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42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11 14:35
조회
191
추천
3
글자
12쪽

낙오

DUMMY

“...라고 하기는 했는데, 이건 조금 과한데?”


성현은 눈앞에 펼쳐진 난장판을 보며 중얼거렸다.


본래 항구를 통해 들여온 물건들을 적재하던 창고지대였던 곳은 곳곳에서 자라난 거대한 식물의 줄기로 뒤덮혀 이미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기껏해야 줄기 사이사이로 보이는 컨테이너 조각만이 이곳이 어떤 곳이었는지를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곳곳에 보이는 꽃에서 흘러나오는 녹색 안개가 사방에 퍼져있었다.


“조심하세요.”


어느새 날개를 펼친 우리엘이 은은한 신성력을 흘리며 성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축복을.”


간단한 기원과 함께 작은 빛이 서리는 성현의 몸.


“감사합니다.”


[신성 속성의 마나....]


익숙하게 알림을 무시하고 살짝 고개를 끄덕인 성현.


그의 축복이 대기 중에 떠도는 것이 체내로 침입하는 것을 막아주고 있었다.


“저 녹색의 안개는 유독 농도가 높은 지역이지, 사실상 이미 어느 정도는 사방에 다 퍼져있습니다.”


모든 부정을 정화하는 성스러운 빛을 두른 우리엘이 앞장서서 녹색 안개의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쪽에서 커다란 신성이 느껴집니다. 아마 제 동족과 사제들이 모여있는 곳이겠죠. 일단 그쪽에 합류합시다.”


“....”


아무렇지 않게 안개 안으로 들어가는 우리엘의 뒤를 따라 성현도 안개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어라? 여긴 어디?”


길을 잃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걸음을 멈춘 성현은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온통 녹색 안개로 뒤덮여 있기에 제대로 시야를 확보할 수가 없었다.


“우리엘 형사님? 형사님!”


분명 앞장서서 걸어가던 우리엘의 실루엣을 따라 움직였는데, 어느 순간 그 실루엣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현은 불안한 마음에 우리엘을 열심히 불러봤지만, 주변에는 불길한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아, 왜 이렇게 요즘 되는 일이 없지?”


작게 한숨을 내쉬고 주저앉은 성현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스킬을 발동했다.


[특성 스킬 <현자의 눈>]


이제는 아예 푸르게 변한 눈에 마력의 빛이 깃들고, 삼라만상의 이치를 꿰뚫는 현자의 눈이 주변의 안개를 분석하기 시작했다.


‘역시 이 안개 때문인가?’


시선을 내리니 시간이 지나 확실히 처음 때보다 많이 약해졌지만,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우리엘의 축복이 보였다.


놀랍게도 환각, 혼란, 감각 둔화 같은 온갖 상태 이상을 유발하는 이 안개는 어느 정도 신성력의 영향을 무시했다.


“아니, 정확히는 디버프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해야지.”


본래 독과 약은 한 끗 차이.


모든 부정을 막아주던 축복이 안개가 가진 몇몇 효능을 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했기에 성현의 몸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막지 않았다.


결국 완전히 안개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성현은 신성력이라는 명확한 기준점을 가진 우리엘과 다르게 안개에 비치는 우리엘의 실루엣이라는 불명확한 기준을 따랐고,


“이 꼴이 됐네.”


감각에 교란이 있다.


‘그냥 스킬을 쓸 걸 그랬나?’


잠시 한탄하던 성현은 고개를 저었다.


이미 거의 각성자로 낙인이 찍혔지만, 증거물 불충분(?)으로 대기 상태인 성현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엘을 각성자 관리국의 감시자라고 생각했고, 덕분에 스킬의 발동이 꺼려질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대로 가다간 각성자로 등록되겠지만, 성현은 피할 수 있을 때까지는 피하고 싶었다.


깜빡!


“이런.”


우리엘의 축복이 잠시 반짝이자, 지속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챈 성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은 스킬의 힘으로 시각에 생긴 교란은 해결했지만, 애초에 우리엘의 축복이 안개의 효과 대부분을 걸러냈기에 가능한 일었다.


축복이 사라진다면 안개의 영향을 온전히 막아낼 수가 없었다.


‘침착하자.’


성현은 가장 먼저 상황부터 확인했다.


‘멀쩡한 건 시각뿐인가?’


