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1-64장: 난세를 종식시킬 마지막 싸움을 위한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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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드시지요.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한 장수의 안내에 따라 부여풍은 실로 오랜만에 자신의 큰형이자 한때 남부여의 왕태자였던 부여융과 재회를 하게 되었다.
"네가 여길 방문할 줄은 몰랐구나."
"오래간만이옵니다. 형님!"
두 형제는 서로를 마주보았으나, 부여풍은 형을 올려다 보고 있었고, 반대로 부여융은 동생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무엇때문에 여기에 온 것이냐?"
형의 질문에 동생이 짧게 답했다.
"항복하러 왔습니다."
"뭐?!!"
"""""!!!"""""
너무 짧은 대답이었지만, 그 짧은 대답 하나만으로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놀라게 만들기에는 충분한 대답이었다.
"너 제정신이냐? 아니 그보다도 너 정말로 내 동생 풍이가 맞는게냐?"
너무 놀란 나머지 부여융은 지금 자신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정말로 자기 동생 부여풍이 맞는지 의심을 하였다.
그러나 부여풍이 자신이 아직 부상 열도로 가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 그제서야 부여융 역시 의심을 풀었다.
"네가 항복을 하려고 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융이 형님께서는 소식 들으셨습니까?"
"무슨 소식?"
"가야가 멸망했습니다."
"뭐?!"
부여풍의 그 말에 부여융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가야가 멸망하다니?!"
형의 그 말을 들은 부여풍은 역시나! 하는 반응과 함께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상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 남부여가 형제들끼리의 내전을 벌인 사이..."로 시작하는 부여풍의 말을 듣자마자 부여융의 표정은 심각하게 변하였다.
"바, 박적이 안라계 귀족들의 내통으로 인하여 손쉽게 가야까지 멸했다고?!"
"그렇사옵니다. 형님!"
"어, 어찌 이런 일이?! 박적이 신라를 멸한지 2년 밖에 안된 상황이다! 그 2년 밖에 안된 상황에서 이제는 가야까지 멸하여 흡수합병을 하다니?!!"
부여융의 놀란 반응과 함께 부여풍이 말했다.
"고려가 신라와 가야를 멸하였으니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상대는 바로 우리 남부여가 될 것입니다. 그렇지만 지금 남부여는 여전히 내전 상태이니..."
어두운 표정과 함께 부여풍이 말하자 부여융이 물었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그 물음에 부여풍이 답했다.
"형님! 어라하의 자리에 오르시옵소서! 그리고 남부여 내부를 단결시켜서 전쟁을 준비하시옵소서! 지금 어라하의 자리에 오를 왕자들 중에서 가장 정통성이 있으신 분은 바로 형님이십니다!"
"으음..."
"비록 제가 형님과 대적했다는 것은 엄연히 사실입니다. 그러나 염치도 없는 부탁이지만 이번 한번만 이 아우를 용서해주실 수 있겠사옵니까? 그 대신에 죄값은 박적과의 싸움으로 갚겠사옵니다!"
그러면서 부여풍은 신하된 예를 보이면서 부여융에게 궤배를 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한 부여풍의 모습을 본 부여융의 부하들은 당연하게도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진심이구나...!"
"시간이 별로 없을지도 모릅니다. 한시라도 빨리 내전을 종결시켜서 고려의 침공에 대비해야하옵니다!"
* * *
그 시각...
고려의 수도 평양성에서는 가야 멸망 이후에 신료들의 바쁜 나날이 이어지고 있었다.
"영토가 늘어나는 바람에 지방관료들이 더 필요하게 되어버렸군!"
"지방관료들 뿐만 아니라 세금 문제도 해결해야해!"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정복한 영토의 백성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대우할 것이냐? 이겠지."
"천손께서는 뭐라하시던가?"
"신라에 경우 사민정책을 시행하실 것이라는 말씀이 있었지만, 가야는 합병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 아직 말이 없으시네!"
"그러실만 하겠지."
"그나저나 당분간은 외부와의 전쟁은 오로지 방어전으로만 치룬다는 것이 사실인가?"
"국력이 회복되던 도중에 군대를 일으켰으니... 우리 대고려국으로서는 어쩔 수가 없어. 최소 10년간은 소모된 국력을 회복하는 것에만 집중해야해!"
