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38장: 화북에서 벌어진 막장 소식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에휴~~!"
"태한 폐하, 어찌하여 한숨을 내쉬옵니까?"
"후당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아서 그만 한숨이 나온 것이오."
"아······."
어느 날 태한 대천해가 한숨을 내쉬자, 신료들은 왜 한숨을 쉬는 지 물었고, 이에 대해서 태한이 답해주자 모든 신료들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국은 후당이 정복한 연나라의 영토에서 철수하고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제안하였으나, 후당쪽은 정복지를 포기할 생각이 도무지 없으니······."
"그야, 어쩌겠사옵니까? 후당의 황제가 작정을 하고 북벌을 했으니 말이옵니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 지금 후당의 북진을 저지하고 있는 군대는 연나라의 군대가 아니라 바로 아국의 군대라는 것이옵니다."
"사연(史燕)의 군대가 하남전선에서 보다 신중하게 행동을 했었더라면 연나라의 군사력이 박살나는 일은 결코 없었을 터······!"
대씨고려 입장에서는 실로 미치고 활짝! 뛸만한 상황이지만 현재 사연은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별로 없다.
그 이유는 대씨고려의 육군이 용화국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에 사연의 군대는 후당의 북진을 초반에는 차단하는데 성공했으나, 하남 전선에서 대패하는 바람에 가용할 수 있는 병력 자체가 와해되어 지금까지도 수습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사조의는 뭘 하고 있길래 지금까지 병력 수습이라던가 병력 보충 같은 것을 왜 안하고 있는가?!"
"그, 그것이······!"
"으응?! 뭔가 사조의와 관련된 정보를 알고 있는가?!"
대천해의 물음에 한 신료가 조심스럽게 답하였다.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현재 사조의는 향략에 빠진 상태라서 국정이라던가 전쟁상황에 대해서 잘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하옵니다."
"뭣이라?! 아니 어째서 사조의가 그런 짓을 벌일 수가 있단 말인가?! 어찌하여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향락에 빠질 수가 있단 말인가!!"
대천해의 분노 섞인 일갈에 신료들이 조심스럽게 말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하남전선에서 자국군대가 대패를 하였다는 소식으로 인하여 심적으로 크나큰 혼란을 겪은 모양입니다."
"심적으로 크나큰 혼란을 겪었다고?!"
"이는 어디까지나 소신들의 추측일 뿐이지만, 하남전선에서 연나라의 군대가 대패한 이후에 사실상 가용할 수 있는 병력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을 생각하자면 사조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심적으로 큰 혼란 혹은 정신적인 붕괴 같은 것을 경험한 것이 아닐련지?"
신료들의 그 말을 들은 대천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지금 짐의 심정은 어이가 어이없어지는 듯한 심정이오."라고 말했다.
* * *
장소를 바꾸어서 중원 하남지역 북부에 해당되는 여양(黎阳)일대에서는 고려군이 주둔한 채로 수십 리 건너편에 있는 후당의 군대와 마주보고 있었다.
"후당군의 움직임은 아직까지 없는가?"
"다행이 닷새간 후당군 진영에서는 수상쩍은 움직임은 없다고 합니다."
"그거 그나마 다행스러운 소식이로군."
사연을 지원하기 위해서 화북 일대로 들어선 고선지가 지휘하는 고려군은 수년 째 고향에 못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장군께 아뢸 것이 있사옵니다."
"말해보게나."
"현재 아군 장졸들 중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사옵니다."
"나도 모르지는 않네. 그렇지만 전쟁이 끝나야 고향으로 돌아가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고선지 본인도 현재 상황에 대해서 답답하다는 반응과 함께 한탄섞인 발언을 하였다.
"그나마 조정에서 보급이나 지원은 잘해주니 괜찮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자네 말대로 병사들이 향수병에 걸려있다는 것이야."
"연나라의 군사력이 사실상 망가져버린 이상······ 연나라의 남은 영토라고 할 수가 있는 하북, 산서, 산동 일대는 결국 우리가 지키는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후우~~! 사연 녀석들이 군사력만 회복한다면 좋겠는데 말이지?"