스킬 덕분에 특별한 힘이 깃든 눈과 달리 다른 감각기관은 안개의 영향으로 뒤틀리고 왜곡되어 있었다.


‘마력은 4.’


본래 3이었던 성현의 마력은 기존에 했던 노력과 병실을 태우고 흡수한 지옥불 덕분에 4가 되었다.


‘지혜랑 비교하는 바람에 무시했지만 3일 때와는 또 달라.’


이론상 이 정도 마력량이면 무리해서 4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로 아는 마법이 없는 성현에게는 의미가 없었다.


민간에 풀린 마법은 3급까지가 전부, 그나마도 제대로 된 전투용 마법은 시중에 풀리지 않아, 예전 군대에서 구했던 마법서에서 익힌 것이 다였다.


그러나,


[지혜(88)]


그새 또 성장한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지혜 스탯과,


엑스트라 스킬 <지옥불>


명백한 전투용 스킬 하나.


그가 이런 상태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둘.


하나는 마법으로 스스로를 보호해 안개의 접촉 자체를 최대한 막아내면서 가만히 우리엘이 찾으러 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엘이 성현을 찾으러 올 의사가 있을지 따지기도 전에 그가 이 숲에서 자신을 찾을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전제로 했다.


'우리엘 형사의 성법으로도 안개의 영향을 막지 못했어.'


그러므로 탈락.


두 번째는,


“미친 듯이 날뛰어서 나를 찾아올 수밖에 없도록 하는 거지.”


딱!


손가락을 튕겨 손끝에 푸른 불꽃을 피워올린 성현은 손끝에서 시작된 열기가 주변의 안개까지 증발시켜 버리는 것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히 별문제 없네.”


자그마치 88짜리 지혜(Wiz)의 보정을 받는 성현의 마법은 안개로 인해 혼란스럽게 변한 감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어려움 없이 발현되었다.


'이대로 안개를 거둬내면....'


치익!


성현의 마력을 먹고 점차 크기를 불려나가는 푸른 불꽃의 구체의 열기로 인해 주변의 안개가 빠르게 증발하기 시작했다.


안개가 사라지며 드러나기 시작한 주변의 풍경.


온통 녹색의 식물로 뒤덮힌 숲의 한복판에서 성현은 조금 전부터 느껴지던 위화감에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환각인가?”


주변을 휘감고 있는 식물의 줄기들이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나 감각의 교란 때문에 착각한 것인지 고민했지만,


“그럴 리가 있나!”


다른 감각과 달리 처음부터 원래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활성화된 시각에 문제가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증명하듯, 갑자기 옆에서 휘둘러지는 거대한 녹색 식물의 줄기.


‘방패!’


황급히 마력을 뭉쳐서 방패를 빚어냈다.


쾅!


성인 남성의 허벅지만 한 줄기가 성현이 만들어낸 마력 방패를 강타하고 그로 인한 충격으로 성현은 뒤쪽으로 밀려났다.


마력 방패가 당장이라도 깨질 것처럼 불안정해졌지만, 그 덕분에 대부분의 충격을 흡수한 상태.


비록 밀려났지만 별다른 충격이 없었던 성현은 재빨리 마력을 끌어올려 마법을 짜냈다.


전투가 시작되며 각성 상태에 돌입한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마력을 통제했다.


고유 스킬 <지혜로운 마법사>


지혜에 비례해 전반적인 마법 발현 능력을 상승시키는 스킬이 그런 성현을 보조했고 초월적인 지혜(WIz)는 그 값을 톡톡히 해냈다.


‘아....’


성현의 두 눈이 찬란한 푸른빛을 발하고 그의 뜻에 따라 쪼개진 마력이 정교하게 마법식을 형성했다.


들고 있던 불덩이를 중심으로 눈 깜짝할 사이 완성된 마법.


<화염 강타>


불꽃을 뭉쳐 쏟아내는 3급 마법이 다시 한번 휘둘러지던 식물의 줄기를 그대로 불살랐다.


<지옥불>의 영향으로 푸르게 변해버린 화염은 그 어떤 저항도 용납하지 않았고 순식간에 타오른 줄기는 녹아내리듯 사라져 버렸다.


줄기를 녹이고 지면에 떨어진 불덩어리는 그대로 푸른 불꽃을 피우며 주변을 불태워가기 시작했다.


“어?”


아직도 부족하다는 듯, 빠르게 주변을 불태우며 번지기 시작한 불꽃은 주변에 산재한 식물을 타고 빠르게 퍼져나갔다.


