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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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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694
추천수 :
99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29 17:05
조회
106
추천
2
글자
12쪽

새로운 각성자

DUMMY

“와! 고문님, 장비가 이쁘네요.”


“네, 감사합니다. 비싼 거예요.”


나름의 위트를 섞어 대답한 성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지나쳤다.


‘벌써 12명째.’


이수대의 입구부터 3층의 사무실까지 지나치는 모두가 성현의 이마에 자리한 <현자의 돌> 아니, 생체 이식형 마법 보조 기구를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이 또한 지나가리.’


어찌나 소문이 빨리 도는지, 단 하루 만에 이수대의 모두가 성현의 특별한 장비에 대해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고문님.”


“아, 팀장님.”


둘러대느라 지친 성현이 사무실에 들어서다가 때마침 사무실을 빠져나오던 우리엘과 마주쳤다.


“어제 체포한 주술사를 취조할 예정인데, 같이 가시겠어요?”


“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성현.


아무리 지쳤어도 이런 일에 빠질 수는 없었다.


“그럼 가시죠.”


취조실 밖에는 이미 아르마누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 각....”


황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은 성현은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읍읍!”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에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뗀 성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아르마누를 주시했다.


그러자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는 아르마누.


그 모습을 바라보던 우리엘은 슬쩍 고개를 젓더니 취조실의 입구로 향했다.


“그럼 두 분은 밖에서 잘 확인하세요.”


“넵!”


아르마누의 힘찬 대답을 뒤로하고 취조실로 들어선 우리엘은 잡혀 온 이후부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고블린 주술사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자 주력을 봉인하는 구속구에 묶인 채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그의 시선이 우리엘에게로 향했다.







“아무런 대답이 없네요.”


성현은 우리엘의 심문에도 여전히 반응이 없는 고블린 주술사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


‘원래 말을 못 했나? 아닌데, 분명 어색하긴 했지만, 공용어를 사용했던 것 같은데.’


종종 고블린 중 지능이 떨어지는 개체가 공용어 습득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주술사쯤 되는 엘리트에게는 의미 없는 가정이었다.


그를 침입자라고 부르며 피의 송곳을 날렸던 고블린 주술사의 모습을 기억하는 성현으로서는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고블린의 모습이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취조실 내부에는 덤덤하고 사무적인 우리엘의 질문과 시체처럼 널브러진 주술사의 무반응이 반복되고 있었다.


“으.... 그냥 대답이 없는 게 아니라, 반응 자체가 없네요.”


아르마누는 그가 보고 있던 화면을 가리켰다.


“동공의 흔들림이나 호흡, 맥박, 뭐 하나 변화가 없어요. 생명 반응이 없으면 그냥 시체라고 생각할 정도라니까요?”


그나마 동공은 팀장을 따라 움직인다며 덧붙인 아르마누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는 데이터에 한숨만 내쉬었다.


답답한 상황에 한숨만 쉬던 그때, 성현은 취조실 유리 너머로 어느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고블린과 눈이 마주쳤다.


“어라?”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치자 의아함이 든 성현이 입을 열었다.


“이 유리, 안쪽에서는 안 보이는 거 아니에요?”


“네,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날 보는 거지?’


고블린의 붉은 눈과 성현의 푸른 눈이 서로를 바라보고 그제야 안쪽의 우리엘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유리 쪽을 바라보았다.


한참을 뚫어져라 자신을 바라보는 고블린의 모습에 잠시 침음성을 삼킨 성현.


혹시나 해서 몸을 이리저리 옮겨봤지만, 그에게 고정된 시선은 성현의 움직임을 그대로 따라오고 있었다.


“제가 들어가 봐도 되나요?”


“네? 아, 괜찮겠죠?”


이 기묘한 상황에 아르마누 역시 당황한 것인지 말을 더듬고 잠시 고민하던 성현은 취조실의 문으로 향했다.


벌컥!


“고문님?”


“팀장님. 저자가 자꾸 저를 바라보는데 할 말이 있나 싶어서요.”


안 그래도 고블린의 이상한 행동에 의문을 품고 있던 우리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성현의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동의한 우리엘이 자신의 옆을 가리키고 성현은 발걸음을 옮겨 우리엘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그때까지 성현을 빤히 바라보는 고블린.


자리에 앉은 성현은 소름 끼칠 정도로 뚫어져라 바라보는 고블린의 모습에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뭐,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그러자 여태껏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던 고블린의 입이 열렸다.


“이성현, 3급 마법사.”


“?!”


고블린의 입에서 튀어나온 성현의 이름에 우리엘과 성현이 당황했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가는 고블린.


