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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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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89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1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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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추천
3
글자
12쪽

도주

DUMMY

“식물형 마물인 만큼 원본도 식물에 관련된 존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말루트의 말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움직임 자체가 적고 수동적인 면모가 강한 것이 식물형인 만큼 공격적으로 몸집을 불리는 현 상황이 특이한 것이라고 했다.


“숲이나 식물 계통의 지성체들은 외부 자극이 없으면 몇백년이고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가진 힘의 크기나 위험도와는 별개로 그쪽 계통의 지성체는 최초 발견 시 비접촉 관찰이 기본 매뉴얼이었다.


“그리고 그다음이 접촉을 통한 협상이란 말이죠.”


말루트는 어깨를 으쓱했다.


공격적으로 나오든, 온순한 태도를 보이든 그들이 외부와 상호작용을 하기 시작하면 그들의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파견된다.


“보통 ‘정원사’라고 불리는 이들인데, 대부분 저처럼 엘프인 경우가 많죠.”


“그래서 대체 바뀐 계획이 뭐죠? 아니, 마법사님이랑 계획이 바뀐 거랑은 무슨 상관인가요?”


말루트의 말이 길어지자 우리엘의 그의 말을 끊었다.


“거의 다 왔는데....”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은 말루트가 말을 이었다.


“문제는 이번에 등장한 식물형 마물이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나오고 있었다는 겁니다.”


침입자를 공격하는 숲과 정신을 오염시키는 안개.


‘확실히 공격적이기는 했지.’


성현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그동안 접촉 자체를 하지 못해서 일이 길어지고 있었던 건데. 이번에 마법사님이 한 건 하신 거죠.”


말루트의 시선이 성현에게로 향했다.


“네? 제가요?”


당사자인 성현은 의아해했지만, 말루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푸른 화염이요. 그게 마물에게 상당히 위협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안개를 대부분 증발시켜버리고 숲 자체에도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혔다.


“아까 그걸 보면 확실하죠.”


말루트의 말에 성현은 화재를 막기 위해 숲이 일으켰던 거대한 녹색의 해일을 떠올렸다.


“그래서 마물의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 사이, 정원사들이 마물의 의식과 접촉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아, 정말요?”


“네, 그럼요. 애초에 그 접촉을 위해 여기저기서 차출한 이들을 모아 특별 부대를 편성했으니까요. 다만 마법사님 덕분에 일이 굉장히 쉬워진 거죠.”


“그럼 상황이 다 해결된 건가요?”


여전히 식물로 둘러싸인 상황에 약간 의구심을 품고 성현이 물었다.


“네, 저희가 할 일은 끝났습니다. 그래서 결계도 거두고 퇴각하고 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성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근데 왜 저희는 이곳에 갇혀있는 거죠?”


“....”


입을 다문 말루트의 모습에 잠깐 한숨을 내쉰 성현은 손을 들어 그들이 몸을 숨긴 컨테이너의 표면을 쓸었다.


‘언제까지 여기 숨어있을 수 있지?’








조금 전,


“말루트, 퇴로가 막혔어.”


숲을 가로질러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려 달리고 있던 성현은 말루트와 우리엘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보조 마법까지 두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앞서가던 말루트의 옆에서 모습을 드러낸 엘프가 폭언을 터트렸다.


“뭐? 왜?”


“아무래도 이 마물이 우릴 안 보내주려는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는 엘프의 시선이 잠시 자신에게 향하는 것을 성현은 분명히 느꼈다.


‘나 때문인가?’


난처하다는 표정을 짓는 말루트.


“강제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건?”


“무리야. 이 마물의 의식이 지금 우릴 향하고 있어. 당장은 그 푸른 불꽃 때문에[ 피해가 커서 우리 능력을 밀어내고 길을 막는 정도에 그쳤지만, 어느 정도 회복이 끝나면 아까처럼 직접 우릴 공격하기 시작할 거야.”


“망할!”


잠시 인상을 찌푸렸던 말루트의 시선이 우리엘로 향했다.


“선배님, 혹시 헤일로 채널은....”


“안 됩니다. 먹통이에요. 무언가가 방해하고 있어요.”


천사 특유의 통신 수단까지 막혀버린 상황.


“비열한 마약쟁이가 키우던 놈이라 그런지, 집요하기 그지없네요.”


