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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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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97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26 13:05
조회
108
추천
3
글자
11쪽

가시나무와 주술사

DUMMY

쾅!


거친 충돌음과 지상에 내려꽂힌 가시나무 줄기 덩어리가 흩어지고 그 안에서 성현과 꼬마 고블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침입자다!”


“누구냐!”


“비상!”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란에도 성현의 푸른 눈은 그의 앞에 선 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느껴지는 주력이 조금 전 가시나무를 막아선 주력과 일치하는 남자.


‘고블린.’


그는 꼬맹이와 같은 고블린 남성으로 목에 걸린 뼛조각과 누더기 같은 로브를 뒤집어쓴 전형적인 주술사의 외형을 한 이였다.


“힝!”


그는 핏발이 선명한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그 모습에 두려움을 느낀 것인지 꼬맹이가 성현의 뒤에 숨었다.


믿을 것이 그밖에 없었기에.


‘으음....’


다만 정작 성현은 생각보다 강한 반동에 속으로 침음성을 삼키고 있었다.


스킬의 보조로 각인을 새기고 주술을 발동하기는 했지만, 주술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 때문에 반작용이 만만치 않았다.


당장 전신에 새긴 각인이 성현의 의지를 벗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각인을 통해 불려 온 가시나무의 령(靈) 때문이지만.


‘이왕 불려 왔는데 협조 좀 하라고.’


주술이 성법과 유사한 이유.


신의 힘을 빌리는 성법처럼 자연령의 힘을 빌리는 주술은 어떤 계승에 따르냐에 따라 힘을 빌릴 수 있는 자연령이 달랐다.


성현의 경우는 가시나무 부족의 수호령이 불려 왔는데, 문제는 성현에게 령을 불러올 각인과 주력은 존재했지만, 그 령과 정식으로 계약을 나눈 주술 혈통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심지어 성현이 령의 힘을 조금 빌려 쓰는 3급이 아닌, 령의 직접 강령이 가능한 5급 주술사라는 점이 더 문제를 키웠다.


추적 주술을 사용하기 위해 각인을 매개로 강령한 가시나무의 령이 당장이라도 성현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고 그것을 성현은 압도적인 지혜(Wiz)의 도움으로 주력을 통해 강제로 령을 자신의 각인에 붙잡아 두고 있었다.


“으응?”


성현의 팔을 붙잡고 있던 꼬마가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지는 기묘한 꿈틀거림에 의문을 표한 순간, 사방에서 고블린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침입자!”


“죽여라!”


괴성을 지르며 우르르 모여드는 고블린들.


그사이 힘겹게 령을 억누른 성현은 서둘러 주변을 살폈다.


그와 꼬맹이가 떨어진 곳은 외곽지대의 한 창고.


버려진 곳인지, 곳곳에 먼지가 쌓인 창고에는 기이한 빛깔의 문양이 사방을 뒤덮고 있었다.


명백히 의식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


주변을 훑던 성현의 시선이 주술사의 뒤쪽으로 향했다.


“!”


그리고 발견한 익숙한 얼굴들.


다만 문제가 있다면 그들이 붉은 꼬챙이에 복부가 꿰뚫린 채로 허공에 매달려 있다는 것이었다.


어떤 의식을 벌이고 있었던 것처럼 제단의 위에 매달려 피를 빼앗기고 있는 이들.


고블린 부부를 제외하고도 다른 고블린이나 오크, 심지어 트롤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고 덕분에 꼬챙이를 따라 흐르는 피의 양이 심상치 않았다.


다행히 성현에 비하면 시력이 월등히 떨어지는 꼬마는 아직 그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 같았다.


“눈 꼭 감아.”


성현의 푸른 눈이 그 꼬챙이에 눈앞의 주술사가 가진 주력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성현은 꼬맹이를 뒤에 숨기며 입을 열었다.


“이봐. 주술사.”


성현은 먼저 정보를 얻기 위해 그를 향해 말을 거는 한편, 강제로 복속한 가시나무의 령을 이용해 발아래로 은밀히 줄기를 뻗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의 반응은 성현의 예상과는 달랐다.


‘아래!’


일순간 그 고블린 주술사에게서 주력이 터져 나오고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서 피를 뽑아낸 것인지, 지면 곳곳에 형성되어 있던 피 웅덩이가 그의 손짓과 일제히 날카롭게 일어나며 사방의 모든 것을 꿰뚫었다.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주변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고블린을 꿰뚫은 붉은 송곳.


