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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무식 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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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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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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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1.1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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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4화





최강의 길드 ‘더 원’의 제7 공격대 ‘드래곤’의 대장 주성훈은 주점을 올 때마다 항상 가장 안쪽 테이블에서 입구쪽을 바라보며 앉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으면, 마치 주점의 모든 상황이 자신의 통제하에 놓인 듯한 기분이 들어서였다. 모름지기 뛰어난 공대장은 모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어찌보면 이렇게 자리를 잡는 것은 직업병 탓인지도 모른다.

테이블에 놓인 흑맥주를 한 모금 마신 그는 능숙한 손길로 애검 ‘용이빨’을 닦았다.

근 10여 년 간 시온을 플레이 해오면서 ‘용이빨’만큼 애착이 가는 무기는 없었다.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무기를 바꾸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라지만, ‘용이빨’은 성장형 무기인 까닭에 주성훈은 ‘용이빨’을 얻게 된 2년 전부터 무기를 바꿀 필요가 없었다.

깔끔하게 손질된 검은 공격력과 공격속도, 치명타율이 약간 상승하는 보정을 받는다. 그래서 그 효과를 누리고자 시작한 무기 닦기였지만, 이제는 하나의 취미가 되어버렸다.

‘취미인 게임 안에서 또 다른 취미인 검신 닦기라...’

그는 피식 웃으며 계속 해서 검신을 닦아나갔다.


주점 입구로 오랜 동료인 부공대장 ‘로터스’가 들어온 것은 성훈이 용이빨의 검날을 모두 닦고, 손잡이의 끈을 다시 동여맸을 무렵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는 성훈을 발견하고,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아라곤님, 아무래도 이 쪽이 맞는 거 같은데요!”

성훈의 본명을 모르는 로터스가 성훈을 ‘아라곤’이라는 그의 캐릭터이름으로 부르며 앞에 앉았다.

하긴 아라곤도 로터스의 본명을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알 필요도 없고. 이 곳은 제 2의 삶을 꿈꾸는 이들의 세상, ‘시온’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귓말 왔었어. 다들 이번에는 백만대산 지역인 것 같다고 축하한다더군.”

아라곤은 황금색 콩알처럼 생긴 귓말벌레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답신은 보냈어요?”

질문을 한 로터스가 등에 매어진 거대한 활을 벗어 한켠에 두며 아라곤의 맞은편에 앉았다.

아라곤은 음침한 미소를 지었다.

“그 새끼한테는 보내려고.”

아라곤은 사사건건 자신과 부딪히는 제 3공격대 대장 ‘니긴마’를 떠올렸다.

귓말벌레의 배 부분을 건드리자, 벌레의 입이 떡하니 벌어졌다.

아라곤이 거기에 대고 혼잣말 하듯 중얼거렸다.

“고맙다. 니긴마. 니긴마는 잘 있지? 천마성은 내가 미리 가있을 테니, 내 발자국만 잘 보고 따라오라고.”

그렇게 말하고 나자 곧 귓말벌레의 입이 닫혔다.

“니긴마에게 귓말.”

아라곤의 입에서 명령어가 떨어지자, 귓말벌레는 곧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창문 밖으로 튀어 나갔다.

“크크크, 니긴마 새끼. 귓말 듣고서 내 벌레 부수는 건 아니겠지?”

아라곤과 라이벌인 니긴마도 자랑할 일이 있을 때면 꼭 그에게 귓말벌레를 보내곤 했다.


“여어~나 니긴마야. 잘 지내지? 어쩌냐, 난 더 잘 지내는데.”

그 놈의 이름은 마치 ‘느그 엄마’처럼 들려서 더 기분이 나빴다. 세계관을 해치는 캐릭터 이름을 금하는 시온의 작명 방침을 꼭 그렇게까지 꼬아가며 벗어나야 하는걸까?

잠시 상념에 잠겼던 아라곤은 로터스에게 모든 파티장들을 다 불러오라고 했다. 이제 6시간 후면 ‘천마의 귀환’ 확장팩이 오픈 될 것이다.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간단한 회의를 한 후, 출발하면 딱 맞지 싶었다.


탱커 파티장, 근거리 딜러 파티장, 원거리 딜러 파티장, 버퍼 파티장, 마법사 파티장, 그리고 힐러 파티장까지, ‘더 원’의 제 7 공격대 산하 파티장 6명과 공대장, 부공대장까지 하여 8명이 모두 모였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모양과 장식의 무기와 장비에 누가 봐도 고렙의 카리스마가 풀풀 풍기는 모습들이었다. 오히려 공격대장인 아라곤만이 달랑 검 한 자루를 들고 있어 상대적으로 위축되고, 저렙처럼 보였다.