"하지만 현재 연나라 천왕은 정신적 붕괴라도 겪었는지 향락에 빠졌습니다."
부관의 그말을 들은 고선지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스스로가 임명한 지휘관이 설마 조괄(趙括)이 재림할 정도였을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게 말이옵니다. 무엇보다 하남전선에서 투입된 연나라의 군대는 무려 20만이었고, 사실상 연나라 군대의 대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그 20만 대군이 고작 한번의 전투로 몰살당한다니요······ 이게 말이나 됩니까?!"
"후우~~~!"
* * *
고선지가 이끄는 대씨고려군이 고생하면서 후당군과 대치하고 있을 무렵에 사조의는 오늘도······.
"왜 이리 풍악 소리가 작은 게냐? 오늘은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근심 걱정 다 떨치고, 마시고 취하는 날이란 말이다! 풍악! 풍악! 풍악!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 풍악! 풍악!! 하하하하하······ 풍악!!!"
부왘이 아니고 풍악을 올리면서 향락을 즐기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오늘도 연회라니?!"
"에휴~~! 저딴 놈이 우리가 섬겨야할 천왕(天王)이란 말인가?!"
연회장 주위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병졸들은 그러한 사조의의 모습을 보자마자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 동시에 일부는 속으로 혀를 찼다.
"저런 놈이 천왕이라면 나도 천왕 해먹을 수가 있겠구만!"
"쉿! 말 조심하게. 여기 연회장에 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어차피 저기 천왕 나으리께서 외치시는 부왘소리 때문에 우리가 하는 대화가 남에게 들리겠는가?!"
"부왘이 아니라 풍악일세. 이 사람아!"
그런 경비병들이 떠드는 소리를 멀리서 지켜보고 듣는 이들이 있었다.
"에휴~! 경비병들이 저런 소리를 할 정도이니, 아무래도 연나라의 천명은 다한 듯 싶소이다."
"나도 그리 생각하오. 군법대로라면 저런 잡담을 한 경비병들을 벌하는 것이 옳겠지만, 이번에는 그러하지 않는 것이 나을 듯 싶소."
경비병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일부 연나라 장수들은 사조의에 대한 충성심은 더 이상 없다는 듯이 언행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연나라의 천명이 끝났다는 것은 누구나 체감을 하고 있소. 하지만 누가 연나라가 지배하는 영토를 다스릴 것이오이까?"
"그건······."
"어차피 여기 있는 장수들이 제각각 실력이 고만고만한 상황이 아니오이까? 그걸 감안하자면 나중에 서로 천왕 자리를 빼앗겠다면서 유혈투쟁을 벌일 것 같은데?"
일단 연나라 장수들은 암묵적으로 연나라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가 동의를 표했다.
하지만 연나라가 무너진 후에 들어서게될 국가를 누가 통치하느냐에 관해서는 제대로 확실히 정해진 것이 없었다.
무엇보다 지금 모의를 꾸미고 있는 연나라 장수들의 능력이 하나하나 비슷했기에, 나중에 필시 천왕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내전을 벌일 것이 분명하였다.
* * *
"차라리 남아있는 연나라의 영토를 맥국에게 바치고 귀부를 하는 것이 어떠하겠소?"
"""""엥?!"""""
그러던 중에 연나라 장수들 사이에서 한 사람이 남은 연나라 영토를 대씨고려에게 바치자는 주장을 하였다.
"고려에게 연나라의 남은 영토를 바치자고?!"
"지금 제정신이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몇몇 장수들이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으나, 남은 연나라의 영토를 대씨고려에게 바치자고 주장한 장수인 이회선은 이리 말했다.
"그래서? 그러면 여기 있는 자들 중에서 자신 있게 손을 들어서 외쳐보시오. 나는 천왕의 자리에 오를 자격이 있다! 라고 말이외다."
그 말 한마디에 그 자리에 있던 장수들은 일제히 침묵 분위기로 들어가버렸고, 이러한 침묵 분위기가 계속이어지자마자 또다른 연나라 장수 전승사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 장군의 말이 옳은 듯 싶소."