발밑으로 뽑아낸 가시나무로 송곳을 방어한 성현의 노력이 무색하게 명백히 성현보다 주변의 고블린을 노린 듯 솟구친 수많은 피의 송곳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송곳을 통해 피가 빨려 나간 고블린들이 말라비틀어졌고 한층 더 흉흉해지는 기세와 비릿한 피의 냄새가 주변을 잠식했다.


“방해자, 죽여라.”


여태 아무런 말도 없다가 이상한 말투로 딱 한 마디 던진 주술사.


그 어색한 모습에 성현의 인상이 잠깐 찌푸려진 순간, 사방에서 피의 송곳이 성현과 꼬맹이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것에 반응해 주력을 끌어올린 성현.


전신의 각인이 한 차례 빛을 발하고 그곳에서 자라난 수많은 푸른 가시나무의 줄기가 요동치며 피의 송곳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나무줄기에 막혀 부서진 송곳의 파편이 튕겨 나가고, 형태가 무너진 송곳 파편은 다시 핏물로 변해 주변에 고였다.


널리고 널린 피가 주술사의 주술로 인해 끊임없이 송곳의 형태로 성현을 향해 쏟아졌고, 성현의 몸에서 자라난 가시나무는 쉴 새 없이 요동치며 그 모든 송곳을 튕겨내고 있었다.


서로의 주력을 깎아내리는 단순한 소모전.


‘왜지?’


이런 상황을 유도당한 성현은 의문을 숨길 수가 없었다.


아무리 반쪽짜리라도 성현은 5급, 저 고블린은 4급.


성현과 달리 그보다 경지가 낮은 고블린은 성현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 확인할 수는 없어도, 성현이 자신보다 더 높은 경지의 주술사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송곳을 쏟아내며 단순한 소모전을 벌이는 이유가....


‘저건가?’


성현의 시선이 잠시 그의 뒤에 있는 제단으로 향했다.


마치 시간을 끄는 것 같은 주술사의 모습에 성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는 이런 얄팍한 수작에 어울려줄 용의가 없었다.


한순간에 힘껏 주력을 짜낸 성현은 그 모든 주력을 각인에 밀어 넣었고 그러자 한층 더 환하게 각인이 빛남과 동시에 이전과 비교도 할 수 없는 거대한 굵기의 가시나무가 폭발적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주력을 이용한 강압적인 통제를 포기하고 그저 막대한 주력을 각인에 쏟아붓는 성현.


강령으로 불려 왔던 가시나무의 령은 그 모든 주력을 집어삼키며 그 진신의 일부를 이 자리에 현계하기 시작했다.


비록 본체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명백히 실체를 가지고 불려 온 가시나무.


그 위험해 보이는 모습에 고블린 주술사가 아예 핏물 전체에 주력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모습에 성현의 푸른 눈은 호선을 그렸다.


“미안하지만 상성 상 넌 절대 못 이겨.”


가시나무의 거부반응으로 기껏 만들어둔 각인이 부서지고 그러면서 피부가 찢어지고 있었지만, 성현은 웃음을 터트렸다.


애초에 이 전투의 결말은 저 고블린의 주술이 피와 관련되어 있을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


꼬맹이의 부족이 섬기는 가시나무는,


“피를 마시는 나무거든.”


이젠 성현의 통제를 완전히 벗어난 가시나무는 어느새 주변에 고인 핏물로 그 줄기를 뻗었고 줄기에 뾰족뾰족 자라난 가시가 핏물을 빨아먹기 시작했다.


생명체의 가죽을 뚫고 피를 빨아먹기 위해 뾰족하게 변한 가시를 가진 가시나무는 고블린 주술사가 다루던 피를 미친 듯이 먹어 치웠고, 그와 함께 성현에게서 받은 막대한 주력이 더해지자,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오....”


모든 마력을 변환시켰던 주력을 가시나무를 향해 모두 쏟아낸 성현은 그사이 <용의 심장>이 새로 생산한 마력을 이용해 공중으로 몸을 띄웠다.


그에게 불려 왔어도 이제는 통제를 벗어난 가시나무가 피 맛을 보더니 무차별적으로 사방을 휘젓기 시작했고 그 대상에는 성현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소환했는데....”


약간의 섭섭함을 느끼던 성현은 전신의 각인이 부서지고 그 여파로 피부가 찢어지며 흘러나온 피가 가시나무에게로 스며들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어쩐지 지나치게 활력이 넘친다 했더니....”


