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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바보

평화로운 지구의 지혜로운 각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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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바보
작품등록일 :
2024.04.03 15:03
최근연재일 :
2024.05.08 22:45
연재수 :
30 회
조회수 :
4,539
추천수 :
91
글자수 :
155,773

작성
24.04.08 16:35
조회
203
추천
3
글자
11쪽

지옥불

DUMMY

성현은 떨리는 마음으로 눈앞의 알림창을 살폈다.


[현실의 법칙을 벗어난 지고한 화염에 대한 강렬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엑스트라 스킬 <금단의 깨달음>이 발동합니다.]


심상치 않은 문구가 떠올라 있는 창에 그가 경각심을 느낀 순간,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것을 불사르는 <지옥불>의 깨달음이 영혼에 새겨집니다.]


가장 처음 성현이 느낀 것은 후각을 자극하는 지독한 냄새였다.


‘유황?’


그러나 성현은 이내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치이익!


순식간에 온몸을 잠식하기 시작한 작열감.


마치 산채로 불타는 듯한 고통이 성현의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끄아아악!”


그리고 실제로도 산채로 불타기 시작했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체내의 모든 마력이 불꽃으로 변하며.


몸속 깊은 곳에서 시작해 순식간에 피부 아래까지 퍼져버린 지독한 열기는 몸 안의 피가 모두 불꽃으로 변한 것처럼 느끼게 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비명을 지르는 것밖에 없었다.


비명을 내지를 때마다 성현의 입에서 시커먼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전신에서 푸른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병실이 고열로 인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초월적인 지혜(Wiz)가 영혼에 새겨진 깨달음, <지옥불>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무언가 성현의 눈앞에 떠올랐지만 지독한 열기로 안구가 불타고 있는 그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꺄아악!”


병실에 불이 붙자 발생한 비상 알람을 듣고 찾아온 병원의 간호사들은 병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열기와 침대 위에서 푸른 불꽃에 휘감겨 불타고 있는 성현의 모습에 비명을 질렀다.


“소, 소방서에 연락해! 소화기 들고 와!”


그리고 그 소란이 병원 전체로 퍼져나가고 있었지만 이미 모든 감각기관이 불타버린 성현은 이를 알지 못했다.


“끄으!”


이미 성대도 불타버렸는지 더 이상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던 그는 정말 필사적으로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 노력했다.


본능적으로 통제를 잃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거라는 것을 느끼고 있는 성현은 전신을 살라 먹고 있는 불길에 정신을 집중했다.


[초월적인 지혜(Wiz)가 정신과 영혼을 보호합니다.]


지독한 작열감 속에서도 그는 어떻게든 불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들도 결국엔 내 마력에서 비롯된 거야.’


영혼에 새겨졌다는 그 <지옥불>의 힘이 멋대로 변질시키기는 했지만, 그 근본은 결국 성현의 마력이었고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전신에 휘몰아치는 불길이 서서히 성현의 통제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성현은 이내 이 방식이 금방 한계에 도달할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모든 불꽃의 통제권을 쥐기 전에 그의 육체가 먼저 한계를 맞이할 거라는 것을.


지금도 실시간으로 타오르고 있는 그의 몸에게 충분한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성현은 고통 속에서도 고작 마력 3짜리가 치환된 <지옥불>에 죽게 된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지혜는 자그마치 82인....’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


곧바로 성현은 스킬을 발동시켰다.


[특성 스킬 <현자의 눈>]


전신을 뒤덮고 있던 불길이 성현의 두 눈이 있던 곳을 중심으로 기묘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눈을 향해 급격히 빨려 들어갔다.


덕분에 다른 곳의 불길은 약해졌지만, 반대로 막대한 열기가 응축되어 버린 두 눈.


그러나 삼라만상의 이치를 꿰뚫어 보는 현자의 눈은 오히려 지옥불과 그것에 녹아내린 안구를 매개로 이용해 강제로 <현자의 눈> 구축했다.


끔찍한 열기가 느껴지는 푸른 불꽃과 달리, 차갑고 시린 이성의 빛으로 이루어진 푸른 눈이 열리고 애써 붙잡고 있던 정신이 급격히 회복되는 것이 느낀 성현.


푸른 불꽃에 휘감긴 푸른 눈의 현자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스스로를 관조하는 것이었다.


[마력과 지옥불의 형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습니다. 지혜가....]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를 불사르는 불꽃에 대한....]

[영혼마저도 불태우는....]


쏟아지는 수많은 깨달음. 그리고,


[초월적인 지혜(Wiz)로 인해 <지옥불>의 이해가 완료되었습니다. 엑스트라 스킬 <지옥불>이 생성됩니다.]


