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67장: 남부여 멸망전 (1)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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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여가 보낸 국서도발 사건은 실로 대씨고려를 크게 분노하게 만들기 충분한 사건이었으며, 평행세계의 역사학자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훌륭한 도발(?)'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15만 대군이 남진을 해야했었지만..."
"백잔이 그런 도발을 한 이상 어쩔 수 없겠지. 원래 계획의 절반 정도 되는 병력을 가지고 남정(南征)을 하는 수 밖에 없게 되었군!"
대씨고려는 서기 686년에 남부여와의 전쟁을 계획하였고, 남정을 위하여 동원할 병력으로 15만 대군을 동원하기로 계획을 이미 잡아둔 상황이었다.
그러나 남부여의 국서도발 사건으로 인하여 아직 15만 병력이 전부 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쟁을 치룰 수 밖에 없는 사태에 놓이게 되었다.
"그래도 아직 백잔이 내전의 피해를 완전히 복구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7만 5천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백잔을 멸할 수 있는 병력이겠지."
그래도 동원하는 병력이 많은 쪽은 역시 대씨고려였다.
내전 피해 복구가 잘 된 상태였던 대씨고려는 남부여가 실로 기겁해할 정도의 대병력을 동원하는 것이 가능했다.
"이번 백잔과의 전쟁에서 걸사비우를 총사로 삼고, 왕태자 대조영을 부총사로 삼겠노라."
"""지엄하신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아울러 백잔을 정벌하기 위하여 동원된 병력 7만 5천을 6개의 부대로 나눌 것이다. 먼저 1부대는 1만 5천으로 하여 총사 걸사비우가 지휘하도록 한다. 2부대는 역시 1만 5천으로 하여 부총사인 왕태자 대조영이 지휘하고, 3부대는 1만 5천으로 하여 속말왕 대야발이 지휘한다. 4부대는 1만으로 하여 검모잠 장군이 지휘를 하고, 5부대는 1만으로 하여 유인궤 장군이 지휘한다. 마지막으로 6부대는 수군으로서 설인귀 장군이 지휘를 맡을 것이다."
그렇게 대씨고려는 표류되어 잡히게 된 남부여사신단의 수급들을 모조리 소금에 절여서 남부여측으로 보내는 것으로 선전포고를 한 후에 정확히 1년 뒤에 남정을 위한 군대를 일으켰으니, 그때가 바로 서기 681년이었다.
"전군, 진격!"
"목표는 백제다!!"
"감히 지엄하신 천손을 모독한 백잔에게 하늘을 대신하여 우리들이 손수 내려주도록 하자!!"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고려의 대병력은 출정과 동시에 천지가 요동칠만한 함성을 내지른 채로 남쪽으로 항해 진군을 시작했다.
* * *
"어라하! 어라하!"
"무슨 일인가?!"
"부, 북쪽 국경에서 급보이옵니다!"
"북쪽 국경에서 급보라고?!"
"예, 어라하!"
"혹시, 박적이?!"
"예! 어라하의 예상대로 박적이 무려 7만 5천이나 되는 대병력을 동원하여 우리 남부여를 침공하였사옵니다!"
남부여가 고려의 침공 소식을 애초에 모를리가 없었다.
고려가 남부여 사신단을 모조리 죽여버리고 그들의 수급들을 소금에 잘 절여서 선전포고한지도 1년이 지났는데 모르는 것이 이상한 상황이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1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남부여의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현재 아국이 동원할 수 있는 최대병력은 얼마나 되는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지금 남하하고 있는 박적의 병력과 비교하면 적사옵니다."
"도대체 어느정도 되길래?"
"지금 아국의 사정으로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3만 정도이옵니다."
"고작 3만이라고? 박적의 군대는 그 3만보다 2배 이상 많은 편이거늘!"
만일 내전이 벌어지기 이전 시대였더라면 남부여도 7만 정도는 분명히 동원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내전은 결국 남부여를 망쳤고, 이는 자연스레 동원력을 급감시키는 요인이 되어주었다.