<용의 심장> 스킬이 생긴 이후, 성현의 피는 아주 특별하게 변했고 덕분에 가시나무가 왜 저렇게 지나치게 생기가 넘쳐 보이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성현의 시선이 어느새 가시나무의 폭발적인 성장을 막아선 고블린 주술사 쪽으로 향했다.


상성 상 최악의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피를 가공해 만든 칼날로 가시나무를 베어 가르며 막아선 주술사는 계속해서 사용할 피가 사라져 칼날을 만들지 못하게 되자, 이번엔 자기 피까지 섞어가며 칼날을 쏘아댔다.


어떻게든 제단을 지키겠다는 의지.


“근데 말이야.”


그 모습을 보던 성현은 푸른 눈을 빛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 까먹은 거 있지 않냐?”


성현의 시선이 주술사의 뒤쪽에 매달려 있는 제물들 쪽으로 향했다.


고블린 부부가 꽂혀있는 꼬챙이 사이에서 조용히 몸을 일으키는 고블린 꼬맹이.


놀랍게도 꼬맹이의 볼에 주술 각인이 반짝일 때마다 주변의 가시나무가 꼬맹이를 돕고 있었다.


“....”


이제 겨우 각인 하나, 1급도 채 되지 못하는데도 그저 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호의적인 가시나무의 모습에 성현은 어이가 없었다.


꼬맹이의 부탁에 꼬챙이를 부수고 제물로 이용되던 이들을 풀어주는 가시나무.


한쪽에서는 피를 거의 모두 소모한 고블린 주술사가 저항할 힘을 잃고 목숨을 잃기 직전으로 보였다.


그러자 성현은 서서히 고도를 낮춰 고블린 주술사의 앞에 내려섰다.


본인의 피까지 잔뜩 뽑아 쓴 덕분에 제대로 의식도 차리지 못하는 주술사.


그런 그를 집어삼키려 드는 가시나무.


성현은 그들 사이로 발을 내밀었다.


“그만.”


성현은 푸르게 빛나는 눈으로 몰려드는 가시나무의 줄기를 노려보았다.


“여기까지야.”


그러자 격렬한 요동과 함께 성현을 노리고 뻗어오는 줄기.


그것을 향해 가볍게 손가락을 내밀었고,


<지옥불>


모든 것을 불사르는 지옥의 불꽃이 그 손가락 끝에서 피어올랐다.


화륵!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가시나무의 줄기.


불꽃에 채 닿기도 전에 불타버린 줄기의 모습에 성현을 노리던 가시나무의 줄기가 황급히 모두 거둬졌다.


어느새 머리카락 곳곳이 불꽃으로 변해 일렁이는 성현의 모습에 거리를 벌리는 가시나무.


[■■■■■!]


머리를 파고드는 염파에 성현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아까 내가 그렇게 말을 걸 때는 무시하더니 이제 와서 시끄럽게 뭐라는 거야?”


각인을 모두 잃은 성현은 더 이상 가시나무의 정신과 연결이 불가능했다.


애초에 연결할 수 있었을 때도 나무가 거부했기에 한 번도 교감해 본 적이 없는 성현은 뜬금없이 쏟아지는 염파에 짜증만 치솟았다.


[시끄러워!]


지옥불의 열기가 가득 담긴 성현의 마력이 의지를 품고 쏘아지자, 화들짝 놀라 움츠러드는 가시나무.


‘이제 어떡하지? 전부 불태워야 하나?’


주변을 뒤덮은 가시나무의 모습에 성현이 잠시 고민에 잠기려던 그때, 익숙한 기척이 앞의 가시나무 사이에서 빠져나왔다.


“꼬맹이!”


“아저, 아니 형!”


“부모님은?”


혼자 나타난 그의 모습에 묻자, 뒤쪽을 가리키는 꼬맹이.


“저기 나무가 지켜주고 있어.”


“아, 응.”


미묘하게 변하는 성현의 얼굴.


자신보다 더 알차게 써먹는 꼬맹이의 모습에 새삼 주술은 혈통빨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재수 없는 나무. 빨리 불태워 버려야지.’


성현이 어떻게 예쁘게(?), 흔적도 없이 불태워 버릴지 고민하는 사이 꼬맹이가 입을 열었다.


“어, 나무님이 말 좀 전해달라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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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작전 24.05.07 71 2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8 1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3 2 12쪽
26 의문 24.05.03 75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8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6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2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4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2 4 11쪽
»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9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2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2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3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4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9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9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7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7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5 4 12쪽
9 도주 24.04.13 189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8 3 11쪽
7 낙오 24.04.11 194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7 4 12쪽
5 지옥불 24.04.08 207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5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2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5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7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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