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연재수 :
292 회
조회수 :
2,567,161
추천수 :
63,526
글자수 :
1,813,839

작성
15.07.10 16:30
조회
6,403
추천
159
글자
9쪽

137

DUMMY

137


"흥~ 흐흥~"

알리시아의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요즘 알리시아는 괜히 신이 나 있었다.

얼마 전 마법 교양강좌 시간에 우연히 지켜본 남학생들의 수업과 최근 들려오는 소문 때문이었다.


기초 과정을 통과한 칼의 실력은 무섭게 발전했다. 마이티 고램에 이어 나이트급 고램을 탄 칼의 실력은 흠잡을 데가 없었다. 마이티 고램보다 인간의 동작을 더 잘 반영하는 나이트급 고램이었으니 당연했다. 작년 겨울 아이샤와 같이 네임드 오크 울칸을 상대할 때 보였던 뒤뚱거리는 움직임은 더 이상 없었다. 이제는 초보 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교관들과 아이들 모두 입을 모아 '역시 칼' 이라고 추켜세웠다.

그리고 소년들은 또 모두 입을 모아 '이게다 펠릭스 덕'이라고 했다. 펠릭스는 아니라고 극구 부인했지만 그 다음 이어진 펠릭스의 교육 결과는 소년들의 기대를 더 불러 일으켰다.

칼에 이어 펠릭스가 맡은 학생은 맥스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맥스는 하루도 걸리지 않아 완벽하게 기초 동작을 해 낸 것이다.

"역시 펠릭스 녀석, 뭔가 있다니까!"

"아니, 맥스 녀석은 원래 기본 실력이 있었다니까!"

펠릭스가 아무리 부인해도 이미 아이들의 선입관은 굳어진 다음이었다. 그러자 맥스 다음으로 펠릭스의 지도를 받기를 원하는 학생들의 신청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지금도 도서관건물 창 밖 아래에는 펠릭스 주변으로 학생들의 모여들어 있었다.


"흐흥~ 인기 좋네. 펠릭스~"

도서관 창밖으로 그 모습을 바라보는 알리시아의 입 꼬리가 양쪽 귀에 걸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싸우고 아닌 척해도 역시 자기 남자 친구가 인기가 있는 건 좋은 모양이죠?"

등 뒤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말에 알리시아는 깜짝 놀라 정색하고 뒤를 돌아봤다.

"넌?"

"데미안이라고 합니다. 아시죠?"

데미안은 능글능글 웃으며 알리시아를 바라봤다.

"나 남자 친구라니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아~ 그러세요?"

알리시아는 모른 척 새침을 땠다. 그러나 알리시아가 아무리 서둘러 얼굴을 돌리고 표정을 고쳐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다지만 데미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이죽이죽 웃으며 이미 다 봤다는 표정이었다.

"흥! 레이디의 모습을 몰래 훔쳐보다니 대 공작가의 공자답지 않은 행동이군요."

"대 공작가의 공자라. 제가 정말 그렇게 보입니까?"

데미안은 얼굴을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양쪽 미간을 위로 모아 눈썹을 가운데로 모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슬쩍 윗도리를 펼치자 알리시아의 눈에 알록달록 기워 입은 안감이 눈에 들어왔다. 알리시아는 곁눈으로만 잠시 흘낏 데미안을 쳐다보다 서둘러 부채로 입을 가렸다.

"푸훗!"

그러나 차마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는 없었다.

"호호홋!"

수수한 데미안의 외모와 털털한 말투, 거기에 안감의 기워 입은 옷이 어울려 어딘가의 이름 모를 가난한 용병의 모습이 겹쳐졌던 것이다.

"그렇죠?"

데미안도 스스로 잘 안다는 듯 눈을 감고 팔짱을 끼고는 수긍의 고개 짓을 했다.

"그래, 데미안. 나한테 무슨 볼일이라도 있어?"

"아뇨. 딱히 볼일이라고 할 건 없어요. 단지 멀리서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딱해서…."

"딱하다니 어디가?"

말투와 달리 알리시아의 태도와 표정은 이미 데미안에게 상당히 풀어져있었다. 그러자 데미안은 조용히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간 후 알리시아를 한쪽으로 데려왔다.

"우선은 여기를 한번 보실래요?"

데미안이 도서관 책장의 두꺼운 책 하나를 살며시 꺼냈다. 그러자 책들 사이로 책장 너머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레베카?"

알리시아의 친구인 레베카가 한 소년과 등을 지고 서 있었다. 불안한 듯 잠시 주변을 살피던 소년이 슬그머니 종이쪽지 하나를 레베카에게 넘기고 있었다.

"저게 뭐지?"

편지를 건네준 소년은 책장에서 아무 책 하나를 꺼내들고는 서둘러 자리를 뜨고 있었다.

"저 소년은 저처럼 1학년생 입니다. 요즘 우리 1학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용돈벌이죠. 3학년 선배의 심부름을 하는 겁니다."

"심부름? 왜?"

"눈치를 보느라 3학년 남자 선배님이나 저기 레베카양이나 함부로 만날 수가 없거든요."

"눈치?"

알리시아는 무슨 이야기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하~ 이거야 원. 정작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다니."

데미안은 한숨을 쉬며 알리시아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찬찬히 설명을 해 주었다.


