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26장: 군주로서의 능력도 쇠퇴하고...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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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충이 투옥되고 난 이후에 단식투쟁을 하다가 죽었다고?!"
"예, 합하!"
성충의 사망 소식은 주변국들에게 제법 큰 충격을 주었다.
특히나 연개소문은 더더욱 큰 충격을 받았다.
"성충은 나 연개소문과 비견될만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부여의자가 그를 그저 죽게 내버려두다니?!"
이 시대 동아시아에 있어서 당나라, 고구려, 백제, 신라를 대표하는 준걸들로는 위징, 연개소문, 성충 그리고 김유신이 있었다.
그러나 위징은 죽은지 오래되었고, 김유신에 경우 부상열도로 이주해버렸기 때문에 신라사람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워졌으니 실질적으로 해동과 중원 영역에서 명성을 떨친 준걸로는 연개소문하고 성충 말고는 남지 않았던 셈이었다.
"비록 타국 사람이기는 했지만 성충은 실로 대단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부여의자가 그를 그냥 죽게 내버려두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는구나."
"하오나, 합하! 지금까지 세작들이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성충은 단식투쟁 도중에 죽은 것이 확실하옵니다!"
부하의 보고에 연개소문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허어~~! 정녕 부여의자가 예전만큼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었나?"
연개소문은 그리 중얼거리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성충이 죽은 이후에 부여의자는 연회를 즐겼다고?"
"예, 그러하옵니다."
"게다가 성충이 피로 쓴 글조차 손대지 않았다고?!"
"그렇사옵니다. 합하!"
부하의 그 말을 듣고 연개소문은 속으로 '이렇게 되면 한번 백제를 찔러봐??'라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부여의자가 그렇게 점점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가 서서히 암군으로 변하고 있다는 소리가 된다. 하지만 정말로 그가 암군으로 변한 것이 맞을까? 의심이 들기도 하는군. 욱리하 일대에 주둔한 백제군은 여전히 빈틈이 보이지가 않는다는 보고가 있었으니 말이야.'
그리하여 연개소문은 위험부담을 최소화 하는 방향으로 백제를 자극해보기로 하였다.
"여봐라!"
"예, 합하!"
"매금의 대군장이자 계림공인 비담에게 사람을 보내야되겠구나."
"사람이요?"
"그래!"
그리고 연개소문은 이번 일에 대해서 신라를 끌어들이기로 하였다.
* * *
"어라하! 신라의 병사들로 추정되는 무리들이 우리 남부여 국경에서 어슬렁 거렸다고 하는 보고이옵니다!"
"뭣?!"
그 보고를 듣자마자 부여의자는 술맛 떨어진다는 표정과 함께 물었다.
"어째서 섭라가 우리 국경 인근에 어슬렁 거렸다더냐?"
"그,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사옵니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사온데..."
"문제라고? 그게 무엇이더냐?"
부여의자의 물음에 신료가 이리 답했다.
"신라와 국경을 인접해 있는 아국의 군사기지들은 하나 같이 신라의 병사들로 보이는 무리들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것이 상당히 늦어졌다고 하옵니다!"
이 말은 국경 인근의 경계태세가 헤이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놀란 부여의자는 술잔을 바닥에 내팽개치면서 이리 외쳤다.
"아아아아아니이이이잇-! 어찌하여 국경 일대를 수비하고 감시하는 우리 대백제의 장졸들은 무얼 하였길래?!!"
"어, 어라하! 일단 고정하시옵소서! 아직 우리 국경 인근에 어슬렁거렸던 이들이 정말로 신라의 장졸들인지 잘 확인되지 못한 상황이 아니옵니까?"
"지금 그게 문제인가?!! 경계태세가 헤이해졌다는 말은 다르게 말하자면 아국의 국방력이 서서히 약화되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렇게 부여의자가 문자 그대로 대노한 모습에 그 자리에 있던 신료들은 벌벌 떠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에에잇! 지금 당장 신라와 국경을 접해 있는 군사기지들을 담당하는 지휘관들을 모두 문책하도록!"
"조, 존명!"
부여의자가 그리 명령을 내린 후에 주위에 있던 은고와 궁녀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이만 연회를 여기서 파해야되겠구나. 연회를 할 기분이 아니다. 그래도 나중에 또 연회를 열 시간이 있을테니 그때까지만 좀 참거라."
"예, 어라하. 그리하겠사옵니다."
은고와 궁녀들은 그런 부여의자의 말에 충실히 따르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느새 혼자가 된 부여의자는 뭔가 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나도 60대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에는 여전히 불길한 느낌이 좀처럼 사라지지를 않는구나. 뭔가 대책이 필요하겠어. 지금 내 마음 속에 있는 불길함이 정확히 뭔지는 알 수는 없지만, 그 불길함은 필시 우리 남부여와 크나큰 관련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대백제국의 어라하로서 마땅히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데 어떤 조치를 내리지?'
