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글넘기 방.

천하무식 천마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무협

완결

글넘기
작품등록일 :
2019.11.14 00:35
최근연재일 :
2020.01.16 17:00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104,763
추천수 :
1,137
글자수 :
1,122,955

작성
19.11.14 17:00
조회
1,164
추천
12
글자
12쪽

6화

DUMMY

천하무식 천마 6화





“보자보자하니 누굴 보자기로 아는 가본데...”

아라곤이 용이빨을 쥐고서 자기 일행들의 앞으로 한 걸음 걸어 나왔다.

평소라면 질타를 받아 마땅했을 아재를 넘어선 할배 개그에도 아무도 웃는 이가 없었다. 아니, 원래 웃는 이가 없던 개그였던가?

하지만 함께한 일행 모두의 뜨거운 열망이 등 뒤로 느껴졌다.

‘저 안하무인의 강력한 괴한을 물리칠 사람은 공격대장, 아라곤 바로 당신 뿐입니다!’

‘서부 대륙의 회색재앙 리치 ‘노르투’를 해치웠던 그 검공을 보여주십시오!‘

‘더 원’의 세손가락 안에 드는 딜링의 극한을 보여주시지 말입니다!

모두의 염원을 등에 업고, 아라곤은 애써 두려움을 떨쳐 버리며 호기롭게 외쳤다.

“와라!!”


“니가 와라.”

천마의 한마디가 채 끝나기도 전에 아라곤은 갑작스레 자신을 끌어당기는 엄청난 인력에 기겁했다. 잠깐 버티려고도 했지만, 그것은 도저히 버텨낼 수 없는 불가항력 수준이었다.

순식간에 발이 허공으로 들리며 몸뚱어리가 괴한의 손을 향해 빨려들 듯 날아갔다.

아라곤은 이 기이한 상황에 아주 놀랐지만, 곧 민첩하게 생각을 전환했다.

이 끌려가는 속도에 발검의 속도까지 더한다면 분명 용이빨의 공속은 이른바 절대 경지의 속도에 이를 것이다. 이 공속이라면 장담하건데 신이라도 피할 수 없다!

엄청난 속도로 끌려가는 와중에도 하이 랭커답게 아라곤은 발검자세를 취하며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천마의 코앞에 도착하기 직전, 무시무시한 속도로 발도했다!

“가라!!”

쓔아아아악~~!!!

환상과도 같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니 정말로 환상이었나?

분명 검을 휘둘렀는데도 왜 아무 소리가 안 나지? 소리조차 안날정도의 극쾌였단 말인가?

의아한 표정으로 상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아라곤은 이해 못할 상황보다 더 이해 못할 광경을 보고야 말았다.

적의 손에 웬 사람의 팔뚝 같은 게 하나 들려있고, 그 끝에 용이빨과 꼭 닮은 장검이 쥐어져있는 것이었다.

‘아무리 봐도 저건 내 손과 내 칼 같은데?’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그의 팔이었고, 그의 용이빨이었다!

아라곤은 팔이 잘린 고통보다 그 순간에 자신의 팔을 잘라간 적의 움직임에 깜짝 놀라 졸도할 지경이었다. 어떻게 절대 지경, 극쾌에 다다른 발도의 순간에 그 팔을 공격해서 잘라간단 말인가!

망연자실하여 입을 쩍 벌린 표정이 아라곤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는 외마디 유언조차 남기지 못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겨 장검을 쥔 상대의 팔뚝을 잘라낸 천마는 재빨리 상대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 바닥에 버려 버렸다. 그리고 상대의 멍청한 얼굴을 역시나 싸대기 한방으로 날려버렸다.

“자, 이제는 제대로 된 걸 주겠지?”

곧 아라곤의 시신이 사라지며, 천마의 손에 들린 팔뚝도 사라졌다. 남은 것은 손에 들린 용이빨 뿐.

“흐음. 이게 남았군.”

천마는 한마디 하면서 씹고 있던 고기를 꿀꺽 삼켰다.

천마가 고기를 질겅이며 용이빨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보는 모습은 언뜻 무방비로 보였지만,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아라곤이 한방에 죽었다.

서부의 재앙을 종결시킨 자!

더원 제 7공격대의 대장!

검사 계열의 하이 랭커!

수많은 업적은 차치하고서라도 더 원 내에서 강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아라곤의 허탈한 죽음은 아이언피스트나 거암의 죽음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녔다.

게다가 아라곤은 기습에 당한 것도 아니었다. 충분한 전투자세를 갖추고서도 녀석의 기이한 기술에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못하고, 빨려 들어가듯이 죽어버렸다.

‘더 원’의 파티장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놈은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야. 상대하려면 적어도 마을 내에 흩어져 있는 모든 공격대원들을 불러 모아서 100대 1의 싸움을 벌려야만 해.’

‘일단은 사력을 다해 이곳을 벗어나자!’

그리고 죽더라도 그전에 절대 손을, 반지를 빼앗겨선 안 되었다.

