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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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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38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03 15:35
조회
419
추천
5
글자
11쪽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DUMMY

“으음....”


뿌드득!


남자가 힘껏 팔을 뻗으며 몸을 쭉 펴자, 척추가 비틀리며 기묘한 소리가 들렸다.


“하, 일어나기 싫다.”


흘끗 시선을 돌린 그는 시계에 떠오른 시간을 확인하고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왜 일요일은 이렇게 빠르게 사라지는 거지?”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사라져 버린 주말을 떠올리며 한탄을 흘리던 그는 눈앞에 떠오른 기묘한 창을 애써 무시했다.


[시간의 상대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소폭 증가합니다.]


“....”


입을 다물고 눈동자를 굴리던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 몸을 일으켰다.


최대한 무념무상을 유지하며 평소 루틴에 따라 씻고 커피를 내리며 여유를 부리던 그는 시계에 떠오른 시간이 7시가 되자, 집을 나섰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때마침 건너편 집에서 문이 열리며 녹색 피부의 어린 소년이 힘찬 인사와 함께 빠져나왔다.


“어? 아저씨, 안녕하세요!”


“그래, 안녕.”


한 것도 없이 이미 지친 남자와 달리, 잔뜩 신난 소년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남자의 옆에서 재잘거리기 시작했다.


“아저씨! 어제 뉴스 봤어요? 이번에 열린 문에서 요정들이 넘어왔데요!”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달갑지 않은 소식을 전하는 소년의 말에 영혼 없는 대꾸를 내뱉으려던 남자는 소년의 말에서 무언가를 잡아내고, 미간을 찌푸렸다.


“잠깐, 아저씨라니?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잖아?”


“....”


미묘한 표정으로 입을 다무는 소년, 아니 꼬마 고블린.


“원래 마법사들은 다 양심이 없나?”


조용히 중얼거리는 것 같지만 바로 옆에서 그 말을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딱!


“앗!”


“건방진 꼬맹이 같으니.”


“우쒸!”


남자가 손가락을 튕겨 소년의 이마를 때리자, 이마를 부여잡은 소년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아저씨, 늙은이, 할배, 노인네, 영감탱이!”


순식간에 아저씨에서 영감탱이로 진화해 버린 남자는 상당히 뛰어난 소년의 어휘 능력에 턱을 긁적였다.


‘역시 똘똘한 것이 주술사의 재능이 있는 것 같네.’


남자는 녹색 피부의 소년, 그러니까 고블린 꼬마가 가진 꽤 높은 수준의 지적 능력과 맞은편 집에 사는 고블린 부부 중 남편이 고블린 주술사라는 점을 생각하면 높은 확률로 이 소년 역시 주술사의 재능을 개화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블린의 생태와 주술 혈통과 지성 사이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지혜가 소폭 증가합니다.]


“아씨!”


또다시 눈앞에 떠오른 창에 신경질적으로 손을 휘저은 남자는 놀란 표정의 고블린 꼬마를 발견하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잠시 파리가 보여서.”


꼬마의 눈이 미친 사람을 보는 것처럼 변하자, 뭐라고 변명하려던 남자는 마침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작게 한숨을 쉬며 안으로 들어섰다.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을 거부하는 꼬마를 강제로 끌어당겨 태운 남자는 장난스럽게 그를 피해 구석에 들러붙는 꼬마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정신 차리자.’


꼬마 녀석이야, 고블린에 어린 녀석이라 남자의 행동에 별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같은 인간이거나 무언가를 아는 이라면 방금의 행동은 상당히 위험한 행동이었다.


‘인생, X 같네.’


[인생 전반을 관통하는 거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증가합니다.]


“....”


속으로 욕을 내뱉는 남자를 놀리듯, 또다시 눈앞에 떠오르는 창을 발견한 남자는 이를 악물었다.


‘제기랄!’










여느 때와 다름없이 피곤하고 험난한 하루를 보낸 남자는 내팽개치듯 지팡이를 거치대에 꽂아 넣고 의자에 널브러졌다.


“아, 귀찮아.”


