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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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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693
추천수 :
99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05 16:10
조회
245
추천
5
글자
11쪽

오크나무(?)

DUMMY

[.....의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소폭 증가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뜬금없는 상황에서 성현의 눈앞에 떠오르는 알림창.


그러나 한가지 변한 것이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짜증스러운 태도로 그것을 무시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대체 그 ’금단의 깨달음‘이라는 게 뭐지?’


‘아주 낮은 확률은 대체 어느 정도의 확률인데?’


계속해서 성현의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온갖 걱정들이 그를 자꾸만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영혼에 영향을 끼친다는 무시무시한 문구는 그런 불안감을 더욱 자극했다.


각성자가 된 것도 서러운데, 상당히 위험해 보이는 스킬까지 얻었다는 것에 성현은 억울함을 느꼈다.


애써 긍정 회로를 돌려 별거 없는 안전한 스킬이 나왔을 거라 무작정 기대했기에 더욱 억울했다.


“후....”


“응?”


성현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한숨을 거세게 내뱉자, 그런 그의 모습이 의아했는지, 맞은편에 있던 동료가 말을 걸었다.


“성현 씨, 오늘 어디 아파요?”


“네? 아뇨. 괜찮아요.”


“근데 안색이 너무 나쁘네요. 좀 쉬셔야 할 것 같은데....”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보는 그녀.


“하하, 괜찮습니다. 그냥 조금 피곤해서 그런 거예요.”


“힘들면 오후 민원은 저 혼자 다녀올 수 있어요.”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물론 성현으로서는 깨달음을 얻을 확률이 더 높은 외부 활동을 피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업무에 지장을 줄 수는 없었다.


‘안 그래도 눈치 보이는데.’


늘 각성의 가능성을 가진 순혈의 인간인 성현이 다른 종족들의 불편한 시선을 받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그가 진짜로 각성자가, 그것도 위험한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되어버린 이상 되도록 시선 끌 일은 피할 필요가 있었다.


‘조용히 다니자.’


먹고 살기 위해서는 그럴 필요가 있었다.


특히 언제 터질지 모르는 순혈의 인간이라는 이유로 민간 취직이 쉽지 않은 성현에게 어렵사리 들어온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너무 중요했다.












“에구, 고마워. 총각.”


“하하, 아니에요. 찾으시는 게 이거 맞으시죠?”


성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풍스럽게 생긴 반지를 건넸다.


“내가 젊었을 때, 우리 영감이 선물한 건데, 산책하러 갔다가 잃어버리는 바람에 얼마나 마음이 졸였는지 몰라.”


연신 고맙다는 민원인은 말투만 들었을 땐 완전히 할머니 같지만, 정작 눈앞에 있는 분의 외형은 기껏해야 중년의 여성에 불과해 보였다.


유달리 도드라진 뾰족한 귀.


장생종인 엘프의 피가 섞인 하프 엘프인 그녀는 단생종과 오래 살아서 그런지 정신적 나이가 상당해 보였다.


“수고했어요. 성현 씨.”


할머니 아닌, 할머니 같은 하프엘프 여성이 돌아가자, 함께 민원 처리를 위해 나왔던 동료인 마리안이 성현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마법사가 있으니 여러모로 편하네요.”


“그런가요?”


“솔직히 잃어버린 물건 찾기 같은 건 보통 분실물 등록 정도가 끝이니까요. 성현 씨처럼 탐색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법사가 아니라면요.”


“하하, 마법사의 수가 조금 적기는 하죠.”


계속되는 칭찬에 부담스러움을 느낀 성현은 애써 말을 돌렸다.


“일단 조금 서두를까요? 이러다 늦겠어요.”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있어 잠시 잃어버린 반지를 찾는 시민을 도와준 것인데, 생각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조금 아슬아슬해졌다.


“아, 그럴까요?”


고개를 끄덕인 마리안이 먼저 앞으로 치고 나가는 것을 보이자, 마력을 끌어올렸다.


“작은 바람의 축복.”