하지만 각 계열의 파티장들은 알고 있었다. 아라곤의 무기 ‘용이빨’이 얼마나 강력한 무기인지, 그리고 아라곤이 얼마나 강력한 근접 딜러인지.

그의 스킬 ‘잊혀진 순찰자의 검공’은 가히 검술 부문에 있어 일 절이라 불릴 만 했다.

그의 검격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신속했으며, 순찰자들의 발걸음처럼 은밀했다. 또한 고대인의 핏줄을 내려 받았다는 전설을 가진 ‘잊혀진 순찰자’, 그들의 이름이 붙은 기술답게, 단호하고 강력한 공격력마저 갖추고 있었다.

작년 여름에 서부대륙을 강타했던 리치 ‘노르투’의 견고한 목숨 줄을 끊었던 것도 아라곤의 용이빨이었다.

그런 아라곤을 바라보는 공격대 지도층들의 눈에는 신뢰와 믿음이 가득했다. 아라곤은 자신을 바라보는 파티장들의 시선에 아랑곳 않고, 포크를 집어 들었다.

“자, 밥부터 먹자고.”

‘그래, 이런 사람이었지.’

아라곤의 말에 파티장들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식탁에 옹기종기 앉아서, 음식들을 먹기 시작했다.

제2의 삶을 표방하는 ‘시온’답게 게임 임에도 불구하고 감각을 전달하는 기능이 무척 뛰어나, 음식들이 마치 진짜 음식처럼 맛있었다.

한 차례 폭풍이 식탁을 휘몰아친 후, 아라곤의 눈짓에 로터스가 말을 꺼냈다.

“드시면서 들으세요. 일단 여러 정황과 정보들을 종합해 본 결과, 여기 백만대산에 천마성이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와우~!”

로터스의 말에 파티장들이 술잔을 들어 기쁨을 표했다.

‘우리 제 7공격대가 새 확장팩에 첫 족적을 남기겠구나!’

첫 진입, 첫 발견, 첫 정복 등, 처음이라는 것에 많은 혜택을 주는 시온인지라, 모두들 벌써부터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확장팩에 대한 소식이 처음 전해질 무렵, 시온의 전 대륙을 통틀어 열 군데 지역이 은밀하게 출입 봉쇄지역으로 선정되었었다.

일반인들은 모르겠지만, ‘더 원’같은 세계적인 길드들은 저마다의 정보 입수 루트가 있어 그 열 군데의 출입 봉쇄지역을 미리 알 수 있었다.

그래서 한 달 전 무렵 봉쇄지역이 선정되자마자 ‘더 원’은 길드가 보유하고 있는 10개의 공격대를 각 지역으로 파견시켰다. 어디가 진짜 천마성이 있는 지역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상 지역을 모두 선점 하겠다는 계획인 것이었다.


“오는 내내 욕했는데, 고진감래라는 말이 딱 우리 얘기군요!”

힐러 파티장 ‘우선’의 말에, 마법사 파티장 ‘마그마’가 비꼬았다.

“진짜 옆에서 한 달 내내 욕하는데, 미치는 줄 알았다.”

“어이, 허풍선이 마그마. 말끝마다 그렇게 허풍을 달아서 되겠어? 한 달이라니! 3주라고.”

“한 달이나 3주나, 여자가 그렇게 욕설을 잘하는 것도 문제라고.”

“어, 위험한 발언인데? 님아, 지금 여성차별하는 거?”

우선의 마그마처럼 달궈져가는 목소리에 마그마는 대꾸하지 않고, 그냥 가운데 손가락을 처 들었다.

다들 또 다시 시작된 힐러 파티장과 마법사 파티장의 싸움을 애써 무시했다.

로터스도 우선과 마그마의 다툼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하려던 말을 계속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파티장님들은 모든 준비를 마무리하시고, 파티원들을 2시까지 주점 앞 마을 동쪽 입구로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모이는 대로 바로 백만대산의 봉쇄지역으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목표지점까지 가는데 대략 4시간가량 걸리겠군요.”

“설마, 오늘 바로 천마의 목을 따버리는 건 아니겠지?”

근거리 딜러 파티장 ‘아이언피스트’의 말에 다들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안 되겠지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군요.”

로터스도 웃으며 대답했다.

“거기까진 안 들어간다. 우리는 첫 발견 업적까지만 띄워도 충분해. 그리고 천마성을 지키다가 다른 공격대들이 합류하면 그때 진입한다.”

대장 ‘아라곤’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날파리들은 어쩔겐가?”

바위처럼 생긴 사내, 탱커 파티장 ‘거암’이 팔짱을 끼고서 물어왔다. 언제나 날파리들이 문제였다. 일획천금을 꿈꾸며, ‘더 원’같은 거대 길드의 행사마다 꽁무니를 쫓는 녀석들.