“일단은 몸을 숨기는 것이 먼저일 것 같은데. 이대로 놈의 뱃속에 대놓고 노출되어있는 것은 위험하다.”


엘프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그럼 저 안에 숨는 것이 어떻습니까?”


그리고 우리엘이 반쯤 녹색 식물에 뒤덮여 있지만 여전히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컨테이너를 하나 가리켰다.













그리고 다시 현재,


“큰일 났네. 빨리 빠져나가야 하는데.”


조용히 중얼거리는 말루트.


“그러게요. 마물이 회복을 끝내면 진짜 빠져나갈 방법이 없을 텐데요.”


성현이 맞장구를 쳤지만, 말루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게 문제가 아니라....”


말끝을 흐리는 말루트.


잠시 고개를 들어 모습을 드러낸 다른 엘프들의 눈을 맞추던 그가 우리엘과 성현을 바라보았다.


“사실 아까 말했던 그 ‘접촉’의 결과가 상당히 안 좋게 나왔거든요.”


“아.”


그의 말에 집히는 것이 있는지 작은 탄식을 흘리는 우리엘.


그러나 전혀 이해하지 못한 성현이 고개를 갸웃하자, 우리엘이 설명을 덧붙였다.


“접촉은 해결이 아니라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시행하는 겁니다. 그 식물의 상태와 목적에 따라 공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그리고 지금처럼 결과가 좋지 않아 공존 불가 판정이 내려온다면....”


“내려온다면?”


불길한 울림에 성현이 침을 삼켰다.


“당연히 불순분자로 분류되고 ‘토벌’ 조치가 취해집니다. 지금처럼 조사반이나 대처반이 조직되는 것이 아니라 토벌대가 만들어지는 거죠.”


토벌대.


“저희가 휘말릴 수도 있다는 건가요?”


성현의 물음에 우리엘이 답하려고 할 때, 말루트가 입을 열었다.


“아뇨. 토벌대는 만들어지지 않을 겁니다.”


“네?”


말루트의 눈에 불안함이 깃들었다.


“토벌대가 아닌 ‘토벌자’가 오거든요.”


‘토벌자? 그게 뭐지?’


또다시 의문이 생긴 성현과 달리, 우리엘의 눈이 커졌다.


“뭐? 그들이 움직인다고?”


여태까지 봤던 우리엘의 표정 중 가장 큰 표정의 변화에 성현이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우리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에 성현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었다.


“드래곤이 왜?”


드래곤.


현 지구 최강의 종족이자, 하나하나가 일개 국가의 힘과 맞먹기에 비대칭 전력으로 분류되는 살아있는 재앙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아니, 무슨 드래곤이 이런 일에 나서요.”


성현이 애써 현실을 부정해보려고 했지만, 말루트의 표정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알리고 있었다.


“....”


“정원사가 마물과의 접촉을 통해 얻어낸 정보 중 드래곤의 관심을 끄는 것이 하나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토벌하겠다고 ‘통보’해왔고, 지금은 아마 숲에서 본대가 빠져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말루트는 미안한 표정으로 그의 동족들을 바라보았다.


우리엘을 찾기 위해 동족들의 도움을 요청했었던 그는 그들이 이 일에 휘말린 것에 죄책감을 느꼈다.


“괜찮다. 말루트. 이건 우리도 동의한 일이니까.”


“아니, 메릴. 전부 나 때문에....”


이미 드래곤이라는 재앙에 휩쓸리는 것을 확정된 것처럼, 서로를 위로하는 엘프들을 보며 성현은 말없이 몸을 일으켰다.


‘이미 마력은 다 정상이야.’


충분히 쉬었기에 몸도 멀쩡했다.


그리고 그는 컨테이너의 입구로 다가가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


마물의 감각을 피하려고 엘프들이 설치한 정령 마법이 어느새 푸른 눈을 빛내는 성현의 손에 무력하게 해체되었다.


“마법시님?”


갑작스러운 행동에 그를 부르는 우리엘.


정령 마법이 파훼된 것을 느낀 엘프들의 시선 역시 입구에 선 성현에게로 향했다.


“이대로 있으면 저희는 드래곤의 힘에 휩쓸려 비명횡사하게 될 겁니다. 그럼 그 전에 뭐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성현의 말에 일행들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촤락!


가장 먼저 날개를 펴고 일어선 우리엘.


