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30장: 해동성국(海東盛國)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대씨고려의 태한 대천해 시절부터 고려는 보다 융성해지는 길을 걷기 시작했다.
"회흘가한국이 역참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했던 것 처럼 우리들 역시 역참도시를 건설하고 운영해야할 것이외다."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대씨고려는 위구르 제국 시절에 사용되던 역참도시를 재활용하거나 혹은 재건하였고, 때때로 필요한 곳에다가 고려 스타일의 역참도시를 건설하기도 하였다.
"역참도시들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잘 관리하느냐에 따라서 북방 상업과 경제가 좌지우지 될 것이다."
대씨고려는 상업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동전과 피화까지 만들었으니 상업의 중요성은 대씨고려의 경제와 직결된 다는 것 역시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상행을 하는 이들을 그냥 풀어주어서는 아니되겠지. 예로부터 상인들이 장난질을 하면 피해를 보는 것은 일반 백성들이니 말이야."
하지만 동시에 대천해는 상인들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당장 이웃한 강남의 자리잡은 후당의 상인들만 해도 곡식가지고 장난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하물며 고려 상인들도 후당 상인들과 똑같은 짓거리를 안할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대천해는 상인들이 안전하게 상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과 동시에 상인들을 통제하는 방안도 강구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밀무역을 막을 이유도 있고 말이지."
대천해가 상인들을 통제하는 이유들 중에서는 밀무역을 막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애초에 밀무역이라는 것이 예로부터 불법이라는 것을 감안하자면 대천해가 상인들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조금 이해가 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대고려국 국내에 상행을 하고 싶어하는 자들은 상인명단에 반드시 등록이 되어야할 것이다! 그리고 또한 상인명단에 등록된 자들이 아닌 상인들은 모두 처벌할 것이며! 명단에 등록된 상인들은 벌어들인 수입의 1할을 세금으로서 조정에 납부해야할 것이다. 그 대신에 이렇게 등록된 상인들은 우리 조정이 보호해줄 것이며, 피해를 입은 상인들에 대한 보상조치를 적절히 해줄 것이다."
그래서 대천해가 내놓은 정책은 명목상 국내상인들을 보호하는 척! 하면서 동시에 통제하는 정책이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 상인들은 딱히 불만을 가지지는 않았다.
일단 첫번째로 이 당시에는 21세기와는 다르게 육식동물들(호랑이, 곰, 표범, 늑대 등등)이 툭! 하면 길에서 나타나서 사람 잡아먹거나, 혹은 도적떼들이나 마적떼들이 간혹 출현해서 상인들을 습격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는 했기 때문에 상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을 보호해줄 강력한 세력이 필요했다.
두번째로는 상인들끼리도 서로 은근 갈등이 많았고, 때때로 남들이 보이지 않는 곳과 같은 소위 '뒷 사회'에서 종종 무력충돌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래서 조정이 상인들끼리의 충돌을 사실상 방지하고 동시에 서로 조율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니 더 이상 무력충돌이 계속 발생하는 것이 지긋지긋했던 상인들도 이러한 대천해의 정책에 대해서 따로 반대를 하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세번째로 대씨고려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이 반대하지 않았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이 당시 대씨고려의 군사력이 절정으로 오르던 시기였기도 했기 때문이다.
* * *
"영토가 넓어지니 다시 한번 군제를 개편하는 수 밖에 없겠군."
대천해 시절에 다시 한번 대씨고려의 군대체계는 개편될 수 밖에 없었다.
동부초원을 정벌하면서 영토가 드넓어지니 결국 군제 개편은 필수 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기존의 중앙군을 중앙 4군에서 중앙 5군으로 바꾸겠다."
우선 대천해는 대무예 시절의 중앙군을 중앙 4군에서 중앙 5군으로 바꾸었고, 제각각 서백군(西白軍), 동청군(東靑軍), 북현군(北玄軍), 남주군(南朱軍), 중황군(中黃軍)이라 하였다.
"새로이 재편된 중앙 5군의 각군 규모는 조부 시절과 똑같이 한다."
그러나 각군의 규모는 늘리지 않았고, 이로 인하여 대씨고려의 중앙군 병력은 25만 명으로 정해지게 되었다.