“평소 하던대로 해야지. 1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아라곤의 말에 나머지 파티장들이 동시에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척살한다!”

7명의 목소리가 주점 내부를 울리자 몇몇 무리들이 움찔했다.

“여기도 있군, 날파리들이.”

거암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근거리 딜러 파티장이자 ‘사기꾼’ 직업을 가진 아이언피스트가 먼저 일어났다.

“하하. 거암님. 이런 건 제 소관 아니겠습니까?”

확실히 사람의 생각을 읽고, 의중을 파악하는 능력은 모든 클래스들을 통틀어 사기꾼이 최고였다.

“마을을 벗어나기 전까지는 놔두세요.”

부공대장 로터스의 말에 마을 안에서까지 ‘1킬로미터 룰’을 적용할 수는 없다는 걸 아는 아이언피스트가 알겠다는 손짓을 하며 가까이 있는 한 무리의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남자 셋, 여자 하나로 구성된 이 무리는 방금 ‘척살한다’라는 말에 가장 크게 동요한 팀이기도 했다.

그들을 살펴보는 아이언피스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여성 캐릭터를 사용하는 플레이어는 남녀 할 것 없이 자신의 캐릭터를 예쁘게 만들려고 하는 것이 당연지사 인지상정! 그런데 눈 앞의 이 여자는 예쁘지 않았다!

아니, 안 예쁜 정도가 아니라 못생겼다!! 마치 성형 수술하는 도중에 의사가 똥 마렵다고 그대로 수술을 종료해 버린 것 같은 생김새였다.

혹시 NPC인가? 하는 의문이 잠깐 들었지만, 아이언피스트는 사기꾼답게 능숙하게 내심을 숨기며 상대를 떠봤다.

“아름다운 분이시군요.”

과연 남자들도 자기네 무리의 여자가 미인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지, 그럴 리가? 하는 반응을 보였다.

“눈깔 삐었냐? 내가 예뻐? 같이 살아줄까?”

잠시의 정적을 깨는 당찬 여자의 대꾸에 주점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 쳐다봤다.

역시나 여자의 반응에 깜짝 놀란 아이언피스트가 저도 모르게 본심과 사실을 섞어 대답했다.

“아니! 1킬로미터 이내로 접근하면 죽여버릴거야.”

“그럼 꺼져, 나는 니네들 행사에 아무 관심 없으니까.”

‘엇, 이건 정말이다!’

여자의 불쾌한 대답을 들으며 물오른 사기꾼답게 아이언피스트는 여자의 말에서 진실을 느꼈다. 확실히 이 여자는 우리 길드의 행사에 아무 관심이 없다.

하지만, 미인도 아닌 것이 자신에게 함부로 말하는 것이 불쾌하고 짜증났다.

“이봐, 못난 이쁜이. 말 조심하지? 두 귀가 있었다면 우리가 누군지 들었을 텐데. 설마 시온을 하면서 더 원을 모르지는 않겠지?”

“아, 그래서 1킬로미터.”

그의 말에 여자 일행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만큼 더 원의 ‘1킬로미터 룰’은 모두가 알 정도로 유명한 것이었다.

여자도 ‘더 원’이라는 길드 이름에 기가 죽었는지 불만 섞인 표정은 여전했지만, 더 이상 경솔한 언행은 하지 않았다.

순식간에 주점안의 모든 소리가 사라졌다. 다들 ‘더 원이었군, 어쩐지.’와 같은 말들을 소리 없이 중얼거려댔다.

“하여튼 저놈은 저 욱하고, 뽐내기 좋아하는 성격에 어떻게 고렙이 됐는지 모르겠군.”

아라곤의 맥빠진 목소리만이 주점 안을 떠돌던 그때, 주점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사내가 들어왔다.


들어선 사내는 한 180정도 되어 보이는 키에 다소 호리호리한 체구였다.

칠흑같이 까만 장발이 얼굴의 절반을 가렸고, 머리처럼 검은 옷차림새에 빈티지 스타일인냥 더러운 회색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주점 안의 사람들은 낯선 사내의 등장에 잠시 시선을 주었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려 했다. 그런데 그때 이상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의 등 뒤로 웬 장화며 무기 같은 것들이 둥실둥실 뜬 채로 따라 들어오는 것이었다.

마치 서커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광경에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데, 그 흑의의 사내가 이빨을 드러내며 새하얗게 웃었다.

“크흐흐. 역시 던전에 들어오니 요괴들의 때깔이 다르구나.”

‘던전? 요괴? 대체 무슨 소리들이지?’

아이언피스트의 눈동자가 평소처럼 상대의 정보를 캐기 위해 빠르게 위아래로 움직였다.


작가의말

천마 다음으로 주연캐릭터가 등장했습니다.

누굴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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