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2-16장: 잘들어라 외교에는 '영원한 친구' 따위는 없다!
이 작품은 트립물도 아니고 환생물도 아닙니다.
"좋든 싫든간에 우리들은 최악의 상황까지 고려할 수 밖에 없다!"
"형님! 정말로 용화국과 싸울 생각이십니까?!"
"저들이 저리 나오는데 어찌하겠느냐?!"
"차라리 외교사신을 보내서 사정을 말해주고 용화국의 법왕 가르궁린을 설득하심이 어떠신지요?"
대문예의 그 말에 대무예는 언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너는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혀, 형님?"
"가르궁린이 그리 나온다는 것은 초원을 자기 혼자서 독차지하겠다는 의미나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서역과 교역을 할려면 가르궁린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는 소리가 된다!"
대무예는 그리 말하면서 이번 일은 말로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듯이 반응했다.
"그래도 무조건 무력으로 해결해서도 아니되는 법 아니겠사옵니까? 형님의 심정을 이 아우가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옛 성현들이나 병법을 저술한 역사적인 지휘관들이 남긴 말에 의하면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하지 않았사옵니까?"
"으음······."
"그러니 소제가 형님께 제안을 드리옵니다. 용화국에 사신을 보내도록 하시지요. 그리고 서로간의 사정을 잘 조율한다면 해결책을 찾을 수가 있을 것입니다. 혹은 타협점을 찾을 수가 있겠지요."
대문예의 말이 끝나고 난 후에 대무예는 흥분한 자기자신의 항태를 가라앉힌 후에 이리 말했다.
"좋다! 그렇다면 너의 제안을 받아들여서 용화국에 사신을 보내도록하겠다."
태왕은 동생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고는 가르궁린이 다스리는 용화국을 향해 초원길을 통해서 보내는 사신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이번에 용화국으로 보낼 사신단에는 짐의 장자이자 태자인 대도리행(大都利行)을 보내겠다!"
이 시점에서 대무예의 후계자는 대도리행이었다.
흔히들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에서 대무예 사후에 그 다음 즉위한 군주의 이름이 대흠무라는 이유만으로 대흠무가 대무예의 장자인 것으로 아는 이들이 많으나, 실제로는 대도리행이 장자이면서 동시에 대무예의 후계자였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에서 대도리행은 안타깝게도 대무예보다 일찍 죽고 말았는데, 그가 죽은 이유는 다름아닌 병 때문이었다.
만일 대도리행이 병으로 죽지 않았더라면 대흠무가 대무예의 뒤를 잇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 *
"폐하! 케우리에서 사신단이 찾아왔사옵니다."
"호오?"
"그리고 케우리에서 온 사신단 중에서 케우리의 태자도 있는 것으로 확인이 되었사옵니다."
"케우리의 태왕이 태자를 보냈단 말이오?"
"예, 그러하옵니다."
일국을 다스리는 군주의 후계자가 자신의 나라를 방문했다는 소식에 가르궁린은 생각에 잠겼다.
'케우리가 내가 다스리는 나라에다가 태자까지 보낸 것을 보면 꽤나 중요한 일을 논의하고자 온 모양이로군.'
그 생각과 함께 가르궁린은 고려에서 온 태자 대도리행을 맞이하였다.
"용화국의 법왕 폐하를 뵙사옵니다. 저는 대고려국의 태자인 대도리행이라고 하옵니다."
"호오! 참으로 키가 훤칠하고 체격이 듬직하구나. 케우리의 태왕이 훌륭한 아들을 두었도다."
"과찬이시옵니다. 폐하!"
자신이 처음 본 대도리행의 모습에 가르궁린은 크게 호평을 하였다.
"그런데 무슨 일로 왔는지 여쭈어볼 수가 있겠는가?"
"예, 실은 초원과 관련된 일로 저의 부왕께서 보내셨습니다."
대도리행이 그리 말하자 가르궁린은 웃는 표정에서 순식간에 무표정으로 바뀌었다.
'케우리도 이미 알아차렸나?'
