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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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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40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23 01:20
조회
131
추천
3
글자
11쪽

기술부

DUMMY

‘난장판이네.’


성현은 과도한 소음 때문에 두통이 이는 이마를 문질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고문 마법사 성현을 보내 시위대를 일일이 감찰하자던 의견은 고문에 불과한 성현에게 너무 큰 책임을 지운다는 의견과 그게 아니더라도 너무 과도한 업무라는 의견 덕분에 무산되었다.


“애초에 고문 혼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시위 전체를 확인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감사합니다.’


성현은 속으로 그를 보호하는 집행부의 부장을 향해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성현을 쥐어짜려는 악(?)의 세력이 물러서자, 이번에는 다른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아니, 대체 기술부에선 뭘 하는 겁니까? 주술흔을 추적하는 장치 하나 만드는 게 그리 어렵습니까?”


비주류인 주술, 그것도 6급 이상의 주술로 세심하게 숨겨진 흔적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둥이가 뚫렸다고 나오는 대로 지껄이시네요? 그럼 대체 정보부에서는 뭘 하길래. 아직도 주술사 하나 못 찾고 있는 거죠? 이 정도면 그냥 월급 루팡이나 다름없는 것 같은데 정보부 예산을 아예 저희 주는 게 어떻습니까? 그 돈으로 주술흔 추적 장치를 개발해보죠.”


“하, 뭔가 장비가 있어야 추적하든, 새로 만들든 할 거 아닙니까? 뭐 주술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나 보죠?”


“그러고 보니, 애초에 주술에 관련된 일인데, 이 일에 참여할 주술사가 하나도 없습니까?”


“요새 누가 주술을 써요. 그럴 재능이 있으면 당연히 마법사가 되죠.”


“어디 구석진 곳에 뒤져보면 눈먼 주술사 하나 나오지 않을까요?”


“고만고만한 주술사가 최고 6급 이상 되는 것 같은 주술사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의견들.


부서의 부서장들과 휘하 팀의 팀장들이 모두 참가한 회의는 인원수만큼이나 시끄러웠다.


성현은 그런 와중에도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조용한 우리엘의 뒤편으로 이동했다.


“팀장님, 원래 항상 이렇게 시끄럽나요?”


성현의 말에 슬쩍 고개를 돌린 우리엘이 그의 귀에 속삭였다.


“아무래도 사건 규모가 규모인 만큼 이수대 전체가 소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특히 지금처럼 시간이 촉박할 경우는 더 그렇고요.”


“시간이 촉박해요?”


성현의 물음에 우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종족 연합이 지구에 들어선 이래에 이 정도 규모의 대량 살상이 엮인 일은 각성자 사태 이후 처음이니까요. 당장은 위쪽에서 언론을 막고 있지만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거든요. 언제 언론과 대중의 질타를 받게 될지 모르니 전부 다급할 수밖에요.”


“아....”


성현은 그의 말에 금방 현재 상황을 알 수 있었다.


대규모 인신 공양으로 대량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기에 공개된다면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제물로 소모된 그린 스킨 희생자들 외에도 마리안처럼 영혼을 빼앗겨 혼수상태에 빠진 환자도....


‘어?’


성현이 머릿속이 갑자기 떠오른 생각으로 복잡해졌다.


‘금주는 토템을 만들기 위해 벌였을 확률이 굉장히 높지.’


성현도 <현자의 눈>이 없었다면 쉽게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잘 숨겨져 있던 주술흔과 그 미세한 주력의 흐름만으로도 대규모 정신 조작이 가능할 정도로 높은 수준의 주술사.


그 정도 수준의 금주를 통해 팻말 같은 토템을 만드는 것이 가능한 주술사가 왜 따로 지옥낭송나무 같은 것을 이용해 영혼을 수집했는지.


“대체 왜?”


성현으로서는 시위대의 규모를 키우는 이유도, 마리안 같은 영혼을 수집한 이유도 알 수가 없었다.


‘영혼을 어디에 쓰려고?’


동기도, 목적도 모르고 그저 그 과정만이 드러났다는 사실에 성현은 찝찝함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은 별다른 소득 없이 회의가 끝날 때까지 성현의 머릿속을 떠다녔다.








“안녕하세요. 이성현 씨, 기술부의 마법사인 그리치안입니다.”