"그러니까 내 눈치를 보느라 레베카가 남자 친구와 맘대로 만나지 못하고 있단 말이야?"

"예."

뜻밖의 데미안의 대답에 알리시아는 놀란 눈치였다. 자신과 펠릭스의 다툼이 다른 학생들에게 이렇게 영향을 줄줄은 전혀 생각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3학년뿐만 아니라 전 학년의 남녀가 다들 알리시아 선배님 눈치만 보고 있답니다."

"세상에…. 난 까마득히 몰랐어."

알리시아는 적잖게 충격을 먹은 표정이었다.


잠시 두 사람은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다 데미안이 갑자기 말문을 열었다.

"저희 데이브 가문엔 서출들이 많죠. 대대로 왕비를 배출하려고 하다 보니 여아가 태어나지 않으면 곧 다른 첩을 들이거든요. 지금의 제 아버지 데이브 공작님도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첩이 제법 많습니다. 아마 그 중에는 여기 중앙 기사학교 출신의 여학생들도 있을 겁니다."

"…."

알리시아는 대답이 없었다. 딱히 데미안이 얘기하지 않아도 그녀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얘기였다. 여기 출신 여자들이 대부분 어떻게 될지.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지?"

갑작스런 데미안의 가정사 얘기에 알리시아가 무슨 일인가 싶어 물었다.

"예전에 제가 아는 연인들이 있었습니다. 여자는 명문가의 딸이었죠. 남자도 명문가의 자제로 두 사람은 주변에서 보기에 참 잘 어울리는 커플이었죠. 두 사람도 서로 사랑하고 있었고…."

"…?"

"어떻습니까?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요?"

데미안의 영문을 알 수 없는 얘기에 알리시아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잘 됐으면 좋겠네. 하지만 그걸 내가 알 턱이 없잖아?"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였지만 부모들은 모르고 있었죠. 그러다 남자 측의 아버지가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 챘습니다. 그리고 여자 측의 아버지가 눈치 채기 전에 남자를 멀리 다른 곳으로 보냈죠. 여자 측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거든요."

"저런!"

"남자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여자는 순식간에 다른 늙은 남자의 첩으로 보내져 버렸습니다. 여자의 아버지가 자신의 권력을 위해 억지로 넘겨 버린 거죠."

그러자 잠시 생각하던 알리시아의 눈이 커졌다.

"…너 설마 지금!"

알리시아는 데미안이 하는 얘기가 무슨 이야기 인지 금방 깨달았다.

늙은 남자는 현 에덜라드의 국왕이었다. 그렇다면 여자는 현 국왕의 측실인 데미안의 누나인 데이나였던 것이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두 사람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펠릭스 선배님과 알리시아 선배님 두 사람이 같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얼마나 될까요? 졸업하면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만한 힘이 있는 지위에 있습니까? 이렇게 둘 다 다투고 있을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요?"

"…."

"주제넘게 나섰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보고 있자니 제가 아는 어느 연인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요."


데미안은 잠시 후 자리를 떠났다. 알리시아는 도서관에 홀로 앉아 생각에 빠져 있었다.

데미안의 얘기도 충격 적이었지만 자신의 눈치를 본다는 친구 레베카의 행동도 충격이었다. 거기다 학교 전 학생들이 자신의 눈치를 본다니….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일들을 야기 시킨, 주변에 너무나 무관심 했던 자신에게 충격이었다.

"너무 복에 겨웠던 걸까?"

그동안 자신이나 펠릭스의 처지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펠릭스에게 미안한 감정이 확 몰려왔다.


"쳇, 하여튼 후배 녀석이 귀여운 맛이라곤 없다니까!"

혼자라고 생각하고 중얼거리던 알리시아에게 갑자기 도서관 구석 책장에서 또 다른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알리시아가 목소리를 따라 서둘러 책장을 넘어갔다.

"여~ 알리시아! 오랜만이야!"

"세비안!"

구석진 책상에는 여러 권의 책이 쌓여있었다. 책들 사이로 의자 등받이에 상체를 길게 늘어뜨린 세비안이 알리시아에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펠릭스전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7 136 +8 15.07.08 6,573 161 9쪽
136 135 +14 15.07.05 7,062 169 10쪽
135 134 고램 수업 +12 15.07.04 6,940 157 11쪽
134 133 +16 15.07.03 6,913 161 20쪽
133 132 +12 15.07.01 7,121 168 13쪽
132 131 +12 15.06.28 6,830 159 10쪽
131 130 +12 15.06.27 6,649 156 15쪽
130 129 +8 15.06.26 6,852 154 13쪽
129 128 +4 15.06.25 6,738 153 10쪽
128 127 +12 15.06.21 7,134 164 10쪽
127 126 대 이주 +4 15.06.20 7,719 181 10쪽
126 125 +4 15.06.19 6,776 167 11쪽
125 124 +4 15.06.17 6,834 162 12쪽
124 123 +2 15.06.14 7,208 153 10쪽
123 122 +8 15.06.13 7,080 153 10쪽
122 121 +4 15.06.12 6,930 153 15쪽
121 120 +6 15.06.10 7,255 152 8쪽
120 119 +6 15.06.08 7,316 160 12쪽
119 118 +8 15.06.07 7,215 144 10쪽
118 117 +4 15.06.05 7,099 16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