그런 독백과 함께 가르궁린은 대도리행과 단둘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하였고, 이에 대도리행도 따랐다.
"자! 여기라면 우리 두 사람이 마음껏 편히 대화를 나눌 수가 있을 것일세."
가르궁린이 대도리행과 대화를 나눈 장소는 궁궐 안에 위치한 큰 연못 근처에 설치된 정자였다.
그곳에서 두 사람은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저의 부왕께옵서는 용화국이 회흘가한국 내부사정에 대해서 너무 깊숙이 관여하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고 있사옵니다. 우리 고려국에 경우 비록 회흘의 가한과 혼인관계를 맺기는 하였어도, 내부사정에 대해서 관여를 해본 적은 없사옵니다."
"그러한가?"
"초원이 혼란에 빠질 경우 우리 고려국 뿐만 아니라 용화국에게도 그리 좋은 이득은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그건 법왕 폐하께옵서도 예상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니옵니까? 당장 과거의 역사에서도 알 수가 있듯이, 초원을 지배하는 유목제국이 붕괴될 경우 유목민들은 하나같이 초원 주변에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약탈전을 벌이고는 했습니다."
* * *
대도리행의 말이 끝나자마자 가르궁린은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고 난 후에 입을 열었다.
"그러면 케우리에서는 지금 위구르가 무너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로군."
"좀더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현상유지라고 할 수가 있겠지요. 저희 고려국에서도 기병전력이 없는 것도 아니며, 복속된 유목민들이 있기 때문에 회흘이 무너질 경우를 계산하여 생길 피해를 그냥 당하지는 않을 자신은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피해를 완전히 막아내기에는 어렵겠지요."
"으음······!"
"용화국은 어떻습니까? 회흘이 무너지고 나면 그 이후 발생할 피해를 감당해낼 준비가 끝나있으신지요?"
대도리행의 질문에 가르궁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리 답했다.
"하긴, 그대의 말도 일리가 있군. 그렇지만 내가 위구르 귀족들과 거래를 하는 것이 끝난다고 해서 위구르 내부의 정치사정이 변한다는 보장이 있는가?!"
"음?!"
"케우리도 알텐데? 지금 초원에는 위구르의 지배를 받지 않으려는 유목부족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말일세."
가르궁린의 그 답변을 들은 대도리행은 침묵했다.
그러면서 가르궁린은 계속해서 말했다.
"좋든 싫든간에 위구르 카간국이 무너지는 것은 시간 문제일세. 애초에 위구르는 그 옛날 유연(柔然)보다는 사정이 괜찮을지는 몰라도, 쾩 튀뤼크와 비교하면 그리 좋은 사정은 아니지. 게다가 이전보다 드넓어진 영역 혹은 영향권을 잘 통제하지 못하고 있네."
그리고 가르궁린은 대도리행에게 이런 제안을 하였다.
"그러니 짐은 그대를 통해서 케우리의 태왕에게 이런 제안을 하고 싶네."
"어떤 제안입니까?"
대도리행의 질문에 가르궁린은 미소를 지으면서 답했다.
"초원을 둘로 나누어서 동부 초원은 케우리가 가지고, 서부 초원은 우리 용화가 가지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가르궁린의 그 말이 끝나마자 대도리행은 머리 뒤에 뭔가 얻어맞은 듯한 정신적인 충격을 받게 되었다.
* * *
잠시 후······!
"조금 전에 법왕 폐하께서 하신 말씀은 우리 대고려국 보고 회흘가한국을 배신하라는 말로 들리는군요."
대도리행이 그리 말하자 가르궁린은 그에게 일침을 가한다는 듯이 말했다.
"이보시게나! 예로부터 국가간의 외교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네. 정세에 따라 그때그때 외교관계는 변화할 수 밖에 없지. 내가 좀 배운 것이 있네만은 그대들 동방의 역사에서 삼국시대 시절에 삼국이 서로서로 동맹을 맺었다가 통수 치는 일이 잦았다면서?"
