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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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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695
추천수 :
99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17 17:35
조회
170
추천
4
글자
12쪽

다종족 사회

DUMMY

“안녕하세요. 마법사님.”


“아, 네. 안녕하세요.”


“예상보다 더 일찍 뵙네요.”


“그러게요.”


아무렇지 않게 인사를 나누는 둘.


그들이 있는 곳이 온통 새하얀 검사실이 아니었다면 평범한 인사로 들렸을 것이다.


“저번 ‘감정’ 이후로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금방 오시게 될 줄은 몰랐네요.”


옅은 미소를 지은 천사, 마리엘은 조금 전 성현이 했던 검사의 결과지를 확인했다.


“신체 능력은 변화가 없으시고, 마력량은 엄청나게 증가했고....”


중얼거리던 그녀는 어딘가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유전자 분석 불가능? 대체 왜?”


얼마 전, 검사 때만 하더라도 그 어떤 이종족의 피도 섞이지 않았던 순혈의 인간인 성현의 몸.


마리엘의 시선이 검사지에서 떨어져 나와, 성현의 몸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저 불꽃 때문인가?”


안 그래도 신체검사 과정에서 그가 조금만 흥분하거나 무리해도 불길이 치솟았다는 보고를 받았던 마리엘은 인간이었던 성현의 기묘한 변화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마리엘은 성현이 각성자라는 것을 확신했다.


본래 각성자라는 것은 이해를 벗어난 괴물이기에.


‘그래도 하나같이 시스템이라는 걸 달고 있어서 ’감정사‘의 스킬로 분석할 수 있었는데.’


그녀의 눈앞에 있는 남자는 모든 ‘감정사’가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래서 정황상 이성현이 각성자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음에도 그것을 실증할 증거가 없어 각성자 판정이 불가능했다.


“마법사님은 왜 갑자기 본인의 몸이 ‘불’이 되었는지 원인을 아시나요?”


“글쎄요?”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은 성현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혹시 숨겨진 혈통이라도 개화한 게 아닐까요?”


그 수상한 태도에 마리엘의 표정이 굳었다.


“네? 분명 저번 검사에서 99% 순혈의 인간이라고.”


“하지만 100%는 아니었잖아요.”


마리엘의 말을 자른 성현.


종족 혈통 검사에 100%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99%에 달하는 수치만 나와도 '순혈'로 분류되었다.


애초에 현대 마학의 힘으로 유전자 자체를 완전히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그렇기에 성현이 그 1% 이하의 혈통을 개화했다고 해도 이론상 반박하는 것이 힘들었다.


그 확률이 굉장히 낮은 것과는 상관없이.


“....”


지금 마리엘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특히 나처럼 원주민과 타 차원 인류의 혼혈일 경우는 더 그렇겠지.’


이종족과 뒤섞여 산 지 50년밖에 되지 않은 지구의 원주민과 달리, 성현처럼 부모 중 하나가 타 차원 출신의 인간일 경우는 핏속에 뭐가 섞여 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관리국은 언제나 마법사님을 지켜볼 겁니다.”


“네, 수고하세요.”


이번에도 당당하게 관리소의 정문을 멀쩡히 빠져나온 성현은 지혜 스탯의 힘으로 감정 스킬을 차단했다는 수많은 알림을 치우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눈 가리고 아웅이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겠네.”


관리국은 성현이 각성자라고 확신하지만, 감정 스킬이 먹히지 않아 판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태.


“그렇게 각성자를 탄압하면서 판정을 각성자의 스킬에 의존하는 건, 또 웃기지도 않네.”


냉소적인 비웃음을 흘리던 성현은 갑자기 눈을 크게 뜨더니 입을 막았다.


“후.... 또 이러네.”


그러곤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성현은 ‘지옥불+원소화’의 여파인지 그때 이후로 스스로가 자꾸만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면 이거 때문일 수도 있고.’


성현은 조심스럽게 가슴팍을 손을 올렸다.


그러자 손 아래에서 느껴지는 거친 진동.


인간의 것이라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활발한 박동에 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 때문에 괜히 불이나 질렀네.”


이번에 얻은 새로운 힘은 그의 피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 뻔했기에 순순히 검사에 응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추출되는 혈액을 전부 푸른 불꽃으로 바꿔 추출기를 모두 불태우는 만행까지 저질러야 했다.


심지어 통제가 잘 안된다고 몸 곳곳에 불을 피워 검사기기를 망가트리기까지 했다.