"또한 기존의 지방군을 20위에서 24위로 늘리되, 지방군의 각위 규모는 조부 시절과 똑같이 하겠노라."
이어서 대천해는 기존의 지방군을 20위에서 24위로 늘렸고, 이로서 대씨고려의 지방군 병력은 28만 8천이 되었다.
여기에 더해서 '안삼(安三: 안서, 안북, 안동 도호부를 뜻함)'과 '평오(平五: 평중, 평동, 평서, 평남, 평북 도호부를 뜻함)'에서 공출할 수 있는 유목기병들까지 도합한다면 이 당시 대씨고려가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은 약 70만으로 추정된다.
이러니 고려 국내에서 활동하는 상인들도 감히 조정의 명령을 쉽사리 거절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 * *
어느 날 이었다.
"폐하! 희옥 장군 입실이옵니다."
"들라 해라!"
대천해는 과거 해적으로 위장한 부여수군을 격퇴한 전공을 가진 장군 희옥을 호출하였다.
"부르셨사옵니까? 폐하!"
"아, 희옥 장군! 짐의 명을 받들어 이곳까지 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아닙니다. 폐하의 명이신데 어찌 고생이라고까지야 할 것이 있겠사옵니까? 신은 오로지 견마지로를 다하여 태한 폐하를 위해 일할 뿐이옵니다."
희옥의 그 말을 들은 대천해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실은 다름이 아니고 이번에 짐이 희옥 장군을 호출한 이유는 최근 바다사정과 연관이 있어서 불렀소이다."
"혹시 최근 부상국에서 날뛰고 있는 해적들을 말씀이시옵니까?"
"그렇소이다. 비록 부상국이 우리 고려의 번국이기는 하지만, 그들은 내부적으로 스스로를 대부여국이라고 칭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들을 말갈국이라는 멸칭으로 부르고 있소이다."
대씨고려와 김씨부여가 서로 교류를 한지 어인 수십 년이 넘어가는 상황이다보니 당연히 서로의 내부사정에 대해서 무관심 할리가 없었다.
"혹여 신에게 부상 열도 정벌을 명하시려는 것이옵니까?"
"아니오. 그건 아니외다. 짐이 희옥 장군을 부른 이유는 예전에 부상 열도에서 발생한 해적들이 우리 고려 바다를 침범한 것과 연관이 있어서 부른 것이오."
그러면서 대천해는 말했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그때 부상 해적들은 실은 부상 해적들이 아니라 해적으로 위장을 한 부상국 수군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기에 이르렀사옵니까?"
"후당의 황제가 자주 부상국에 사신을 보내서 해적들 좀 단속하자고 하였는데, 정작 부상국 해적들은 계속해서 후당의 해안가를 위협하고 있소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내륙까지 가서 대담하게도 약탈을 했다고 하오이다."
대천해의 그 말에 희옥은 상황의 심각성을 어느정도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어쩌면 그날 희옥 장군과 싸운 부상 해적들은 중원주와 남원주를 수복하기 위해서 보낸 부상국의 정벌군이었을지도 모르오. 다행스럽게도 희옥 장군이 매우 큰일을 해주어 이 나라가 여전히 유지될 수가 있었소."
"망극하옵니다. 폐하!"
"그러나!"
"음!?"
"한번 일어난 일이 다시 한번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겠소이까?!"
대천해의 말을 알아들은 희옥은 고개를 끄덕인 후에 답했다.
"수군 전력을 강화하도록 하겠사옵니다."
"그리 해주시구려. 뛰어난 목수들을 선발하여 보낼테니 부상국 해적 아니 해적으로 위장한 부상국 수군에게 대응할 수 있는 선박들과 수군을 육성하도록 하시오."
"지엄하신 천손의 크나큰 명을 받들겠나이다!"
* * *
그렇게 시간이 흘러서 어느 날 바다 건너 후당의 사신이 대씨고려를 방문하게 되었다.
"우리보고 부상국의 해적들을 토벌해달라고?"
"그러하옵니다. 해동의 천손이시어! 지금 아국은 해안가 자체가 엉망진창이옵니다! 게다가 왜구가 이제는 대담하게도 내륙까지 약탈을 하고 있사옵니다!"