“물론이죠.”


잠시 서로를 바라본 엘프들도 몸을 일으켰다.


“선배는 혼자 날아서 도망칠 수도 있잖아요.”


유일하게 비행이 가능한 우리엘에게 핀잔을 날린 말루트는 성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곳을 빠져나가려면 마물의 방해를 뚫고 숲을 지나가야 합니다. 혹시 생각해둔 방법이 있습니까?”


아무렇지 않게 은폐 결계를 부순 성현에게 무언가 방법이 있으리라 생각한 말루트.


“일단 한가지 생각나는게 있습니다만.”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프분들이 사용하는 원소화, 그건 마법입니까?”


그리고 알 수 없는 질문을 던졌다.











<지옥불>은 굉장히 강력한 스킬이었다.


다만 그만큼 다루기 까다로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스킬이라는 형식을 빌리지 않았다면 감히 얻지 못했을 특별한 불꽃인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히 스킬이었기에 그것을 다루는 성현에게 직접적인 피해는 주지 않지만, 그 여파만으로도 피해를 받을 만큼 약한 성현에게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당장 내 몸이 여파를 견딜 수 있을 정도가 아닌 이상 내 마음대로 부리는 것은 불가능해.’


그렇기에 아예 통제를 포기하고 원거리에서 단발적으로 쏘아내는 형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현은 조금 전 엘프들을 보며 한가지 발상을 떠올렸다.


종족 특유의 민첩함과는 별개로 자연의 편애를 받는 엘프는 선천적으로 원소 친화력이 굉장히 뛰어나 원소 마법과 정령 마법에 능했다.


그런 그들의 특징이 고스란히 녹아내린 마법이 바로 원소화.


대기의 흐름에 몸을 녹여내 모습을 감추는 것 또한 그런 원소화의 능력 중 하나였다.


‘만약 내가 <지옥불> 그 자체가 될 수 있다면?’


그런 그들의 모습에서 성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발상.


그 발상이 가능하다면 성현은 더 이상 지옥불의 여파를 견딜 필요가 없었다.


성현 자체가 지옥불이 될 테니.


‘문제는 그걸 배울 수가 있냐는 건데....’


그 점에서는 성현에게는 믿는 것이 있었기에 시선이 잠시 허공으로 향했다.


[지혜(90)]


‘정말 말도 안 되네.’


각성자의 시스템이 ‘초월적’이라고 수식하는 지혜(Wiz).


“시작할까요?”


“네.”


성현은 푸르게 빛나는 눈을 부릅뜨고 시범을 보일 엘프를 바라보았다.


“....”


그 부담스러운 눈빛에 작게 한숨을 내쉰 엘프는 천천히 허공에 녹아내리듯 사라지기 시작했다.


대기의 흐름에 몸을 녹여내는 엘프들의 비술.


초월적인 지혜가 깃든 현자의 눈이 그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대기의 흐름이 가지는 마법적 현상....]

[신체와 마력의 동화....]

[자연에 흐르는 마력의 성질....]


수많은 깨달음이 이어졌고, 조금씩 증가하던 지혜가 또 한차례 성장했다.


[지혜(91)]


평소 반사적으로 깨달음을 억누를 때와는 달랐다.


각성자라는 사실이 싫어서, 들키고 싶지 않아서, 눈에 띄고 싶지 않아서, 온갖 이유를 대며 달갑지 않은 깨달음의 순간에서 눈을 돌렸다.


그나마 주술과 지옥낭송나무에 당하고 쓰러져 버린 동료의 모습에 자극받아 무뎌져 가던 마법을 다시 다듬었지만, 그때조차도 깨달음 자체는 거부감을 느꼈다.


‘내가 영혼을 잃은 게 아니니까.’


안타까움과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평범한 이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품었고 그렇기에 스스로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나 정말 이기적이네.'


그러나 지금 성현은 자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하자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성자라는 꼬리표가 붙든, 붙지않든 살기 위해서는 해야했고,


띠링! 띠링!


마침내 그가 외면해 왔던 지혜 91짜리 깨달음이 몰아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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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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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8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5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2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4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2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8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2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2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3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4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9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9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7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7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4 4 12쪽
» 도주 24.04.13 189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7 3 11쪽
7 낙오 24.04.11 193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6 4 12쪽
5 지옥불 24.04.08 207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5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2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5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6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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