새로운 스킬과 함께 전신의 불꽃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혀 통제되지 않아 성현의 몸을 태우던 불꽃이 갑자기 순한 양이 되어 술사의 통제에 따라 가라앉으며 마력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지옥불>에 집어삼켜진 것들이 마력으로 치환됩니다. 마력이 소폭 상승합니다.]


여전히 발동 중인 푸른 눈동자 앞에 떠오르는 문구.


성현은 푸른 불꽃이 가진 또 다른 효능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것을 불사르며 크기를 키운 불꽃은 다시 마력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키운 크기까지 마력으로 치환했다.


‘무언가를 태워버릴수록 마력이 늘어난다는 뜻인가?’


획기적으로 마력을 늘릴 수 있는 수단이 생겼다는 것에 성현은 당장이라도 정확한 성능을 테스트해 보고 싶었지만 당장은 그럴 수가 없었다.


병실을 불태우던 지옥불이 모두 회수되자, 모든 것이 녹아내린 병실에 남은 것은 온몸이 숯처럼 까맣게 타버린 채, 두 눈만 이질적인 푸른 빛을 흘리는 성현뿐이었다.


아직은 열기가 남아있기에 평범한 이들은 들어오지 못하지만, 평범한 이가 아닌 한 형사는 아무렇지 않게 병실로 들어왔다.


“마법사님! 괜찮으십니까!”


재만 남은 병실을 밝히는 새하얀 후광.


‘아, 눈뽕.’


그가 병실에 들어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스킬을 껐었던 성현은 <현자의 눈>이 강제로 재생한 눈과 달리 재생되지 않은 눈꺼풀 때문에 우리엘의 광륜에서 흘러나오는 빛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내 두 눈 가득히 채우는 거대한 빛과 지독한 열감 대신 전신에서 따스함이 느껴지자, 성현의 혹사당한 정신은 몰려오는 수마에 저항하지 못하고 그대로 잠들었다.








***









끔뻑.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성현은 눈꺼풀뿐만 아니라 온몸의 화상이 많이 가라앉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일어나셨나요?”


“아, 네.”


반사적으로 대답한 성현은 눈동자를 굴려 그의 오른편에서 그를 바라보고 있는 이와 눈이 마주쳤다.


옅은 미소를 짓고 있는 여자의 등에는 새하얀 두 쌍의 날개가 곱게 접혀있었다.


“성법으로 치료하긴 했는데,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어요. 무슨 힘에 당한 건진 모르겠는데 화상이 잘 사라지지 않더라고요.”


원래도 잘 낳지 않는 화상이 유독 지워지지 않는다며 어깨를 으쓱하는 여자.


“그래서 한동안은 쭉 누워 계셔야 할 겁니다.”


여자의 말에 자신 몸을 살펴본 성현은 여전히 울긋불긋한 피부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제 옷은요?”


“아하, 피부가 재생 중이라 너무 약하거든요. 옷에 눌려 손상을 입을 수도 있어서요.”


“....”


이상하게 말캉한 침상 위에 알몸으로 누워있다는 것을 깨달은 성현의 눈동자가 굴러가더니,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온통 새하얀 방.


중앙에 놓은 자신과 의료장비를 제외하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경종을 울리는 성현의 직감.


그가 영원히 피하고 싶은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곳은 병원이 아니죠?”


다시 그녀에게 눈을 돌린 성현이 물었다.


그러자 말없이 미소를 짓는 여자.


“일단은 쉬세요.”


고개를 끄덕인 여자는 몸을 돌려 새하얀 방을 빠져나갔다.


“....”


그녀가 방을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한 성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성현이 있는 새하얀 방의 밖.


한쪽에서만 볼 수 있는 유리 너머로 그가 보이는 방에 두 천사가 자리하고 있었다.


“상태는 어떻습니까?”


우리엘은 성현의 치료를 담당했던 천사 마리엘에게 물었다.


“일단 상태는 안정됐습니다. 완치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재생도 진행됐고요.”


전문 의료 요원인 마리엘은 화면에 환자의 차트를 띄웠다.


“피부는 물론이고 내부의 장기까지 싹 다 불탔던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안정적입니다. 체내의 마나 흐름도 안정적이죠. 다만,”


잠시 무언가를 조작한 그녀는 이번에 성현의 눈을 확대했다.


“인간이라 보기 조금 이질적인 신체 부위가 하나 있습니다.”


마치 바다처럼 보일 정도로 깊고 푸른 눈동자.


“원래 검갈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분의 눈은 파란색이더라고요. 원래 온몸이 불타면 눈도 녹아내렸어야 했는데, 이분의 눈은 처음 이송되었을 때부터 멀쩡했습니다. 눈꺼풀이 타서 눌어붙어 있던 것과 다르게요.”