전신에 힘을 쭉 빼고 괴상한 자세로 의자와 하나가 되어 있던 남자.


[삶과 노동에 대한 작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소폭 증가합니다.]


“윽!”


또다시 떠오른 창을 애써 무시한 그는 슬그머니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그의 반응이 이상하지 않았는지,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


서서히 사라지는 창의 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이대로는 안 돼.’


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에 지친 남자의 시선이 사무실의 시계로 향했다.


퇴근이 멀지 않았다.


“썽현!”


그때, 괴상한 발음으로 누군가 그를 불렀다.


“아, 선배.”


“또또, 선 긋는다. 이리엘~이라고 부르라니까?”


“네, 이리엘 선배님.”


진하게 긋는 선에 새초롬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등 뒤의 날개를 펄럭였다.


“아, 먼지 날려요. 선배.”


그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 힘차게 날개를 펄럭여 아예 먼지 폭풍을 만드는 이리엘의 모습에 작게 한숨을 내쉰 성현의 손가락이 가볍게 튕겼다.


딱!


그와 동시에 거치대에 꽂혀 있던 지팡이의 상단에 박힌 마석이 빛을 발하고, 이리엘이 만든 기류에 섞여 휘날리던 먼지들이 일제히 사라졌다.


호흡기를 자극하는 먼지 대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은은한 꽃향기.


“에잉!”


사무실 전체로 퍼지는 향긋한 냄새에 이리엘은 펄럭이던 날개를 멈췄다.


“재미없게.”


흥미를 잃은 그녀는 성현의 옆자리에 널브러졌다.


“그렇게 살면 안 돼. 왜 이렇게 사람이 매사에 재미가 없어. 네 행동만 보면 아주 오래된 장생종인 것 같다니까? 고리타분하기는.”


그녀의 핀잔에 어깨를 으쓱한 성현.


“선배님도 천사치고는 너무 자유분방하시죠. 다른 동족들이 뭐라고 안 합니까?”


실제로 규율과 규칙에 집착하는 경향이 강한 천사들은 경찰이나 군인으로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유달리 자유분방한 선배는 날개와 광륜이 없다면 그 누구도 천사라고 생각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의 말을 무시하고 널브러져 있던 이리엘은 무언가 생각난 듯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아, 맞다. 썽현도 들었어?”


“네? 뭘요.”


“이번에 또 각성자 하나가 깽판 쳤데.”


“아....”


“들어보니까, 하필 불을 다루는 스킬(Skill)을 가지고 있어서 피해가 장난이 아니라던데?”


“어휴, 무시무시하네요.”


“그치? 각성자란 것들은 다들 너무 위엄하다니까?”


성현은 부디 거칠게 뛰는 심장의 박동이 그녀에게 느껴지지 않기를 바랐다.


[심리의 상태가 심장의 박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소폭 증가합니다.]










저 멀리 산 너머로 태양이 사라져가고 하늘을 물들인 붉은 석양이 인상적인 저녁.


퇴근 러쉬로 혼잡스러운 지하철과 버스를 피해 여유롭게 걷기를 선택한 성현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람들 속에서 유독 정체를 이루는 구간을 바라보며 미미하게 인상을 찌푸렸다.


‘또 저러고 있네.’


온갖 종족들이 거니는 거리 속에서 눈에 띄게 녹색 피부의 종족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린 스킨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종족 차별을 멈춰라!”


형형색색의 팸플릿을 들고 시위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녹색 피부를 가진 종족들이었다.


그린 스킨(Green Skin).


고블린, 오크, 트롤 등 녹색의 피부색을 가진 종족을 통칭하는 말로, 그린 스킨에 대한 차별은 대통합 이후 한 번도 사라진 적이 없는 대표적인 종족 갈등 중 하나였다.


타종족에 비해 비교적 지성이 떨어지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그들은 모든 무력을 통한 분쟁이 법적인 처벌로 이어지는 현대 법치 사회에 적응하는 것을 힘들어했다.