"지금 위례성 일대에서 아국의 장수들이 결사적으로 버티고 있다고 한다지만 얼마나 버텨줄지는 미지수이옵니다."
"자칫 잘못하다가 북방 방어선이 돌파당할 수도 있으니 어라하께서는 고마나루(웅진의 백제식 호칭)으로 급히 천도하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몇몇 신하들의 그 말에 부여융은 고민하기 시작했다.
"고마나루로 파천한다라?"
"지금 어라하께서 계시는 이곳 소부리(사비의 또다른 백제식 호칭)는 지형적으로 보면 방어하기 그리 좋은 편이 아니옵니다."
"그렇사옵니다. 이곳은 평지에 있다보니 필시 박적이 우리보다 우월한 기병전력으로 크게 압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설령 성안에 틀어박혀서 수성전을 한다고 해도 평지성의 특성상 오래 막는 것은 힘들 것이옵니다."
신하들은 사비성으로는 적군에 대한 방어가 어렵다는 것을 지적하여 웅진성으로 파천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아우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에 부여융은 결정을 내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동생 부여풍에게 물었다.
이에 부여풍 역시 신하들과 비슷한 생각이라고 말하였다.
"여기 있는 신료들의 말은 틀린 점이 없습니다. 비록 사비 일대가 비옥한 곳이기 때문에 성왕께서 수도로 삼기는 했어도, 웅진 일대가 지금까지도 우리 남부여의 또다른 수도로서 기능을 잃지 않은 이유는 성왕 본인께서도 사비 일대가 적을 방어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선대 어라하들은 이런 날에 대비하기 위해서 부소산성을 건설하지 않았더냐? 가까운 부소산성을 놔두고 어째서 웅진으로 파천을 해야하는지 이해가 안되는구나."
부여융의 그 말에 부여풍은 형을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것은 부소산성이 웅진성 처럼 방어하기에는 좋지만 그 대신에 부소산성은 웅진성보다 비좁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부소산성은 사비성의 내성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방어하기에는 그리 좋은 편이 아닙니다."
"으음..."
"형님 아니 어라하께서도 병법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계시겠지만 적군이 아군이 수비하는 내성을 공격하고 있다는 것은 다르게 말하자면 수성전이 아군에게 있어서 크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되도록이면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서 웅진으로 파천하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 * *
부여풍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부여융도 결심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다음과 같이 명을 내렸다.
"좋다! 그러면 짐은 웅진에서 적과 맞서 싸우도록 하겠소. 그러나 만일을 대비하고 싶으니 왕실 일원들을 여기 풍이에게 맡기도록 하겠소이다."
"혀, 형님?!"
"그리고 풍이 너는 되도록이면 우리 남부여 남쪽 영토로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싸움이 끝나면 그때 사비로 돌아와도 늦지는 않을 것이야."
어쩌면 이번 전쟁에서 패전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까?
부여융은 불안감 때문인지 자신의 동생인 부여풍에게 자신의 가족들을 포함한 가까운 왕족들을 맡겼다.
"남쪽으로 간다면 어디로 가서 기다고 있으면 되겠사옵니까?"
"발라군(發羅郡)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거라."
"바, 발라군이라고 하시었사옵니까?"
"그래."
발라군은 대한민국 지리용어로 치면 나주 일대를 말한다.
그리고 그곳은 남부여에게 있어서 해상교역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부여융은 부여풍 보고 발라군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였다.
이게 무얼 의미하는가?!"
"차, 차라리 금마저에서 기다리고 있겠사옵니다!"
"안돼! 내가 허락할 수 없어!"
"형님!"
"지금 남부여를 다스리는 어라하는 나다! 그리고 너는 비록 나의 아우이지만 신하이기도 하기 때문에 어라하인 나의 명을 따라야하지 않겠느냐?!"
"지금 형님께서 하신 말씀이 어떤 말씀이신지 소제가 모르실 줄 아십니까? 만일 패전하고 나면 바다를 통해서 도망치라는 소리가 아니옵니까?!"
