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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ster 님의 서재입니다.

펠릭스전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夢ster
작품등록일 :
2014.12.22 00:00
최근연재일 :
2016.12.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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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28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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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DUMMY



131


수도에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동서대로와 남부대로가 순식간에 난민들로 점령당한 것이었다.

수도의 일반 시민들은 의외로 별거 아니라며 시큰둥했지만 귀족들과 수도 경비대는 바짝 긴장을 해야 했다.

사태의 원인은 아이샤의 상단 연설 때문이었다. 연설을 들은 사람들에 의해 아이샤의 면죄부와 남부로 돌아가면 돕겠다는 얘기가 난민들에게 퍼진 것이다.

연설 후 약 한 달 동안 외성벽 주변의 슬럼가 곳곳에서는 소리 소문 없이 짐을 싸는 난민들의 모습이 있었다. 이미 희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생활에 진력이 난 사람들이었다. 차라리 아이샤를 믿고 한번 돌아가 보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귀족들과 이들 천민들 사이에는 계급의 차가 만든 뿌리 깊은 불신의 벽이 존재했다. 귀족들의 약속을 완전히 믿지 못하는 난민들이었다. 그래서 난민들은 최소한의 안전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바로 아이샤와 같이 이동하면 남부 귀족들도 최소한 자신들을 함부로 처벌하거나 해코지를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난민들은 아이샤가 출발하는 당일 남문으로 모여 아이샤와 함께 남부로 향하길 원한 것이었다.


한편 소동이 벌어진 이후 아이샤의 이동이 늦어진다는 소문이 퍼지자 망설이던 수도 인근의 빈민촌 곳곳의 난민들이 마저 아이샤가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아이샤는 이들과 같이 이동하겠다며 다른 남부 귀족들을 먼저 출발시켰다. 그리고 먼저 출발한 남부 귀족들이 난민들을 맞을 준비를 하는 동안 성문밖에 머물며 이들과 같이 생활하고 있었다.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천만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성벽 위에서 로렌스 백작은 루빈 경과 멀리 아이샤의 텐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저렇게 대담하게 한 가운데에 캠프를 차리시다니 아이샤님은 역시 소문대로 보통이 아니시군요."

"하하하! 이를 말인가?"

남문 밖 난민들의 임시 캠프 중앙에는 아이샤의 임시 숙소로 만들어진 커다란 텐트가 펼쳐져 있었다. 귀족들과 호위 기사들이 숙소만이라도 성안에 정하려고 아이샤를 설득하려 했지만 아이샤는 결국 난민들과 같이 생활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었다.

지금도 아이샤의 텐트 앞에는 아이들이 모여들어 아이샤의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뛰놀고 있었다.

"그래도 설마 난민들이 저렇게 귀족들과 평화롭게 모여 있는 광경을 보게 되다니 마치 꿈만 같습니다."

루빈 경은 뛰어노는 소년들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샤를 아련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 자신도 그다지 높지 않은 신분 출신이었던 것이다.

"그게 우리 아가씨의 매력이지. 흐흐흐! 자네도 근위기사 때려치우고 싶으면 이리로 오게나. 남부는 언제나 인재를 환영 한다네."

두 사람은 마주보며 밝은 미소를 교환했다.


한편 에덜라드 정계에는 때 아닌 이 소동으로 한바탕 난리를 겪었다. 첫날에는 이들 난민들이 반란이나 폭도는 아닌가 하는 소문이 퍼져 귀족들이 모여 있는 아레나를 뒤집어 놓았다. 그러나 소동은 하루도 되지 않아 가라앉았다.

이튿날 남문 성벽에는 데이브 공작과 팔미온 후작이 차례로 시찰을 나와 이들의 모습을 살피고 갔다.

너무나 많은 숫자로 인해 한 번에 출발하지 못한 행렬은 길게 늘어져 남부까지 끝없는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뭐, 결국은 해프닝으로 끝나는 거구만."

데이브 공작은 떠나는 난민들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을 했지만 뭔가 입맛이 씁쓸했다.

"줄리어스 백작, 역시 아이샤를 너무 안일하게 놔 둔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 쓰지 않고 같이 나와 있던 이언 백작이 걱정스럽게 말했다.

"어쩌면…,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반면 이 일로 수도의 환경과 안전은 더 좋아질 겁니다."

"흐음, 하긴."

첩보 활동을 하는데 빈민가나 난민촌은 유용할 수도 있었지만 장애물인 경우도 많았다. 아직도 서자의 길 부근의 고급 술집이 있는 지역의 3대 암흑 길드는 이언 백작의 대외 정보부도 접근하기 꺼려지는 지역이었다. 특히 저들 난민들이 있던 곳은 더 그랬던 것이다.

"그나마 활동이 좀 편해질지도 모르겠군."

사소한 위안거리를 찾은 이안 백작이 자기위로를 하듯 말했다. 그러나 역시 뒷맛이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스스로도 이것이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변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데이브 공작과 이언 백작이 자리를 뜨기 시작하자 마지막 까지 남아 행렬을 바라보던 줄리어스는 나직이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정말로 무슨 일이 시작되었는지는 겨울이 되어서야 다들 알게 되겠지만…."

가만히 난민들의 행렬을 쳐다보던 플리언 줄리어스는 성문 밖을 향해 천천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진중한 경의를 표한 후 줄리어스 백작도 데이브 공작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허허허, 아이샤 녀석 마지막 까지 도움을 주고 가는군."