“....”


잠시 뜸을 들이던 우리엘이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역시 이성현 마법사는....”


눈이 마주친 두 천사.


“네, 정확한 것은 ‘감정’ 스킬을 가진 각성자가 와봐야 하겠지만 높은 확률로 각성을 했을 겁니다. 다만 원래도 마법사였기에 그 푸른 불이 스킬인지, 아니면 마법인지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눈을 가리키는 마리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눈은 스킬이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체의 눈이라기보다는 원리를 알 수 없는 이능 현상에 가깝거든요. 물론 이 모든 것은 이성현 씨가 순혈의 인간이라는 전제하에 성립되는 것입니다.”


마리엘의 말에 우리엘의 덤덤한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지옥낭송나무의 영향에서 유일하게 멀쩡히 살아 돌아온 마법사 이성현.


‘역시 그때 살아 돌아온 것이 원인이 된 건가?’


각성자가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했지만, 역시 그중에서도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순혈의 인간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을 때’였다.


“우선 감정사가 와야, 일이 진행되겠군요.”


“네. 내일 오기로 되어 있으니, 내일 감정이 끝나면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형사님.”


우리엘의 시선이 잠시 창 너머에 멍하니 누워있는 성현에게로 향했다.


유일한 생존자였던 그가 각성자가 되어버렸다.


각성자의 삶이 어떤지 우리엘도 잘 알고 있었다.


‘생존자라....’


비록 살아남았지만, 그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더 힘겨워지리라.










[엑스트라 스킬 <지옥불>]

[모든 것을 불태우는 지옥의 불을 다룹니다.]


스킬창에 적인 ‘모든 것’은 불이 태울 수 있는 것이 물질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뜻으로 보였다.


‘살벌하네.’


성현은 조심스럽게 자신의 손등을 문질렀다.


매일 같이 회복 성법을 사용하던 마리엘이라는 천사와 그가 뉘여진 몰캉한 촉감의 침구류 덕분에 상당히 회복되어 더 이상 불그스름한 피부가 없었다.


성현은 무엇보다 옷에 피부가 손상될 가능성도 사라져 얇게나마 옷가지를 걸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엄연히 여성인 그녀에게 알몸을 보인다는 것이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었다.


얇은 천 조각이나마 거칠 수 있었기에 겨우 존엄성을 지킬 수 있었다.


‘근데 이거 실험체나 입을 옷 같은데.’


“...”


잠시 드는 불길한 생각을 떨쳐낸 성현은 마리엘이 준 거울을 들어올려 자신의 얼굴을 확인했다.


얼굴 역시 화상의 흔적이 거의 다 사라져 이전과 같았다.


파랗게 변해버린 눈을 제외한다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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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격의 상승 24.05.08 83 4 11쪽
29 작전 24.05.07 69 2 12쪽
28 영혼을 품는 나무 24.05.06 64 1 12쪽
27 어린 영혼 24.05.05 81 2 12쪽
26 의문 24.05.03 75 1 11쪽
25 아는 얼굴 24.05.02 84 2 11쪽
24 위험한 24.05.01 87 2 11쪽
23 헤츨링? +1 24.04.30 94 2 12쪽
22 새로운 각성자 24.04.29 101 2 12쪽
21 뒤처리 24.04.27 103 2 11쪽
20 수호령 24.04.26 111 4 11쪽
19 가시나무와 주술사 24.04.26 107 3 11쪽
18 주술이 너무 쉬웠어요 24.04.24 121 3 12쪽
17 불길함 24.04.23 120 3 12쪽
16 기술부 24.04.23 131 3 11쪽
15 무낙쿠 24.04.21 133 3 11쪽
14 신비종의 핏줄 24.04.19 148 3 12쪽
13 이능범죄수사대 24.04.18 148 3 12쪽
12 다종족 사회 24.04.17 166 3 12쪽
11 드래곤과 새로운 금단의 깨달음 24.04.16 184 3 12쪽
10 원소화와 탈출 24.04.15 183 4 12쪽
9 도주 24.04.13 186 3 12쪽
8 녹색의 해일 24.04.12 186 3 11쪽
7 낙오 24.04.11 191 3 12쪽
6 각성자인 듯, 각성자 아닌, 각성자 같은 마법사 24.04.09 204 4 12쪽
» 지옥불 24.04.08 204 3 11쪽
4 전투마법사 24.04.06 223 4 11쪽
3 오크나무(?) 24.04.05 240 5 11쪽
2 위험한 각성자 +1 24.04.04 292 6 11쪽
1 평범한 마법사의 하루 24.04.03 420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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