몬스터 출신 특유의 흉성을 가졌기에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경우가 잦은 그들은 ‘원시적이고 폭력적인 종족’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른 종족들에게 무시당했고 심지어 종족 특성상 종사하는 직업의 사회적 계급이 낮기에 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개중 깨어있는 그린 스킨을 주축으로 시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요새 유독 시위가 잦네.”


최근 들어 시위의 빈도나 규모가 상당히 늘어나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았다.


“....”


예전 같으면 저 정도 규모가 응집되면 흉성을 터트리는 이들이 종종 발생해서 꼬투리를 잡은 경찰에 의해 해산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기이하게도 저렇게 많은 그린 스킨들이 모였음에도 별다른 폭력적인 사태가 벌어지는 일이 거의 없다는 점이 특이했다.


덕분에 강제로 진압하는 것도 불가능해 경찰들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웅!


‘이런!’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던 성현은 갑자기 눈으로 응집되는 마력을 느끼곤, 황급히 그것을 풀어냈다.


다행히 빠르게 고개를 숙인 덕분에 그 누구도 그의 눈동자가 파랗게 빛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아, 제기랄.”


[주술 각인의 시각적 노출을 통한 집단 세뇌 방식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그는 눈앞에 떠오르는 심상치 않은 내용의 창을 애써 무시했다.










‘최근 들어 그린 스킨의 대규모 시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시위대 지도층에서 시위 규모를 계속 확장할 예정이라고 밝혀....’

‘새로운 요정들의 집단 이주 허가가 국회를 통과해....’

‘또다시 각성자에 의해 대규모 테러가 발생....’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내용의 뉴스가 티비에서 흘러나왔지만, 멍하니 그것을 듣고 있는 성현의 머릿속은 다른 일로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미치겠네.”


잠시 아무도 없는 집안을 둘러본 성현은 거리에서 있었던 일처럼 조심스럽게 눈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특성 스킬 <현자의 눈> 발동]


그의 검은 눈동자가 푸른 마력의 빛으로 물들고 완전히 달라진 시야가 눈앞에 펼쳐졌다.


모든 것이 푸르게 보이는 세계.


성현이 우연한 사고로 이 '눈'을 떴을 때, 그 역시 마법사이기에 이 푸른 아우라 같은 것이 마력이라는 사실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마력을 명확히 시각화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도 알 수 있었다.


"...."


그가 무심코 고개를 돌리자, 푸른 세계에서도 유독 진한 푸른빛을 띠는 형이상학적인 푸른 문양들이 곳곳에서 제각각의 패턴으로 빛을 발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마나를 통한 가시광선의....]

[보온 마법의 열 보존....]

[패턴 결합을 통한 다중....]


그와 동시에 떠오르는 알림창들.


성현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복잡하게 마력을 짜올려 만들어진 마법식들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었다.


평범한 마법사에 불과한 본래의 성현이라면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재능은 어느 순간 그의 손에 쥐어졌다.


성현은 알았다.


이 천재적인 재능을 제대로 이용한다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던 벽을 손쉽게 넘어설 수 있다는 것을, 아니 그것을 넘어 진짜 천재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위대한 대마법사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하지만 그는 동시에 알 수 있었다.


"그러면 인생이 불지옥 난이도가 되겠지."


그래서 그는 아무리 막으려고 해도 오히려 자꾸만 늘어나는 그 '지혜'라는 것이 너무 부담스러웠다.


특히, 그 '지혜'가 높아질수록 이 마력을 보는 푸른 눈이 더 강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후로.


"이러다 진짜 큰일 나겠는데."


그는 두려웠다.


언젠가 이 푸른눈 때문에 그가 걸어다니는 재앙, '각성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것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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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격의 상승 24.05.08 83 4 11쪽
29 작전 24.05.07 69 2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4 1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1 2 12쪽
26 의문 24.05.03 75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7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4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1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3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1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7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1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0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1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3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8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8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6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4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3 4 12쪽
9 도주 24.04.13 186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6 3 11쪽
7 낙오 24.04.11 191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4 4 12쪽
5 지옥불 24.04.08 203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3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0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2 6 11쪽
»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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