“나무의 ‘수확’에서 살아남은 자, 특별한 영혼. 주인님께서 그대를 원한다.”


나무, 수확, 그리고 주인.


단번에 지옥낭송나무에게 영혼을 빼앗긴 희생자들을 떠올린 그들의 시선이 잠시 맞닿은 그때, 성현의 푸른 눈이 이질적인 변화를 발견했다.


“위험!”


분명 구속구에 묶여있음에도 요동치기 시작한 고블린의 주력.


마력을 끌어올려 푸른 불꽃을 일으키는 성현의 경고와 함께 날개를 펼친 우리엘의 성력이 그들의 전면을 막아섰다.


“그르악!”


괴상한 괴성과 동시에 날뛰는 주력이 점차 폭증하고 고블린을 묶고 있던 구속구의 마법진이 그 난폭한 주력의 폭풍에 소모되기 시작했다.


짧은 순간 폭발하듯이 부풀어 오른 주력이 순식간에 구속구를 완전히 소모해 박살 내고 그런 무식한 주력의 운용이 본인에게도 영향을 끼쳤는지 몸 여기저기가 부풀어 오른 고블린.


[주력 증폭 반응 이상! 아니, 어디선가 주력이 흘러들어옵니다!]


밖에 있던 아르마누의 경고와 눈을 통해 그가 어디서 주력을 전해 받고 있음을 확인한 성현이 그 원인을 추적하려고 할 때, 뒤틀린 고블린의 몸에서 주력의 폭발과 함께 균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쾅!


“이게 무슨!”


갑자기 폭발하는 고블린.


다행히 폭발은 전면을 가로막는 우리엘의 방어 성법에 틀어막혔다.


산산이 부서지며 취조실 사방에 튀어버린 고블린의 살점들.


그러나 그보다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고블린이 앉아 있던 자리에 그대로 남은 핏덩어리였다.


[저, 저게 뭐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공중에 부유 중인 핏덩어리.


당황한 아르마누의 목소리를 배경으로 여전히 푸르게 빛나는 성현의 눈동자는 고블린의 주력, 아니 누군지 알 수 없는 이의 주력이 저 핏덩어리 속에 모두 담겨 있음을 포착했다.


“팀장님.”


심상치 않은 상황에 재차 성력을 흩뿌리던 우리엘이 성현의 부름에 다시 한번 보호 성법에 성력을 불어 넣는 사이, 기묘하게 일렁이던 핏덩어리가 점차 어떤 형상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온통 붉은색뿐이던 피가 형상을 갖추며 색깔이 입혀지기 시작하고 마침내 온전한 형상을 이루었을 때,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은 붉은 눈과 머리카락을 가진 ‘인간’이었다.


‘아니, 그건 아닌가?’


성현의 시선이 비릿한 미소를 띠는 누군가의 송곳니가 유달리 뾰족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흡혈종....”


그것을 함께 목격한 우리엘의 입에서 흘러나온 어떤 종족의 이름.


그러나 성현은 그것과는 무언가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성 스킬 <현자의 눈>이 고유 스킬 <선혈의 주술사>를 관측합니다.]

[신화적인 지혜(Wiz)가 엑스트라 스킬 <지배의 마안>에 저항합니다.]


유달리 붉은빛으로 번들거리는 그자의 눈이 스킬이라는 것을 눈치챈 성현은 곧바로 손을 뻗어 우리엘의 눈을 가렸다.


“보면 안 돼요. 마안입니다.”


잠깐 침을 삼킨 성현이 덧붙였다.


“그리고 각성자입니다.”


<현자의 눈>을 통해 스킬의 존재를 확인한 성현은 확신했다.


눈앞에 있는 ‘저것’은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재앙, 각성자라는 사실을.


[호오? 역시 내가 점찍은 자로군. 그걸 한 번에 알아보다니.]


즐거운 기색이 잔뜩 담긴 염파.


“윽!”


다만 문제는 성현뿐만 아니라 우리엘 역시 그 염파에 노출되어 있었다.


별다른 영향이 없는 성현과 달리 평범한(?) 중급천사에 불과한 우리엘에게는 각성자의 염파만으로도 위험이 될 수 있었다.


한 발짝 앞으로 나서 우리엘을 가린 성현은 푸르게 눈을 빛내며 그자를 마주 보았다.


“금주를 통한 연쇄 주살, 대규모 정신 조작, 마물을 이용한 영혼 수집. 이 모든 것을 저지른 것이 네놈인가?”


적의가 가득 담긴 성현의 물음에 그저 미소만 짓던 그것이 입을 열었다.


[직접 마주 보니 확실히 알겠군. 너, 각성자구나?]