연구원들의 원망 어린 눈동자를 떠올린 성현은 애써 고개를 저어 모두 털어냈다.


그리고 새롭게 생긴 스킬로 시선을 돌렸다.


엑스트라 스킬 <용의 심장>


마리엘이 말한 ‘엄청나게’ 증가한 마력량의 원인.






[세계의 법칙에 간섭하는 초월적인 존재, 용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엑스트라 스킬 <금단의 깨달음>이 발동합니다.]


두 번째로 발동한 <금단의 스킬>.


용암의 호수에 몸을 담근 채, 붉은 알림창을 확인한 성현은 심상치 않은 내용의 깨달음이 영혼에 새겨지는 것을 느꼈다.


[세계의 근원인 마력을 지배하는 <용의 심장>의 깨달음이 영혼에 새겨집니다.]


그 이후로는 이전과 비슷했다.


초월적인 지혜(Wiz)가 영혼에 새겨진 깨달음을 ‘이해’하고 곧바로 성현의 신체에 ‘적용’했다.


평범한 인간 마법사의 것이었던 심장은 금단의 깨달음으로 인해 초월적인 존재, ‘용’의 것으로 변했다.


당연히 그 과정에서 아주 지독하고 끔찍한 고통이 있었고 그 고통에 몸부림치던 성현은 용암 아래로 가라앉아버려야 했다.


‘덕분에 날 찾아왔던 이들에게 그 모습을 들키지 않았지만....’


손을 들어 올린 성현은 가벼운 의지만으로 손등에 돋아난 푸른 비늘을 확인했다.


“....”


특이하게도 명확하게 고정된 형상이 아닌,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일렁이는 형상을 가진 비늘은 고도로 응축된 지옥불이 비늘의 형상으로 고정된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도 비늘은 지옥불과 같이 고열을 머금고 있었다.


주변의 대기가 끓어오르자 황급히 비늘을 거둬들인 성현은 한숨을 내쉬었다.


‘용이라니!’


깨달음을 통해 ‘용’이 어떤 존재인지 대략 파악할 수 있었기에 더했다.


막대한 힘을 가진 드래곤 역시 용종이지만, 깨달음을 통해 ‘용’의 힘을 손에 넣은 성현의 것과는 계통이 완전히 달랐다.


“굳이 따지면 원소화랑 비슷해 보이는데....”


자연에 스스로의 존재를 맡기는 원소화와 달리, ‘용’의 힘은 주변의 세계를 자신의 색채로 물들였다.


세계의 법칙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드래곤의 폭력적인 방식보다는 조금 더 온화한 형태로, 일정 영역을 자신의 색깔로 물들이는 힘.


그리고 그 모든 것의 근원이 되는 <용의 심장>


성현은 조심스럽게 상태창을 불러왔다.


[마력(37)]


“....”


성현은 늘 부족했던 마력이 해결된 것을 기뻐해야 할지, 훌륭한(?) 각성자로 거듭나고 있는 스스로를 안타까워해야 할지 몰랐다.


“뭐, 안 들키면 되지!”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긍정 에너지.


다행히 처음 스킬을 개화하며 완전히 변했던 모습은 용암 덕분에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았다.


몸의 안정화를 끝내고 이틀 만에 용암 밖으로 빠져나온 성현이 수색대에게 발견되니 이런저런 소란이 있기는 했지만, 그 모습을 들키는 것에 비하면 훨씬 나은 상황이었다.


몸의 일부를 불꽃으로 변하는 것과 용암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보여주자, 인간이 아닌 무언가를 보는 눈으로 각성자 관리국에 넘겨졌다.


“뭐, 어쨌든 잘 풀렸습니다.”


성현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 있는 것은 익숙한 외형의 천사.


“그러니 우리엘 님도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리가요. 애초에 그 일에 휘말린 것도 저 때문이지 않습니까.”


여전히 무뚝뚝하지만 미안해하는 우리엘의 모습에 성현은 어깨를 으쓱했다.


“정 그러시면 밥이나 한 끼 사주시죠.”










“이걸로 되겠습니까?”


떨떠름한 표정의 우리엘.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은 성현이 손을 들었다.


“이모! 여기 세트2 하나 주세요!”


“네!”


잠시 뒤 그들의 앞에 서빙된 떡볶이와 순대, 튀김 세트.


“이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고요.”


포크로 떡을 찌르며 즐거워하는 성현의 모습에 우리엘도 포크를 들었다.


“아, 혹시 매운 거 잘 드세요? 질문이 너무 늦었나?”