팔미온 후작은 아레나의 집무실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내에는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난민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그동안 난민들의 구호와 치안, 위생 등으로 나가던 금액이 확 줄어 들 겁니다."

"거기다 이번에 급히 구해가는 물자들은 때 아닌 상단들에 호재가 되었지요."

며칠 동안 재상부로 새로 올라오는 보고서들이 줄을 이었다. 갑작스레 난민들의 이동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하느라 새로 생긴 남부 상단이 바쁘게 움직인 탓이었다.

덕분에 국고용 장부와 팔미온 후작의 개인 장부는 정신없이 새로 갱신 중이었다. 재상부는 연일 몰려드는 일거리로 비명을 울리고 있었다.

"에드워드 왕자와 남부 연합에서 난민들의 긴급 지원을 임시 의회에서 요청했다지?"

"예! 저희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지요."

"흐흐흐, 그렇지."

당장은 빠져나가는 자금으로 힘들겠지만 이 지원금들은 결국 팔미온 후작 등 다른 상단들의 주머니를 채워 줄 것이었다.

"크리스텐슨 백작, 뭘 그리 골똘히 생각하나?"

그러나 다들 밝은 표정 속에 오직 크리스텐슨 백작만이 얼굴을 펴지 못하고 있었다.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단지? 뭔가?"

"뭔가 걸리는 것이 있는데 그게 뭔지 확 떠오르지 않는군요."

"흐음? 그런가?"

크리스텐슨 백작은 줄리어스 백작처럼 높은 교육을 받았거나 이성적인 판단이 뛰어난 참모는 아니었다. 그러나 본능적인 감각이 있었다. 예리한 그 감각은 때로는 신통하리만치 정확했다.

'분명 이겼다고 생각했는데….'

아이샤가 떠나 갈 때만 해도 이겼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줄리어스 백작과 크리스텐슨 백작이 자연스럽게 아이샤를 자신들에게 끌어들였다. 그 속에서 자신들은 취할 수 있는 이권은 모두 챙겼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크리스텐슨 백작은 뭔가 꺼림직 한 것이 걸렸다.

단지 그게 무엇인지 도저히 확연하게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뭔가 크게 실수를 한 건지 모르겠군."

크리스텐슨 백작은 창밖으로 아이샤의 행렬을 따라 나서는 난민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혼잣말을 대뇌였다.


에드워드 왕자와 남부 연합에 의해 요청된 긴급 지원은 쉽게 통과되었다. 에드워드 왕자는 노쇠한 국왕을 대신해 아이샤의 캠프를 몇 번이나 방문해 난민들을 치하했다. 오늘도 난민들의 사이에서 아이샤와 함께 나란히 걷고 있었다.

"지원 해주신 구호물자는 감사합니다만 설마 만세 소리가 듣고 싶어서 자주 오시는 건 아니시죠?"

"저런! 설마 내가 그런 속물로 보였더냐?"

"하지만 오실 때마다 근위기사들의 저 보안검문은 정말 성가시답니다. 왕자님!"

아이샤는 자신과 난민들 사이를 거니는 에드워드 왕자를 감시하는 눈길이 부담스럽다는 듯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않느냐. 저 정도는 이해 해 주렴. 하하하!"

난민들 속에는 왕자의 경호기사들이 잠입해 있었다. 그것도 시찰이 나오기 며칠 전부터 그랬다. 에드워드 왕자는 아니라고 했지만 은근히 아이샤와 난민들 틈을 누비며 사람들의 환호성을 듣는 것을 즐기는 게 분명 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사람들 틈에서 환호를 받으러 나올 때마다 긴장해서 따라 나오는 양 수도 파벌들의 불안한 시선을 즐기는 것 같았다.

'휴~! 정말 불안해하는 것은 에드워드 왕자님 자신일진데….'


아직 에드워드는 차기 왕으로서 책봉 받지 못했다. 에덜라드 국왕은 차일피일 후계를 미루고 있었다. 이 와중에 데이브 공작이 밀어 넣었던 첩으로부터 배다른 형제가 태어났다. 누구라도 막내가 제일 귀여운 법이었다. 어린 헤리 왕자는 노쇠한 국왕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아이샤나 대부분의 귀족들이 전반기 의회를 마치고나면 서둘러 의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였다.

왕자의 장인인 팔미온 후작은 에드워드 왕자를 차기 왕으로 강력하게 밀어 붙이고 있었고 데이브 공작은 새로 태어난 헤리 왕자가 나름 기회를 가질 때까지 기다릴 것을 종용했다.

거기다 에드워드 왕자도 이미 나이가 들만큼 든 상황이었다. 장인인 팔미온 후작이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들려고 하는 것을 호락호락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던 것이다. 군부의 임시 수장으로서 군을 등에 업고 나름 필사적으로 반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반기 의회는 상당부분 이 두 파벌과 왕자들의 사실상 계승권과 권력 구도를 둘러싼 다툼이었던 것이다.

에덜라드의 대부분의 영지들은 아직도 개척지와 험한 산지로 둘러싸여 있었다. 자신의 영토도 위급한데 누구도 이런 민감한 문제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런 중앙의 정치싸움에 코를 들이미는 귀족들은 대부분 자신의 영지가 걱정이 없는 중앙의 한가한 귀족들뿐이었다.

"허허허, 하지만 저 만세 소리는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건 맞구나!"

에드워드 왕자는 아이샤에게 울리는 소리인지 자신에게 울리는 소리인지 알 수 없는 만세소리에 손을 들어 답을 하고 있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아이샤는 그저 어색하게 따라 손을 흔들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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