<순풍의 가호>


지팡이의 끝이 살짝 빛나고 짧은 영창과 함께 발현된 보조 마법이 몸에 깃들자, 성현도 서둘러 마리안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수인인 그녀의 속도에 맞추려면 보조 마법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가볍게 달리는 그녀와 달리, 보조 마법의 도움을 받아서 간신이 그녀와 속도를 맞춘 성현은 목적지에 도착하자, 힘겹게 숨을 몰아쉬었다.


“후욱! 후!”


“괜찮아요?”


보조 마법의 도움도 없이 생으로 달려왔으면서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마리안의 걱정에 호흡을 고르던 그는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그러자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리던 마리안은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동사무소에서 나오셨죠?”


“아, 네. 안녕하세요. 저는 마리안입니다. 이쪽은 이성현이고요. 민원인이시죠?”


“네. 무낙쿠입니다.”


독특한 형식의 이름.


그러나 그의 종족을 생각해보면 그리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크치고는 상당히 차분하시네.’


호흡을 고른 성현이 슬쩍 민원인을 살폈다.


녹색의 피부나 우락부락한 몸은 명백히 오크다웠으나 정장과 얇은 안경을 쓴 그의 모습은 상당히 이지적으로 보였다.


“그럼 접수 당시 말씀하셨던 ‘그’ 나무는요?”


“아, 이쪽입니다.”


그의 안내를 받아 움직이던 마리안과 성현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나서도 의아함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냥 가로수잖아?’


무낙쿠라는 오크가 가리킨 것은 그저 길가에 흔한 가로수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 나무가 수상하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의아한 표정으로 그와 대화를 나누던 마리안의 시선이 성현에게로 향했다.


마법사인 그는 뭔가 다르게 느끼는 것인지 알고 싶은 듯했지만,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 성현의 표정도 그녀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뭐가 문제라는 거지?’


그런 그들의 표정을 본 무나크는 안경을 고쳐 쓰고는 나무를 가리켰다.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오크나무입니다.”


“네? 오크나무요? 그런 게 왜 여기 있어요? 착각하신 건 아니겠죠?”


그의 말에 놀라는 마리안.


원래 오크나무는 이름 그대로 오크가 키우는 나무로, 오크들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 나무였다.


정말 이것이 오크나무라면 가로수 따위로 이용될 리가 없었다.


“예, 확실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정장을 입은 오크가 또다시 안경을 고쳐 썼다.


“제 몸에는 주술사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요. 주술을 따로 익힌 것은 아니지만 원시적인 수준의 주술은 대충 쓸 줄 압니다. 그리고 제 주술사로서의 감이 이것이 오크나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고요.”


확신한다는 그의 말에 성현은 조심스럽게 나무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오크나무라....’


원래 오크나무는 오크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귀중한 나무였다.


각 오크마다 오로지 한 그루만 키운다는 오크나무는 주술적인 의미로 그 주인 되는 오크와 묶여 있는데, 나무가 성장할수록 오크는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오크들은 자기 나무를 성장시키기 위해 다른 생명을 잡아 거름으로 이용했다.


여러 생명을 제물로 오크나무가 성장하면 그와 연결된 오크가 더 강해지고 더 강한 제물을 잡아 나무를 성장시키는 선순환.


오크들이 매일같이 투쟁을 벌였던 이유도 오크나무에 사용할 거름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다만 오크들이 현대 사회에 편입되며 오크나무는 대부분이 사라진 상태.


애초에 키울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을뿐더러, 제물의 생명을 바쳐 성장시키는 것이 이곳에서는 불가능했다.


엘프들이 세계수의 은총을 다른 종족과 공유한 것처럼, 오크들이 양보해야 했던 것 중 하나였다.


오크나무를 키우지 말 것.


‘그런데 이제 와서 오크나무라....’


고민에 잠겨 있던 성현의 시선이 나무 주변으로 이어졌다.


‘근데 왜 주력이 느껴지지 않지?’


오크나무는 강력한 주술적 매개체. 당연히 주력이 느껴져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현은 나무에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주술사의 피가 흐른다는 무낙쿠만이 이것이 오크나무라고 확신할 정도로 무언가를 느꼈다.


‘결국 둘 중 하나겠네.’


무낙쿠가 거짓말을 했거나, 아니면....


마리안와 무낙쿠가 나무에 대해 토론하는 사이 성현은 슬쩍 몸을 돌려 그들을 등졌다.