가르궁린이 대씨고려 이전 삼국시대를 언급하자, 대도리행은 팩트폭격을 당한 사람 마냥 입을 다물어버렸다.
"아무튼간에 우리 용화국도 초원 전체를 지배할 생각이 없다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우리 용화국 국력으로 초원 전체를 지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라네."
"관중과 사천일대는 풍요로운 곳이지 않사옵니까?"
대도리행은 간접적으로 관중과 사천일대의 풍요로움이라면 초원지배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는 질문을 하였다.
그 간접적인 질문에 가르궁린이 답했다.
"하아~~~! 옛날에는 그랬지. 그렇지만 지금은 관중과 사천일대의 풍요로움이 옛 역사만큼은 아닌 듯 싶다네."
"예?"
대도리행의 놀란 반응에 가르궁린이 말하였다.
"원래 이런 중요한 것은 타국의 태자에게 말해서는 안되지만, 나는 케우리를 신뢰하기 때문에 특별히 말해주는 것이라네. 실은 관중 일대의 생산력이 옛 역사와 비교하면 떨어진다는 것을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네."
"생산력이 떨어지셨다고 하셨습니까?"
대도리행의 물음에 가르궁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원인이 무엇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다네. 그래도 지금 관중 일대는 여전히 생산력이 풍부한 땅이기는 하지만, 오랜 난세의 영향 탓인지는 몰라도 생산력이 옛날만 하지 못하다는 것은 사실이야."
"그렇군요."
"그래서 이대로 가다가는 관중 일대의 생산력은 다른 지역의 생산력과 비교하면 더더욱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우리 용화국 조정 내부에서 나오더군. 생산력이 떨어지는 이유만 알아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실 이 시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겠지만, 이 시점에서 관중 일대는 차츰차츰 염화되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관중 일대가 염화된다고 해서 용화국의 국력이 완전히 추락하는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용화국에게는 사천 일대라고 하는 또다른 풍요로운 지역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사천 일대로만 버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초원이야 기병전력을 수급하고 동시에 서역과 교류를 하는 땅으로 써먹을 수만 있을 뿐이지 풍부한 생산력이 있는 땅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 그래서 서부초원을 안전하게 접수하고 나면 우리 용화국은 형주 일대를 노릴 생각일세."
"후당과 전면전을 벌이실 생각이시군요?"
대도리행의 가르궁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잘 대접받고 갑니다. 그리고 폐하와 나눈 이야기는 부왕께 잘 말씀드리겠사옵니다."
"알겠네! 그리고 되도록이면 빠른 답변 부탁하네! 우리 조정과 왕실에서도 케우리와 적대하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그렇게 용화국을 방문하여 융숭한 대접을 받고 고려로 돌아온 태자 대도리행은 자신의 아버지 대무예에게 가르궁린과 했던 대화를 말해주었다.
"초원을 둘로 나누자라?"
"예, 용화국의 법왕이 그리 말했으니 이제 우리들은 답변을 해줘야할 것이옵니다."
아들의 그 말에 아버지는 잠시 고민하고는 이내 결정을 내렸다는 듯이 말했다.
"회흘이 무너지는 것은 확실히 시간 문제이기는 하겠구나. 그렇다면 우리들은 상시적으로 군사적인 훈련을 하면서 회흘이 무너질 때를 노려야 되겠지. 그리고 회흘이 정말로 무너진 순간 우리들은 동부초원으로 들이친다!"
아버지의 그말을 들은 아들은 약간 미소를 지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오늘내일 하는 회흘의 가한이 부왕의 말을 듣는다면 아마도 "처남! 어찌하여 그러실 수가 있소?!" 라고 하지 않을까요?"
장난기 있는 아들의 그 말에 아버지도 빵! 하고 터진채로 웃으면서 말했다.
"크하하하하하하! 하긴 그것도 그렇겠구나. 하지만 내 아들아······ 외교에는 무릇! '영원한 친구' 따위는 없는 것이야!"
아버지는 그리 말하면서 아들에게 깨달음을 주었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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