"아니 전 장군 마저?!"
"어차피 지금 우리가 동원하고 가용할 수 있는 병력으로 남은 영역을 지켜내기는 어려우며, 지금 후당 육군과 싸우고 있는 군대는 우리의 군대가 아니고 고려의 군대올시다. 이러한 점들을 감안하자면 설령 우리들 중에서 천왕 자리에 오를 사람이 나타난다고 해도 나라를 지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오."
이희일과 전승사는 안녹산이 연나라 천왕으로 재위하던 시절부터 활약한 장수들이었기 때문에 현재 연나라 군부 내부에서 제일 발언권이 막강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장군들이 그리 말한다면야······."
"그것이 정녕 최선의 방식이라면 따르도록 하겠소."
이후에 이회선과 전승사를 중심으로 하여 사조의를 제거할 음모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내일도 연회가 열린다고 하니 연회 도중에 한창 취기가 오를 틈을 타서 병사들을 움직이도록 하십시다."
"좋소. 그리 하십시다!"
* * *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흐른 후······.
"폐하께 아뢰옵니다! 사연의 천왕 사조의가 정변으로 폐위되었사옵니다!"
"뭐라?!"
"정변을 주도한 자들은 이희일과 전승사라고 하며, 그들은 사조의를 정변으로 폐위시킨 후에 여기 아국에게 서신을 보냈사옵니다."
"정변을 일으킨 사람들이 우리 대고려국에게 서신을?"
"예, 여기 마침 소신이 그들이 작성한 서신을 가지고 왔는데, 한번 보시겠사옵니까?"
그러자 태한 대천해는 사조의를 폐위시킨 이희일과 전승사가 보낸 서신내용을 펼쳐서 읽어보니 기가막힌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저기 폐하? 뭐라고 적혀 있사옵니까?"
"그자들이 짐에게 연나라의 남은 영토를 우리 고려에 바치겠다고 하였고, 아울러 자신들은 고려에 귀부를 하겠다고 나와있소."
"""""예?"""""
"아울러 이 서신이 도착하고 나면 암군 사조의는 저세상에 갔을 것이라고 나와있소이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자 고려조정의 여러 대소신료들이 어안벙벙한 채로 연나라에서 벌어진 정변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미친 거 아닌가?!"
"정변이라니?! 게다가 천왕이 죽었어?!"
"사조의는 암군이니 죽을 만 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지만······."
"설마 이런 매국노들이 연나라 내부에 있었을 줄은 몰랐다."
"차라리 다른 사씨 왕족을 옹립해서 나라를 바로세우면 되는 것을······."
"실로 자기네들 보신에만 급급한 놈들이로구나."
그리고 대소신료들은 대천해에게 이구동성으로 연나라 내부에서 정변을 일으킨 자들을 절대로 받아주어서는 아니된다고 하였다.
"자신들이 지켜야할 나라를 팔아먹는 역적 매국 패거리들을 아국이 받아들일 경우, 필시 훗날 아국을 팔아먹을 역적 매국 패거리들이 나타날 것이 뻔하옵니다."
"고선지 장군에게 그들을 벌하라고 하시옵소서."
이말에 대천해는 말했다.
"고선지 장군은 지금 후당의 북진을 막아내는 것에 집중해야할 상황이오. 무엇보다 제일 큰 문제가 있다면 우리가 정변을 일으킨 이회선과 전승사 패거리들을 모두 처벌한다고 해도 연나라는 천왕 자리가 비워진 상태이기 때문에 극심한 내부적 혼란을 겪을 것이 분명하오. 왜냐하면 지난 날 사조의가 자신들의 형제들과 친척들을 모조리 도살해버렸기 때문이외다. 무엇보다 지금쯤이면 정변을 일으킨 놈들로 인하여 사조의의 가족들이 모두 저세상 갔을 가능성이 크외다. 이 말은 이제 연나라의 천왕 자리를 계승할 왕족들이 1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소리가 되오. 그러니 우리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아니될 것이외다."
이와 같은 막장스러운 소식에 대씨고려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강구해나가기 시작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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