장비 아이템을 떨구기라도 하는 날엔, 캐릭터 랭킹이 급격히 떨어지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레이드팀에서도 빠질 수밖에 없었다. 하루아침에 정예 레이드 멤버가 후보군으로 급락해버리는 것이었다.

파티장들은 자신의 손에 끼어진 더미 반지를 어루만지다가 서로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그리고 천마가 움직였다.


실로 아수라장이었고, 아비규환의 현장이었다.

문으로 나가려는 플레이어는 어디선가 나타난 천마의 주먹질에 예외 할 것 없이 몸 여기저기가 뚫려 나갔다. 2층으로 올라가려던 플레이어와 창문으로 도망치려던 플레이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걸음에 100미터를 움직일 수 있는 천마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바깥쪽에 있는 플레이어부터 차례대로 죽여 나갔다.

처음에 몇 명은 반지를 먼저 제거하고 죽였지만, 곧 귀찮아진 천마는 그냥 죽였다. 몸을 움직이다보니, ‘니가 와라’ 보다 이렇게 직접 본인이 가 주는 게 더 재밌기도 했다.

“요괴 새끼들인데, 뭐 어떠한가.”

천마는 사람을 죽이는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죽으면 곧바로 없어지는 시체들도 그 생각에 일조했다.

파티장들은 진작에 다 죽었고, 이제 주점 안에는 구석에서 벌벌떠는 주점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한가운데 홀로 서있는 여자만이 남았다.

주점 주인과 종업원이야, 사람 같은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고 가진 것도 없어 보여서 안 건드린 것이었고, 못생긴 여자는 아까 ‘더미 반지’에 대해 알려준 게 있어, 특별히 몇 분이나마 생명을 연장시켜 준 것이었다.

하지만, 생명 연장의 꿈도 여기까지 였다.

“으흐흐 전리품이 널렸군. 크크크.”

주변에 널린 반짝이는 것들을 보던 천마의 눈길이 이윽고 여자에게 도달했다.

“이 년은 뭘 줄까, 크크.”

천마가 언뜻 보기에 이 여자는 길거리에 다니던 사람들 마냥 가진 게 없어 보이는 초라한 행색이었지만, 이곳 던전의 한가운데 있는 것하며, 느껴지는 기운을 볼 때 요괴임에는 분명했다.

“잠깐만!! 넌 왜 사람을 죽이는 거야?”

말없이 사람들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아무 말이 없었던 여자가 제 차례가 되어서야 비로소 물었다. 여자 입장에선 인간 같지도 않은 미치광이 살인마에게 존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사람? 요괴년놈들이 사람타령은. 그냥 전리품이나 내놓고 사라지거라.”

“잠깐만, 나에겐 니가 원하는 그런 보물이 없어.”

“죽여 보면 알겠지.”

천마는 말하면서도 자꾸 말을 섞고 있는 게 심기에 거슬렸다. 왜 좋은 주먹을 두고, 말장난이나 하고 있는걸까?

“그보다, 나를 전리품으로 삼는 건 어때?”

여자의 예상치 못한 말에 천마는 턱을 긁적였다.

‘응? 요괴를 전리품으로 삼는다고? 괜찮은데?’

하지만 여자의 얼굴을 보자 살심이 동했다.

“근데, 네 년은 너무 못생겼구나.”

천마가 다시 주먹을 쳐들려고 하자, 여자는 다급히 외쳤다.

“그 대신 요리를 잘해!”

여자는 아까 이 살인마가 빵과 수프, 고기를 맛보며 너무 행복한 표정을 짓던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나 다를까 천마의 주먹이 멈췄다. 그리고 천마가 물었다.

“요리...가 뭐냐?”

천마의 인공지능은 생각보다 모르는 어휘가 많이 존재했고, 아직 많은 학습이 필요한 상태였다.


*


곧바로 주방을 빌린 임슬기는 돼지비계 한 덩이와 김치를 꺼냈다. 국산게임 답게 김치의 재현도는 실로 환상의 경지였기에 특등급 김치볶음밥을 만들기에 최고였다.

시온은 제2의 현실을 강조하며, 특히 이런 소소한 부분에서 현실에 버금가는 상당한 디테일을 자랑했다.

탁탁탁 탁탁탁-

슬기는 경쾌한 칼질로 재료를 손질하며 힐끗 홀에 앉아 있는 살인마를 쳐다보았다. 살인마는 언제 나쁜 짓을 했냐는 듯이 생각 없어 보이는 멍청한 모양새로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냥 척, 보기에는 아무 생각이라곤 없는 바보 멍청이 백치 같은데? 치렁치렁한 앞머리에 코 아래로만 보여서 더 그래 보였다.

“아얏!”

슬기는 멍청한 생각을 하다가 그만 손을 베이고 말았다. 현실과 달리 피는 흐르진 않았지만, 생명력이 살짝 깎여 나갔다.

‘정신 좀 차리자, 임슬기!’

그녀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다시 집중하여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사실 김치 볶음밥은 눈감고도 만들 수 있는 요리였다.

‘너의 김치 볶음밥은 만원주고도 사먹겠어! 진짜 맛있다고!’

