지로 가라앉히며 아라곤이 외쳤다. 지금은 가타부타 설명할 때가 아니었다.

그때 또 방 가운데에 눈부신 빛이 어리더니 공격대원 3명이 연속해서 나타났다.

이들 역시도 방금과 같은 질문들을 쏟아내었다.

“지금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저런 괴물과 싸워야 하는 거죠?”

“그냥 별것 없는 버그 새끼라면서요?”

아라곤은 공격대원들의 반발이 듣기 싫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구 화를 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애써 평소의 톤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일단 먼저 잡고 난 후에 모든 상황을 설명하겠다.”

일부러 주점에서의 일을 공격대원들에게 알리지 않았었다. 공개했다간 공격대의 사기가 떨어질 까봐, 그저 버그 캐릭터를 사냥하는 거라고만 전했었다.

“자, 일단 더미 반지부터 착용해라. 우린 먼저 출발한다.”

아라곤은 뒤에 부활한 3명에게 말하고는 먼저 부활한 4명을 데리고 회의실을 나가려 했다.

그 순간,

쿵! 와르르~

소리와 함께 회의실 한가운데 천장이 부서지며, 한 인영이 내려섰다.

회의실 가득 희뿌연 파편가루가 날리는 바람에 시야가 확보되지 않았지만, 모두들 천장을 뚫고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만년 빙굴에서 들려오는 듯한 그 섬뜩한 목소리.

“까~꿍이다, 요괴 새끼들아.”

모든 것이 희뿌옇게 보이는 가운데 괴물의 새하얀 이빨만이 유독 빛나 보였다.


그리고 다시 끔찍한 악몽이 시작되었다.

괴물 녀석은 천장을 뚫고 등장하자마자 서슴없이 살수를 펼쳤다.

가볍게 뻗은 회전 돌려차기에 멍청하게 서있던 공격대원 세 명의 머리와 몸이 걸렸다. 그 속도와 파괴력이 얼마나 강한지, 맞은 부위만 날아가고 나머지 몸뚱어리는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가 허물어져 버렸다.

“야이~ 미친 X새끼야!! 우리랑 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 지랄이냐!”

간 큰 여성 대원이 악다구니를 퍼붓자, 천마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금껏 억지로 욕 운운하고 있었는데, 이제야 자신의 악행에 대한 면죄부를 받게 된 기분이었다.

“크크크.”

기분이 좋아진 천마가 다시금 움직이자, 몸을 사린 아라곤을 제외한 4명이 순식간에 목숨을 잃고 바닥을 뒹굴었다.

그리고 그때쯤 회의실 중앙에 눈부신 빛이 어리며 먼저 죽었던 세 명이 다시 나타났다.

세 명은 나타나자마자 천마를 보고서 경악했다. 이놈한테 죽어서 부활했는데, 또 이놈이 있다?

“아니, 뭐 이런 개같은 경우가..!!”

말을 내뱉던 공격대원들의 얼굴이 다시 날아갔다.

“아하하, 이곳이 노다지로구나!!”

천마는 싱글벙글 웃으며, 이어서 나타나는 4명을 다시 죽여 버렸다.

그 비인간적인 행태에 아라곤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이 새끼는 무덤을 지킬 생각이구나!!’

이대로라면 캐릭터의 속옷까지 다 뜯겨나갈 지경이었다.

그런데 대체 치안대는 왜 안 오는 걸까? 애초에 무덤을 지키는 등의 불법 플레이는 치안대의 존재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아라곤은 한 번도 상상하지 않았던 상황에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뭐하냐, 안 덤비고. 본좌가 가리?”

그래도 두 번 죽였다고 애정을 품...은 것은 아니었다. 천마는 그냥 녀석이 제일 멀리 있다보니 거기까지 가기 귀찮아서 아직 남겨둔 것이었다.

“이리 오너라. 좋은 말로 할 때 얌전히 오면 한 방에 보내주마.”

“당신은 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행패를 부리는 것이오?”

아라곤은 진작 했어야 할 질문을 이제야 했다.

“하나.”

허나 천마는 질문은 받지 않고 제 할 말만 했다.

“처음부터 살수를 쓴 것은 당신입니다. 우리는 그저 정당방위를 했을 뿐입니다.”

“둘.”

“야이, 살인마! 미친 자식아!!”

퍽!!

아라곤에게는 벌써 세 번째 죽음이었다. 초감각도 소용이 없었다. 천마의 손속이 눈에 띄게 느려졌지만, 그래도 도저히 피할 수 없을 빠르기였다.

머리가 깨져나가며 아라곤은 묻고 싶었다.

‘아니, 왜 셋은 안 세는 거야?’

“욕하면 죽는 거야.”

아련하게 들려오는 녀석의 말을 끝으로 아라곤은 어둠 속으로 잠겨 들었다.


주성훈(아라곤)이 다시 접속을 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시간 후였다.

한 시간이라면 그토록 등장하지 않던 치안대도 등장하기에 충분한 시간일 테고, 사건이 종료되고도 남음이 있을 시간이었다.


- 즉시부활 하시겠습니까? -

“즉시 부활!”

이윽고 까맣던 시야가 밝아지며 참혹하게 파괴된 마을회관 회의실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는 까만 복장의 사내.

‘허억!!!!’

그 순간, 그와 자신의 거리가 사라지며 그의 손으로 추측되는 섬뜩한 물체가 그의 머리를 붙잡았다.

‘녀석이다!!’

아라곤은 감히 반항도 하지 못하고, 차렷자세로 얼어버렸다.

이전의 기개 높던 검사, 고대인의 핏줄이 흐르는 잊혀진 순찰자의 계승자.

서부의 재앙 리치‘노르투’를 제압했던 드래곤 공격대의 대장은 지금 이 순간, 그저 무력한 어린 양에 불과했다.


작가의말

천마의 편을 조금 들자면, 

...

아니, 들지 않겠습니다.

이 못된 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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