매콤한 떡볶이를 음미하던 성현은 그제야 생각나 물었지만,


쿨럭!


이미 하나 입에 넣었던 우리엘은 지독하게 매콤한 맛에 기침과 함께 눈물을 찔끔 흘렸다.


“이게 대체 무슨 맛이죠?”


놀란 우리엘의 질문에 성현은 슬쩍 주방의 이모를 향해 눈짓했다.


“보시다시피 여기 주인분이 고블린이시거든요.”


“그렇네요.”


“원래 고블린 연금술사의 혈통이신데. 그 재능을 살려 떡볶이 소스를 자체로 개발하신 거죠.”


성현은 포크로 걸쭉한 떡볶이 양념을 휘저었다.


“저도 다 아는 건 아닌데 제가 듣기론 이 소스에 고블린들이 독으로 사용하던 재료도 조금 들어가나 봐요. 물론 독성 자체는 제거한 건데, 그 특유의 맛이 이런 매콤함을 주는 거죠.”


성현은 빈자리가 없는 홀을 둘러보았다.


“덕분에 가게는 대박. 아주 성공적으로 사회에 적응하신 사례인 거죠.”


고블린 역시 그린 스킨의 일원으로 원래는 몬스터로 분류되던 흉성이 강한 종족으로 지금도 숱하게 차별의 대상이 되는 이들이었다.


주술사나 연금술사의 혈통이 아니면 대체로 떨어지는 지능, 그에 반해 간간이 드러나는 폭력적인 면모 때문에 무시 받는 종족.


“고블린도 그런데 오크나 오우거 같은 종족은 어떻겠어요?”


그들의 흉포함은 그린 스킨 중에서도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그보다 더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종족이 있어요.”


우리엘은 성현이 말하는 종족이 어떤 이들인지 눈치챘다.


“인간, 그중에서도 특히 ‘순혈’이라고 불리는, 이종족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이죠.”


성현은 떡을 하나 삼켰다.


“옛날엔 정말 부당하다고 생각했거든요.”


본래 지구의 선주종족이었던 인간.


지금은 게이트 너머에서 쏟아진 수많은 이종족들을 모두 받아들여 지구 전체 종족 중 인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어떻게 보면 5분의 1이 여전히 인간인 셈인데. 그 인간 중에서도 위험한 이들은 또 따로 분류되죠.”


이종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순수한 인간, 5%.


성현은 그 5%에 속하는 순혈로서 어릴 때부터 수많은 이들의 시선 속에 있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취급이었죠.”


당장이라도 시스템의 축복과 함께 각성자라는 재앙이 될 수 있는 이들.


“그때는 정말 억울했는데.”


그 누구도 성현과 엮이고 싶어 하지 않았다.


특히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청소년기에는 각성 확률도 높고 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높았기에 더욱 그랬다.


“그나마 지금은 어른이 되었으니 상황은 나아졌었는데.”


지금의 성현은 예전에 다른 종족들이 말하는 ‘폭탄’ 그 자체가 되었다.


그냥 떡볶이를 쳐먹고 있는데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얻게 되는 깨달음.


[독성 물질을 통한 통각과 미각 사이의 조율에 대한 깨달음을....]


이미 98에 도달한 초월적인 수준의 지혜 스탯과 금단의 깨달음 두 번을 통해 얻게 된 37에 달하는 마력 스탯까지


강해지는 것이 너무 쉬웠다.


깨달음을 통한 지혜의 성장은 물론이고, 심지어 지금도 목구멍을 넘어간 떡볶이를 장작 삼아 <지옥불>이 마력으로 치환하고 있었고 <용의 심장>은 실시간으로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지혜(Wiz)라는 기존 절대자와 마력(Mp)이라는 신흥 강자의 등장.


별다른 노력도 없이 너무나 손쉽게 초월적인 힘을 손에 쥔 스스로가 성현은 두려웠다.


“저는 결국 뭐가 되는 걸까요?”


늘 다른 이들이 말해왔던 재앙이 된 것만 같아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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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격의 상승 24.05.08 87 5 11쪽
29 작전 24.05.07 74 3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73 2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7 2 12쪽
26 의문 24.05.03 78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9 3 11쪽
24 위험한 24.05.01 91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9 3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7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8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5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10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5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5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9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7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52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51 3 12쪽
» 다종족 사회 24.04.17 171 4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9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7 5 12쪽
9 도주 24.04.13 191 4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91 3 11쪽
7 낙오 24.04.11 196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8 4 12쪽
5 지옥불 24.04.08 210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8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6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7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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