예전 남자친구는 그런 말로 슬기의 김치 볶음밥을 칭찬했었다. 유별나게 돈을 아꼈던 남자 친구로서는 그것이 극찬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그녀의 요리를 좋아해주던 그 남자는 이미 못 보게 된지 6개월이 넘었다.

불현듯 일어나는 슬픈 감정을 애써 다잡으며 슬기는 요리에 집중했다.


슬기가 탁, 소리 나게 김치 볶음밥을 살인마 앞에 내려놓았다.

가만히 코를 벌름벌름 거리던 살인마가 이윽고 오른손을 쳐들었다.

갈고리처럼 펼쳐진 천마의 오른손을 바라보며 슬기가 설마? 하고 생각하는 순간, 천마가 맨손으로 볶음밥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천마가 그 상태로 고개를 들었다.

“뜨겁군. 소녀.”

뜨거운 밥만큼 뜨거운 목소리였다.

“아니, 볶음밥 처음 먹어?! 이게 무슨 장난질이야?”

깜짝 놀란 슬기가 얼른 숟가락을 건네며 역정을 내자, 이번에는 가만히 숟가락을 쥔 살인마가 잠시 숟가락의 용도를 살펴보기라도 하는 듯이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흐음, 꽤나 정교하게 만들어진 물건이군. 이보다 더 움푹하거나 얕았더라면, 불편했을 텐데.”

“그냥 처먹어라, 좀!”

슬기는 저도 모르게 평소처럼 욕설을 내뱉고는 화들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하지만 살인마는 개의치 않는 모습으로 볶음밥을 퍼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슬기는 의아해 하면서도 안도했다.

슬기는 원래 반말을 잘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살인마 따위에게 존댓말을 쓸 수는 없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죽고 싶진 않았지만, 이것은 그녀에게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었다.

다행히 살인마는 그녀의 거친 말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순식간에 다 처먹은 살인마가 흡족한 눈빛으로 슬기에게 말했다.

“소녀를 정식으로 내 전리품으로 인정해 주겠다.”

“이봐. 대체 왜 자꾸 나를 소녀라고 하는 거야?”

멀뚱히 슬기를 쳐다보던 살인마가 벌떡 일어나더니 슬기 옆에 섰다. 나란히 서고 보니 슬기의 키는 천마의 목 높이에도 미치지 못했다.

“본좌보다 작으니 소(小), 여자니 녀(女), 그러니 소녀 아닌가?”

‘응? 소녀의 기준이 신장이었어?’

잠시 어리둥절해진 슬기가 반론을 펼쳤다.

“그럼 너보다 크면 대녀냐?”

슬기는 자신의 말에 머리를 갸우뚱 거리는 살인마가 아무래도 좀 백치처럼 보였다.

“그럼 무어라 불리우고 싶은겐가?”

살인마가 물어오는 중에 주점 문이 빼꼼히 열렸다. 그리고 가벼워 보이지만 고급스러운 경장비를 착용한 여자 한 명이 후다닥 들어왔다가 휑한 실내 풍경에 그만 멈칫 서버리고 말았다.

“어머, 우리 길드 사람들 벌써 가버렸어요?”

주점 주인과 종업원, 그리고 주점 한가운데 앉아 있는 살인마와 슬기를 바라보며 말을 걸어오는 이는 상당히 귀엽게 생긴 은발의 젊은 여자였다.

임슬기 말고는 은발의 여자가 말하는 ‘길드 사람들’이 누군지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다들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데, 얼른 정신을 차린 슬기가 대답했다.

“맞아요. 다들 좀 전에 나갔어요. 얼른 나가보세요. 빨리 가면..!”

“잠깐만.”

살인마의 묵직한 한마디에 듣는 이들 모두의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녀여. 이쪽으로 와 보거라.”

“도망가요!! 당신네 길드 사람들은 모두 이 자에게 죽..악!”

다급히 외치던 슬기가 살인마의 땡꽁 한방에 쿠당탕 소리를 내며 뒤로 발라당 나자빠졌다.


작가의말

김치볶음밥 잘하는 여자는 로망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하무식 천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21화 +1 19.11.17 662 9 13쪽
20 20화 19.11.17 676 10 13쪽
19 19화 19.11.16 661 8 12쪽
18 18화 19.11.16 697 9 13쪽
17 17화 19.11.16 703 9 13쪽
16 16화 19.11.15 703 9 12쪽
15 15화 19.11.15 742 9 14쪽
14 14화 19.11.15 778 10 13쪽
13 13화 19.11.14 798 10 12쪽
12 12화 19.11.14 847 10 14쪽
11 11화 19.11.14 903 10 13쪽
10 10화 19.11.14 962 12 12쪽
9 9화 19.11.14 972 9 12쪽
8 8화 19.11.14 1,039 11 12쪽
7 7화 19.11.14 1,107 10 12쪽
» 6화 19.11.14 1,165 12 12쪽
5 5화 19.11.14 1,248 13 12쪽
4 4화 19.11.14 1,680 14 12쪽
3 3화 19.11.14 2,041 19 12쪽
2 2화 19.11.14 2,776 19 12쪽
1 1화 +3 19.11.14 6,237 2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