곧바로 성현의 정체를 꿰뚫는 질문.


그러나 성현 또한 한 번에 그가 각성자라는 것을 알아봤기에 그자도 성현처럼 알아볼 수 있을지 모른다고 여겼기에 동요하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


일단 오리발부터 내민 성현.


[하긴 각성자가 아니라면 일개 인간이 나무의 수확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리가 없지.]


만족감이 담긴 염파.


그 기분 나쁜 주력을 차단한 성현의 시선이 잠시 주변을 살폈다.


‘지원은 언제쯤?’


이 정도 소란이 벌어졌는데 다른 곳에서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었고, 밖에 아르마누가 있기에 지원요청도 이미 전했으리라.


[보아하니 뭐, 지원이라도 기다리나 본데]


그런 성현의 기색을 눈치챘는지 그를 향해 다가오는 각성자.


그의 접근과 동시에 성현의 몸을 휘감은 푸른 마력과 그를 휘감은 붉은 주력이 맞부딪히며 발생한 충격이 취조실을 뒤흔들었다.


꾸드득!


내부의 용의자가 난동을 부릴 것을 감안하고 설계된 취조실이 두 각성자의 부딪힘을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벽면이 갈라지고 이미 이전의 폭발로 박살 난 내부 물품들이 한 차례 더 바스러졌다.


[어째서 같은 동지끼리 이리 적대하는지 모르겠군.]


“그걸 모른 순간, 네놈이 이미 인간성과 거리가 멀다는 것을 증명한 거야.”


인간이라기보다는 우리엘의 말처럼 흡혈종의 모습을 한 각성자.


피를 통해 만든 몸이라 그런지 아까부터 느껴지는 지독한 피비린내에 성현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그러는 그대도 이미 인간의 몸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


마력을 끌어올리며 돋아나기 시작한 성현의 푸른 비늘을 가리키는 그.


“어쩌라고, 그래도 난 너 같은 살인마랑 달라.”


눈앞의 각성자가 최근 벌어진 사건의 원인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일전의 질문에 그는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았으니.


[음? 아, 설마 그 버러지들?]


“?”


[하하하!]


터져 나온 웃음과 다르게 놈의 얼굴은 기이하게도 잔뜩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기묘한 반응에 긴장한 성현.


[그 녹색의 괴물들을 말하는 건가? 어째서 그 괴물들을 죽인 게 살인이지?]


유달리 붉은빛이 번뜩이는 눈동자 안에서 성현은 뿌리 깊은 증오를 느꼈다.


[여긴 지구야! 인간의 땅, 지구라고! 그딴 괴물 새끼들을 죽이는 게 어떻게 살인이지? 그것들은 인간도 아닌데!]


그 끔찍한 적대감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느낀 성현은 그가 전형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현처럼 순혈의 인간으로서 수많은 이종족들의 적대 속에서 살아온 인간.


그중에서도 유달리 그린 스킨에게 강한 적대감을 보였다.


“이미 지구에는 수많은 이종족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어. 이제 와서 지구가 인간의 것이라 주장해 봤자, 시대의 흐름에 뒤떨어지는 거라고.”


그자를 빤히 바라보며 입을 연 성현은 주변에서 느껴지기 시작한 기척에 서둘러 마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시간을 끌어서....’


그러나 그들의 기척을 느낀 것이 성현뿐만은 아니었는지, 어느새 형체를 잃어가기 시작한 놈의 모습이 보였다.


일전과 반대로 점차 붉게 물들며 형상이 일그러지는 놈.


‘이런.’


그것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아직 남아있는 주력이 성현의 마력을 방해했다.


사라져가는 그자의 모습에서 여전히 증오로 가득한 붉은 눈동자와 눈이 마주친 성현은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불청객들이 있으니, 다음에 보도록 하지. 동지여. 그때도 지금과 같은 안일한 생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


“뭐라는 거야. 틀딱 같은 말투는 어디서 배운 건데.”


성현이 마지막까지 태클을 걸었지만, 재수 없는 소리를 남기고 그대로 한 줌의 핏물로 변해 사라진 각성자.


“....”


여기저기 등장한 기척으로 소란스러워진 상황 속에 성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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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격의 상승 24.05.08 87 5 11쪽
29 작전 24.05.07 74 3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73 2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7 2 12쪽
26 의문 24.05.03 78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9 3 11쪽
24 위험한 24.05.01 91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9 3 12쪽
»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7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8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5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10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5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5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9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7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52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51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70 4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9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7 5 12쪽
9 도주 24.04.13 191 4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91 3 11쪽
7 낙오 24.04.11 196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8 4 12쪽
5 지옥불 24.04.08 210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8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6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7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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