후당에서 보낸 외교사신의 말에 대천해는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그대들의 수군은 뭘 하고 있길래 부상국 해적들을 막지 못하는가?!"
"그, 그것이 저희들도 수군을 만들어서 대응하고 있으나 왜구들이 바다에서는 그냥 아국 수군을 농락해서 사실상 수군이 있으나 마나 이옵니다."
그런 후당 사신의 대답을 들은 대천해는 어처구니 없어했다.
'네 이럴 줄 알았다. 해금령을 내리니 해양전통이 사라지는 바람에 부상놈들을 바다에서 당해내지 못하지!'
아무튼간에 후당 사신은 적어도 부여구가 더더욱 날뛰는 것을 막아주기만 한다면 후당 조정이 고려 조정을 대상으로 큰 사례를 해줄테니 제발 좀 해적 준동을 막아달라고 애원하였다.
"알겠소! 알겠소! 일단 그 문제는 짐 혼자서 결정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신료들과 우선 의논을 하고 답을 드리겠소."
"되도록이면 빠른 답변 부탁드리오니 외신은 이만 물러가옵니다."
* * *
후당 사신이 물러간 이후에 대천해는 신료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었고, 그 회의에서 대마(對馬)를 공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그곳을 공격하여 일시적으로 점령을 하되 부여구가 준동하는 것을 억제하심이 어떻겠사옵니까?"
"억제? 완전 박멸이 아니고?!"
"완전히 박멸하게 될 경우 후당은 힘을 회복하게 되옵니다. 그리고 지난 일을 교훈삼아서 자체적으로 강력한 수군을 보유하려 들 것이옵니다. 나중에 그 수군이 북벌에 쓰여서 후제를 무너뜨리면 그때 어찌하겠사옵니까?"
조정신료들이 모인 회의에서 그 같은 의견이 나오자 태한은 이해했다는 듯이 수긍하였고, 이에 그동안 수군 전력을 강화한 희옥에게 대마를 공격하게 하였다.
아울러 부상국에 사신을 보낼 준비도 하라고 일렀다.
"이번 일은 어디까지나 해적의 발호를 억제하는 것이니, 부상국왕에게 적당히 좀 하라는 내용의 칙서를 보내야되겠다."
대씨고려 조정에서도 부상국의 해적이 후당이 강성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았기 때문에 적당히 손봐주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에 따라 희옥이 이끄는 고려 수군이 무단으로 대마를 점령하였다.
당연하게도 대마가 점령당하자 부상국에서는 해적 활동이 일시적으로 멈추게 되었고, 고려에 사신을 보내어 대마를 점령한 이유에 대해서 묻는 외교사신을 파견하게 이르렀다.
"우리가 대마를 점령한 이유는 그대들이 해적 통제를 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오나, 지금까지 아국의 해적들이 상국을 괴롭힌 적은 없사옵니다."
"정말로 없다고 생각하는가? 벌써 그날의 일을 잊었는가? 남원주 바다에서 처들어온 해적들은 대체 무엇이더냐?!"
태한의 물음에 부상국에서 온 외교사신은 잠시 땀을 흘렸으나 이어지는 태한의 말에 그는 안심할 수가 있었다.
"부상국왕에게 짐의 명을 전하라. 적당이 좀 하라고 말이다. 오죽 하면 후당에서 아국에게 사신을 보내어 제발 좀 해적퇴치 좀 하라고 하였겠느냐? 그대들이 무엇때문에 해적질을 하는지 모르지는 않다. 그렇지만 그 방식대로는 교역할 상대국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당분간은 자중하라고 하여라."
이 말은 다르게 말하자면 "지나치게 해적질 하지 말아라."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걸 다르게 해석하자면 "굳이 해적질 하는 것까지는 안말리겠는데 선은 넘지 말아라."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부상국은 잠시동안 해적질을 멈추게 되었다.
어디까지나 잠시동안이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러한 일로 인하여 대씨고려는 명백하게 동아시아의 패권국이라는 인식이 더더욱 강해지게 되었고, 중원에서는 대씨고려를 해동성국(海東盛國)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게 되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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