* * *
그렇게 고민 끝에 부여의자가 내린 조치라는 것은 다름아닌 자신의 아들들 중에서 적자를 제외한 서자 41명에게 좌평급의 벼슬을 주고, 각각 식읍을 내리는 것이었다.
"아니 어떻게 어라하께서 이런 일을?!"
"정치에 미숙한 어라하의 어린 아드님들에게 모두 높은 벼슬을 내리는 것도 모자라서 식읍까지 내리다니?!!"
당연한 것이지만 이러한 부여의자의 조치에 신료들은 크게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아무래도 어라하께서는 아드님들을 통해서 지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실 모양인 듯 싶군."
"흥수 공의 말이 일리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적자분들이 아닌 서자분들은 아직 성인도 되지 않으신 분들이 태반입니다!"
"그렇사옵니다! 어리신 그분들이 지방에 대한 감시를 잘 해내실 것이라고 보십니까? 필시 오히려 지방에 대한 감시를 잘해내기는 커녕 지방 귀족들에게 휘둘릴 가능성이 큽니다!"
"어라하를 말려야 합니다!"
흥수를 중심으로 뭉친 신료들이 그리 말하자 이에 흥수는 속으로 이리 독백했다.
'성충 공! 아무래도 이몸도 그대의 뒤를 따라야 할 듯 싶소이다!'
그리고 흥수는 무언가 결심했다는 표정과 함께 어디론가 향했다.
* * *
"어라하! 흥수 공께서 어라하를 뵙기를 청하고 있사옵니다."
"저녁 술잔치 중이었는데? 무슨 일로 흥수가 짐을 뵙기를 청하는가? 그래도 만나주는 것이 군주로서 해야할 도리이겠지. 들라해라!"
"예, 어라하!"
그렇게 해서 흥수는 과거 성충이 그러하였듯이 부여의자에게 충언을 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흥수는 부여의자에게 쓴소리를 날린 것이나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흥수는 자신이 날린 쓴소리가 부여의자를 정신차리게 만들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그런 흥수의 쓴소리는 부여의자를 정신차리게 만드는데는 실패했다.
더군다나 이때 부여의자의 곁에는 은고가 있었다.
"저놈이 어라하가 한창 기뻐할 때에 찬물을 뿌리는구나!"
그 말 한마디에 흥수는 자신의 미래를 직감했는지, 그 자리에서 대가리를 박은 채로 큰 절을 하면서 부여의자에게 제발 좀 정신 차리라는 취지의 간언을 하였다.
'아, 아니 흥수 이 사람이 예전에 죽은 성충과 비슷한 말을 하네?! 기분 나쁘게 시리...!'
그렇게 해서 부여의자는 성충에게 그러하였듯이 흥수 역시 옥에 가둘 생각을 하게 되었지만...
'아니지! 지난 날 성충이 옥에서 단식투쟁을 하다가 죽은 이후에 나와 정치적으로 반대 입장에서 선 귀족들 뿐만 아니라 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마저 "이건 좀 아니지 않은가?" 하는 반응들을 숨기지 않았었다. 차라리 또 한명의 신하를 죽게 만들어서 악명을 쌓는 것 보다는 목숨을 살려주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났겠군.'
그래서 흥수는 성충과는 다르게 감옥에 가는 대신에 고마미지현으로 귀양을 가게 되었다.
* * *
"성충에 이어서 흥수까지 내칠 줄이야! 게다가 신라와 국경을 인접한 백제의 군사기지들은 하나 같이 즉각 대응에 실패했고, 이에 대해서 분노한 부여의자는 지방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자신의 서자 41명에게 좌평급 벼슬과 식읍을 내렸다라?"
"예, 형님! 특히나 41명의 서자들에게 식읍을 내리기 위해서 정치적으로 반대에 있는 귀족세력들을 크게 탄압하여 그들이 보유한 토지를 빼앗는 형식으로 식읍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 말은 지방귀족들의 분노가 크게 상승했다는 소리로구나."
연개소문의 그 말에 동생 연정토는 고개를 끄덕인 후에 이런 제안을 하였다.
"이는 실로 해모수님과 추모성왕께서 우리 대고려를 도우시려는 징조인 것이 틀림 없사옵니다."
"징조라?"
"예, 형님! 이는 필시 삼국을 통일하라는 징조이옵니다. 부여의자가 예전만큼의 총명함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면, 우리 대고려가 이 때를 노려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연정토의 그 말에 연개소문은 순간적으로 혹! 하는 기분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이내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네말도 나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여의자를 여전히 얕봐서는 아니되느리라. 신라와 인접해 있는 백제 국경에 위치한 군사기지들에 경우 즉각 대응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리수 남부 일대에 있는 백제의 군사기지들을 지휘하는 사람은 의직이다. 비록 그가 윤충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충분히 우리 대고려에게 있어서 위협적인 사람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계백도 남아있는 상황이니, 결코 백제를 가벼이 여겨서는 아니되느니라."
연개소문의 그 말을 들은 연정토는 다소 아쉽다는 반응을 숨기지 않았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 작가의말
이놈의 더위가 정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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