대중상의 신라정벌 그리고 이어지는 안라계 귀족들과의 내통으로 가야를 멸하고 흡수합병한 것은 현재 대씨고려의 영토를 넓히는데 있어서 좋은 결과라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지만, 본래 영토확장이라는 것은 그만큼 국력이 소모되기 마련이다.
마치 사람이 무언가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체력이 소모되는 것 처럼 말이다.
"아무튼간에 이번에 간악한 신라와 함께 가락의 후예들을 정벌하여 아국의 영토로 삼았으니, 당분간 일부 귀족들 사이에서 폐하에게 '속말 촌놈'이라는 뒷담화는 까지 않겠어."
"쉿! 그런 소리는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닐세!"
"폐하께서 지금 안에 계신다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는 말 모르는가?!"
"아! 미, 미안하이..."
"입조심 하게나!"
그래도 대씨고려 입장에서는 신라의 정벌과 가야의 흡수합병은 대씨고려의 위상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약 700년간 고씨가 고려를 지배하였기에 고려인들은 태왕은 오로지 고씨만이 앉을 수 있다는 인식이 꽤나 강했다.
실제로 연씨가 고씨를 강제로 폐위하였다가 이내 그 대가로 몰락한 후에 고씨 복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고려 귀족들이 제법 있었다.
그러나 고씨는 복위하지 않았고, 그 대신에 속말말갈 출신의 대씨가 새로이 태왕의 자리에 올랐다.
이는 지금까지 고씨가 복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고려 귀족들 입장에서는 여간 충격적일 수 밖에 없는 사건이었다.
하물며 고씨고려와 함께 오랫동안 고려 사회의 최상류층으로 자리잡았던 예맥계 귀족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건 그렇고간에 마침 귀족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최근 귀족들 분위기는 어때? 고씨에서 대씨로 왕조교체 된 이후에 조정에 출사하는 자들도 있지만 말갈계하고 같이 일하기 싫다면서 낙향해버린 귀족들도 있지 않았어?"
"아! 마침 최근에 신라와 가야의 영토를 병합한 소식이 고려 전역에 퍼지면서 그들 내부 사이에서도 변화의 흐름이 보이는 듯 해보여."
"혹시 그들 중에서 재출사를 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자들이라고 있나?"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도 이제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그들이 천손께 반역의 창칼을 겨누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야."
"그거 다행스러운 소식이로군. 폐하께서도 그 소식을 아시게 된다면 매우 기뻐하시겠어!"
"자자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다시 업무에 집중하세나! 요즘 밀린 일이 산더미와 같단 말일세."
평양성 궁궐에서 일하는 관료들은 그런 대화를 마친 후에 계속해서 열심히 나라를 위해서 노비처럼 일하였다.
* * *
다시 남부여로 돌아와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고려에서 벌어진 일들을 상인들을 통해서 전해듣고는 여간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형님께서도 소제 처럼 고려에서 일어난 왕조교체 사건 소식에 꽤나 충격을 먹으셨군요."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느냐? 시조 해모수와 도모대왕의 직계혈통도 아니고... 하물며 속말말갈 촌놈이 태왕 자리에 오르다니? 해동천하를 수호하는 천손의 자리인 태왕의 이름값도 땅바닥에 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단다."
그말이 끝나자마자 부여융은 "신라와 가야가 고려에 의하여 멸망당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라고 부여풍에게 말했다.
"과거 진말한초 시기의 진승과 오광이 이런 소리를 한 적이 있지 않사옵니까?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느냐고 말입니다."
"음..."
"물론 소제도 설마 말갈출신 태왕이 이 시대에 출현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부여풍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부여융이 물었다.
"왜국 조정은 뭐라하더냐?"
"다행스럽게도 제 뜻을 이해해주더군요."
"후우~~! 좋은 소식이 들어왔구나."
"그쪽도 상당히 놀란 모양입니다. 신라의 멸망에 이어서 가야까지 멸망하는 바람에 왜국 조정에서도 박적이 우리 남부여를 대상으로 침공을 빠른 시일 안에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동생의 그 말에 부여융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말이다. 박적이 최소 10년 후에 침공해올 것 같구나."
"10년 후라고 하셨습니까?"
"신라에 이어서 2년 후에 가야까지 멸했다는 것은 그만큼 박적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박적이 2개의 나라를 멸하기 위해서 심한 국력 소모를 했다는 소리이기도하다."
"그렇군요! 2개국을 2년 내로 연달아 멸했으니 국력소모는 확실히 심하겠군요."