[특성 스킬 <현자의 눈>]


그리고 그의 두 눈동자가 파랗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삼라만상을 꿰뚫어 본다는 현자의 눈이 그에게 깃들고 그제야 그는 나무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명의 가공에 대한 깨달음....]

[주력의 근원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현상에 대한....]

[법칙에 관여하는 신비의....]


그리고 쏟아지는 알림창.


그러나 평소와 달리 성현에게는 그것들에게 시선을 둘 여유가 없었다.


‘저게 뭐야!’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검붉은 주력이 나무를 휘감고 불타오르고 있었고, 기괴하게 뒤틀린 나무에는 수많은 열매가 맺혀 있었는데, 그 붉은 열매의 표면은 마치 사람의 얼굴처럼 생긴 것이 자라나 기묘한 소음을 흘리고 있었다.


‘우우우....’


“윽!”


황급히 스킬을 종료한 성현이 머리를 붙잡고 쓰러지자, 놀란 마리안이 그에게 다가왔다.


“성현 씨! 무슨 일이에요!”


‘토할 것 같아.’


점차 흐려지는 시야로 놀란 마리안의 얼굴을 확인한 성현은 흐려지는 의식에 저항하지 못하고 이내 정신을 잃었다.










“으악!”


성현은 비명을 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어?”


황급히 주변을 둘러본 그는 자신이 병실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쓰러진 건가?’


천천히 기억을 더듬던 그는 기절하기 전에 보았던 나무를 떠올리고 잘게 몸을 떨었다.


“그건 대체 뭐지?”


분명 길가의 평범한 가로수처럼 보였던 것이 눈을 사용하자, 마치 지옥에서나 서식할 법한 기괴한 나무로 보였다.


“....”


그의 스킬이 가진 능력을 생각해본다면 분명 그것이 숨겨진 원래 모습이리라.


성현은 대체 그런 나무가 왜 가로수로 위장해 도로 옆에 존재하는 것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나무를 가리고 있었던 주술.


‘최소 5급 이상의 주술이었어.’


그의 수준이 낮아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의 눈을 통해 확인한 은폐 주술은 분명히 5급 이상의 것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지?”


성현은 알 수 없는 일에 휘말린 것 같아 불안함을 느꼈다.


‘그냥 모른 척할 걸 그랬나?’


그는 수상하다는 이유로 스킬을 사용했던 과거의 자신을 반성했다.


이상하게도 호기심이 치밀어 오르는 바람에 사고를 친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나무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과도한 정보량과 끔찍하게 강력한 무언가를 관측한 여파로 쓰러지는 바람에 마리안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 건은 저희 쪽으로 넘어왔습니다.”


“어?”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성현의 시선이 황급히 옆으로 향했다.


그러자 언제 병실에 들어온 것인지 처음 보는 남자가 그곳에 서있었다.


“누구시죠?”


“안녕하세요. 이성현 마법사님. 저는 이수대 3팀 소속 우리엘 형사입니다.”


새하얀 날개와 광륜.


‘천사.’


그것도 세 쌍의 날개를 가진 중급 천사로 보이는 그는 차가운 표정과 말투로 전형적인 천사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이수대라는 말에 성현은 조용히 침을 삼켰다.


이능범죄수사대, 줄여서 보통 이수대라고 불리는 그곳은 마법, 주술, 초능력 등 모든 이능으로 이루어지는 범죄를 담당하는 수사기관으로 마법사인 성현에게는 전혀 마주치고 싶지 않은 이들 중 하나였다.


‘특히 각성자가 된 지금은 더더욱!’


성현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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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격의 상승 24.05.08 87 5 11쪽
29 작전 24.05.07 74 3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73 2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7 2 12쪽
26 의문 24.05.03 78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9 3 11쪽
24 위험한 24.05.01 91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9 3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6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8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5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10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5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5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9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7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52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51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70 4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9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7 5 12쪽
9 도주 24.04.13 191 4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91 3 11쪽
7 낙오 24.04.11 196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8 4 12쪽
5 지옥불 24.04.08 210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8 4 11쪽
» 오크나무(?) 24.04.05 246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7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34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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