회의가 끝나자, 찾아온 마법사.


“네, 안녕하세요. 이성현입니다. 3팀의 외부 고문으로 고용된 마법사입니다.”


“네네, 이성현 씨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그’ 우리엘 팀장이 데려온 마법사시라고요.”


“?”


그리치안이라는 나가 마법사의 미묘한 말에 성현은 의문을 표했다.


“‘그’ 우리엘 팀장이라니요.”


“저희 이수대에서 가장 유명한 3인방 중 한 분이시니까요.”


“네? 우리엘 팀장이 유명해요? 3인방?”


“아, 모르셨구나.”


낭패한 얼굴의 그리치안이 성현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뭐야? 제대로 설명 좀 해봐.’


성현이 은근한 얼굴로 그녀를 재촉하자, 잠시 뜸을 들이던 그녀가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


“행정부의 철인, 정보부의 주시자, 집행부의 심판자. 이 셋은 저희 이수대에서 유명한 분들이죠. 우리엘 팀장은 그중에서도 심판자, 홀로 불법 투기조직을 섬멸했던 투천사 출신의 전투광이니까요.”


“?”


‘투천사? 전투광? 그 우리엘이?’


그동안의 인상으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우리엘의 모습에 성현의 호기심을 더 자극당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일을 언급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어쨌든 지금 제가 이성현 씨를 찾은 이유는 이성현 씨가 이번에 그 용의자의 토템을 식별했다고 해서요.”


“아, 네.”


그다음으로 올 말이 무엇인지 성현은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개발 중인 주술흔 추적 장치 일에 도움을 조금 받고 싶어서요. 아, 물론 자문료는 따로 지급될 예정입니다.”


미묘하게 변하는 성현의 표정에 다급히 자문료가 지급될 거라고 보태는 그리치안.


‘설명이 불가능한데.’


성현이 어떤 식으로 고위 주술을 꿰뚫어 본 것인지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각성자의 스킬인 <현자의 눈>을 설명할 수 없는 이상 성현으로서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어, 제가 눈이 조금 특별해서요.”


결국 성현이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수사대에 퍼진 소문뿐이었다.


마치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푸르게 일렁이는 눈을 가리키는 성현.


“아!”


다행히 그녀도 소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인지, 유달리 이질적인 성현의 눈을 보고 납득한 듯했다.


“신비종의 특수한 눈 때문인가? 그걸 마법식으로 풀어낼 수 있나? 당장 주술 분석에 필요한 부분만 재현할 수 있으면 되는데.... 역시 종족 특유의 능력이라 무리려나?”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뭐라고 중얼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은근슬쩍 자리를 피하려던 성현은,


덥썩!


“혹시 저희 연구를 조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부장님도 이성현 씨의 도움을 요청했거든요. 물론 자문료는 지급됩니다.”


그를 붙잡는 손길에 실패하고 말았다.


“으음....”


파충류에 속하는 나가의 차가운 손이 <지옥불>의 영향으로 다른 이들보다 체온이 높은 성현의 팔을 식혔다.


“조심하세요. 제 몸이 조금 뜨거워서요.”


그런 그녀의 손을 떼어낸 성현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제가 어느 부분을 도울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어쨌든 기술부에서 진행하는 주술흔 추적 장치는 이번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꼭 필요했다.


‘이게 도움이 되려나?’


성현의 시선이 잠시 시야 한쪽에 떠 있는 상태창으로 향했다.


[지혜(99)]


99에 도달하자 언제 미친 듯이 성장했냐는 듯, 더 이상 오르기를 멈춘 지혜 스탯.


그가 믿는 것은 그것뿐이었다.









대회의 이후 곧바로 진행된 집행부 회의로 인해 우리엘이 자리를 비웠기에 베니카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한 성현은 그리치안을 따라 이수대의 지하에 위치한 기술부로 향했다.


“와, 여긴 엄청 넓네요?”


분명 이수대 건물이 크기는 하지만, 지하의 규격을 한참 넘어선 드넓은 기술부의 연구실에 혀를 내둘렀다.


‘공간을 얼마나 늘린 거야?’


“하하, 저희 기술부 부장님이 5급 마법사셔서요. 필요해서 공간을 조금씩 늘리다 보니 이렇게 됐죠.”