"문제는 10년 내로 우리 백제도 빨리 내전을 종식시키고 어서 내부를 단결시켜야 하는데..."
큰형의 걱정스러운 발언에 동생이 그 마음을 달랜다는 듯이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는 마십시오. 가야의 멸망 이후에 셋째 형님의 세력이 극도록 약해지지 않았습니까?"
"그렇지만 나머지 둘이 건재하지 않느냐? 게다가 나머지 둘이 네가 나에게 항복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게 된다면 틀림없이 연합 혹은 동맹을 맺으려 들 것이다."
그러자 부여풍이 이런 말을 하였다.
"그러면 나머지 둘이 거느리는 세력 내부에 불만자들 혹은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사람을 보내서 최대한 아군의 피해 없는 내전 종식을 시도해보심이 어떠신지요?"
"내부 불만자 혹은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람을 보내서 우리편으로 만들자는 이야기로구나."
"정확히는 형님의 신하로 만들자는 이야기입니다. 왜냐하면 형님이야말로 어라하의 자리에 가장 어울리고 또 정통성도 있으신 분이시니까요."
동생의 그 말을 들은 큰형은 그런 동생의 말이 기특하기라도 한 것인지 "허허! 이녀석! 허허허!"라고 말했다고 한다.
* * *
"""""악-! 악-! 악-! 악-!"""""
군사들을 훈련시키는 어느 훈련장...
그곳에서 한창 보병들의 훈련이 진행 중이었다.
"훈련은 실전과 같이 생각하여라! 그리고 만일 너희들이 실전에 임하게 된다면 훈련을 받은 대로 행동하라! 이른바 훈련은 실전같이! 실전은 훈련같이! 인 것이다. 알아들었나!!"
"""""엡!"""""
"목소리 봐라! 더 크게!!"
"""""옙!!"""""
"네 이놈들! 이 따위 목소리로 백잔의 군세를 대상으로 한 기선제압이 잘 될 것 같으냐?!!"
"""""옙!!!"""""
"옳지~! 이제야 마음에 드는구만. 자! 훈련을 계속한다."
그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들을 모습을 멀찍이 그리고 높은 자리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비우."
"예, 폐하!"
"병사들의 훈련상태가 양호해보이는군."
"망극하옵니다."
"저들이 신병들이라고 했던가?"
"예, 그러하옵니다."
"음..."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고 있는 병사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중상은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백제를 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되지 않을 듯 싶구나."
"부왕!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역시 그때 도박을 하는 것이 아니었어."
"예?"
"국력이 완전히 회복되고 난 이후에 신라를 정벌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지금도 머릿 속에 들고 있구나."
생각에 잠긴 자기 아버지의 그 말에 대조영이 말했다.
"그렇지만, 이제 남은 상대는 백잔뿐이지 않사옵니까?"
"너는 정녕 남은 상대가 백잔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우리가 정복한 영토의 백성들 중에서 옛 국가를 잊지 않는 자들이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강성하기 때문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만일 우리가 백잔과의 싸움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들은 필시 우리들의 적으로 돌변할 것이다."
그후에 태왕은 태자에게 말했다.
"태자는 듣거라."
"예, 부왕!"
"너는 나의 뒤를 이을 사람이기에 앞으로도 배워야할 것이 많을 것이다. 이 아비는 안타깝게도 늦은 나리에 군주로서 무엇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학문을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너는 다르다. 필시 이 아비보다 더 좋은 군주가 될 수가 있겠지."
"부왕...!"
아버지의 그말에 아들은 어깨가 크게 짓눌러지는 기분을 느끼게 되었고...
"이번 백잔과의 싸움에서 반드시! 우리 대씨 왕실의 위상을 크게 드높이겠사옵니다! 그리 한다면 대고려의 귀족들 중에서 우리 왕실보고 '촌놈'이라고 놀리는 이들은 더는 없을 것이옵니다!"
태자 대조영의 그 말에 대씨고려의 태조 대중상은 "기대하고 있겠다. 그러나 결코 실패하지는 말아라! 백잔과의 싸움에서 우리가 진다면... 불만을 품었던 자들이 들고 일어날 터이니!"라고 말하면서 단단히 주의를 주는 모습을 보였다.
시대 배경은 7세기 중후반 부터 시작하며, 주필산 전투에서 고구려가 승리하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역사와는 전혀 다른 역사를 걸어가게 되는 평행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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