그랬다. 부여융 본인은 동생인 부여풍을 비롯해서 남부여의 부여씨 왕가들이 대씨고려가 보낸 군대에 의하여 몰살당하는 것 만큼은 피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바다를 통해서 도망치는 것이 가능한 지역인 발라군으로 가 있으라고 명령을 한 것이었다.
"너는 지금 우리 남부여가 말갈태왕이 다스리는 고려군의 남정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이느냐?!"
"형님!!"
"내 눈에는 내전의 상처를 아직 완전히 치유하지도 못한 상처 입은 아국의 모습만에 들어오고 있느니라. 그런 상황 속에서 우리가 박적의 군대를 격퇴한다고?! 설령 격퇴하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수백년만에 되찾은 욱리하 일대는 필시 박적의 영토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욱리하 일대를 빼앗긴 것을 들먹이면서 여러 귀족들이 우리 부여씨 왕가들을 대상으로 반기를 들 가능성도 있다. 지금까지 우리 부여씨 왕가의 역사를 생각해보거라! 대성팔족들 때문에 우리 부여씨가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부여융은 잠시 숨을 고른 후에 이야기를 지속했다.
"더군다나 우리들은 내전진압을 위해서 형제들을 죽여야만 했다.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들을 말이야!"
"......"
"어쩌면 이번 박적의 침공은 우리가 형제들을 죽인 대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하지만 나는 남부여의 어라하로서 도망칠 생각이 없다. 아니! 도망치게 될 경우 세상 사람들이 나를 비웃을 것이 자명할 터!"
"형님...!"
"반대로 풍이 너는 그저 왕족이기 때문에 세상사람들의 비웃음은 덜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만 특별히 비밀 명령을 내리고자 한다."
"비밀 명령? 그, 그게 무엇이옵니까?"
동생의 물음에 형이 잠시 단둘이 있을만한 장소로 잠시 옮긴 후에 다음과 같이 조용히 말하였다.
"너도 알겠지만, 지금 열도에서 삼한부흥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거... 알고 있겠지?"
"예, 물론입니다. 김법민이 그걸 주도하고 있지 않사옵니까?"
"일단 우리들은 박적의 침공에 대해서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데다가 왜왕 대해인이 아국과의 관계를 끊으려고 하는 것 때문에 결국 김법민을 신하로 삼았다. 하지만 이는 정식으로 신하로 삼은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김법민 보고 열도에서 네가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형식상으로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면서 부여융은 이런 말을 하였다.
"그렇지만 너와 너와 함께 하는 자들이 우리 남부여 조정의 명을 받들어 지원을 해주러 왔다고 한다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겠지."
"형님?!"
"김법민도 너에 대해서는 부담스러워할 것이다. 망국의 위기에 처한 우리 남부여가 그래도 신하를 보호한답시고 지원을 하러 왔으니 말이다. 그점을 잘 활용해서 김법민이 주도하고 있는 삼한부흥운동에 대한 주도권을 어떻게든간에 네가 빼앗아라!"
"제가 말입니까?!"
"그래! 그리고..."
그 후에 부여융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서 누군가 자신들이 하는 말을 엿듣지는 않았는지 확인한 후에 부여풍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열도에서 남부여를 부활시키거라!"
"!!!"
그러자 부여풍은 너무 놀란 나머지 뭔가 답하려고 해도 답하지 못하는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어라하! 급보이옵니다! 박적의 군대가 아국의 북방 방어선을 돌파했다고 하옵니다!"
"하남위례성이 뚫린 것이냐?!"
"예, 어라하! 박적놈들이 수륙병진을 통해서 하남위례성을 포함한 북방 전선을 돌파하는데 성공하고 현재 계속해서 남진 중이라고 하옵니다!"
내관이 급히 달려와서 그 소식을 전하라 부여융은 어서 가라는 듯이 밀쳤다.
"혀, 형님!"
"가라! 어서 가라!!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간에 희망은 남겨야한다!! 어서 빨리 가!! 최대한 달려라!! 이 형이 웅진에서 박적의 이목을 끌테니 너는 속히 가라!!"
그것이 부여융과 부여풍 형제의 마지막 대화였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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