눈을 통해 기술부 전체를 뒤덮은 거대한 공간 확장 마법식이 인상적인 지하에는 여기저기 팀을 이룬 이들이 무언가를 개발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흘끔.


다만 성현은 자꾸만 자신을 훔쳐보는 시선이 누구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하하, 다들 이성현 씨 소문을 들어서요. 다들 호기심이 강한 분들이라 부장님 말씀이 없었으면 벌써 사달이 났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성현은 자신을 훔쳐보는 그들의 시선이 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흥미로운 실험체를 보는 듯한....’


탐욕이 서린 눈빛.


“....”


그 섬뜩한 눈빛에 옷깃을 여민 성현이 빠르게 그리치안의 뒤를 따라붙자, 그런 그의 뒤로 주변 기술부 사람들의 시선이 집요하게 성현의 뒤를 따랐다.


‘머리카락 하나만!’


부장의 경고로 혈액 샘플이나 조직 샘플은 채취할 수 없지만, 떨어지는 머리카락이라도 건지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아쉽게도 떨어지기 무섭게 불똥이 되어 사라지는 머리카락 덕분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아니, 어째서!’


뒤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무시한 성현은 기술부 한곳에 이질적으로 자리 잡은 문 앞으로 이끄는 그리치안을 따라 걸음을 재촉했다.


“이곳이에요!”


똑! 똑!


문을 두들기는 그녀의 뒤에서 성현은 조금 전 대회의에서 정보부 부장과 말싸움을 벌이던 기술부 부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분명....’


끼익!


문이 열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여자.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 돋아난 8개의 검은 기둥.


“안녕하세요. 이성현 고문.”


“안녕하세요. 부장님.”


“호호, 그냥 블레어라고 불러요.”


“괜찮습니다.”


“단호하시네요.”


“감사합니다(?).”


“?”


그녀는 이수대 기술부의 부장이자 5급 마법사이며 수인족의 일종인 거미인간 아라크네였다.


“자자, 여기 앉으세요. 마실 건 뭘로 드릴까요?”


“괜찮습니다.”


“아앗! 또 거절당했네요.”


“....”


장난스럽게 미소를 짓는 그녀의 은은한 시선을 피하는 성현.


‘부담스럽네.’


아까부터 부담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그녀의 모습에 성현은 불편함을 느꼈다.


“듣자 하니, 그 우리엘 팀장이 데려오신 분이더라고요?”


“아, 네.”


“지금 집행부 3팀에 소속된 걸로 들었는데, 혹시 기술부에는 관심이 있나요?”


“....”


성현의 시선이 아까부터 사방을 옥죄는 것처럼 다가오는 그녀의 등에서 돋아난 거미 다리로 향했다.


“아니요.... 전 지금 3팀이 마음에 들어서요.”


성현의 거절에 한층 더 다가오는 그녀의 다리.


‘조심해. 그 여자 완전 위험해!’


성현의 머릿속에는 기술부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질색한 표정의 베니카가 했던 경고가 떠올랐다.


‘하....’


작게 한숨을 쉰 성현은 푸르게 일렁이는 눈으로 빤히 블레어의 눈을 바라보았다.


호선을 그리는 붉은 눈동자.


“역시 신비종이라는 걸까요? 전혀 안 먹히네요.”


“그러니까 그것 좀 그만하실래요?”


성현의 말에 시야 한구석에 계속 떠오르고 있던 알림이 멈췄다.


[초월적인 지혜(Wiz)가 매혹에 저항합니다.]


그녀와 마주치는 순간부터 떠오르기 시작한 알림창이 멈추자, 그제야 성현은 끌어올렸던 마력을 다시 눌렀다.


어느새 그의 주변으로 다가오던 거미의 다리도 그녀의 뒤편으로 물러나 있었다.


“아니면, 각성자...라고 해야 하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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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격의 상승 24.05.08 83 4 11쪽
29 작전 24.05.07 69 2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4 1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1 2 12쪽
26 의문 24.05.03 75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7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4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1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3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1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7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1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0 3 12쪽
» 기술부 24.04.23 132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3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8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8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6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4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3 4 12쪽
9 도주 24.04.13 186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6 3 11쪽
7 낙오 24.04.11 191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4 4 12쪽
5 지옥불 24.04.08 204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3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0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2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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