순식간에 불바다가 되어버린 숲.


일반적인 불꽃보다 훨씬 고열을 띈 푸른 불꽃에 안개가 증발하고 지면이 녹아내렸다.


주변을 뒤덮고 있던 식물이 불타며 드러난 컨테이너들도 그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함께 녹아내렸다.


바닥에는 녹아내린 대지가 흐르고 안개가 증발한 곳에는 고열에 의해 일그러진 대기가 아지랑이를 피워올렸다.


“....”


고작 3급 마법 하나에 의해 벌어진 작은 지옥도에 성현은 입을 다물었다.


비록 <지옥불>이 그의 스킬이기에 주변의 푸른 불꽃은 그에게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지면을 흐르는 용암이나 건조하다 못해 메말라 버린 대기까지 영향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건조해진 입을 애써 침으로 적신 성현은 제 발밑까지 흘러오는 용암을 피해 서둘러 발을 움직였다.


‘이거 망한 거 같은데?’









“마법사님?”


우리엘이 성현의 부재를 깨달은 것은 이미 신성력으로 구축된 결계에 도달했을 때였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뒤에 있었는데?’


결계에 도착하자, 마치 가려졌던 것이 깨어나듯 감각이 선명해졌고 그와 동시에 그는 성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선배!”


마침 우리엘을 발견한 말루트가 다가왔다.


“설마 그냥 안개를 지나쳐 오신 건가요?”


“네.”


말루트의 시선이 우리엘의 전신을 뒤덮고 있는 신성력을 살폈다.


“별일 없으셨어요? 신성력으로도 완전히 막지 못했을 텐데....”


말루트의 말에 우리엘은 이마를 문질렀다.


“역시 그런가요?”


감각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확신한 우리엘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뒤를 돌았다.


“선배님?”


다시 결계를 나갈 듯한 우리엘의 모습에 말루트가 그를 붙잡았다.


“다시 나가시려고요?”


“저와 함께 온 마법사가 사라졌습니다. 그분을 구하러 가야 해요.”


“네? 선배, 지금 안개 안으로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지금 이 결계 안에서 멀쩡한 것도 성물의 힘 덕분이에요.”


“하지만 그분은 제가 도움을 받으려고 모셔 온 분입니다. 당연히 제 책임이고요.”


어깨를 붙잡은 말루트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는 우리엘.


그런 그의 모습에 잠시 고민하던 말루트가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냥 들어간다면 선배도 길을 잃을 수밖에 없어요. 아니, 결계가 있으니 천사인 선배라면 이곳의 위치는 알 수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 문제는 안개만이 아닙니다.”


허리춤의 배낭에서 태블릿을 꺼낸 말루트는 우리엘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었다.


“보다시피 이미 충분히 잠식을 끝낸 마물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태블릿의 영상 속에는 마법사로 보이는 이들이 화염을 일으켜 마물의 일부를 불태우며 숲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었다.


[쿠드드득!]


[“으악! 뭐야!”]


[“피, 피해!”]


그러자 주변을 뒤덮고 있던 줄기와 이파리들이 한차례 꿈틀하더니, 숲 전체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줄기들이 튀어나와 마법사들을 지키던 이들을 후려치고, 마법을 쏟아내느라 무방비 상태가 되어버린 마법사를 향해 식물의 파도가 몰려들었다.


수많은 줄기가 얽히고 엮여 파도처럼 밀려오는 모습은 그야말로 재난이 따로 없었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증식과 성장. 무슨 식물계의 각성자라도 되는 건지 이 마물은 너무 빠르게 크고 있습니다. 아무리 선배가 중급 천사라고 해도 조심해야 합니다.


걱정 어린 말루트의 시선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우리엘.


”알겠습니다. 최대한 이 근방을 돌아....“


쾅!


”어?“


그때, 우리엘과 말루트는 숲의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폭음을 들을 수가 있었다.


”이게 무슨?“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격의 상승 24.05.08 83 4 11쪽
29 작전 24.05.07 69 2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4 1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1 2 12쪽
26 의문 24.05.03 75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7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4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1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3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1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7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1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0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2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3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8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8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6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5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3 4 12쪽
9 도주 24.04.13 186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6 3 11쪽
» 낙오 24.04.11 192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4 4 12쪽
5 지옥불 24.04.08 204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3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0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2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0 5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